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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현지 쇼핑 대백과
오가와 지에코 지음, 김정원 옮김 / 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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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고 있다가 작년 12월에 대만에 다녀왔다. 중국어도 영어도 잘 못하지만 혼자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는 다른 나라들에도 도전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여행 서적들을 예전보다 많이 찾게 되었다. 여행 서적들은 외국의 갖가지 풍경과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 예쁜 물건들의 사진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가득 싣고 있어 읽는 것만으로 기분 전환이 된다. 이 책은 기분 전환할 겸, 대만 여행을 곱씹어 볼 겸 도서관에서 빌렸다. 나중에 또 대만에 갈 때 뭘 사면 좋을지 참고할 수 있고.

이 책은 클의 'ㅁㅁ 대백과' 시리즈 중 한 권이고, 이 대백과 시리즈는 도감과 시각예술 관련 책들을 주로 내는 일본의 출판사 타츠미 사의 도감들을 번역 출간한 것이다. 대만에서 살며 대만 요리를 연구하는 일본의 요리 연구가가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요리 연구가이다 보니 간식, 음료, 식재료, 조미료, 주방에 쓰이는 각종 도구와 생활용품 125가지를 소개하고 있고, 대만 요리 몇 가지의 레시피도 함께 실었다.


『대만 현지 쇼핑 대백과』의 본문

'대백과'라고 하기에는 200페이지도 안 되는 얇은 책이지만 알면 좋은 정보들을 차곡차곡 압축해 알차다. 소개하는 상품 이름은 중국어 발음과 한자 표기를 함께 써놓았고, 현지에서 주문하기 좋게 성조도 붙여놓았다. 중국어 성조를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 노래에서의 음의 변화에 비유해 네 가지 성조를 설명했다(외국어 액센트에 약한 나는 그렇게 설명해도 잘 안되긴 하지만). 가게 이름도 중국어 발음과 한자 표기를 함께 표시했고, 위치는 QR 코드로 연결해 놨는데, 지금까지는 다 잘 연결된다. 구글 지도에서 리뷰를 보니 한국인 리뷰가 없거나 적은 곳이 많다. 저자가 일본인이라 일본인들의 입맛과 취향에 맞는 곳들을 선정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한국인들이 잘 모르던 보석 같은 곳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가게와 상품에 대한 설명은 한 페이지(상품 사진이 페이지의 반을 차지하니 사실상 반 페이지)씩이지만 필요한 정보는 다 들어 있고 맛과 모양에 대한 묘사도 꽤 생생하다. 책 자체의 디자인은 잡지처럼 세련되고 감각적이고 음식과 물건 사진들도 예뻐서 책으로 아이쇼핑하는 기분이다. 내가 대만을 여행할 때 가보지 못한 곳들을 책으로 둘러보는 기분이었다.

원서에 적힌 정보들은 2024년 7월 기준인데, 한국어판 출판사 편집부에서 출간 시점(2025년 3월)에 맞춰 정보를 수정했다고 한다. 한국에 반입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면세 기준 등 한국에 올 때 주의할 점도 본문 앞에 부록으로 넣어놨다. 여러모로 세심하게 만든 책이다. 대만에 가기 전에 예습용으로, 대만을 여행할 때 쇼핑 가이드로, 대만에 갔다 와서 복습용으로 쓰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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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치즈가 좋아서 떠난 영국 치즈 여행기 유유자적 1
이민희 지음 / 크루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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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부터 표지의 선명한 노란색에 눈길이 갔다. '치즈'라는 책 제목처럼 애니메이션 속 생쥐가 좋아하는 치즈 같은 노란색이다. 게다가 나도 치즈를 좋아하니 언젠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만 하고 잊고 있던 와중에, 얼마 전에 읽은 『베트남 간식』과 이 책이 같은 시리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부제는 '치즈가 좋아서 떠난 영국 치즈 여행기'다. 하지만 다양한 치즈를 맛보며 느긋하게 즐기는 식도락 여행기는 아니다. 저자가 직접 영국에 어떤 치즈 농가들이 있는지 찾아보고 하나하나 방문 허락을 받고, 한 곳 한 곳 방문해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록했으니 '나의 영국 치즈 답사기'라고 할 수 있다. 책의 대부분은 각 치즈의 역사와 현황, 저자가 보고 듣고 경험한 제조 공정과 거기서 알게 된 것들이다. 책 속 사진들도 대부분은 완성된 치즈가 놓여 있는 선반이나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찍은 것이다. 그러니 화려한 치즈의 향연을 기대한 사람들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이건 여행이 아니라 견학이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즐기러 간 것이 아니라 배우러 간 것이고, 치즈의 소비보다는 생산에 더 관심이 많으니 견학이 맞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치즈의 소비가 아닌 생산이다. 생산 공정과 그 공정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는 사람들이다.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치즈들은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우유를 준비하고, 거기에 산을 넣어 단백질을 응고시키고, 응고된 덩어리를 건져내 수분을 빼내고 모양을 잡고, 저장고에서 숙성시키면 완성. 그러나 치즈에 넣는 산의 양이나 소금의 비율부터 수분을 빼는 방법, 제조 작업에 사용하는 도구까지 각각 조금씩 다른데, 그 작은 차이가 치즈의 개성을 만들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각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하고, 각각의 과정이 치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그저 촬영하고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치즈 제조자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치즈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하는지 실감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치즈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잠든 이른 새벽에 일어나 온몸의 힘을 써야 하는 중노동을 하고, 좋은 우유를 만들 수 있도록 소들까지 돌본다. 이런 고된 일이지만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즐겁게 일한다. 저자가 찍은 이들의 모습에는 자기 일을 사랑하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위엄과 품위가 있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줄 안다. 자신들이 만드는 치즈에 관심을 갖고 배우고 싶어 한다는 이유만으로 일면식도 없는 이방인인 저자를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처럼 따뜻하게 환대한다.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의 유대감은 어떤 차이나 경계도 뛰어넘는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책날개에서 저자는 이 책을 '느리고 깊게 만난 그동안의 나의 치즈 이야기'라고 요약한다. 그 말대로 이 책은 이곳저곳 바쁘게 움직이며 최대한 많은 치즈를 맛보고 그 맛을 현란하게 묘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물을 마실 때는 그 물의 근원을 생각하라'는 말처럼, 저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치즈의 근원을 찬찬히 파헤쳐 나가고, 그 뒤에서 묵묵히, 성실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명을 비춘다. 저자는 10년 전의 여행을 책으로 내기 위해 분투하다 결국은 출간해 냈으니, 좋은 치즈를 만들기 위해 수십 년 동안 매일 성실히 노동하는 치즈 제조자들만큼이나 인내심이 강하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우직한 이 기록은 천천히 씹으면 그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데서 치즈와 닮았다.


P. S. 『베트남 간식』처럼 큰 판형에 사진들도 큼직하게 넣고 잡지 같은 감각적인 느낌으로 디자인했다. 속표지까지 선반에 놓인 치즈 사진으로 채우고, 치즈 외의 다른 것을 이야기하는 '치즈 더하기' 코너와 에필로그는 잘 익은 치즈 같은 레몬색을 바탕색으로 한 데서 치즈 이야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외형을 만들어내려 고심한 것이 느껴진다.


다만 치즈 전문점 닐스 야드 데어리의 매장 구조도(53페이지)는 영어판 그대로 넣지 말고 텍스트들을 한국어로 번역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책들에서 원어 표기하는 데 흔히 쓰이는 위첨자를 덧붙이는 말에도 쓰는 것은 『베트남 간식』에서와 마찬가지인데, 문장이 길 때는 가독성이 떨어진다. 독특한 시도이긴 하지만 독자에게는 가독성이 먼저이니, 그냥 문장 바로 뒤에 다른 본문들처럼 처리하거나 괄호 안에 넣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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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간식, 시간과 시간 사이에서 만난 작고 다정한 것들 유유자적 2
진유정 지음 / 크루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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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답답할 때는 먼 나라의 이야기나 예쁜 사진들이 가득 실린 책을 읽으며 기분 전환을 한다. 그런 책을 찾으러 도서관의 실용 분야나 여행 서적 코너 앞에 서서 책등이나 표지, 제목만 봐도 끌리는 책을 펼친다. 이 책도 그렇게 발견한 책이었다. 앞으로 가보려는 나라 중 베트남은 1순위가 아니었지만 베트남 음식 전체도 아니고 '간식'만 다루고 있다는 데 호기심이 갔다. 베트남의 간식거리 중 내가 아는 건 하나도 없으니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는 게 설렜고, 책을 훑어보니 예쁜 음식과 풍경 사진들이 많아 보면서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그러니 실제로 베트남 여행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분 전환을 위해 이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은 그런 내 선택에 맞는 책이었다. 베트남의 어디에 어떤 맛집이 있고 거기에선 어떤 음식을 팔며, 어느 요일 몇 시에 문을 열고 문을 닫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다. 저자가 간 곳 중 몇 곳은 이제 문을 닫아 갈 수 없다고 한다. 이 책은 베트남 간식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기보다는, 저자가 베트남에서 먹었던 간식들과 그에 얽힌 추억들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새벽과 아침 사이, 아침과 점심 사이, 점심과 저녁 사이, 저녁과 밤 사이 이렇게 간식을 먹는 시간대별로 챕터를 나누었지만, 꼭 특정 시간대에 먹어야 하는 음식도 없다(가게가 문을 여는 시간에는 맞춰서 가야겠지만). 저자가 마침 그 시간대에 먹었을 뿐. 하지만 그 순간에 그 음식을 먹었기에 그 순간도 그 음식도 저자의 기억 속에는 특별하게 남아 있다. 이른 새벽부터 할머니 바리스타가 내려줬던 달콤하고 따뜻한 연유 커피부터 밤비 내리는 밤에 동네 디저트 가게에서 만든 투박한 간 케이크(베트남어로는 '반간'인데 간을 넣어서가 아니라 생김새와 색이 간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까지. 베트남에 발 한 번 들여놓은 적이 없는 나도 글과 사진을 보면서 그 순간을 공유한다.

반미와 야채 절임, 달걀 프라이와 잠봉, 파테(간이나 자투리 고기를 간 것에 밀가루 반죽을 입혀 구워낸 프랑스 음식), 볶은 양파, 베트남식 소시지를 함께 먹는 음식 반미짜오

사실 이 책에 실린 베트남 간식 중 내가 알거나 먹어봤던 음식은 하나도 없다. 그나마 베트남식 바게트 반미와 다른 음식의 조합인 '반미씨우마이', '반미짜오', '반미팃씨엔느엉'은 반미를 먹어봤으니 반은 먹어봤다고 할 수 있을까. 연두부에 코코넛 밀크와 떡 같은 고명을 넣어 먹는다는 음식 '따오퍼'는 대만의 또우화와 비슷한 맛일 것 같은데, 나는 또우화를 한국에서 버블티에 얹힌 고명으로만 먹었으니 따오퍼와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모든 음식의 맛은 저자의 설명과 묘사, 사진으로 짐작하고 상상해 보았다. 새우, 돼지고기, 라이스페이퍼, 숙주나물 등 맛을 아는 재료들로 만들어졌고 저자의 묘사도 생생하니 왠지 아는 맛일 것 같다. 그래도 직접 맛보고 싶다. 이런 상상을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그리고 그 음식을 먹었을 때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담백하면서도 감각적인 문장으로 풀어놓아, 내가 베트남 어느 작은 도시 어느 작은 가게의 플라스틱 목욕탕 의자에 앉아 일회용 접시에 담긴 간식을 먹는 기분이 들었다. 밖에서 밝아오는 하늘이나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간접적으로라도 여행하고 싶은 마음을 달랬다. 현실 도피지만 어느 드라마 제목처럼 때로는 도망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언젠가는 정말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때는 책에 나온 베트남 간식들과 그것을 먹었을 때 나의 감상을 쌓아갈 수 있겠지.

P. S. 1. 한국학술정보에서 낸 책이라 학술 서적 같은 투박한 느낌의 디자인일 줄 알았는데 표지도 본문도 잡지 같은 느낌의 감각적인 디자인이다. 다만 책 판형이 꽤 큰 데 반해 각주와 사진 설명, 쪽 번호의 글씨 크기는 너무 작아서 불편하다. 글씨가 작은 게 디자인의 측면에서는 더 예쁘다고 해도 6포인트는 너무 작다.

P. S. 2. 더운 나라의 음식을 소개하는 책인데 시원한 음료, 빙과보다는 고기, 채소, 탄수화물로 이루어져 가벼운 한 끼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다. 흔히 간식으로 생각하는 단것, 과자보다는 정말 '삼시 세끼 중간의 끼니'라고 할 수 있는 음식들의 비중이 크다. 저자가 그런 간식을 선호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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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카페 멋집 - 머물고 싶은 공간 훔치고 싶은 디테일
공상찻집 도라노코쿠 지음, 김슬기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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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익은 마침 도서관 근처에서 봤다. 토익을 마치고 도서관에서 잠시 쉬고 있었는데, 도서관에 있으면서 책을 읽지 않는 게 눈치가 보였다. 두 시간이나 시험을 보고 나니 머리 써야 하는 책이 아니라 예쁜 풍경들이 가득한 책을 보고 싶었다. 그런 책은 여행 서적이다. 나 홀로 대만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오니, 그다음에는 일본 여행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일본은 바로 옆 나라이고 일본어도 꽤 오래 공부했는데 평생 한 번도 간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신간 코너에서 골라 온 책이 이 책이었다.

이 책은 일본의 카페 전문 인플루언서 네 사람이 도쿄와 인근의 카페 중 독특하고 매력적인 곳 75개를 소개하는 책이다. 한 곳에 1, 2페이지 정도만 할애해 한국어 번역판으로도 148페이지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주소와 영업 시간, 간판 메뉴, 구조, 영업 방침까지 필요한 정보는 알차게 적어놓았고, 소개 글에서 각각의 카페에 대한 애정과 그곳만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커피를 비롯한 음료수를 잘 마시지 않고 혼자 돌아다니거나 여행할 때도 카페는 거의 들르지 않는 내게도 이 책이나 책에서 소개하는 곳들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다른 여행서에 비해 특출나게 뛰어나다거나 내용이 풍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도쿄와 인근을 여행할 때 들고 다니면 꽤 유용할 듯하다. 여행하지 않을 때 따뜻한 커피나 차, 또는 다른 음료를 마시면서 몇 시간 동안 가볍게 읽기도 괜찮다. 책 속 카페들과 거기서 파는 음료들, 음식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카페에 앉아 잠시 쉬어 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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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난 골목 노포 산책 - 낭만이 깃든 작고 오래된 가게 노포 탐방기
천구이팡 지음, 심혜경 외 옮김 / 페이퍼스토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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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에 타이베이에 다녀왔다. 2박 3일의 짧은 여행이었고 마지막 날은 집에 돌아오는 데 다 썼기 때문에 타이베이도 충분히 돌아보지 못했다. 아쉬움을 달래려고 대만 여행과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다 이 책을 발견했다. 타이베이도 잘 모르면서 대만의 고도(古都)라는 타이난에 호기심을 품었고,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가 정겨워 보여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타이난 출신의 대만 삽화가가 타이난 곳곳의 노포들을 취재하고 그곳의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그려낸 책이다. 가장 역사가 짧은 곳도 3, 40년은 운영해 온 곳이다. 음식점부터 잡화관, 수리점, 영화관까지 업종은 다양하지만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어느 곳이나 같다. 저자가 고향 사람이어서 그런지 가게 주인들은 마음속 이야기까지 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미화 없이 그려낸 그들의 얼굴, 그들이 일하는 모습은 사람 냄새를 물씬 풍긴다. 잘 쓴 여행 서적은 그 지역의 민속지나 다름없다고 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가게들 하나하나를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 봤더니 한두 군데 빼고는 이 책의 원서가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영업하고 있다. 자식이나 손주가 가게 일을 돕고 있다, 가게 일을 이어갈 것이라는 가게들이 많았는데, 전통을 이어가려는 그들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인 리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찐 로컬 가게들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하긴 냄비나 가전제품 수리하는 가게나 명절에 쓰는 전통 종이 공예 파는 가게에 찾아갈 관광객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 책은 외국 관광객을 위한 가이드라기보다는 대만 사람들, 특히 타이난 사람들을 위한 책, 지금도 계속되는 타이난의 어제에 대한 기록으로 느껴진다. 이방인인 나는 대만 사람들이나 타이난 사람들, 이 모든 것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작가만큼 이 가게들을 사랑하지는 못하겠지만, 책으로나마 그들과 그들이 살아온 시간을 만나 반갑고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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