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애덤 스미스를 다시 읽는다 -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의 세계
도메 다쿠오 지음, 우경봉 옮김 / 동아시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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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애덤 스미스가 자유시장의 필요성만 강조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이론을 보이지 않는 손에 모든 것을 맡기고 정부나 도덕의 규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국부론』이 아닌그의 또 다른 저작 도덕감정론을 소개하면서 그가 말하는 자유시장이 도덕 안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애덤 스미스는 인간에게 도덕이 없다면 시장 자체가 성립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도덕이 없다면 상대와 굳이 상품을 교환하지 않고 힘을 쓰거나 속여서 상품을 빼앗을 것이기 때문이다그에게 부()는 단지 자신의 이익을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필요한 것을 교환하게 하는 것그럼으로써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이다여기에서 그가 경제의 근본을 숫자나 손익 계산이 아닌 인간에게서 찾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의 인본주의적인 면모는 숫자와 온갖 계산법들공식들에 밀려 경제생활 속에서 인간을 잊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가 자유시장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그가 살고 있던 시대적 배경 때문이었다그가 살고 있던 시대에 유럽 국가들은 식민지를 개척하고 전쟁을 벌이느라 식민지 관련 무역에만 힘을 쏟고 있었다. 그 덕에 식민지 관련 무역에 종사하는 일부 상인들만 정부에게서 혜택을 받고 있었다. 그 일부 계층만 식민지 사람들을 착취해 얻은 이익을 독차지하고 있었고정부는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스미스는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려 했다. 


이런 발견(아메리카 대륙과 희망봉 경유의 동인도 항로)들이 이루어졌던 특정 시점에 우연히 유럽 사람 쪽이 힘이 월등하여 멀리 떨어진 나라들에서 온갖 불의를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그 나라들의 주민이 더 강하게 되거나 유럽 주민들이 더 약하게 되어, 세계 모든 지역의 주민들이 용기와 힘의 균등 상태에 도달하여 상호의 공포심을 고무시킴으로써 독립국들이 불의를 저지르지 않고 서로서로 권리를 존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힘의 균등을 확립하는 방법으로서는, (나라들 사이의 광범한 교역이 자연히 또는 필연적으로 가져오게 될 지식과 각종 개량들의 상호교류가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 같다.(국부론 제4편 제7장 제3절)

그는 본국의 입장뿐만이 아니라 식민지 사람들의 입장 또한 헤아렸다. 위에 인용한 말에서  스미스는 식민지 개척이 활발하던 시대였던 18세기의 유럽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진보적인 시각을 보여 준다식민지 국가들을 교화 또는 약탈의 대상으로 보았던 다른 유럽인들과 달리, 그는 단지 이 시기에 유럽인들이 식민지 국가들보다 더 힘이 강했을 뿐이라고 보았다. 식민지 국가들이 거대한 수입원으로 취급당하던 당시에 식민지 국가들을 미래에 동등하게 교류할 상대로 보았던 그의 혜안이 놀랍다. 

그는 중상주의의 폐해를 지적했지만 중상주의를 갑작스럽게 폐지하고 급진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려 하지 않았다그는 중상주의 정책에 충실하게 자신의 일을 해 오던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스미스는 공익을 위해 충실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하루아침에 부당한 수단으로 부를 얻은 사람 취급을 당할 때 그들이 느낄 좌절감과 분노를 생각했다그는 자신의 신념에 도취되어 사람들을 장기말 취급하는 개혁가들을 경계했다

이처럼 그의 자유주의는 인간을 생각하고, 인간을 배려하는 자유주의였다. 자유주의 안에서는 자기 자신만의 자유뿐만 아니라 다른 개인들의 자유도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지킬 자유는 보장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과 애덤 스미스는 구분될 필요가 있다. 

국부론』은 한국어 번역본으로도 천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저작이고도덕감정론도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의 저작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이 이 두 저작을 완독하고 애덤 스미스의 진면모를 알게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두 방대한 저작을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시키면서 애덤 스미스의 진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이 책은 고전 다시 읽기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두 저작의 다시 읽기를 통해, 우리는 인간을 배려하는 애덤 스미스의 자유주의를 만나게 된다. 그의 자유주의는 인간이 배려되지 않는 지금의 경제 현실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는 점에서 그의 두 저작은 여전히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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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애덤 스미스를 다시 읽는다 -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의 세계
도메 다쿠오 지음, 우경봉 옮김 / 동아시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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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가 무엇보다 인간을 소중히 하는 경제를 추구했다는 것도 모르면서, 그를 핑계로 인간을 착취하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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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역사교사다 - 뉴라이트에 가하는 따끔한 일침
노기원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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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출판사의 역사 교과서가 좌파 편향적이라며 학교 현장에서 추방하려 했던 뉴라이트이들이 말하는 좌파는 어떤 의미일까그리고 이들은 역사 교과서에 어떤 역사관을 담으려 하고 있을까저자는 우선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 ‘즉 과거의 사료와 현재의 역사가의 대화임을 이야기한다사료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역사가이고역사가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는 사회의지를 지니고 있다그러므로 역사가의 역사 연구에는 그의 사회의지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뉴라이트가 자신들의 역사 연구에 어떤 사회의지를 반영하는지를 풀어간다.

 

저자는 뉴라이트 학자들의 공통된 태도로 자유시장경제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것을 꼽는다이들은 일제가 조선에 자유시장경제 제도의 씨앗을 뿌렸고친일파들은 일제를 도와 조선에서 자유시장경제 제도가 작동되는 것을 도왔다는 것광복 후에도 미 군정을 도와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창출해 냈다는 점 때문에 일제와 친일파를 적극 옹호한다미국식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수립하고 반공 노선을 추구하는 데만 전력을 다해 남북 통일과 국민의 인권민주주의는 외면했던 이승만도 국부(國父)로 추앙한다


이 책은 또한 지금까지도 공포와 증오의 대상인 빨갱이가 사실은 자유민주주의 반공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공된 존재희생양이라는 것을 폭로한다. ‘빨갱이를 만들어내고 그들을 배제시키며 반공 사회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이승만 이후 박정희전두환 집권기를 지나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저자는 그렇게 빨갱이로 낙인찍히고 국가의 공적 기억에서 추방된 예로 ‘4.3 사건을 든다조작된 공식 기억을 극복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뉴라이트는 자유시장경제를 위해서라면 민주주의도 버리는 기형적인 자유주의에 지나지 않음을 폭로한다하지만 저자는 그들이 만들어낸 반공 사회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고 이 사회의 민주주의는 더욱 더 발전되어 갈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역사에는 역사가의 사회의지가 반영되므로각자의 사회의지에 따라 각자의 역사관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이야기함으로써 뉴라이트의 역사관과 거기에 담긴 사회의지를 밝혀 보려는 이 책의 시도의 초석을 놓는다자유시장경제와 그에 따른 질서를 지키려는 인물이나 세력은 어떤 행동을 해도 정당화되거나 미화되고그들에게 희생되는 사람들은 잊혀지고 외면당한다심지어 빨갱이라고 불리며 증오와 공포의 대상이 된다저자가 바라는 것은 사람들이 그들의 질서와 그들이 조작해낸 공식 기억에 맞서잊혀진 진실을 기억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가는 것이다이 책은 뉴라이트의 근본적인 사회의지와 역사관그리고 그것이 품고 있는 위험성을 알린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이 책 이후로 뉴라이트와 금성교과서의 역사 교과서를 조목조목 비교하면서 구체적으로 이들의 역사관의 차이를 짚어가는 작업도 이어지길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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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역사교사다 - 뉴라이트에 가하는 따끔한 일침
노기원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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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쟁점들,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 서술의 문제점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최근의 국정교과서 논란 관련 내용을 넣은 개정보완판을 내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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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인문학 - 한국 인문학의 최전선
서동욱 기획 / 반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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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나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인문학’ 강좌들의 목록을 살펴보면 그 중 정말 인문학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강좌는 열에 한둘이 될까 말까다서점에 가서 인문학 도서들의 제목을 훑어보면 인문학조차 힐링이나 스펙 쌓기의 수단이 되어 버린 것 같다이 책은 인문학 열풍이 불지만 정작 인문학의 본질은 흐려진 지금의 현실에 문제의식을 제기한다인문학자부터 언론인출판인까지 인문학과 연을 맺고 있는 다양한 저자들이 모여 지금의 한국 인문학에 25개의 질문을 던졌다이 질문들을 통해 인문학은 무엇이고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다시 짚어본다.


이 책의 첫 질문은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적 CEO인가이다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기업의 CEO들은 인문학에 빚을 졌다고 말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인문학이 과연 진짜 인문학일까저자는 그들이 말하는 인문학이 새로운 자본주의에 필요한 정신들을 집약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이 책은 자본과 결탁해 현실을 가리는 우아한 가림막이 되어버린 인문학을 거부하고인문학이 다른 분야의 토대가 되거나 어디엔가 써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유용성의 의무에 반대한다.


유용성은 인간을 억압한다인문학은 쓸모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으며 억압이 인간에게 얼마나 부정적으로 작용하는지 보여준다이것이 쓸모없는 인문학이 쓸모 있는 이유다.”


책의 본문 중 비평가 김현의 글을 조금 변형시킨 이 글은 세상의 모든 것심지어 인간까지도 유용함이라는 잣대로 판단되며유용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인문학이 어떤 존재 가치를 가지는지 이야기한다인문학이 어디엔가 써 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수단이 아니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은 인문학의 시작 자체가 고전 문헌에 대한 비판적’ 독해였다는 데서 인문학을 인문학답게 하는 것이 비판 정신이라고 본다유용함이 가치의 척도가 되고 성공하고 출세하는 것이 목표가 된 세상그런 세상 속에서 절망과 무기력타성에 빠진 삶에 의문을 제기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성찰하는 것이 인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이자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인문학이 찾아야 할 본질은 비판과 성찰, ‘싸우는 인문학의 정신인 것이다.

 

인문학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지만인문 교양의 많고 적음이 사람을 바꾸지는 않는다는 이 책의 지적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인문학적 교양이 풍부한 대기업 CEO들은 정작 자신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일에서는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라는 인문학의 가르침을 내팽개친다그들의 인문학은 비판과 성찰이 빠진 교양으로서의 인문학일 뿐이다교양으로서의 인문학이라는 한계에 갇히지 않으려면 인문학의 가르침을 내 삶에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스스로 생각하고 길을 찾아야 한다그렇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세상과 자신을 동시에 수리하는 싸우는 인문학의 정신이다.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어진 소프트 인문학 세트 메뉴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이 책은 싸우는 인문학의 정신을 잃지 않는 인문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인문학이 자본과 결탁하면서 비판 정신을 잃고 원래의 방향에서 멀어진 지금이 책은 인문학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나침반의 역할을 한다그리고 너도 나도 인문학을 외치지만 정작 인문학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는 데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인문학 공부를 해도 정작 자신의 삶에는 변화가 없어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세상과 자신을 바꾸는 자신의 인문학이 무엇인지 고민함으로써 첫 발을 떼라고 제안한다그 발걸음들이 이어져 세상과 자신을 바꾸는 인문학이 뿌리내리길 바란다.

 

"유용성은 인간을 억압한다. 인문학은 쓸모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으며 억압이 인간에게 얼마나 부정적으로 작용하는지 보여준다. 이것이 쓸모없는 인문학이 쓸모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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