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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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릴 있는 전개뿐 아니라 비참한 처지에 있고 우울한 주인공의 심리 묘사마저 독자들을 몰입시킨다.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도 뛰어나면서 메시지까지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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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정원 - 명화를 탄생시킨 비밀의 공간 정원 시리즈
재키 베넷 지음, 김다은 옮김 / 샘터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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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짜로는 봄이지만 테라스에 화분들을 내놓을 때는 아직 되지 않았다그 대신 테라스에서 내려다 보이는 공터에는 매화꽃이 반쯤 피어났다다음 달 초에는 동네 곳곳에 벚꽃이 필 것이다이렇게 동네 전체가 내 정원인 양 꽃 피는 풍경을 즐기고 있지만지치고 힘들 때 언제든지 그 안에서 쉴 수 있는 나만의 정원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자기 정원을 갖고 있었고 그 풍경을 직접 그림으로 담아냈던 화가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그들의 행복을 간접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책이화가들의 정원이다이 책은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화가들이 직접 가꾸고 그 안에서 쉬고 작품을 만들었던 정원을 사진과 그림으로 담아냈다.


(위) 덴마크의 화가 P.S. 크뢰이어의 작품 <장미들>. 이 책의 표지 그림으로 쓰였다.

(아래) 영국의 화가이자 공예가 윌리엄 모리스가 디자인한 버드나무 잎 무늬 벽지. 이 책의 면지에서 활용되었다.


  『화가들의 정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정원 같다표지부터 하얀 장미들과 초록색 잔디그 위에 비치는 햇살로 가득하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덴마크 화가 P.S. 크뢰이어의 그림 <장미들>이다종이의 결이 그대로 보이는 약간 거친 질감의 표지 덧싸개는 캔버스를 연상시킨다표지를 지나면 19세기 영국의 화가이자 공예가였던 윌리엄 모리스가 디자인한 버드나무 가지 무늬가 프린트된 면지가 나타난다면지의 버드나무 숲을 지나면 화가들이 자신의 정원 풍경을 그린 그림들과 과거의 풍경을 담은 흑백 사진현재의 모습을 담은 컬러 사진들이 펼쳐진다책 전체가 그려지거나 사진으로 찍힌 꽃과 나무로 가득하다다른 책들보다 가로로 더 길쭉한 판형은 세로보다 가로가 더 긴 풍경화들과 풍경 사진들을 싣는 데 적합하다.


클로드 모네의 수경 정원 풍경. 모네는 수면에 반사된 빛을 포착하는 데 힘썼기 때문에, 수련을 비롯한 수경식물들이 너무 무성하게 자라 수면을 가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했다.

클로드 모네, <수련이 핀 연못>, 1899. 모네는 정원의 수련이 핀 연못을 자주 그렸다. 이 그림에는 모네가 1895년 설치한 일본풍 다리도 그려져 있다. 


  미술사 전공자가 아니라 조경 전문가가 쓴 책이지만 미술사 쪽으로도 설명은 잘 되어 있는 편이다앙리 마티스를 추상화가’, ‘유명한 화가가 아닌 화가라고 하는 것이 의아하지만(마티스는 간결하고 함축적인 형태의 종이 오리기 작품으로 추상미술에 영향을 미쳤지만본인은 구상화가였으며 피카소와 함께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 칭송받는다.) 화가 한 명 한 명의 미술 경향과 작품 활동을 충실히 설명하고 있다. ‘정원이 작품 속에 담기고 예술이 정원 속으로 흘러들어가 하나가 되었다는 서문의 문장처럼화가의 예술과 정원은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남기며 그 화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을 빚어냈다정원은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만큼이나 그 화가의 개성과 취향을 또렷이 보여주면서붓과 캔버스뿐만 아니라 흙과 씨앗으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데도 열중했던 화가들의 또 다른 면모를 드러낸다.


  이렇게 풍부한 사진과 그림이야기를 담고 있는데도 화가들의 정원에 있다고 상상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들이 있다우선 도판의 명도와 채도가 낮은 것이다형형색색의 꽃과 나무를 담은 그림과 사진인데도 실제로 인쇄된 책을 보면 생각보다 색감이 어둡고 차분하다좀 더 선명하고 화사한 정원 풍경을 원했던 독자들에게는 아쉬운 일이다모니터와 인쇄된 지면의 색상 혼합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인쇄된 지면에서 색감이 좀 더 어둡고 차분해질 수밖에 없지만색을 보정하면 원래의 밝고 선명한 색에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그리고 정원 관련 용어를 역주로 설명했으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포르티코퍼걸러코티지 정원정형 정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조경원예에 문외한인 독자로서 좀 더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었으면 했다이건 책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이지만 책에서 언급되는 식물 중에 낯선 이름이 많은 것도 내 상상을 가로막았다.

 

  이런 아쉬운 점들이 있지만출간된 지 몇 달 만에 5쇄나 찍은 것을 보면 이 책이 독자들에게서 꽤 호응을 얻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코로나 때문에 집안에 갇혀 있게 된 독자들에게는 먼 곳의 아름다운 정원을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다는 게 위안이 될 것이다나 자신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이 책에 실린 정원들의 그림과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았으니까책을 펼치고 마음에 드는 풍경을 골라서 그 안에 있다는 상상을 한다면화가들이 그랬듯이 잠시 동안의 평화와 휴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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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정원 - 명화를 탄생시킨 비밀의 공간 정원 시리즈
재키 베넷 지음, 김다은 옮김 / 샘터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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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든 사진으로든 평화롭고 고요한 정원 풍경은 독자들에게 마음의 안식을 준다. 다만 도판의 명도와 채도가 낮아 화사한 정원의 색감을 전달하지 못하는 것과, 조경, 원예 관련 용어를 역주로 설명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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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연예인 이보나
한정현 지음 / 민음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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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끊임없이 옭아매는 식민 체제와 독재 체제,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 자신답게, 자유롭게 살려고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때때로 소설이라기보다는 증언집, 사회과학 연구서처럼 느껴질 정도로 건조하고 담백하게 이들의 삶을 그리지만 애틋함이 배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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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오늘의 젊은 작가 26
김병운 지음 / 민음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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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은 의도로 쓰인 작품을 좋게 평가하지 못할 때는 죄책감이 든다.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을 평가할 때 이런 죄책감을 느꼈다. 이 소설은 공상표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배우 강은성이 진짜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동성애자라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세상에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그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겠다는 마음 하나로 세상의 온갖 편견과 몰이해, 폭력에 맞서 분투하는 인간의 이야기. 정말 좋은 주제이고 내가 마음 깊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소설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했을까?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선 이 소설은 메인플롯인 공상표의 커밍아웃과 사랑 이야기가 아닌 서브플롯인 공상표의 어머니 김미승과 그녀의 전 연인 양병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배우인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연예계에서 일해 오던 김미승은 동료인 양병진과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양병진의 말처럼 김미승은 아들에게 줄 사랑이 너무 많아 아들을 도무지 떠나지 못했고, 양병진에게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두 사람은 헤어졌다. 아들이 갑자기 사라지자 김미승은 양병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양병진은 다른 사람과 결혼했으면서도 김미승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종종 그녀와 만나며 옛 감정을 떠올린다. 그는 아들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느라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들에게만큼 애정을 쏟지 못하는 김미승의 모습을 보여주는 관찰자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결혼한 상태에서 배우자 몰래 옛 연인을 만나면서 애틋한 감정을 떠올리는 것 자체에 공감할 수 없었고, 메인플롯인 공상표의 이야기와 겉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공상표와 김영우의 사랑 이야기가 기대했던 것만큼 마음을 크게 움직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우선, 김영우의 구애 방식은 다소 폭력적이다. 김영우는 공상표가 게이임을 직감하고 그에게 너는 정말 게이가 아니냐, 섹스 경험은 있느냐, 이상형은 어떤 사람이냐고 집요하게 캐묻는다. 공상표 본인은 그것이 추파고 작업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그 과정에서 둘 사이에 흐르던 긴장감이 싫지 않았다고 말한다. 공상표 본인에게는 나쁘지 않았다지만 게이이든 이성애자든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는 굉장히 무례하고 폭력적인 행동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겪는 갈등들이 너무 전형적이며, 두 사람의 사랑을 와 닿게 하는 디테일이 더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김미승이 양병진과 헤어진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그가 등 푸르고 비린 생선을 싫어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정어리와 고등어 초밥을 대신 먹어주는 것 같은 사소한 것. 그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더 생생하고 개성 있게 만드는데, 작가는 그런 디테일을 보여주기보다는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열등감과 세상의 편견 때문에 헤어지게 되었는지 일일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몰입을 방해했던 것 중 하나는 게이는 여성적이다라는 편견이 이 소설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공상표는 어린 시절 소꿉장난이나 인형놀이에 관심이 많았고, 김미승은 아들의 이런 여성스러운행동을 경계해 아들의 인형을 모두 버렸다. 김영우의 단편영화에서 생애 처음으로 게이인 캐릭터를 연기한 공상표는, 영화 속 자신의 모습이 게이 같은 것, 말투, 몸짓, 목소리가 남자답지 못한 것이 싫었다고 말한다.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이 따로 있을까? 그리고 세상에는 수많은 게이들이 있고, 그들은 그저 각각의 개성을 갖고 있을 뿐이다. 이 소설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를 비판하는 작품인데도 한편으로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쉬웠다.


  이런 점들 때문에 온전히 이 소설에 몰입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몇 시간 뒤에 자신이 방화 사건으로 죽는다는 것을 모른 채 김영우가 마지막으로 공상표에게 문자를 보내는 장면이다. 몇 년 동안 공상표에게 다시 다가갈 용기를 내지 못하다 공상표가 커밍아웃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몇 번이나 문자를 썼다 지웠다 커밍아웃을 축하한다는 문자를 보낸다. 그러고 나서 어쩌면 공상표를 다시 만나고 그와 함께 만들지도 모를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품는다. 독자들은 그의 기대가 결코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죽은 김영우뿐 아니라 만들어질 수 있었지만 앞으로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 그들의 영화에게 애도를 보낸다. 그리고 자신에게 씌워질 온갖 편견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짜 자신으로 살기로 선택한 공상표에게 응원을 보내고, 그가 앞으로 만들어갈 작품들을 기대한다.

 

P.S. 부록으로 실려 있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는 꽤 알차고 디테일하다. 시놉시스를 읽어 보니 흥미로운 것들도 여러 개 보여 실제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져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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