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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 저녁의 범죄 ㅣ 가노 라이타 시리즈 2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9월
평점 :

이번에 만난 후루타 덴 소설 《아침과 저녁의 범죄》는 가노 라이타 두번째 이야기다. 그러기는 한데 가노 라이타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중요한 일을 하지만. 본래 그런 걸지도. 형사나 탐정이 나오는 소설도 형사와 탐정은 많이 나오지 않은 것 같다. 형사와 탐정이 있는 곳에서 사건이 일어나거나, 사건이 일어나면 형사가 현장에 가거나 탐정은 사건 의뢰를 받고 알아 보겠다. 지금 가노 라이타는 형사는 아니다. 예전에는 자백 전문 형사였다는데, 조사 받던 사람이 죽고 가노는 파출소 순경으로 일하게 된다.
가노 라이타가 파출소 순경으로 나왔던 첫번째 이야기는 단편으로 《거짓의 봄》이다. 가노 라이타가 나오는 이야기는 도서 미스터리다 하는가 보다. 도서는 ‘도치와 서술’이다. 예전에도 이 말 봤을지도 모르겠다.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는 게 아니고 범죄를 파헤치고 범인의 허점을 찾고 그걸 깨뜨리는 걸 즐겨야 하는 건가 보다. 그렇구나. 이번 이야기를 보니 경찰이 심증이 가는 것도 있지만, 잘 알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그거 보면서 어떤 사람이 가까이에 있지 않을까 하고 그 사람이 아닐까 했는데. 경찰이 나처럼 짐작만 하면 안 되겠지. 경찰은 분명한 증거를 찾거나 자백을 받아야 한다. 가노 라이타는 숨기려고 하는 사람한테서 말을 이끌어 냈다.
앞에 1부에서는 아사히와 유히 형제가 열해 전에 헤어지고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 그건 우연이 아니기는 했다. 아사히와 유히는 어릴 때 아버지와 셋이 자동차를 타고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고 좀도둑질을 하고 살았다. 어릴 때는 그런 게 괜찮았을 테지만, 아이는 자란다. 아버지가 죽고 아사히와 유히는 형제가 아니다는 걸 알고 둘은 따로 살게 된다. 지금까지 형제로 살았으니 그냥 둘이 살게 했다면 좋았을 텐데. 유히는 오랜만에 만난 형 아사히한테 자신과 함께 현의원 딸을 유괴하자고 한다. 그건 현의원 딸이 바란 거다. 그 일은 어떻게든 되기는 했다. 현의원은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가짜였다 해도 죄는 맞다. 그런 게 그냥 사라질까.
여덟해가 흐르고 가미쿠라역 앞 파출소에 신고가 들어온다. 가노 라이타는 거기에서 일하는 순경이다. 2부에서야 나오다니. 가노는 신고가 들어온 맨션에서 거의 죽어가는 남자아이와 죽고 며칠 지난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이 아이들이 1부에 나온 아시히와 유히와 어떤 상관이 있을까 했다. 상관없는 일이 나오지는 않겠다. 엄마는 아이 둘만 두고 밖으로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이웃은 젊은 여자가 아이와 사는지도 몰랐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구하지 못하고 엄마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다 여자아이는 굶어 죽고 남자아이도 거의 죽을 뻔했다. 이런 일 인터넷 기사에서 보기도 했는데. 한국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그 뒤 아이 엄마가 왜 그랬는지 나온 적 있던가. 없겠지. 어쩐지 이 소설은 그런 일 뒤에 가려진 일을 알려주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소설과 같은 일이 있었을지 없었을지 그건 모르겠지만.
아이를 낳는다고 부모는 아니다. 부모가 되어도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거나 자기 뜻대로 하려고도 한다. 학대 받은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기도 하는구나. 그 일은 또 다른 누군가한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가장 힘 없는 사람을. 겉으로 좋아 보인다고 해서 그 집안 사람이 괜찮은 건 아닐 거다. 괜찮아 보이는 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 알거나 낌새를 느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참 어려운 일이다. 그저 경찰에 신고한다고 될 일은 아닐 것 같다. 그래야 하겠지만 그게 꼭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모르는 척하는 것도 안 되겠지만.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아이를 학대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게 한다고 뭐가 좋을까. 학대인지 모르고 하는 것도 있겠다.
사실대로 알려야 하는 일 묻어두어야 하는 일도 생각하게 했다. 여기에 나온 여러 사람은 묻어두려고 했다. 그게 아이한테 좋다고 여겼다고 할까. 가노는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했구나. 어른이 아이를 생각하고 하는 일은 어쩌면 자기 자신을 생각하고 하는 걸지도. 어떤 일과는 마주해야겠지. 마주하는 게 힘들다 해도.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