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마시네
흐릿했던 머릿속이 선명해져
잠들었던 뇌가 깨어나는 건가
커피는 밤을 하얗게
지새우게 하지
진한 커피는 밤이야
내 안엔 밤이 가득해
어떤 깊은 밤도
시간이 흐르면
밝아와
커피 조금만 마셔
희선
날씨는 맑고
아침 공기는 상쾌했어요
오늘도 평화롭기를 바랐지요
겉으로 보이는 세상은 평화로워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전쟁으로 사람이 죽겠지요
진짜 바라는 건
세계 평화지만
어려운 거네요
이곳이 아닌
자신이 아닌
다른 곳과
다른 사람은
가끔 생각해요
미안해요
당신이
편안한 하루를 보내길 바라요
활활 타오르다가
조금씩 사그라들다
바람 한번 불면 꺼질 것 같아
안 돼
처음 마음은 뜨겁고
불타오르지만
시간이 가면 불꽃은 줄어들어
불꽃이 꺼져도
불씨는 꺼뜨리지 마
아주 뜨거운 것보다
미지근한 게 나을지도 몰라
마음도
바람도
조금 남겨 둬
너에게 편지를 쓰려고
편지지를 사러 갔어
문방구에는 편지지가 없어서
다른 곳에 갔더니 조금 있었어
옛날엔 편지 쓰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별로 없다니 아쉬워
아니
아주 없지 않아서 다행이야
편지지를 고르는 일은 즐거워
내가 보낸 편지를 받고,
네가 즐거웠으면 해
가만히 있어도 빛나는 때가 있겠지
그런 때는 길지 않을 거야
빛은 모두 사라지지 않아
조금씩 줄어들겠지
아주 밝은 빛보다
조금 희미한 게 좋지 않아
눈으로 보기에 편한 빛
은은하게 빛나는 것도
멋져
언제까지나 그렇게 빛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