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오고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다는 흔한 말이 떠오른다.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2024년은 더 익숙해지지 않은 듯하다. 그런 한해가 가려 하는구나. 지금까지 뭐 한 거지. 한 게 없다. 슬프다. 늘 십이월이면 같은 생각을 한다. 별다른 계획은 없었다. 그저 지난해에 하던 거 새해에도 이어서 해야겠다 했다. 다음해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자신이 하려는 거 계획하고 잘 지키는 사람도 있겠다. 하루하루 뭘 할지 생각하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 난 그냥 산다. 그냥 살아서 한해가 끝나갈 때쯤 한 게 없다고 느끼는가 보다. 다른 때는 책을 좀 보기도 했는데, 2024년에는 얼마 못 봤다. 우울하게 지낸 날이 더 많아서. 우울할 때 책을 보고 덜 우울해지려고 해야 했는데, 그런 날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일월에는 좀 나았는데, 좀 나았던 달은 얼마 되지 않는다.
시간이 가는 걸 아쉬워해도 시간은 잡지 못한다. 그걸 알면서도 그냥 보내는 시간 많다. 그때는 그렇게 하고 싶다 생각해도, 지나고 나면 왜 그랬을까 아쉬워한다. 내가 그러고 싶어서 한 건 아쉬워하지 않는 게 좋겠다. 별거 안 하는 시간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니지 않나. 난 그런 때가 많구나. 2024년 시월부터는 글을 더 써 보려고 했다. 책 읽고 쓰는 게 아닌 글. 그걸 많이 쓰지 않고 쓸데없는 것도 썼지만. 한주에 두세번은 쓰고 싶은데, 지금은 한번이나 두번 쓰는 것 같다. 이건 앞으로도 해야지. 오른손 네번째 손가락은 여전하다. 아직도 병원에 안 갔다. 이래서 글을 어떻게 많이 쓰나. 네번째 손가락 때문에 글을 잘 쓰려고 하지 않은 듯하다.
다음 2025년은 뱀띠 해로 을사년(乙巳年)이다. 을사조약이 생각나는구나. 을사늑약이 맞는 말이던가(1905년으로 2025년은 120년이 된다). 푸른 뱀띠다. 푸른은 풀색이다. 십이월에 나온 연하우표는 영원우표다 이건 일반 규격 요금이 올라도 돈을 더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규격 요금은 430원이다. 만약 그게 480원이 된다면 영원우표도 480원이 된다. 이런 거 알았지만 그렇게 써 본 적 없다. 영원우표로 많이 나온 해가 있는데, 그건 그때 거의 써버렸다. 정말 돈이 올랐을 때 규격 요금으로 쳐줄지 믿기 어려워서.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 아닌가. 이제는 거의 알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우표도 영원우표인 듯하니 말이다. 다음에 규격 요금이 올랐을 때 이 우표가 남아 있다면 편지 보낼 때 써야겠다. 남을지.
십이월에 연하우표와 연하장을 산다. 예전에는 십일월에 연하장을 샀는데, 지난해부터는 십이월에 산다. 지난해보다 이번에 많이 올랐다. 다음해에는 인터넷 우체국에서 일반형을 살까 하고 찾아보니 속지가 없다는 말이 있었다. 속지가 있는 게 나을 듯한데, 일반형도 속지 있었는데 없애다니. 그걸 우체국에서 팔지 않는 건 다 팔리지 않아선가 보다. 인터넷 우체국에서 사려면 한번에 열장은 사야 한다. 그렇게 팔면 거의 팔릴지도. 다음해 연하장은 다음해에 생각해야 하는데.
이번 2024년 그리 좋지는 않은 해였다. 2025년이 온다고 좋을 것 같지는 않지만, 새해니 기분은 좀 낫겠지. 내가 좋게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건 귀찮은데. 그냥 대충 살면 안 될까. 내가 이렇다. 다음해도 적당히 살아야지. 책은 2024년보다 더 보고 싶다. 우울함에 덜 빠지기를.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