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연필이야
사람은 글자를 배울 때
나를 쥐고 연습해
어릴 때만 나를 쓰고
조금 자라면 다른 걸 써
이젠 연필을 쥐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아
글씨 쓸 일이 별로 없어서
나이를 먹고도
여전히 연필을 쓰는 사람도 있어
정말 다행이야
나로 글을 쓰면
볼펜으로 쓸 때는 들리지 않는
연필심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가 들려
그걸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
나를 모든 사람이 쓰지는 않겠지만,
아직 쓰는 사람은 있어
희선
어둠이 내린 하늘을
수놓은 별이 아무리 많아도
닿지 못하네
네 마음도 다르지 않지
가까워 보여도
내 마음이 닿기 어렵잖아
별은 많다 해도
아주 멀리 있다는 걸 알기에
크게 바라지 않아
사람은 다르군
멀리 떨어진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더 가늠하기 힘들어
너도 멀고 먼 별이야
언제까지나 닿지 않겠지
기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기뻐
아침에 일어나고
별 일 없는 하루를 마치는 게
쉬운 것 같아도 쉽지 않아
별 일 없는 하루를 보내
내 마음은 기뻐
너도 큰일 없이
하루를 잘 보냈으면 해
가끔 안 좋은 날이 있다 해도
그날 잘 넘어가
어디에 둔지도 모르고
가지고 있는지도 잊는다면
그건 더는 쓰지 않는 거야
막상 버리려고 하면
지금 바로 안 써도
언젠가 쓸 거야 하지
정말 쓸 날 올까
왜 버리지 못하는 거야
미련이 많아서지
버리고 시원해져 봐
친구는 마음이 가까운 것 같지만
그러지 않기도 합니다
마음의 거리가 가까운 친구도 있고
마음의 거리가 먼 친구도 있어요
가깝든 멀든 친구겠지요
친구는
마음이 가까워도 좋고
마음이 멀어도 괜찮지요
서로 친구다 여긴다면
멀리 살아도
가까이 살아도
친구
만나도
만나지 않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