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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편지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7월
평점 :

수요일 하면 뭐가 생각나세요. 저는 가장 먼저 비가 생각납니다. 수요일은 물(水)이니까요. 단순하군요. 수(물)요일에 비 오는 날은 한해에 얼마나 될까요.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수요일은 한주 가운데 날입니다. 한국 달력은 그래도 다른 나라 달력은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일본은 월요일부터 시작해서 수요일은 한주 세번째 날이에요. 저는 학교 다닐 때 수요일이 가면 이제 반이 갔다 했던 것 같네요. 학교 다니기 싫었던가 봅니다. 싫기는 했지요. 안 빠지고 다니다니 대단하네요.
언젠가 글월이라는 편지 가게를 하는 사람이 쓴 《편지 쓰는 법》을 봤는데, 글월에서는 편지를 쓰고 모르는 사람 편지를 받을 수 있어요. 자신이 쓴 편지는 거기에 두고 다른 편지를 가지고 가는. 일본에는 ‘수요일 우체국’이 있답니다. 수요일에 편지를 쓰고 그걸 수요일 우체국에 보내면 다른 사람 편지를 보내준답니다. 이 책 《수요일의 편지》는 실제 있는 수요일 우체국을 모티브로 썼답니다. 편지 가게 글월도 소설이 나왔어요. 저는 아직 만나 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보고 나니 수요일에 편지 쓰고 싶기도 하네요. 저는 어느 요일이든 상관없이 쓰지만.
어쩐지 편지는 솔직하게 평소에 하지 못하는 말을 쓸 것 같기도 한데, 꼭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무라 나오미는 시부모와 아르바이트 하는 곳 상사와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일기에 썼어요. 친구가 수요일 우체국을 알려주고 거기에서 오는 여러 사람의 수요일 이야기를 보는 게 즐겁다고 해요. 그날 나오미는 친구와 안 좋게 헤어져요. 그 뒤 나오미는 일기를 쓰다가 친구가 알려준 수요일 우체국을 알아보고 수요일에 편지를 쓰는데, 실제 있었던 일은 아니고 자신이 빵집을 하는 꿈을 이룬 걸 상상하고 써요. 책을 보는 저는 그걸 알아도 나오미를 모르는 사람은 그걸 그대로 믿겠습니다. 나오미는 그 편지를 쓰고 조금 달라져요. 독을 뱉어내는 일기를 쓰지 않게 돼요. 그건 잘된 거겠습니다.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지만 현실을 생각하고 회사에 다니는 이마이 히로키. 히로키는 약혼자인 카키자키한테서 수요일 우체국 이야기를 들어요. 히로키는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동기가 프리랜서로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 여는 걸 보고 조금 질투합니다. 그런 자신을 못났다 여기기도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합니다. 아래층 사람이 죽은 고양이를 묻는 걸 보고 죽음을 생각하다 삶을 생각해요. 단 한번뿐인 삶이니 아쉬움 없이 살아야겠다고. 히로키는 인터넷에서 수요일 우체국을 찾고 거기에 맞는 양식으로 편지를 씁니다. 히로키가 쓰는 건 앞으로 자기 마음에 귀 기울이고 하고 싶은 걸 지금부터라도 조금 시작하겠다는 다짐 같은 거였어요.
잠시 쉬어가는 걸까요. 세번째에는 수요일 우체국에서 일하는 사람 미쓰이 겐지로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쓰이 겐지로는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 아내가 죽고 딸하고만 살아요. 그때 하던 일은 해일로 모두 쓸려가서 못하게 되고 수요일 우체국 일을 이웃과 함께 하게 됩니다. 돈은 많지 않아도 미쓰이 겐지로는 그 일을 즐겁게 생각해요. 겐지로가 편지를 받는 건 아니어도 편지를 보내줘야 하니 읽을 거 아니예요. 그런 편지를 읽다보면 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겠습니다. 누군가 정해진 사람한테 보내는 편지는 읽으면 안 되겠지만, 수요일 우체국에서는 편지를 봐야 하는군요. 쓰지 않아야 하는 게 있을지 봐야 하니. 본래 편지는 무작위로 보내주는데 겐지로는 나오미와 히로키 편지를 보고 두 사람 편지를 서로한테 보내주면 좋겠다 생각하고 그렇게 합니다.
편지를 쓰는 건 앞에 나오고 편지를 받는 이야기는 뒤에 나옵니다. 앞부분 보면서 편지 받는 건 안 나오려나 했는데 나왔군요. 누군가의 편지가 힘이 되거나 자신을 바꾸게도 할까요. 책을 읽었을 때도 그런 일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러지 못했지만. 어떤 글을 보고 나도 달라져야지 하는 적 있는데, 그게 오래 가지 않습니다. 소설 속 사람은 다르군요. 아니 불안이 없는 건 아닐 거예요. 나오미뿐 아니라 히로키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합니다. 두 사람 편지는 두 사람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달라지게 해요. 저도 그런 편지 받아보고 싶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