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의 살인 첩혈쌍녀
아라키 아카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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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는 인류가 서로 싸우고 사라질지 정말 여러 이야기처럼 소행성이 날아와서 멸망할지. 소행성이 날아오고 지구에 생명체가 사라진다고 해도 지구가 남아 있는 한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생명체가 다시 나타날 거다. 그런 일은 오래전 육천육백년 전에 있었다. 지구를 지배한 파충류 커다란 공룡이 살다가 어느 날 사라지지 않았나. 아주 갑자기는 아니고 여러 날에 걸쳐서 공룡이 죽었을 거다. 그런 일이 또 일어나지 마란 법이 없기는 하다. 달도 소행성과 지구가 부딪쳐서 생겨난 거니. 그때 지구엔 아무것도 없었다. 지구는 뜨거운 곳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겠지. 오래전 일을 생각하고 지구로 소행성이 부딪친다는 이야기를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때 정말 우주로 달아나려고 준비하는 사람 있을지, 있을 것 같다. 돈 많은 사람은. 난 아마 그 날이 올 때까지 그냥 그대로 살겠지.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서. 그때 읽고 싶은 책이 나한테 없다면 참 아쉬울 듯하다. 아니 도서관은 그대로 있을 테니 거기에 가서 빌려와서 보면 되겠다.


 앞에서 지구가 소행성과 부딪친다는 말을 한 건 이 소설 설정이 그래서다. 《세상 끝의 살인》에서는 소행성이 지구로 다가온다고 한다. 그것도 이천이십오년 삼월 칠일에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친다고 한다. 지금은 이천이십사년인데. 그런 일이 일어날 텐데, 고하루는 운전면허증을 따려고 운전학원에 다닌다. 운전학원이 운영을 하는 건 아니지만, 거기엔 강사가 한사람 있었다. 이사가와 강사다. 여성 강사와 스물세살 여성이 나와서 그런지 장류진 소설 <연수>가 생각나기도 했다. 거기에서 운전을 배우는 사람은 하루보다 나이가 좀 많았던 것 같지만. 비슷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냥 여성 두 사람이어서 생각난 것뿐이다.


 소행성은 일본 구마모토현 아소군에 떨어진단다. 일본에 사는 많은 사람은 일본을 떠나고 다른 나라로 갔는데, 세상에 그렇게 떠날 수 있는 사람만 있지는 않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도 떠나지 못하겠지. 일본과 가까운 한국 사람도 많이 떠났을 것 같다. 여기엔 나오지 않았지만. 이사가와 강사와 하루가 운전 교습을 하려고 차를 타려고 했더니, 차 트렁크에 여성 시체가 있었다. 운전하는 데 차 트렁크는 왜 열어보나 하는 생각이 들겠다. 세상이 어지러우니 여러 가지 물건을 들고 다녀야 할 거 아닌가. 하루는 생존 배낭을 가지고 다녔다. 그걸 트렁크에 넣으려다 여성 시체를 발견한다. 배낭이 없었다면 여성 시체는 시간이 더 지난 다음에 발견됐으려나. 배낭을 트렁크에 넣지 않고 뒷자리에 두어도 괜찮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지금 들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지.


 여성 시체를 보고 이사가와는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고 시체가 어떤지 살펴본다. 그리고 여러 가지를 추리한다. 그런 모습 봤을 때 예전에 뭔가 다른 일을 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이사가와는 예전에 경찰이었다. 그러니 시체를 잘 살펴보고 언제쯤 죽었는지 다른 곳에서 죽임 당했다는 걸 알았겠지. 세상이 멸망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때 제대로 경찰이 일을 할까. 그래도 두 사람은 경찰서로 간다. 거기에서 두 사람이 더 죽임 당한 걸 알게 된다. 비슷한 방법으로 죽임 당해서 연쇄 살인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곧 모두 죽을 텐데, 누가 사람을 죽였을까. 세상이 멸망할 때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사회 자체가 움직이지 않을 테니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하나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그런 거 생각하니 좀 무섭구나.


 사람은 동물이지만 생각하기에 본능으로만 살지 않는다고도 하는데. 사회가 멈췄다 해도 누군가를 생각하고 병원을 여는 사람이 있고 떠나지 못하고 남은 사람이 남은 시간이라도 편안하게 살게 하려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해도 모두가 거기에 휩쓸리지 않을 거다. 남은 사람은 서로 돕고 살겠지. 여기에도 그런 사람이 나온다. 이사가와는 정의감이 남다르지만. 세상이 끝나지 않았으니 범인을 잡아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하다. 세상이 어떻든 사람은 사람으로 살다 죽어야 할 거 아닌가. 누군가를 괴롭혔던 사람도 세상이 끝나가자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겠다. 예전에 그런 일 안 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책을 보기 전에 맨 앞에 일본말로 쓰인 걸 보고 이건 어디에 나오는 걸까 하면서 앞이 아닌 뒤를 살펴보다 어떤 걸 보았다. 그걸 봤다고 해서 내가 바로 뭔가 알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걸 보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에서 못 찾고 바로 앞에서 찾았다. 책 앞부분이다. 두번째 문단부터다. 이런 걸 왜 맨 앞에 적어둬서. 이런 게 없었다면 내가 뒷부분을 안 봤을 거 아닌가. 책은 앞에서 차례대로 보는 게 가장 좋다. 살짝이라도 뒤를 먼저 보면 뭔가를 알아버리기도 하니. 뭔가 알게 된다 해도 그것보다 다른 걸 더 보면 괜찮기는 하겠다.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 서로 돕는 거. 세상이 끝나간다 해도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거. 세상이 끝나서 모두 죽는다 해도 누군가한테 죽임 당하는 건 안 좋지 않나. 이 책을 보니 스스로 죽은 사람도 많았다. 진짜 세상이 끝날 날이 얼마 남지 않게 되면 그런 사람 있을까, 있을지도.


 하루도 마음이 왔다 갔다 했지만, 마지막까지 마음을 지켰다. 난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자기 마음을 지키면 좋겠다 생각한다. 모두가 죽는다 해도. 죽을 때까지 마음 편하게 사는 게 더 좋지 않나. 난 그런데.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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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3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4-12-24 03:52   좋아요 0 | URL
늘 늦게 잡니다 그 시간이 저한테는 늦은 때지만, 누군가한테는 이른 시간이겠습니다 그때 일어나는 사람도 있을 테니... 조금이라도 빨리 자려고 하는데, 잘 안 됩니다 조금 자고 일어나야 하기도 해서, 그때 조금 힘들군요 다시 잔다 해도... 은경 님 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감은빛 2024-12-2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룡은 사실 멸종한 것이 아니라고 어느 티비 교양 프로그램에서 요즘 자주 화면에 보이는 어느 과학자가 말하더라구요. 새가 공룡이니까. 체구가 큰 공룡들은 긴 시간에 걸쳐 사라졌지만, 공룡의 일부는 새로 진화해 여전히 잘 살고 있다고.

소설의 설정이 무척 흥미롭네요. 책 표지 왼쪽 위의 일본어를 읽고 뒤를 살펴보셨다는 거죠? 그 부분이 어떤 내용이길래 희선님께서 이렇게 쓰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책을 읽을 때 항상 앞 뒤 표지와 판권면, 저자 서문과 번역자의 후기, 추천사 등 본문 이외의 모든 글을 먼저 다 읽고 이 책이 만들어진(그러니까 저자가 쓰고, 출판사가 편집하고 혹은 번역자가 번역하는) 과정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고 내용을 읽어요.
 
은달이 뜨는 밤, 죽기로 했다
조영주 지음 / 마티스블루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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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에 나오는 사람 이름이 처음부터 나오는 건 아니기도 하지. 조금 뒤에 나오기도 하고 끝까지 안 나오기도 하고, 끝나기 전에 나오기도 한다. 《은달이 뜨는 밤, 죽기로 했다》에 나온 여자 이름은 거의 끝날 때가 되어서 나온다. 자신도 잊어버린 이름이 말이다. 자기 이름을 듣고 그는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더 들었을 것 같다. 이 말을 이렇게 앞에서 하다니. 그는 죽으려고 한 날 죽지 못했다. 그가 죽지 못한 게 다행이겠지.


 지금까지 살면서 알게 된 건데,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힘들다는 거다. 죽고 싶은 사람한테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을 생각해 봐 하면 그 말이 제대로 와 닿을까. 그 말에 별로 귀 기울지 않을 것 같다. 즐거운 일이 있어야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사람은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죽고 싶기도 하겠지. 누군가는 별거 아니다 생각할 만한 게 있을지도. 나도 죽고 싶을 때가 있기도 한데, 죽고 싶어하는 사람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한다. 난 다른 사람이 왜 죽고 싶은지 말하면, 어떤 까닭이든 나보다 낫네 할 것 같다. 내가 이렇구나. 내가 죽고 싶어하는 사람 말을 듣는 건 거의 책에서다.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나지 못할 일도 있겠다. 누군가 죽으려 할 때 소설에 나온 것처럼 카페 은달이 나타나면 좋을 텐데, 어렵겠지.


 다른 날과 다르게 은달이 뜬 밤 그는 죽으려고 했다. 목을 매달았는데 그는 죽지 않고 시간이 멈추고 카페 은달이 나타났다. 카페 은달은 은달이 뜬 날에만 문을 열었다. 카페 은달에는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라고 하기보다 이름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걸. 할머니가 하트 여왕이라는 말을 해서, 혹시 앨리스인가 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그는 카페 은달에서 할머니와 지내다 할머니가 만들어준 초콜릿을 먹고 혼자가 된다. 다시 할머니가 돌아오기를 바라고 그는 할머니가 만들어준 초콜릿을 만들어 먹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빵을 만들면 카페 은달이 하늘로 뜨고 다른 시간으로 간다.


 집이 회오리 바람에 날아가 오즈로 가는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하지. 그는 도로시인 듯한 아이를 스쳐지나기도 한다. 카페 은달은 일제 강점기도 가고 달의 뒷면에도 간다. 거기에서는 닐 암스트롱을 구했다. 이건 실제 닐 암스트롱이 겪은 ‘공백의 48분’을 상상한 게 아닐까 싶다. 난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구나(내가 못 찾아서 그런지 몰라도 안 나오는구나. 닐 암스트롱은 달의 뒷면에 갔을까). 사람은 어딘가에 가고 누군가를 만나면 조금 바뀌겠지. 그때 좋은 일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다르지 않구나.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좋은 일이 있기도 하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아주 힘든 일이 일어나면 좌절하고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기도 하겠다. 소설 속 그도 다르지 않았구나.


 어떤 때 사람은 살고 싶다 할까. 어두운 밤이 가고 밝은 아침이 오는 때. 목이 아주 말라서 시원한 물 한잔 마셨을 때. 읽고 싶은 책을 읽을 때. 쓰고 싶은 글을 쓸 때. 누군가 자신을 생각하고 보내준 편지를 받았을 때. 좀 더 생각나면 좋을 텐데 떠오르지 않는구나. 한국 작가가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받은 걸 알았을 때. 살다 보니 이런 때를 맞기도 하는구나 할지도. 다른 사람이 상 받는 게 뭐가 그리 기쁠까 싶지만, 노벨문학상은 다른 듯하다. 여기 나오는 사람은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했다. 여자도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 받은 걸 알고 기뻐했을 것 같다. 현실과 소설은 다른 세계겠지만 같은 일도 있겠지. 그러기를 바란다.


 떠나면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러고 보니 이야기에서도 이건 다르지 않구나. 아주 다른 곳에 머무는 사람이 없지는 않지만. 그건 그곳을 그 사람이 있을 곳이다 여겨서가 아닐까. 카페 은달은 그가 죽으려던 때로 돌아오고 멈췄던 시간이 흘러간다. 그는 죽지 않는다. 앞으로 살아간다고 해야겠다. 죽으려고 했을 때보다 따듯하게 느낀 세상에서 이연정으로. 여기 나온 사람은 이연정이다. 연정이 앞으로 즐겁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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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4-12-21 1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인공 이름이 이연정이군요. 그녀가 죽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괴로운
일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한 가지라도 좋아하는 게 있다면.. 낫지 않을까요.
12월이 이제 열흘 남았네요. 어느때보다 혼란한 시절을 보내고 있군요. 우리는.
잘 해결되고 안정되어서 마음이 편안해지면 좋겠습니다.
감기조심하시고 잘 지내세요. 희선님.^^

희선 2024-12-22 01:47   좋아요 0 | URL
죽고 싶다 생각해도 뭔가 일이 일어나면 죽지 않기도 하겠습니다 그게 아주 작은 일이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죽으려고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살아보면 좋겠네요 힘들어도...

2024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이번은 더 빨리 간 듯합니다 나라에 좋은 일이 있기도 했지만, 혼란스러운 날들이 이어지는군요 자기 자리에서 사는 게 좋을 듯합니다 저는 별로 하는 거 없군요

모나리자 님도 건강 조심하시고 2024년 남은 시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세월 1994-2014 노란상상 그림책 108
문은아 지음, 박건웅 그림 / 노란상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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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을 수 없는, 잊지 않아야 하는 날, 2014년 4월 16일.

 정말 잊지 않고 살아가는 걸까.

 어쩐지 잊는 날도 있는 것 같아.

 시간이 흘러가 버려서 말이야.

 시간이 흐르는 걸 핑계로 삼다니, 미안해.


 우리가 아는 배 이름은 ‘세월호’지.

 처음 이름은 ‘나미노우에 海の上(파도 위)’였대.

 일본 바다를 열여덟해 동안 다녔다고 해.

 배가 오래 되어 그만 쉬게 해줘야 했는데,

 한국으로 가지고 오고 뜯고 고쳤어.

 뜯고 고쳤다면 더 점검해야 할 텐데,

 짐은 더 많이 싣고 사람도 많이 태웠어.


 세월호는 신호를 보냈어.

 그걸 사람은 알고도 모르는 척했겠지.

 좀 더 바다를 달려야 한다고 말이야.


 2014년 4월 15일엔 안개가 끼었어.

 다른 배는 다니지 않았는데,

 세월호는 두 시간 늦게 인천에서 제주로 가려 했어.

 안개가 끼었으니 안 갔다면 더 좋았을걸.

 지금 이런 생각해도 소용없지만,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에 배가 기울었을 때

 가만 있으라, 하지 말지.

 학생이 먼저 119에 신고했대.

 선장과 선원이 먼저 배에서 떠났어.

 아이들한테 배에서 피하라는 말이라도 하고 그러지.


 수학여행 간다고 아이들은 즐겁게 집을 떠났을 텐데,

 끝내 제주도엔 가지 못했군.

 세월호도 아이들 구하고 싶었을 거야.

 그러지 못해서 많이 안타까웠겠어.


 배가 가라앉고

 한 해 두 해 세 해……, 시간은 자꾸 흐르고 열해가 됐어.

 그동안 아무것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듯해.

 나도 관심을 많이 가지지는 못했어.

 그저 생각만 했어.

 생각 안 하는 것보다 나을지,

 생각만 하면 안 될지도.

 같은 일이 또 일어나면 안 될 텐데 말이야.

 여전히 안전을 많이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사람은 참.


 2014년 4월 16일,

 잊지 않아야지, 잊지 않아야 해.

 언제까지나 기억해야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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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12-17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세월호의 생년과 출생지를 모르고 있었네요. 그때의 일도 잊고 지내고. 사람이 그러네요. 내 일이 아니면 잊고 사는 거. 그래도 세월호와 관련된 단어나 비슷한 음절이 나오면 기억하는데.ㅠ

희선 2024-12-18 02:41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보고 알았군요 배도 어느 정도 쓰면 더는 못 쓸 텐데... 고치고 짐이나 사람을 덜 싣고 태웠다면 더 나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러지 않은 게... 돈이 뭐라고... 한국으로 와서 세월호가 되다니, 세월만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저도 자주 생각하지는 못하네요 4월이 오면 그때구나 합니다 어느새 열해가 넘다니...


희선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창비시선 485
유수연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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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집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는 라디오 방송 듣고 한번 볼까 했어요. 그날 방송은 본방송에 저녁에 재방송, 주말에 재방송 두번 더 했어요. 같은 방송이 모두 네번 나온 거예요. 네번에서 한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듣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여러 번 듣다보니 유수연 시인이나 시집에 관심이 갔습니다. 그때는 그랬는데. 막상 시집을 펼치고 보니……. 여전히 저는 모자랍니다. 시를 보기는 해도 제대로 못 봅니다. 유수연 시인 시집은 이번이 첫번째예요. 한번 죽 보고 한번 더 봤지만 뭐가 뭔지. 슬프군요. 시가 사람을 좌절하게 만들다니(시만 그런 건 아니군요). 두번 보고 알 만한 시는 아닌가 봅니다. 어떤 시든 그렇겠네요.


 앞에서 라디오 방송 여러 번 들었다고 했는데, 라디오 방송이 어땠는지는 하나도 말하지 않았네요. 시간이 흘러서 그때 방송 거의 잊어버렸습니다. 하나 생각나는 건 유수연 시인이 그날 읽은 시예요. 맨 처음에는 <감자가 있는 부엌>일 거예요. 마지막엔 <개평>이었던가. 시가 어땠는지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시인이 감자를 시에 잘 쓴다고 한 건 생각납니다. 그건 유수연 시인이 아니고 라디오 방송 진행자(윤고은)가 한 말이었을지도. 누군지는 잊어버렸지만, 감자가 들어간 시를 쓴 시인이 여럿인 듯합니다. 감자라. 어두운 곳에 두어야 하는 감자. 밝은 곳에 감자를 두면 싹이 날까요. 감자 싹엔 솔라닌이라는 독성분이 있어서 먹으면 안 되죠.


 시집에 담긴 시를 보다 보니 제목에 ‘생각’이라는 말이 들어간 시가 여러 편이더군요.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입니다. 제가 편지 쓸 때 자주 쓰는 말이 ‘생각’입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제목에 생각이 들어가지 않아도 시에 생각이라는 게 없지는 않겠습니다. 이 말을 쓰지 않을 뿐이겠지요. 생각, 생강. 조금 쓸데없는 말을.




잠시 녹았을 때 다 흐르지 못했다


가만히 있었다

도망치지 못한 내가


사람은 제일 아팠던 말을 잊지 않아

꼭 그 말로 다른 이를 찌르고 싶어 해


너는 녹을 때까지 안아보자 했다


서로를 깊숙이 찌르며

온몸이 젖을 때까지


괜찮지? 웃으며 바라보는데

내 손엔 아직 들린 것이 있었다


더 아픈 줄 알았는데 나만 녹지 못했다


-<고드름>, 91쪽




 뭔가 알아서 시를 옮긴 건 아니예요. ‘사람은 제일 아팠던 말을 잊지 않아/꼭 그 말로 다른 이를 찌르고 싶어 해’ 가 눈에 띄네요. 천천히 시를 보면, 시에 담긴 말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알까요. 여기엔 그런 게 많을 듯합니다. 그게 뭔지 뚜렷하게 말 못하고, 어떤 건지 짐작도 안 돼요. 자신이 모르는 게 시에 들어가기도 하네요. 시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기도 한데, 시는 이해하기보다 느끼는 거겠지요. 느끼는 것도 쉽지 않은 거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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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괴물의 탄생 - 프랑켄슈타인을 쓴 작가 메리 셸리 이야기
린다 베일리 지음, 훌리아 사르다 그림, 김선희 옮김 / 봄의정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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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메리 셸리는 열여덟살에 《프랑켄슈타인 :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를 썼다. 프랑켄슈타인 다음에 ‘현대의 프로메테우스’가 붙는구나. 오랫동안 괴물을 프랑켄슈타인으로 알았다. 괴물을 만든 사람이 프랑켄슈타인이다. 이건 나만 잘못 알았던 건 아니다. 많은 사람이 나처럼 알았을 거다. ‘프랑켄슈타인’은 여전히 못 읽었다. 언젠가 만날 날이 올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영화 같은 것도 본 적 없는데.


 이 책 《위대한 괴물의 탄생》에는 메리 셸리가 어떻게 하다 《프랑켄슈타인》을 쓰게 됐는지가 담겼다. 메리 엄마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초기 페미니즘의 중심인물로 《여성의 권리 옹호》를 썼다. 아버지도 사상가였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메리를 낳고 열하루째에 세상을 떠난다. 메리는 엄마 얼굴을 몰랐지만, 엄마를 그리워했다. 얼굴을 모르기에 더 그리운 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엄마니까.


 메리는 상상력이 많았다. 이런저런 책도 많이 보았다. 집에 작가와 과학자 여러 사람이 와서는 무서운 이야기를 했다. 메리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상상했다. 아버지가 새로 결혼하고는 메리는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공부를 했다. 메리는 새어머니하고 사이가 좋지 않았다. 집안 사람은 메리를 골칫거리로 여겼다. 아버지가 메리한테 사랑을 주었다면 조금 달랐을지도 모를 텐데. 메리는 시인 퍼시 비시 셸리와 동생과 함께 집을 떠난다.


 예전엔 여성이 어딘가에 가는 거 쉽지 않았겠지. 여성은 집에 있어야 한다 생각했을 거다. 메리는 조금 자유롭게 산 듯하다. 메리는 우연히 프랑켄슈타인성에 들르기도 했다. 열여덟이 지나고 메리와 동생 클레어 그리고 셸리는 스위스에 간다. 스위스에서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과 바이런 친구인 폴리도리를 만난다.


 다섯 사람은 폭풍우가 치는 밤에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다 바이런이 무서운 이야기를 꼭 써 보자고 했다. 누구 이야기가 가장 무서울지.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무서운 글을 써 보자고 했다는 말 들은 적 있다. 메리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런 어느 날 꿈을 꾸었다. 과학자가 시체를 이어붙여 괴물을 만들고, 괴물이 깨어나자 과학자는 무서워서 달아났다. 자꾸 생각하면 자신이 쓸 이야기가 꿈속에 찾아올까. 어쩐지 부럽구나. 메리는 처음엔 꿈이 무서웠는데, 곧 그게 자신이 써야 할 이야기라는 걸 깨닫는다.


 자신이 쓸 이야기가 찾아온다고 해도 그걸 바로 쓰기는 어렵겠지. 메리는 아홉달 동안 그것만 생각하고 글을 썼다. 그 이야기는 출판사 두곳에서 거절 당하고, 세번째 출판사에서 책으로 내기로 했다. 메리가 쓴 《프랑켄슈타인》은 상상뿐 아니라 경험도 들어갔다. 메리가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상상력을 키워서 책을 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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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1 19: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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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5 1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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