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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평점 :

이런 말은 처음으로 하는데, 예전에 운전 면허증을 땄다. 운전 면허증 땄지만, 운전은 하지 않아 그냥 있을 뿐이었는데. 지금은 아예 없다. 운전하지 않아도 면허증은 갱신해야 한다. 그걸 하려면 사진도 찍어야 해서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갱신해뒀다면 더 나았으려나 하는 생각을 했구나. 멀리에 가야 하는 일이 있어서. 운전 면허증이 있었다면 차를 빌려서 가면 됐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운전하는 것보다 남이 운전하는 차 타는 게 마음 편하기는 하겠지만. 택시를 오래 타는 게 참 싫었다. 차 냄새도 싫고 얼마에 가달라고 하는 것도(그런 걸 아주 안 들어주지 않아 다행이구나). 그건 내가 말 안 해도 됐지만. 지금은 먼 곳에 가지 않아도 된다. 다행이다.
첫번째 소설 <연수>와 두번째 소설 <펀펀 페스티벌>은 예전에 보기는 했다. 지금 생각하니 자동차 운전 면허 학원 강사는 거의 남성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그랬지만 이제는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연수>에서 주연은 뭐든 잘 하지만 운전은 잘 안 돼서 운전을 안 하다가 일하러 가고 돌아올 때 자신이 운전하는 게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운전 연수를 받으려 했다. 이런 생각은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구나. 나 같은 사람은 차도 없는데 무슨 운전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연주는 차를 먼저 샀다. 이런 말보다 예전에 운전 배우던 거 말하려 했는데. 코스에서 딱 하나 잘 안 되는 게 있었다. 배우는 시간에는 자꾸 안 돼서 속상하기는 했는데, 시간이 끝나갈 때 됐다. 그때 좀 신기했다.
이 소설 <연수>에서 주연은 처음에 일하러 가는 길 운전하는 걸 알려달라고 한다. 여성 강사는 그것보다 기본기를 다지면 다른 건 저절로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운전을 알려주는 사람은 여성이고 많은 사람이 잘 가르친다고 말한 강사였다. 강사가 기본기를 말하니 정말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이 운동은 아니어도 몸으로 익히는 거기도 하니 기본기를 먼저 다지는 게 좋겠지. 주연은 둘째날엔 첫날보다 운전을 잘 했다. 그래도 혼자 운전하는 게 걱정돼서 연수를 더 받으려 했는데 강사가 하지 않겠다고 한다. 운전은 혼자해야 하지. 앞으로 주연은 혼자 차 안에 있어도 운전할 수 있겠지.
몇 해 전에 <소설 보다>에서 <펀펀 페스티벌>을 만났다. 그때 장류진이라는 이름이 좀 알려졌던 것 같다. 요즘도 회사에서 합숙 면접할까. 이건 예전에 생각했던 걸지도. 지원은 이찬휘를 아이돌처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이찬휘는 연습생이었던 적도 있었지만 연예인은 되지 못했다. 그런 이찬휘와 지원은 세명그룹 3차 면접 때 함께 밴드를 하게 된다. 지원은 이찬휘 얼굴을 자꾸 보았다. 이찬휘는 얼굴은 잘생겼지만 사람은 그렇게 괜찮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지원은 이찬휘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얼굴은 좋아했다. 알 수 없는 마음이구나. 이런 것보다 다른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세번째 소설 <공모>라는 제목을 보고 무슨 공모전 이야긴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공모가 아닌, ‘두 사람 이상이 어떤 일을 하기로 합의하는 일’이었다. 이 이야기는 옛날 느낌이 나기도 했는데,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달라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회사에서 회식할 때 꼭 2차를 가야 할까. 1차만 가면 안 되나. 2차는 언제나 가는 곳으로 가다니. 인사 청탁 안 해도 될 사람을 한 건 왤까. 그 부분이 의문이구나. 다른 회사에도 쉽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관리직이 되면 일 잘 하는 사람을 자기 곁에 두고 앞으로 가르치고 싶은 사람도 있을까. 난 그런 마음 모르는구나. 자기 밑에 일 못하는 사람보다 잘 하는 사람이 있는 게 더 좋기는 하겠다.
처음 나온 사람보다 그 사람들이 보는 사람이 더 중요한 이야기 <라이딩 크루>. 액자 소설이다 해야겠지. 난 ‘나’가 자신이 자전거 라이딩 모임을 만들고 여자 둘 남자 둘을 골랐다고 하고 나중에는 남자 넷 여자 넷으로 하겠다는 말 보고 잘될까 했다. 세상엔 남자 여자가 있고 자전거는 누구든 탈 수 있는 거기는 하다. 그냥 혼자 타는 게 편할 것 같은데, 자전거는 누군가와 함께 타고 싶은 거기도 한가 보다. ‘나’와 여자 둘 남자 둘 다섯일 때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나’가 여자로 착각한 허니우드 최도헌이 오고는 안 좋아진다. ‘나’가 최도헌을 여자로 잘못 본 게 문제구나. 최도헌은 남자로 키가 크고 잘생기기도 했다. 여성 둘은 최도헌이 온 날부터 관심을 많이 가졌다. 그런가 보다 하면 될 텐데, 그런 거 질투하고 시샘했다. ‘나’가 그랬다. 그러다 ‘나’와 최도헌은 알몸으로 자전거를 타게 된다. 실제 이런 사람 있을 것 같다.
올림픽에 나가고 메달을 따리라 기대받으면 무척 부담스럽겠다. 그런 거 기대하지 않은 사람이 메달을 받으면 사람들은 그쪽에 관심을 갖는다. 올림픽이 열릴 때 그런 일 많았을 것 같다.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선수가 애쓴 건 메달을 따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다니. <동계올림픽>은 운동 경기에서 메달을 따지 못해도 회사에 들어가지 못해도 괜찮다고 하는 것 같다. 지금 안됐다고 좌절하지 않는 게 좋기는 하겠지. 선진은 모르는 사람한테 따듯한 대접을 받았다. 아직 세상은 살 만한 곳이겠지.
마지막 소설 <미라와 라라>에는 서른두살에 수능을 보고 국문학과에 들어간 박미라가 나온다. 소설에 나온 사람도 왜 미라가 소설을 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나도 이걸 보면서 왜 그건 나오지 않았을까 했다. 나오지 않아도 쓰고 싶은 사람은 그저 쓰고 싶은 거다 여겨야 할지도(내가 그렇구나). 다른 사람이 쓴 소설을 자신이 쓴 것처럼 말하고, 그걸 장편소설 공모전에 내기도 하다니. 그런 건 안 했다면 좋았을걸. 미라는 이제 소설 쓰지 않을까. 쓰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을지. ‘나’는 미라한테 라라로 쓰면 된다고 말하겠다고 했는데. 그 말이 힘이 되려나. 하고 싶지만 잘 못하거나 재능이 없어도 그걸 끝까지 하는 모습 보고 싶기도 한데. 그건 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지도.
희선
☆―
“언니, 잘 들어요.”
손끝으로 팔딱거리는 미라 언니 맥이 전해져 왔다.
“소설 같은 거, 아무도 안 봐요.”
손끝 발끝에 힘주어 간신히 머금고 있던 무언가가 몸 밖으로 다 빠져나가는 것만 같은 감각이 일었다. 저릿했다. 나는 붙잡고 있던 언니 팔을 맥없이 놓아버리면서 이어 말했다.
“어차피 우리밖에 안 봐요. 여기서 한발짝만 나가면, 아무도 소설 따위 관심 없다고요.” (<미라와 라라>에서, 3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