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4 소설 보다
김채원.이선진.이연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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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3년에 나온 ‘소설 보다 : 봄’은 책날개가 없어졌는데, 책값이 오르고 책날개가 다시 생겼다. 맨 앞에 속 종이도. 책값에는 종잇값 많이 들어가겠지. 그동안 책값이 싸서 이 책을 봤는데. 앞으로는 어떨지. 그래도 이 책은 비싸지 않은 걸지도. 뭐든 오르기만 하는구나. 값이 올랐다가 내려오는 것도 있을까. 그런 게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별로 없을 듯하다. 다른 나라 책은 환율에 따라 올랐다 내렸다 하기는 한다. 이건 내가 일본말 책을 사 봐서 아는구나. 그런 거 안 사 봤다면 몰랐겠다. 영어는 모르니 영어로 쓰인 책은 안 사 봤다. 갑자기 영어 이야기가 나오다니. 엽서는 예전에 봐둔 게 올랐다. 그때 살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책값이 올랐지만, 소설은 여전히 세 편 담겼다. 첫번째 김채원 소설 <럭키 클로버>는 잘 모르겠다. 예전에 본 <빛 가운데 걷기>는 쓸쓸한 이야기네 했는데. <럭키 클로버>도 쓸쓸한 이야길지도. 엄마가 물려준 자두 농장을 하는 자영은 혼자다. 엄마는 어디론가 떠났다. 왜 엄마는 떠났을까. 함께 살면서 자두 농장을 하면 괜찮았을 텐데. 아니다, 부모와 자식이라고 언제까지나 함께 살지 않아도 되겠지. 따로따로 자신이 살고 싶은대로 살아도 괜찮겠다. 난 클로버 병정이 나타나는 게 환상 같기도 했는데, 김채원은 그걸 환상으로 여기지 않기를 바랐다. 이 말을 보니 더 무슨 이야긴지 모르게 됐다.


 다음 이선진 소설 <밤의 반만이라도>도 그렇게 밝지는 않다. 밤이 나와서 그런가. 밤은 어둡지. 누구나 밤을 가지고 있고, 언제나 밤을 사는 사람 있을지도, 아니 밤이라고 어두운 것만은 아닐 거다. 여기엔 시각 장애인이 나온다. 이수 씨는 눈이 보이지 않고 딸인 다운이도 한쪽 눈이 보이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아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미숙이는 활동 보조사로 일하는 새엄마와 다운이 집에 가고 다운이하고는 같은 반이었다. 미숙이와 다운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미숙이는 다운이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다운이는 잘 모르겠다.


 미숙이는 새엄마와 아빠와 살았는데, 아빠가 바람이 난 게 소문이 나서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런 일이 미숙이와 다운이를 가깝게 해주었을지도.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오는 단편소설 보기도 했는데, 다 다른 이야기지만 아주 다른 건 아닐지도. 사춘기를 맞이한 아이 이야기는 앞으로도 나올 것 같다. 작가가 그 시간을 지나오고 그때 이야기 쓰고 싶은 게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성장통인가. 미숙이와 다운이가 서로 다른 중학교를 다니게 되어도 오래 친하게 지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다고 연락이 아주 끊어진 건 아니었나 보다. 스물아홉살에 다시 만났으니 말이다. 다운이 엄마 장례식장에서. 어릴 때 다운이 엄마와 다운이 그리고 미숙이는 보물찾기를 하러 간 적이 있는데, 그건 보물찾기보다 뭔가를 두고 오는 거였다. 거기엔 무엇을 두고 온 걸지. 뭔지 모를 말을 썼다.


 마지막 소설 <하와이 사과>(이연지)는 영화를 하는 사람 이야기다. 영화 같은 느낌이 드는 소설이기도 하다. 빨간 여자는 뭘까 했는데, 지수 모습이고 연재와 선배인 영완의 앞날 모습이었을까. 오래전부터 사람은 기계가 나타나고 일자리를 잃었다. 사람이 할 일이 아직 있어서 괜찮았는데, 이제는 인공지능이 사람이 할 걸 다 해 낼 것 같다. 예술은 사람이 해야지 했는데, 인공지능은 그림뿐 아니라 글을 쓰고 음악도 만든다. 여기에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포포와 영화를 만드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에비 에이프릴까지 나온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사람은 할 게 없겠다. 인공지능한테 뭔가 만들 게 하는 건 사람이다. 사람은 한사람이면 되려나. 인공지능이 많은 걸 하면 사람은 어떻게 될지.


 이 소설 제목인 ‘하와이 사과’는 알약이다. 이걸 먹으면 손끝이 빨개지고 시간이 지나면 온몸이 빨개지나 보다. 그걸 먹은 모습이 사과처럼 빨개서 하와이 사과인가. 그 약을 먹으면 뭔가 만들고 싶어진단다. 자신보다 인공지능이 영화를 잘 만들어도 약에 의지하는 건 안 좋을 것 같은데. 마지막 소설도 지금과 비슷하구나.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를 일. 인공지능이 나왔다고 해도 난 별로 관심 안 갖고 유치한 글을 쓴다. 인공지능이 나보다 글을 더 잘 쓸지도. 내가 인공지능보다 글을 못 쓴다 해도 전문가가 아니어서 내 일자리를 잃을 걱정이 없다고 여기는 건가 보다. 기계나 인공지능은 완벽할지도 모르겠다. 그걸 만들고 쓰고 고치는 건 사람이다. 완벽한 것보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해서 더 나은 것도 있을 거다. 난 그렇게 믿고 싶다.




희선





☆―


 “너보다 저게 잘 써.”


 지수가 미간을 좁혔다. “포포?”


 나는 끄덕였다.  (<하와이 사과>에서, 145쪽)




 “하연재. 나 갈 데 없어, 지금. 나 없어지게 생겼다니까?”


 “그렇지 않아.” 나는 이 말이 진심으로 지수에게 위로가 될 거다 생각했다.


 “직업의 소실은 존재의 소실과는 다르니까. 작가라는 직업이 없어져도 너라는 인간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하와이 사과>에서,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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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9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09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5-01-09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값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고 ㅋ 한번 오르면 내리지 않더라구요~!! 날씨는 추운데 책은 벌써 봄이군요~!!

2025-01-10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설 보다 : 봄 2024 소설 보다
김채원.이선진.이연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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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자꾸 오르는구나. ‘소설 보다’는 책값이 싸서 봤는데, 이번에 꽤 올랐다. 어렵게 느끼면서 한국 단편소설을 보는구나. 잘 못 봐도 아주 조금만 알아도 좋을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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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1-08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르긴 올랐네요. 올리는 입장으로도 편치는 않겠죠? 저같은 독자는 중고샵에나 있으면 사고 없으면 말고. 그렇게 되는 거죠. ㅠ

희선 2025-01-08 23:48   좋아요 1 | URL
어느새 지난해가 되었네요 지난해에 올랐는데, 이번에 또 조금 오를지... 지난해에 올랐으니 바로 오르지는 않겠지요


희선
 
세 발로 하는 산책
문소리.류영화 지음, 강숙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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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는 오래 살면 스무해까지 살기도 하던가. 열다섯해가 가장 많을지도. 제주도에 사는 풋코 생각나는데 풋코는 열다섯 넘었다. 지금은 어떨지(풋코는 스무살에 무지개다리를 건넜구나). 이 책 《세 발로 하는 산책》에 나온 달마와 보리는 살아 있을까. 책이 나왔을 때 둘은 열다섯살이었다. 보리는 건강했지만, 달마는 잘 걷지 못하고 누워 있을 때가 많다고 했는데. 책이 나왔을 때가 아니고,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 볼 때는 책에 나온 동물이 살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구나. 지금도 살아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보리는 살아 있을 것 같다. 달마는 모르겠다.


 달마와 보리는 진돗개다. 진돗개는 진도에만 산다고 한 듯한데, 그러지 않는 진돗개도 있구나. 문소리는 아는 사람이 백양사 스님과 알아서 함께 백양사에 다니곤 했단다. 백양사에는 진돗개 덕구가 있었다. 덕구라고 하니 수컷 같은데 덕구는 암컷이었다. 덕구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다. 문소리는 식구들과 마당이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 둘레에는 다른 집이 없어서 밤엔 좀 무서운 느낌이 들어 집 지키는 개가 있었으면 했다. 그때 생각난 게 덕구가 낳은 새끼였다. 스님은 건강한 개와 막내를 함께 데려가기를 바랐다. 개 이름은 스님이 지어주었다. 달마와 보리. 보리달마는 깨달음을 뜻한단다. 스님이 지어준 개 이름 멋지구나.


 처음엔 달마와 보리를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달마와 보리는 마당에서만 지내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 뛰어다녔다. 그러다 쥐 새 뱀을 잡아왔다. 고양이도 그런다는데. 진돗개는 야생성이 남아서 훈련이 잘 안 된다. 그래도 문소리는 달마와 보리가 자라자 반려견 훈련센터에 보내서 예절을 배우게 했다. 문소리 어머니 아버지는 비싼 돈 내고 학교에 다니고 배워 온 게 ‘앉아, 일어나, 기다려’ 세 개뿐이냐고 잔소리를 했단다. 개를 훈련 시킬 때는 개만 하지 않고 함께 사는 사람도 하는가 보다. 훈련을 받고는 목줄을 매고 산책을 시키려 했다. 달마와 보리는 산책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문이 제대로 닫혀 있지 않으면 밖에 나갔다 왔다. 어릴 때 자유롭게 돌아다녀서 늘 그러고 싶었을지도.


 어느 날 달마가 집을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여러 날이 지나고 문소리는 전단지를 붙이고 멀리로 가서 찾아보기도 했다. 달마는 개를 풀어 놓고 기르는 집에 있었다. 거기에는 암컷이 있었다. 달마, 재미있구나. 언제 그런 곳을 찾아내고 갔을까. 달마를 집으로 데리고 오자 밥을 잘 먹지 않았다. 얼마 뒤 달마가 집 밖에 나갔다가 돌아와서는 집 앞에 쓰러져 있었다. 다리를 다쳤는데도 집을 찾아오다니. 달마를 병원에 데리고 가니 교통사고 같다고 했다. 큰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했지만 부러진 뼈는 붙지 않았다. 앞다리를 자를 수밖에 없었다.


 함께 사는 동물이 아프면 마음 아프겠지. 다리 하나 없는 개를 보는 마음도 아프겠다. 의사는 개 모습이 달라졌다 해도 전과 똑같이 대하라고 했다. 다리 하나가 없는 개를 불쌍하게 여기면 개는 그 마음을 안단다. 동물도 감정이 있다. 문소리는 처음에는 달마와 보리가 집을 잘 지켜주는 개가 되기를 바랐는데, 함께 살다 보니 달마와 보리가 그저 건강하게 살기를 바랐다.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과 비슷하구나. 문소리와 식구가 사는 마당이 있는 집과 둘레를 개발한다면서 그 집에서 이사하라고 했단다. 한국은 어디든 개발하는구나. 그냥 놔두면 안 되나. 문소리와 식구는 낮은 아파트를 구하고 4층에 살게 됐다. 4층 사람은 옥상을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 달마와 보리는 아파트에 사는 데 빨리 적응했다. 문소리 식구들이 달마와 보리한테 마음을 써줘서 그랬겠지.


 시간이 흐르고 달마와 보리는 열다섯살이 됐다. 사람이 나이드는 것도 금세일지 모르겠지만, 동물은 더 빠르겠다. 산책 나가면 보리가 잘 못 걷는 달마를 기다려 주기도 했단다. 다리 하나 없이 걷는 건 쉽지 않겠지. 달마는 나이를 먹고는 걷는 게 힘들어졌다. 달마가 아픈 모습 보면 마음 아파도 달마 앞에서는 울지 않는 게 좋겠지. 문소리나 식구들은 그랬을 거다. 달마와 보리뿐 아니라 식구들 이야기도 조금 나왔다. 문소리 딸과 조카인 연두와 수영은 동물에 마음을 썼다. 둘은 유기견 보호소 개 한마리씩을 후원했다. 그런 것도 있구나. 문소리는 달마와 보리와 함께 살고 동물권을 생각하게 됐단다. 고기는 먹지 않으려 했다. 다른 식구도 개를 싫어했는데 달마와 보리와 살게 되고는 개를 싫어하지 않게 됐다. 개가 사람을 달라지게 했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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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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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지내는 기분은 어떨까. 그런 거 싫구나. 《맡겨진 소녀》에 나온 아이도 처음엔 그랬을 거다. 아빠가 집으로 돌아가면서 자신한테 데리러 오겠다는 말도 하지 않고 떠난 걸 슬프게 여긴 걸 보면. 집에는 아이가 많았다. 엄마는 곧 다섯번째 아이를 낳을 거란다. 네 아이에서 한 아이만 다른 집에 맡기기로 하다니. 아이는 셋째인가. 위 두 아이는 자기들이 알아서 지낼 것 같고 넷째는 많이 어려서 셋째아이를 친척집에 맡기기로 한 걸까. 아이는 남의 집에 온 걸 불안하게 여겼다. 아이는 부모가 정한 일을 뒤집지 못한다.


 킨셀라 부부는 엄마 쪽 친척일까. 아주머니 아저씨는 아이한테 잘해줬다. 아이가 킨셀라 부부 집에서 첫날 잠을 자고 침대에 실수한 걸, 아이를 습한 방에 재워서 그렇다고 말한다. 아이는 아주머니 아저씨가 그렇게 말한 걸 마음에 새겼겠다. 집에서 그랬다면 마구 혼났으려나.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도 없다. 집에는 아이가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으니 말이다. 그런 집 부모가 모두 아이한테 마음을 못 쓰는 건 아니겠지만. 아이는 킨셀라 부부와 지내면서 집에서 느끼지 못한 걸 느낀다.


 아이 아빠는 아이가 많이 먹는다는 말을 하고 좀 안 좋은 말만 했다. 아빠는 왜 그랬을까. 뭐든 좋게 말하는 것도 싫지만, 안 좋게 말하는 것도 싫다.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생각하든 별 상관없나. 이제와 내가 다른 집에 갈 일은 없으니. 아이와 비슷한 경험은 없다. 어렸을 때 집에 엄마가 없었던 적은 있었구나. 오래전 그런 경험이 나를 우울함에 빠뜨리는 걸까. 자주 우울함에 빠진다. 아이는 자라고 나와는 다르게 우울함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친부모가 아니어도 부모처럼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이 있는 것도 괜찮겠다. 킨셀라 부부는 아이한테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 아는 것 같다.


 아주머니가 첫날 아이한테 이 집에는 비밀이 없다고 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건 굳이 말 안 해도 되는 걸지도. 아이가 온 날 입힌 옷. 아저씨는 아이한테 새 옷을 사주자고 한다. 그날 동네에 죽은 사람이 있어서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거기에 가야 했다. 아주머니는 아이 혼자 집에 두고 가는 게 걱정돼서 아이도 데리고 간다. 초상집에서 아저씨는 아이를 자기 무릎에 앉혀둔다. 그런 거 좀 어색할 것 같은데. 아이는 심심해도 그게 아주 싫지 않았나 보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람이 잠시 아이를 맡아준다고 해서 그렇게 한다. 그 사람은 이것저것 아이한테 묻고, 그 집 아들이 죽은 이야기도 한다. 킨셀라 부부한테는 아이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는 걸 알게 해준다. 킨셀라 부부가 아이를 아들 대신으로 여긴 건 아니다. 아이도 그걸 알았겠지.


 처음엔 아이를 오래 맡길 것 같았는데, 여름방학이 끝날 때가 다가오자 엄마한테서 편지가 온다. 아이는 그 편지가 반갑지 않았다. 아저씨 아주머니도 마찬가지였구나. 언제까지나 아이를 데리고 있을 수는 없겠지.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이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 말은 하지 않는다. 아이는 차라리 빨리 집에 가는 게 낫겠다 여겼다.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아이를 집에 바래다 준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 어색한 느낌이 들었구나. 뭐가 어색했던 걸까. 아쉬워도 그런 감정은 나타내지 못해서. 마지막 한줄은 참.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었다.


 언제나 좋은 시간은 짧다. 아이가 킨셀라 부부와 지낸 시간도 길지는 않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오래 잊지 못하는 시간이겠다. 아이는 킨셀라 부부와 함께 지낸 시간을 가끔 떠올리고 살 것 같다. 그 시간 잊지 않겠지. 그러기를 바라는 건지도.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헤어져도 언젠가 다시 만났을 거다. 소설에 나오지 않은 걸 상상하다니. 이런 상상 나만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은 할 거다.




희선





☆―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아주 많아.”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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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5-01-05 0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좋은 시간은 짧아요ㅠㅠ 소설 너머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 참 좋았어요.

희선 2025-01-06 23:11   좋아요 1 | URL
좋은 시간은 소설 속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짧네요 좋아서 더 빨리 간 것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시간이 자주 생기면 좋겠지만... 나중에 시간이 좀 흐른 뒤 만났을 거예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5-01-05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결말부분의 여운이 좋더라구요~!! 25년부터 좋은 책을 만나셨군요~!! 좋은 시간은 언제나 금방 지나가는거 같습니다 ㅡㅡ

희선 2025-01-06 23:12   좋아요 1 | URL
어떤 소설은 마지막에 있는 말을 쓰려고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 이것도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을 쌓아갔군요 그 시간이 있어서 감동을 주는 거겠네요 짧아도 긴...


희선
 
이만하면 괜찮은 결심 - 예민하고 불안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정켈 지음 / 아몬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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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불안이 없는 사람은 없을 거다. 사람마다 불안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누군가는 무척 마음 쓰는 걸 자신은 그런가 보다 하고, 자신이 무척 마음 쓰는 걸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자신이 다르게 느낀다고 해서 ‘겨우 그 정도 일로’ 하는 말은 안 하는 게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나도 마음속으로는 생각한 적 있을지도. 내가 꽤 마음 쓰는 걸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면 상처 받는다. 정말이지. 공감하기 어려우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나도 그러려고 한다.


 책 제목이 《이만하면 괜찮은 결, 심》이어서 처음엔 뭔가 결심하는 건가 했다. 잘 보니 결과 심 사이에 쉼표가 있어서 왜 이렇게 썼을까 했다. 책을 보고 알았다. 결과 심은 이름이다. 고결과 조심. 나도 꽤 불안을 느끼지만, 이 책을 보니 나보다 더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 책속에 나온 거지만. 난 시간표 짜고 그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거 못할 게 뻔해서 아예 시간표 짜지 않는다. 결은 시간표대로 안 되면 조금 스트레스 받기도 했다. 난 시간표를 짜지는 않지만, 하루를 내가 보내고 싶은대로 보내지 못하면 기분이 안 좋다. 이건 누구나 그럴까. 그런 거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밖에 나갔다 오면 옷은 바로 정리한다. 그런 거 안 하고 아무데나 벗어두는 사람도 있을까. 고결은 그런 걸 못 참았다. 조심은 이런저런 걱정을 했다. 그렇게 걱정하고 화분을 집 안쪽에 놓으니 엄마가 싫어했다. 화분이 햇볕을 받아야 한다고. 식구들한테 이해받지 못하는 결과 심이 함께 살기로 한다. 제목 그대로인 뜻도 있구나. 결과 심이 함께 살기로 결심하는 건. 서로 다르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한집에 살기. 왜 식구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그런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부모 자식은 좀 어려울지도. 부모는 자식을 생각하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 건지 모르는 일이다. 그저 자기 마음에 안 들어서 이런저런 말을 할지도. 쓰다 보니 좀 다른 말로 샜다.


 결과 심이 함께 살기로 하고 집을 보러 다녔다. 세상엔 이런저런 집이 있고 마음에 딱 드는 집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둘은 마음에 드는 집을 찾는다. 집 찾기는 혼자보다 누군가와 함께 찾으면 더 좋겠다. 둘이 살면 괜찮을까 했는데, 괜찮아 보인다. 서로 당번을 정하고 하는 것도 있다. 그런 거 정하지 않으면 늘 하는 사람이 할지도. 이렇게 생각하지만 난 그런 거 못할 것 같다. 그냥 하면 해도 언제 해야 한다 하면 어쩐지 답답하다. 학교 다닐 때는 주번이 있어서 번호대로 두 사람이 했다. 주번은 뭐 했더라. 공부 시작하기 전에 선생님한테 인사하기, ‘차렷, 경례’ 해야 했던가. 그거 정말 싫었다. 그거 말고 다른 것도 했을 것 같다. 주번이 다가오는 거 무서웠다. 이런 나 이상한가. 이러니 난 남과 살기는 어렵겠다. 나 혼자 하는 게 낫지. 하고 싶을 때. 끝없이 안 하는 게 조금 문제구나.


 난 결처럼 바깥에서 여러 사람이 만진 걸 못 만지지는 않는다. 이거 봐서 앞으로 나도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먹는 건 좀 마음 쓴다. 좋은 걸 먹지는 않지만. 내가 늘 걱정하는 건 비다. 이 불안은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 여기가 아닌 좀 높은 곳에 살면 걱정 안 할 텐데. 집에 아무도 없어도 걱정된다. 도둑 드는 거 아닐까 하고. 결과 심은 자신이 못하고 생각하지 못한 걸 상대가 생각하고 해서 그걸 좋게 여겼다. 서로의 좋은 점을 찾았구나. 이렇게 두 사람처럼 사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하는 게 좋겠다. 마음이 맞아도 함께 살면 안 맞는 게 더 많을지도 모른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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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4-12-31 0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하기 어려우면 그럴수도 있지‘ 저도 이런 스타일인데 ㅋ
벌써 2024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마무리 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희선 2025-01-01 00:50   좋아요 0 | URL
그럴 수도 있지, 하려고 하는데, 늘 그러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2025년엔 더 그러려고 해야겠습니다 마음이 넓어지길... 2025년이 왔네요 아직 아침은 아니지만... 새파랑 님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2024-12-31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01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4-12-31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날입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2025-01-01 00:57   좋아요 1 | URL
곧 있으면 한시간 지나겠네요 2025년이 오고... 음력으로는 어제가 12월 1일이었어요 음력 새해는 좀 일찍 오겠습니다

서니데이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꼬마요정 2025-01-01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안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예전에 수저 들고 다니던 동생이 있었는데 자기는 그게 엄청 스트레스라고 하더라구요. 우리나라가 남들과 다르면 입을 대잖아요ㅠㅠ 요즘은 덜 그러는데 20년 전엔 지금보다는 말이 많았으니… 그냥 다른갑다 그런갑다 라는 마음이 좋은 것 같습니다.

희선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25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희선 2025-01-03 03:00   좋아요 1 | URL
불안이 없는 사람은 없겠습니다 그런 것과 함께 살아야 하는 거기도 하죠 수저를 들고 다니다니... 그때 힘들었겠네요 자신이 그러는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뭐라 했을 것 같기도 한... 이제는 그런 건 많이 마음 쓰지 않을 듯합니다 다른 사람한테 관심 있는 사람 얼마 없을지... 아니 그렇지도 않습니다 조금 다르면 뭐라 하기도 해요 바로 앞에서 그러는 건 아니지만... 저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 있을 듯합니다 잠깐 그런 거 생각하다 말죠

새해가 오고 이틀이 지났습니다 오늘부터 추워진다고 합니다 꼬마요정 님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