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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여러 번 말했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으리라고 생각해. 그건 내가 어렸을 때부터 편지를 쓰고 지금도 쓴다는 거야. 초등학생 때는 어버이날에만 편지 쓰고 친구한테는 중학생이 되고 썼어. 편지 친구였어. 그런데 친구랑 왜 편지를 나누게 됐는지 모르겠어. 학교에서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그 친구와 편지를 나누어서 내가 지금도 편지를 쓰는 게 아닌가 싶어. 그 친구가 나한테 보낸 편지 아직 있어. 한번 보고 싶기도 하지만 지금은 안 되겠어. 다른 친구가 보낸 편지는 2012년 8월에 물난리 나서 다 물에 젖었는데, 그것보다 더 오래전 것은 괜찮다니. 다행하게도 그 편지는 서랍장에서 가장 위에 넣어뒀어. 거기 둔 편지 정리해야 할 텐데. 실제로도 편지 공양해주는 곳이 있다면 좋겠어. 아마 없겠지. 이 소설에 나온 편지를 대신 쓰는 일 하는 사람도 없을 것 같아. 그런데도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니 신기한 일이야.
아직 편지 쓰는 사람이 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르면 편지 쓰는 사람 없어질까. 중요한 건 사람이 손으로 마음을 들여 쓰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요즘은 손으로 글씨 쓰는 사람도 많이 줄었군. 그래도 학생은 좀 쓰지 않을까. 글씨 연습을 해도 잘 못 쓰는 사람도 있는가 봐. 천천히 쓰면 안 될까. 여기에 그런 사람이 나와서. 얼굴은 예쁜데 글씨를 못 써서 포포한테 편지를 써달라고 해. 글씨는 그 사람을 나타낸다는 말도 있지. 그 말이 꼭 맞는 건 아닌 듯해. 난 예전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이런 말을.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면 다른 사람 글씨를 봐도 그 사람이 어떤지 잘 몰라서야. 보이는 것(글씨)보다 내용을 더 생각했던가. 난 글씨는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있게만 써도 괜찮다고 생각해. 멋지고 예쁜 글씨도 있지만. 글씨는 연습하면 나아지기도 하는 건데, 아니 그게 안 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야겠어. 난 글씨 조금 멋지게 쓰고 싶어. 마음만 있군.
옛날에는 다른 사람 편지를 대신 써주기도 했겠지. 한국은 시골에 사는 나이 많은 분 가운데는 글자를 모르는 분도 있었지. 집배원이 편지를 배달하고 읽어주거나 답장도 대신 써주기도 했어. 그건 일이라기보다 남을 돕는 일이군. 포포가 쓰는 편지는 그대로 받아적지는 않아. 나도 예전에 다른 사람 대신 편지 써준 적 한번 있어. 겨우 한번. 그것도 어버이날이 다가와 부모님한테 쓴 거였어. 어떤 시인은 연애편지를 대신 썼다고도 하지. 편지 대신 쓰는 게 일인 곳도 있을까. 조선시대, 일본은 에도시대에는 있었을 것 같기도 해. 포포는 아메미야 하토코로 포포는 비둘기 울음소리야. 한국에서는 구구라고 하지. 포포 할머니는 대필을 했어. 대대로 한 일로 포포 외할머니는 십대째였어(나중에 다른 게 드러나지만). 포포는 외할머니를 선대라고 해. 포포 외할머니는 무척 엄했어. 포포는 어렸을 때부터 글씨 연습을 하고 다른 아이들하고는 다르게 자랐어. 포포가 어렸을 때는 외할머니 말을 들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는 반항하고 고등학교를 마치고는 집을 나갔어. 그리고 한동안 다른 나라를 떠돌아다녔어. 그때 어렸을 때부터 한 붓글씨가 아주 도움이 됐어. 포포는 외할머니가 죽은 뒤에 집으로 돌아오고 할머니 일을 이어서 해. 편지 대신 쓰는 일.
편지를 부탁하는 사람뿐 아니라 포포 둘레 사람 이야기도 따스해. 잔잔하다고 해야겠군. 포포가 편지를 부탁하는 사람 말을 듣고 어떻게 쓸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도 볼 만해. 어떤 펜으로 종이에 쓸 것인지, 우표까지 마음을 쓰더군. 난 그저 예쁜 우표면 됐지 하는 생각으로 붙이는데. 포포가 다른 사람 대신 편지를 쓰지만 포포는 편지를 부탁한 사람이 돼서 써. 여러 가지 글씨를 쓸 수 있어. 그건 글씨 연습 많이 하면 할 수 있을까. 나도 글씨가 하나가 아니기는 해. 편지에는 하나나 둘 정도밖에 못 쓰지만. 포포도 별명이지만 여기에는 이름보다 별명이 더 나와. 포포 옆집에 사는 바바라 부인, 돈을 빌려줄 수 없다는 편지를 써달라는 남작, 포포한테 츠바키 문구점 앞에 있는 우체통에 넣은 편지를 찾아달라는 빵티(빵 만드는 선생이라는 뜻이야), 포포한테 편지 쓰는 여섯살 여자아이 큐피. 포포가 손님한테 별명을 붙이기도 해.
아이를 엄하게 기르는 게 사랑일 수도 있지만 늘 그러면 안 좋을 것 같아. 포포는 외할머니 마음을 나중에 깨달아. 외할머니가 죽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어. 외할머니는 포포를 사랑했지만 그 마음을 솔직하게 나타내지 못했어. 그래도 포포가 외할머니 마음을 알아서 다행이다 싶어. 다른 사람 대신 편지를 쓰면서 다른 사람 처지에서 생각해서 그랬을까. 포포가 어렸을 때는 남의 편지 써 봤자 누가 좋을까 했는데, 포포가 편지를 써준 사람은 거의 포포한테 고맙다고 해. 그러니 포포가 한 일 아주 헛일은 아니지. 글자를 몰라서 편지를 못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기 마음을 어떻게 나타내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 편지 쓰기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텐데.
이 책을 보고 오랜만에 친구한테 편지를 써 보는 것도 괜찮겠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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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붙이인 선대한테는 부드럽게 대하지 못했으면서 이웃에 사는 바바라 부인과는 이렇게 친하게 카망베르 치즈를 먹는다. 선대는 선대대로, 만난 적도 없는 편지 친구한테는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마음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어쩌면 세상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인연이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모자란 점을 채워주다 보면, 설령 피붙이인 식구와는 잘 지내지 못하더라도 누군가 어딘가에서 지지해줄지 모른다. (2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