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을에는 하루는 웃고, 하루는 울고, 하루는 화내고, 하루는 뛰고, 하루는 걷는 사람이 살았어요. 신기한 일은 돌아가면서 그걸 한다는 거예요. 하루 내내 웃은 사람은 이튿날에는 종일 울고, 하루 내내 운 사람은 이튿날에는 종일 웃었어요.

 

 하루 내내 웃기도 울기도 화내기도 뛰고 걷기도 힘들겠습니다. 네가지 말고도 더 있지만 그건 상상하기 바랍니다. 두 가지 더 말한다면 잠만 자는 사람, 잠을 안 자는 사람도 있었어요.

 

 마을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건 하루 내내 잠 자는 거였어요. 하루 내내 자고 일어나면 다른 때보다 몸이 가벼웠어요. 그렇다고 다른 때 잠을 안 자는 건 아니예요. 잘 때도 웃고 울고 뛰고 걸었어요. 그러니 몸이 편하지 않겠지요.

 

 어느 날 그 마을에 어렸을 때 마을을 떠난 남자가 돌아왔어요. 남자는 그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집 아이로 머리가 아주 좋았어요. 마을 사람은 남자가 마을을 떠날 수 있게 힘을 모았어요. 남자는 다른 곳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거예요.

 

 이제 마을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요. 남자가 돌아오고 마을 사람은 괜찮아졌을지. 그럴 수도 있고 남자도 마을 사람처럼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을대로 생각하세요.

 

 하나 더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마을 사람이 모두 그 곳을 떠나는 겁니다. 마을을 떠나면 하루 내내 한가지만 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지도 모를 테니 말이에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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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 살인 사건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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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아니 T현 T시에 있는 시구레 골짜기에서 시체가 발견됐다고 해야겠다. 그곳에서 죽임 당한 사람은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던 미키 노리코로, 열군데 넘게 칼에 찔리고 불에 탔다. 미키 노리코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고 회사에서 만든 비누 ‘백설’ 때문에 사람들은 미키 노리코를 백설공주라 했다. 어쩌면 이 말은 미키 노리코가 살았을 때도 들은 말일지도. 사건이 일어나고 피해자가 드러나면 인터넷에서 그걸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난 그런 걸 거의 본 적 없다. 뉴스에서는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그걸 크게 다룰까. 짧게 말하는 것 같던데. 범죄를 다루는 방송에서는 하나를 오래 말하겠다. 일본에서는 그런 걸 크게 다루는 듯하다. 실제 본 적은 없고 드라마에 그런 장면이 나오는 것만 보았다.

 

 세상에서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는 건 알아도 거기에 관심을 가지고 무슨 일인지 알아본 적도 없다. 어떤 일이 생기면 일터넷에 많은 글이 올라온다는 것도 말로만 들었다. 실제와는 다른 말이 올라오고 멋대로 생각한다는 것도. 여기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인다. 회사 동료는 죽임 당한 미키 노리코가 예뻐서 좋게 말하지만, 평범한 시로노 미키는 조금 안 좋게 말하고 시로노 미키를 범인으로 몰고 갔다. 얼굴이나 남자 때문에 시로노 미키가 미키 노리코를 죽였을 거다 말한다. <주간 태양>이라는 잡지에도 그런 식의 기사가 실린다. <주간 태양>에 기사를 쓴 아키호 유지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말을 듣지만 그걸 그대로 쓰지 않았다. 정말 그런 일 있겠지. 중요한 말은 빼고 자극을 주는 말만 쓰는 일. 어떤 정보는 사실일 수 있지만 어떤 정보는 거짓일 수도 있다. 그런 건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지.

 

 미나토 가나에는 여러 사람이 하는 말을 자주 들려주기도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처음에는 정말인가 하다가 다음 사람이 다른 말을 해서 무엇이 맞는지 헷갈렸다. 사람들 말은 반쯤만 믿으면 될까. 여러 사람은 일부러 안 좋은 말만 늘어놓기도 할 거다. 시로노 미키가 미키 노리코를 죽였다는 말이 나오자 시로노 미키 고향 사람은 시로노 미키가 어렸을 때부터 어두웠다는 둥 누군가를 저주하고 신사에 불을 질렀다는 말을 했다. 집안에 사람을 죽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동창생도 시로노 미키한테 다른 사람을 저주하는 힘이 있다 말했다. 21세기에 그런 말을 쉽게도 하는구나. 이런 게 마녀사냥인가. 어떤 건 우연일 뿐일 텐데. 시로노 미키 엄마 아빠도 시로노 미키가 사람을 죽였다 여겼다. 죽임 당한 미키 노리코가 예전에 아빠가 바람 피운 여자와 닮았다고 한다. 누군가와 닮았다고 그 사람을 죽일까.

 

 여러 사람 이야기가 나오고 마지막에 시노로 미키가 하는 말이 나온다. 시로노 미키 말은 또 달랐다. 미키 노리코 이야기는 시로노 미키 말밖에 듣지 못해서 그게 다 맞을지 잘 모르겠다. 시로노 미키가 한 말이 거짓은 아닐 거다. 일본만 사람 얼굴을 볼까. 그런 일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것 때문에 성형을 하는 사람이 많아진 건지 모르겠지만. 대중매체도 한몫하겠구나. 남을 다 아는 사람은 없을 거다. 피해자 가해자 마음은 더 어려울 거다. 현실에서는 더하구나. 책에서는 그런 걸 생각하게 한다. 그게 다 맞는 건 아니겠지만. 인터넷에서는 쉽게 말이 퍼진다. 거기에 글을 쓸 때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걸 보는 사람은 잘 걸러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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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JOR 2nd(メジャ-セカンド) 5 (少年サンデ-コミックス) (コミック)
미쯔다 타쿠야 / 小學館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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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세컨드 5

미츠다 타쿠야

 

 

 

 

 

 운동 하는 건 보기만 해도 괜찮다. 어떤 건 해 보고 싶기도 하지만. 야구는 해 보고 싶어도 혼자 할 수 없다. 지난번에는 땡볕에 서 있기 싫다고 했구나. 책을 본 다음 쓰면서 예전에 한 말인지 알 때도 있고 모를 때도 있다. 땡볕 이야기는 다른 야구만화 본 다음에도 했는데. 내가 쓰는 거니 비슷한 말 안 하기 어려울지도. 글을 보다가 예전에 한 말이잖아, 하는 게 있다면 그런가 보다 하길. 이걸 볼 사람한테 말을 걸다니. 드라마나 만화영화 같은 것을 보다보면 그런 거 나오기도 한다. 그런 거 재미있지 않나. 자주 나오면 이야기에 집중이 잘 안 되겠지만 어쩌다 한번은 괜찮다.

 

 이 만화 <메이저 세컨드>는 2015년 6월에 1권이 나왔다. 연재는 더 빨리 했을 거다. 지난번에 본 4권은 해가 바뀌고 나왔다. 이 말 전에도 하고 싶었지만 못했다. 2017년 2018년으로 바뀌는 건 말하지 않겠다. 2015년에서 2016년으로 바뀐 건 조금 신기한 느낌이 들어서. 2015년 2016년을 떠올려봐도 생각나는 건 없다. 그때는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있을 텐데 다 잊다니. 그때나 지금이나 내 생활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때 조금 나았을지도. 지금 아주 안 좋다고 말하기 어렵겠지만. 무척 좋은 일도 없고, 그런 거 바라지도 않는구나. 그냥 지금처럼 내가 좋아하는 책 보고 사는 것만으로도 좋다. 큰 것보다 작은 것에 기뻐하고 고맙게 여기면 괜찮겠지. 걸어서 어디든 갈 수도 있다. 달리기는 싫지만 조금만 애쓰면 달릴 수도 있다. 요새 운동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내가 그걸 자주 들은 건지 정말 그런 말이 많은 건지. 지난해에는 페미니즘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 지금도 여전하구나.

 

 다른 현으로 이사 가고 이제 다이고와 야구 못하려나 했던 히카루가 첫번째 경기하는 날 오고 경기에도 나갔다. 다이고와 배터리로. 이번 5권 시작은 히카루가 멋지게 던진 공을 다이고가 받고 돌핀스가 이기는 모습이다. 돌핀스 아이들은 히카루가 다음 경기에도 나오기를 바랐다. 투수인 우라베는 히카루한테 투수 연습 제대로 하고 오라고 한다. 히카루는 야구 한 지 얼마 안 되고 거의 책 보고 혼자 연습했다. 경기 끝나고 다른 아이들은 뭐 먹으러 갔지만 히카루와 다이고는 따로 연습하러 갔다. 그 모습을 본 토시야는 이제 다이고 걱정 없겠다고 생각한다. 포수한테 중요한 건 뭘까. 그 말 안 하다니. 우라베는 혼자 다음 경기 상대팀을 보러 갔다. 다음에 2회전 이기면 같은 날 3회전도 하나보다. 하루에 두 경기나 하다니.

 

 

 

니지가오카 비틀즈 투수 다마키, 초등학교 6학년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라베도 그런 말을...

 

 

 

 중학생 고등학생은 학교 동아리 활동으로 야구를 해도 초등학생은 야구팀에서 하고 평일은 연습 안 하고 주말에만 하는가 보다. 감독이 경기 전날 연습한다고 한 걸 보니. 초등학생 때는 심하게 안 하는 게 낫겠지. 어쩌면 이건 옛날과 달라진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 아이들은 운동이 아니어도 할 게 많으니. 다이고도 야구 안 할 때는 게임기 가지고 놀았다. 다이고네 집에는 야구 연습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아빠가 야구선수니 그럴 수밖에 없나. 아니 아빠가 야구선수라고 해서 아이도 다 야구하는 건 아니고, 집에서 연습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다이고는 무츠코한테 자기 집에서 야구 연습 같이 하자고 한다. 무츠코는 다이고 번트 연습에 공을 백번(일백구)이나 던졌다니, 대단하다. 거기에 우라베가 오고 다이고와 배터리 연습을 한다. 우라베가 무츠코한테 타석에 서고 공을 쳐도 된다고 했더니 무츠코는 한번에 쳤다. 무츠코 잘 하는구나.

 

 우라베는 2회전 3회전 모두 이기고 토토 보이스와 경기하고 싶다는 말을 하고 다이고뿐 아니라 무츠코도 도움이 되겠다 생각한다. 무츠코는 돌핀스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자신이 다른 아이 자리를 빼앗을 수 없다면서, 연습하는 날 일부러 감독이 던진 공 잘 못 받았다. 야구 경기에 나가는 사람 수는 정해져 있고 사람이 많으면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야구뿐 아니라 운동 경기는 다른 팀과 싸우는 거면서 자기 편 동료와도 싸우는 거구나. 감독은 무츠코를 2회전에 내 보낸다. 2회전 상대는 니지가오카 비틀즈다. 투수는 느린 공을 던졌다. 감독은 예전에 고로(다이고 아빠)와 야구를 함께 한 코모리였다. 느린 공 던지는 모습 보니 <크게 휘두르며>에 나오는 미하시가 생각났다. 미하시는 중학생 때 거의 혼자 야구했는데. 야구 경기에 나가기는 해도 포수가 제대로 사인도 보내지 않고 다른 동료도 감독이 미하시를 편애한다고 여기고 따돌렸다. 공이 느리면 느린대로 그걸 살릴 수도 있을 텐데. 니지가오카 비틀즈 감독 코모리는 그렇게 했다.

 

 첫회 공격은 니지가오카 비틀즈였다. 1회초에 2점이나 얻었다. 다이고가 조금 잘못해서. 아니 그건 경험이 모자라서였다. 1루 주자가 도루했을 때 다이고가 잘 던졌는데 조금 늦었다. 상대팀 다른 아이들은 그걸 별거 아니다 여겼는데 투수와 감독은 달랐다. 그거 보고 아는 사람은 아는구나 했다. 니지가오카 비틀즈는 투수가 느린 공을 던져도 뒤에서 잘 지켰다. 투수에 맞춘 수비랄까. 다이고는 공을 쳤는데 아깝게 아웃이 됐다. 아깝게는 아니고 수비가 공이 올 곳을 먼저 알고 거기에 서 있었다고 해야겠다. 돌핀스는 점수 못 내고 1회말 끝나고 2회초에서는 점수 내주지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1회초에서 상대팀 타자가 친 공을 히카루가 받았다. 히카루는 공이 오지 않아서 심심하다고 했는데 그걸 받았다. 히카루는 먼 곳에 살아서 평일에 다이고를 만나는 모습은 거의 안 나오는구나. 앞으로 좀 더 나오기를 바란다. 둘이 배터리로 나오면 볼 수 있겠다.

 

 

 

히카루가 공 받는 모습, 이름처럼 빛나는구나

 

 

 

 상대팀 투수가 늘 느린 공을 던지지는 않았다. 공 던지는 자세는 똑같은데 조금 빨리 던지기도 했다. 2회말 돌핀스 공격은 4번 타자 히카루부터였다. 히카루는 1회말 마지막에 나와서 왜 또 자신이 타자인지 몰랐다. 앞에 타자가 아웃된 거여서 그랬다. 느린 공 조금 빠른 공 구별하기 어려워서 치기 힘들었는데, 다이고가 상대팀 수비를 잘 보고 어떻게 다른지 알아냈다. 상대 수비도 잘 보면 도움이 되는구나. 2회전도 쉽지 않아 보이지만 돌핀스가 이기겠지. 어떻게 이기는지 재미있게 봐야겠다.

 

 아이가 둘이고 둘 다 야구를 하면 누구를 응원하러 가야 할까 하겠다. 엄마 아빠가 나누어서 가겠구나. 다이고가 2회전 하는 날 누나 이즈미도 경기가 있어서 엄마는 거기에 갔다. 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이고 응원하러 왔다(고로를 키운). 어릴 때(초등학생)는 부모가 자신이 무언가 하는 걸 보러오면 좋을까. 난 그렇게 생각한 적 없는 것 같구나. 다이고는 엄마가 누나 응원하러 간다고 하자 그렇게 섭섭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오늘은 응원 없구나’ 하는 말을 했다. 초등학생이 하는 야구여도 재미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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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제나 바랐다

나만의 친구가 있기를

내가 모르는 곳에 친구가 있다 해도

내가 보는 곳에는 친구가 없는 친구랄까

 

세상에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많다

바랄 걸 바라야지

 

누구보다 나를 잘 알면서도

잘 모르는 사람은 바로 나

나만의 친구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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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민정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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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해 동안 한국에 나오는 단편소설은 얼마나 될까. 어쩐지 그것도 꽤 많을 것 같다. 문예지뿐 아니라 회사에서 내는 책이나 잡지에도 단편소설이 실릴 테니 말이다(회사에서 만드는 건 단편소설 싣지 않을까). 그 가운데서 내가 만나는 건 아주 적다. 아니 작가가 단편소설을 썼을 때는 거의 못 본다. 챙겨보는 문예지가 없어서. 여러 문예지나 잡지에 실린 단편에서 빛을 보는 건 얼마나 될까. 이름이 알려진 소설가라면 언젠가 그 소설가 소설집에 실려서 더 많은 사람이 만나기도 하겠지. 그렇게 단편소설을 만날 때도 있기는 하다. 예전에 한국 단편소설을 보다 한동안 안 보다 몇해 전부터 가끔 보는데 여전히 잘 모르겠다. 또 이 말이구나. 단편소설은 어떻게 보면 가장 좋을까. 마음에 드는 건 여러 번 보고 작가가 하는 말을 좀더 알아들으려 하면 괜찮을까. 이것도 생각만 하고 실제 한 적은 없다.

 

 젊은작가상은 올해로 아홉번째를 맞았다. 내가 보기 시작한 건 여섯번째부터다. 네해나 만났다. 한국 단편소설 다시 보게 된 것도 그 정도 됐을까. 문학상을 받은 소설집은 이것밖에 안 보다(기회가 오면 다른 것을 보기도). 예전에는 이상문학상 받은 걸 봤는데. 여기에는 한해 동안 젊은 작가가 쓴 단편소설에서 고른 일곱 편이 담겼다. 일곱 편이라니, 무지개 색이네 했다(실제 무지개 색은 더 많다고 하지만). 이런 생각을 이제야 하다니. 이번만 일곱 편이 실린 건 아닌데. 앞으로도 일곱 편만 실을까. 한편 더 넣고 싶을 때는 없을까. 좀 쓸데없는 생각을. 올해 젊은작가상을 받은 작가에서 임현은 지난번에 대상을 받아서 알았지만, 다른 사람은 거의 처음 알았다. 임현 소설도 지난해 상 받은 거 <고두>밖에 안 봤구나. 어쨌든 이 책을 보고 이런 소설가가 있다는 걸 알아도 괜찮겠다. 한편만 보고 그 작가가 쓰는 소설이 괜찮은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한편만 보고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어떤 소설을 보고 그 소설가한테 관심을 갖고 소설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 부럽다. 아니 나도 아주 없는 건 아닌가.

 

 소설을 봤으면 소설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단편소설은 삶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그런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상을 받은 박민정 소설 <세실, 주희> 해설을 보면 미국 뉴올리언스에 간 주희와 일본 사람으로 동방신기 유노윤호를 좋아하고 한국에 와서 일하는 세실이 비슷하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지 난 잘 모르겠다. 모르면서 그곳에 녹아들려는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나도 비슷하다고 생각한 걸까. 주희는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불어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걸 잘 몰랐다. 세실은 증조외할머니를 전쟁영웅이라 했는데, 한국 처지에서 보면 세실 증조외할머니는 전쟁영웅이 아니다. 일본에는 세실 같은 사람이 더 많겠지. 주희는 일본에서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에는 오래전에 전쟁에 도움을 준 곳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았다. 세실은 유노윤호 고향인 광주에 가고 싶다는 말도 한다. 한국 사람한테 광주는 좀 다른데. 한국사람이 오키나와를 놀러갈 바다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겠다. 오키나와가 미군 때문에 힘들었던 것과 한국이 일본 때문에 힘들었던 건 다르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자신이 나고 자란 나라 역사뿐 아니라 다른 나라 역사에도 관심을 가지면 다른 생각으로 여러 나라에 가지 않을까 싶다.

 

 지금 사람은 그림으로 돈을 벌려고도 한다. 예술은 돈과 상관없이 순수하면 좋겠지만 그런 건 없다. 그래도 그걸 하는 사람은 돈보다 다른 걸 생각하겠지. 돈을 가진 사람이나 돈을 만지는 사람이 예술에 돈을 끌어들였구나. 임성순 소설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은 화가와 돈을 가진 사람을 이어주던 사람이 잘 안 되고, 다른 식으로 해 보려 하지만 여전히 돈을 생각하는 거다. 그리고 ‘나’는 이상한 곳에 가고 죽게 생겼다. 뒤에서 조금 무서운 소설이 되다니. 지금 생각하니 이런 소설 처음은 아닌 듯하다. 그게 뜻하는 게 뭔지 모르지만. 그것 자체만 보고 그냥 무섭다 생각하고 싶은데. 임현 소설 <그들의 이해관계>는 사고를 당한 사람과 우연히 사고를 피한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아주 짧은 시간 차이로 누군가는 사고를 당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피하기도 한다. 자신이 사고를 피했다고 다행이다 생각해도 괜찮을까. 사는 거 쉽지 않구나. 누군가 행복하면 누군가는 불행하고 그 양은 정해져 있다는 말도 있는데, 어쩐지 그 말 무언가를 숨기려는 거짓말 같다.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과 불행은 다르기도 하다. ‘나’가 아내가 죽기 전에 아내 말을 잘 들었다면 좋았을걸. 사람은 지나고 나서 아쉬워한다.

 

 요즘은 사람한테 죽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이것도 잘 모르겠다. 곧 죽을 것 같은 사람을 기계로 살려두는 건 나도 반대다. 하지만 별일 없는 사람이 죽겠다고 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 <인간적인 말><정양수>에서 ‘나’의 이모는 왜 그때 죽으려고 한 건지. 사람답게 죽겠다는 말은 이해할 수 있지만.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나도 죽으면 모든 관계에서 자유로워질 텐데 하는 생각 가끔 한다. ‘나’의 이모는 이런 것도 아닐 거다. 그때 죽기로 한 건 ‘나’의 이모밖에 모르겠다. 이모가 죽고 ‘나’와 아내 해원은 그 이야기를 할까. 김세희 소설 <가만한 나날>을 보고 새로 나온 물건을 쓰고 블로그에 후기 쓰는 게 광고일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난 인터넷에서 보는 사람은 다 글과 같겠지 생각한다. 이것저것 많이 안 보고 지금까지 내가 거짓으로 글을 쓴 사람을 만나지 않아서겠다. 그건 참 다행이다. 자신이 써 본 적도 없고 문제가 있을지도 모를 물건을 알리면 그렇게 좋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런 건 안 할 수 있다면 안 하는 게 낫겠다. 물건 광고하는 일이 안 좋은 건 아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제대로 말하고 사과하면 좋겠다. <한밤의 손님들>(최정나)은 잘 모르겠다. 그림을 보고 쓴 소설이라는데 연극 같은 느낌도 든다. 지긋지긋한 식구 이야기기도 할지.

 

 마지막 소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박상영)는 제목이 참 길기도 하다(임성순 소설도 제목 길지만). 지난해에 나온 젊은작가상 작품집 마지막에도 제목이 긴 소설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천희란)가 실렸는데. 공통점도 있다. 동성애자가 나온다는 거.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와 다를까. 이렇게 말하면서 나도 소설을 보다가 두 사람이 여자 이름이거나 남자 이름이면 동성이구나 한다. 이름이 나오지 않으면 잘 모를 거다. 영상은 보는 거니 바로 알겠지만. 동성애자를 다룬 영상은 거의 못 봤지만, 좀 지나치게 나타낼 때가 더 많지 않나 싶다. 여자 남자도 사람이고 동성애자 이성애자도 그저 사람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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