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사람을 사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려운 사람도 있잖아요

꽃을 나무를 하늘을 친구라 여기면,

언제든 만날 수 있어서

쓸쓸하지 않겠어요

 

음악이나 책도 친구지요

늘 거기 있잖아요

어쩐지 사람이 음악이나 책을

쓸쓸하게 만들지 않을까 싶네요

잊었다가 가끔 떠올려서

 

아무리 마음 편한 친구라 해도

마음 써야겠네요

있을 때 잘 해야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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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39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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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차이랄까 누군가는 더 일찍 겪고 누군가는 나중에 겪는 일을 보면 어떤 게 먼저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해도 답은 알 수 없다. 자꾸 생각하는 것보다 그냥 받아들이는 게 낫겠다. 실제 그런 일은 일어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그런 일이 일어나면 좋겠다 생각하는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 거겠지. 알쏭달쏭한 이야기다. 보기를 들어볼까.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여자는 대학생 때 갑자기 앞날로 가서 남편과 아이를 만난다. 여자는 자신이 죽은 뒤 비가 오는 날 남편과 아이를 만나러 오겠다고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도키오》에서는 도키오가 젊은 아버지를 만난다. 시간이 흐르고 도키오가 거의 죽을 때 아버지는 도키오한테 잘 다녀와 한다. 지금 시간뿐 아니라 지난 시간도 어딘가에 있을까. 다시 이런 생각을 하다니.

 

 은유는 중학교 2학년 열다섯살이다. 아빠가 갑자기 느리게 가는 우체통에 자신한테 편지를 쓰라고 해서 그걸 쓴다. 얼마 뒤 은유한테 편지가 오는데 그 아이 이름도 은유였다. 그것도 1982년에 살고 초등학교 3학년인 은유였다. 둘은 그 뒤로도 편지를 나눈다. 은유는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지만 지난날 은유는 나이를 먹고 나중에는 언니가 된다. 《한밤중 톰의 정원》도 비슷하다. 톰이 한밤에 나간 정원에서 만나는 아이는 자꾸 자랐지만 톰은 그대로였다. 《킨》도 있다. 지금은 천천히 흐르고 지난날은 빨리 흐르는. 지난날에 사는 사람이 지내는 것과 지금 사람이 느끼는 시간은 다르지 않겠지만. 은유는 엄마가 없고 아무도 엄마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 무척 쓸쓸했다. 그럴 때 다른 은유와 편지를 나눈 게 힘이 되었다. 편지가 지난날과 지금을 오가려면 우편함이 하나여야 할 것 같은데 보통 우체통에 넣어도 갔다니. 우표는 하는 생각도 조금 했지만 그건 그런가 보다 해야겠다.

 

 어떻게 아이한테 엄마 이야기를 하나도 안 할 수가 있을까 했다. 그런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어떤 이야기에서 봤지만. 그래도 이름이나 사진 한장쯤은 있어도 괜찮을 텐데 그런 것도 없다니. 은유가 지난날 은유와 편지를 나누게 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 은유는 아빠가 다시 결혼하기로 하고 달라진 걸 아쉽게 여겼다. 어쩌면 자신한테는 관심도 가지지 않으면서 결혼할 사람한테는 잘 해주는 듯해서였을지도. 어쩌면 좋은가, 난 아직도 부모 마음보다 아이 마음에 더 마음이 간다. 지난날 은유가 지금 은유한테 아빠를 이해해야 한다고 했을 때 괜히 화났다. 남이 어떤 일을 어떻게 느끼는지 아는 사람은 없겠지. 자신도 남을 다 아는 건 아니구나.

 

 난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 어른이다 생각하지 않는다. 어른은 왜 아이한테 엄마나 아빠가 없으면 불쌍하다고 할까. 불쌍하다고 여기기 전에 자신이 사랑을 주면 될 텐데. 부모가 없는 아이를 불쌍하다고 하는 건 어른만은 아니구나. 어른이 그렇게 생각해서 아이도 그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엄마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아주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한테는 말하면 좋겠다. 내가 이렇게 말했지만 나도 그런 거 못할 것 같다. 많은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면 엄마나 아빠가 아이를 사랑했다는 것만은 전하기를 바란다.

 

 부모가 다 자기 아이를 사랑하는 건 아니겠지만, 자기 목숨보다 아이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부모가 더 많을 거다. 은유가 더 빨리 그걸 알았다면 덜 쓸쓸했겠지만, 지난날 은유와 편지를 나눈 다음에 아는 게 더 나았을지도. 아니 더 일찍 은유가 엄마를 알았다면 편지는 조금 달랐을지도. 아주 늦은 건 아니지만 서로 더 빨리 알아봤다면 더 기뻤을 텐데. 슬프다고 그 슬픔에 오래 빠져있는 건 안 좋을 듯 싶다. 자기 혼자라면 상관없지만 아이나 식구가 있다면 함께 사는 사람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없는 사람을 잊으라는 건 아니다. 함께 기억하면 될 텐데. 앞으로는 은유와 은유 아빠가 그러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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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하고 친구도 얼마 없습니다. 이 말은 처음 하는 게 아니군요. 어릴 때는 어쩌다 보니 가까이 사는 아이와 친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딱히 친구가 되기를 바라고 사귀지 않았어요. 그건 아주 어릴 때밖에 못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도 예전에 말한 적 있는데, 저는 학교 친구가 하나도 없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는 친구였지만 학년이 올라가고 반이 바뀌면 다 멀어졌어요. 저는 그게 참 아쉬웠습니다. 다른 아이는 한 사람하고 오래 친하게 지내는데 전 왜 그렇게 못할까 하고, 친구한테 제가 별로였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저는 말을 잘 안 하고 못했습니다. 그래서 중학생 때부터 친구한테 편지를 썼어요. 어쩌면 그게 별로였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가끔 편지를 주고받은 친구 있었어요. 그게 오래 이어지지 않았지만.

 

 예전에는 제가 쓴 편지 잘 기억했습니다(중요하지 않은 거군요). 그때는 별로 쓰지 않아서 그랬던 건지도. 시간이 흐르면 예전에 한 말 또 하고. 이건 지금도 그렇습니다. 일어난 일은 별거 없어서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제가 여러 번 쓴 말은 기억하는군요. 그건 여러 번 해서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쓰는 것도 조금 기억합니다. 저는 말보다 글을 보고 기억하는군요. 글이라는 게 있어서 제가 누군가와 조금이라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전 사람 만나는 거 무척 힘듭니다. 어렸을 때는 가끔 친구랑 밖에서 만나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무도 만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만나지 않지만 인터넷에서는 만나요. 예전에 인터넷에서 친구를 사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는 말 했지요(이런 거 기억하는 사람 없겠군요). 글로는 실제보다 조금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전 재미없는 사람이에요. 인터넷에서도 그런 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친구가 별로 없다는 건 아니고 제가 인터넷에서도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해서예요. 이건 두 가지 뜻이 있군요. 다른 사람한테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것과 많은 사람한테 말하지 못하는 것.

 

 한동안 우울했습니다. 무엇 때문이었느냐고 묻는다면 뚜렷하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저도 제 마음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몇 사람 안 되는 친구와 오래오래 잘 지내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도 저와 같아야 한다 생각하면 안 되겠지요. 앞으로는 친구가 아닌 그냥 아는 사이여도 괜찮다고 생각할까 합니다.

 

 사람한테 조금 욕심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해서든 이어져 있고 싶은 마음. 그게 끊어진다 해도 그런가 보다 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할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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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PIECE magazine Vol.1 ONE PIECE magazine 1
集英社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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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몇월에 이게 나온 걸 알았는지 잘 모르겠다. 팔월인지 구월인지. 이 책을 산 게 팔월인 걸 보니 그때 알았나 보다. 그때는 두번째도 나왔던 것 같다. 책을 받은 건 세번째가 나온 구월이다. 왜 구월에 받았느냐 하면 지난해 구월에 나오는 만화책과 같이 사서다. 그때는 이 잡지가 몇권이나 나올까, 많이 나올까 하면서 기념으로 첫번째 것만 샀다. 얼마전에 찾아보니 원피스 연재 스무해를 기념해서 낸 잡지는 세권이었다. 지난해 구월이 지난 뒤에 찾아봤다면 알았을 텐데, 그때는 다 사기 어려운 거 알아서 뭐 하나 하면서 찾아보지 않았다. 내가 좀 그렇다. 보면 갖고 싶은 마음이 드니 아예 안 보고 그런 마음을 갖지 않으려 한다. 그때 무척 갖고 싶은 거여도 시간이 흐르면 그 마음이 덜하다(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첫번째 것도 한해가 다 돼서야 봤는데 두권을 더 샀다면 어땠을지. 세권이니 조금 더 빨리 봤을까. 다음달 시월에 네번째 게 나온다.

 

 몇해 전인지 잘 생각나지 않는데 그때 <원피스>를 보고 원피스를 연재하고 열다섯해가 됐다는 걸 알았다. 열다섯해가 지나고 어느새 스무해가 넘다니. 올해로 스물한해째다. 난 그때 바로 알지 못하고 시간이 지난 다음에 아는구나. 조금 빨리 만화책을 봤다면 때를 놓치지 않았을 텐데. 바로 알았다 해도 다른 일은 없었겠구나. 어쩌면 난 원피스 마니아는 아닐지도. 원피스 좋아하지만 내가 보는 건 책과 만화영화뿐이다. 원피스로 만든 물건 많던데 그런 것에는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언젠가 한 말이구나). 여기에 원피스 마니아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하면서도 원피스를 생각했다. 원피스 정보는 틈 날 때마다 보고 책도 가지고 다니면서 보고, 원피스에 나온 사람 이름을 간판에서 보면 휴대전화기로 찍었다. 공부하면서 원피스와 상관있는 말을 보고 즐거워하기도. 그거 보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조금밖에 모르고 여기 나오는 사람 태어난 날도 다 모른다. 원피스 책과 물건으로 가득한 방도 있었다.

 

 잡지 세권을 모아야 알 수 있는 게 많다. 포스터를 시작해서 에이스의 모험 이야기, 원피스 마니아, 원피스 작가 오다 에이치로 인터뷰, 원피스 이야기 자체(루피가 동료를 만나는 이야기), 소설 원피스(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일본말로 쓰인 잡지는 처음 봤다. 만화책이나 소설은 봤지만. 아니 이건 그냥 잡지가 아니고 <원피스> 이야기로만 만든 잡지다. 스무해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아기가 태어나고 어른이 될 정도의 시간이다. 그동안 나온 이야기로 할 말이 많겠다. 이 책은 원피스를 모르는 사람한테는 원피스가 어떤 건지 알게 하고, 원피스를 아는 사람한테는 지금까지 이야기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겠다. 나머지 두권은 못 봐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첫번째에서는 에이스 이야기를 좀 더 볼 수 있다. 에이스는 루피 형으로 루피보다 먼저 해적이 되고 두해 전에는 해군 본부 마린포드에서 죽었다. 두해 전은 만화속 시간이다. 진짜 형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 에이스와 사보 그리고 루피 셋은 형제가 되었다. 여기에 첫번째로 나오는 건 마린포드에 사보가 나타나 루피와 에이스를 구하는 모습이다. 이건 본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그걸 보니 조금 눈물 났다. 진짜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만화에는 없는 장면, 실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좋았겠지, 이건 사보가 늘 꿈꿨을 듯하다

 

 

 

 만화를 그리는 오다 에이치로 인터뷰도 재미있다. 그것도 있고 다른 사람이 오다 에이치로를 말하는 만화도 재미있다. 오다 에이치로한테는 세 가지 얼굴이 있다는.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면 즐거워하는 어린이 얼굴, 만화가 얼굴, 스승 얼굴. 이렇게 말해서 재미없게 보이지만 만화는 재미있다. 그 사람은 오다 에이치로가 루피와 닮았다고 했는데,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가도 캐릭터에 자신을 나타내기도 하겠지. 누구한테나 작가와 닮은 점이 조금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가장 많이 닮은 건 루피일지도. 내가 오다 에이치로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다 에이치로는 만화 그리는 것 때문에 잠 자는 시간도 아깝다고 한다. 만화를 그려서 다른 건 잘 모를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늘 알아본다고 한다. 그런 말 보고 부지런하구나 했다. 오다 선생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난 건방진 건가. 오다 에이치로라고 하니. 그냥 난 편하게 말할까 한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한두 사람은 아니구나.

 

 나도 원피스를 보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나와 같은 사람 많겠지. 앞으로도 원피스 즐겁게 만나야겠다. 밀리지 않고 보면 좋을 텐데. 원피스 끝나는 날이 오면 아쉽겠지만, 나도 그 날을 많은 사람과 함께 맞이하고 싶다. 그렇게 빨리 올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언젠가 오겠지. 그때까지 재미와 감동을 많이 느끼고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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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탐정 정약용
김재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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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텔레비전 방송에서 정약용이 탐정 같은 걸 했다는 말을 들었다. 정약용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전라도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그곳에서 많은 사람을 가르쳤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때 책도 많이 썼다. 조선시대에는 왕이 바뀌면 죽거나 귀양살이한 사람이 많았다. 겉으로는 그게 아니고 다른 걸로 트집 잡았을까. 정약용이 전라도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한 건 천주교 때문이었다. 자기 뜻대로 어딘가에 가는 것과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건 다를 거다. 귀양살이를 하면 세상이 원망스러울 것 같은데 조선시대에 귀양살이를 한 사람은 거의 학문을 갈고 닦았다. 할 게 그것밖에 없어서였을지도. 김정희는 제주도에서 추사체를 만들었다. 김정희는 멀리까지 갈 수 없었다고 한다. 한정된 곳에서만 지내서 무척 답답했겠다. 정약용(1762∼1836)과 김정희(1786∼1856) 나이 차이는 나도 조금 알고 지내지 않았던가. 같이 아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다.

 

 여기에서 이야기 하는 건 정약용이 전라도 강진으로 귀양살이 가기 훨씬 전이다. 친구로 나오는 이가환하고는 실제로는 스무살 차이가 나는데 소설에서는 일곱 살 차이 난다고 했다. 소설이니 그건 그렇게 문제 되지 않겠지. 이가환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소설에 나온 것처럼 친구는 아니었다 해도 정약용한테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조선은 유교 사상을 받아들였는데 그것 하나만 있었던 건 아니고 실학이 퍼지기도 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학문이 실학이다. 그건 그저 공부만 하는 게 아니고 실천하는 거겠지. 이건 지금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배운 걸 실천하는 거. 이런 생각하니 내가 그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쩐지 잘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조선시대였다면 나 같은 사람은 살기 어려웠을 거다. 제대로 하는 것도 없고 여자여서. 지금이라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인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조선시대와 같은 신분제도는 없지만 다른 게 생겼다. 많이 가진 사람과 못가진 사람.

 

 천주교에서는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고 한다. 그때 양반이 그런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실천했을까. 소설에서 정약용도 그러지 못했다. 신분제도에서 자유롭지 못해서겠지. 그래도 정약용은 백성을 생각했다. 이런 말 하는 건 안 될지 모르겠지만 정약용이 백성을 생각한 건 그런 자리에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많은 사람이 정약용 같았다면 백성은 괜찮았을 텐데. 백성은 하루하루 사는 게 힘들었을 거다. 신분제도가 없는 세상을 바라기도 했겠다. 그런 시대에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따를지도 모르겠다. 오래전에 정말 평등교라는 게 있었을까. 내가 역사를 다 아는 건 아니구나. 굵직굵직한 거 조금하고 사람도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만 조금 안다. 이건 소설로 받아들이는 게 낫겠다. 역사에 남은 정약용과 이가환이 나온다 해도 말이다. 평등교 교조는 보통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흘러도 젊어 보인다니.

 

 평등교 교조 이기명은 세상을 바꾸는 데 정약용 힘을 빌리려 했다. 정약용도 세상 사람이 평등해져야 한다 생각했다. 하지만 힘으로 그걸 이루려 하지는 않았다. 평등교 교조는 어쩐지 힘으로 그걸 이루려는 것 같았다. 무언가를 이루려면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고도 하는데 정말 그럴까. 자신이 바라고 어떤 일에 뛰어들지 않고 누군가한테 조종당해 희생하는 건 아니다 생각한다. 사람이 같은 생각으로 모여도 서로 다른 걸 생각하기도 한다. 그건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이기명은 그런 건 안 된다고 하는 것 같았다. 이기명은 마음이 약해진 스승도 죽였다. 마음이 약해졌다기보다 스승은 자신이 다른 사람 위에 서고 누군가를 벌해도 괜찮을까 했다.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앞부분에서 이가환이 사이코패스 같은 걸 말했다(소시오패스일까). 혹시 이기명이 사이코패스였을까. 얼굴은 멀쩡하고 머리가 좋지만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그건 아닌가. 정약용이 암행어사를 한 건 정말이다. 그때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을 정리하기도 했단다. 그것도 백성을 생각하고 한 거겠지. 정약용이 쓴 책은 그때 백성한테 도움이 됐겠지. 지금 사람한테는 어떨까. 백성보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 보고 배워야 할 것 같다.

 

 

 

희선

 

 

 

 

 

 

 

                         

                         1974년 장우성(張遇聖)이 그린 정약용(丁若鏞) 표준영정

 

 

 다산 정약용(1762~1836)은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대표 실학자고 개방과 개혁으로 부국강병을 주장한 개혁가입니다. 1762년 지금 남양주에서 태어난 그는 실학자 이익이 쓴 서적으로 실학을 배웠고, 22세에 문과에 장원급제 한 후 규장각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수원화성을 지을 때 거중기를 개발해 공사 기간을 크게 줄였고, 정조의 화성 행차 시 배다리를 설계해 한강을 건너게 했습니다. 이렇게 선진 기술과 새로운 사상에 관심 많았던 그는 정조의 남자라 할 만큼 깊은 신임과 총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조가 세상을 떠난 1801년(순조 1년), 천주교를 믿었다는 죄로 강진에서 18년 동안 유배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동서고금의 학문을 정리하고 실학을 집대성해 최고의 실학자로 입지를 다집니다. 정전론·여전론의 파격스러운 토지 개혁론이나 마을 단위 공동 노동체 건설을 주장했고, 형법, 기술, 의학, 경제, 정치, 국방, 농업 같은 여러 분야에 걸쳐 500여 권에 달하는 책을 썼습니다. 대표 저서로는 부강한 조선을 만들려는 중앙 정치 제도 개혁안을 담은 <경세유표>, 공정한 사법 제도 개혁 방안을 담은 <흠흠신서>, 그리고 지방 정치 제도 개혁안을 담은 <목민심서>가 있습니다. <목민심서>는 1818년 3월 완성되었습니다.

 

 

 

정약용이 귀양살이를 끝낸 것과 목민심서를 쓴 200주년 기념

(해배解配: 귀양을 풀어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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