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면서 꿈 바깥에 있는 난 저런 거 쓰면 괜찮겠다 생각하고는 그런 이야기 있구나 했어. 그건 바로 《오즈의 마법사》야. ‘오즈의 마법사’ 책은 못 보고, 예전에 만화영화만 봤어. 영화도 있지. 그건 못 본 듯해(한번쯤 봤는데 봤다는 걸 잊어버렸을지도). 만화영화를 봐서 내용은 대충 알아.

 

 어느 날 도로시가 사는 곳 캔자스던가, 그곳에 엄청난 회오리바람이 불어와서 오두막을 통째로 날려 버리지. 그때 도로시는 잠 자서 아무것도 몰랐어. 깨어나 보니 본래 살던 곳이 아니어서 깜짝 놀라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

 

 얼마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들었는데, 정말 캔자스에는 회오리바람이 자주 분대. 작가는 그것을 알고 회오리바람에 오두막이 날아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겠지. 그다음 이야기도 한꺼번에 떠오른 건지 쓰면서 떠올린 건지 모르겠지만. 오즈의 마법사도 파랑새처럼 바라는 것이 아주 가까이에 있었지. 그걸 알게 된 건 다른 곳으로 떠났기 때문이기도 해. 떠나지 않고도 가까이에 있는 것을 바로 찾으면 좋을 텐데. 그런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겠지.

 

 꿈을 꿨어. 집이 날아가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온 것처럼 회오리바람에 날아간 건 아니지만. 한번은 집이 날아갈 때 친구가 창 밖 풍경을 봤어. 바깥은 바다였어. “와, 바다다.” 하면서 나도 봤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건 바다가 아니고 폭포가 아니었을까 싶어. 꿈에서는 왜 바다라고 했을까.

 

 얼마 뒤 집은 땅으로 내려갔어. 집 옆에는 비슷한 집이 있었어. 친구들과 내가 있던 집은 아파트 한쪽에 딱 맞았어. 아파트라고 했는데 거기는 옛날이었어. 옛날 풍경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어. 우리는 모두 집 밖으로 나갔어. 그때 난 모두 밖으로 나가도 될까 걱정했는데. 바깥에서 이웃 사람과 말하고 그 사람이 집으로 들어가니 우리가 나온 집 문도 닫혔어. 문이 닫히고는 집이 움직였어. 집은 다른 곳으로 날아가려 한 거야. 어디에 묶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끈을 잡았어. 친구들도 집으로 뛰고. 내가 끈을 잡았지만 다시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어. 다른 친구도. 문은 바깥에서 열 수 없었던 거야.

 

 바깥에서 열고 들어갈 수 없는 문에 무슨 뜻이 있는 걸까. 그건 이제야 생각했군. 꿈을 꾸던 난 저런 이야기 써야겠다 했어. 꿈하고 똑같이 쓰는 건 아니고 집이 날아가서 모르는 곳에 가는 거. 정말 이건 《오즈의 마법사》와 같지. 밤에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집이 아주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것도 괜찮겠어. 언젠가 쓸지 그냥 이렇게 생각만 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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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하나 없이 높고 파란 하늘도 좋지만 구름이 깔린 하늘은 그것대로 멋지다

하나 조금 다른 게 끼어 있구나

사진 속은 구름 사이가 조금 벌어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졌다

그건 담지 못해 아쉽다

 

마지막은 모과

예전에 진분홍색 꽃이 핀 걸 봤는데 그건 모과꽃이었구나

저건 누가 따갈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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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 문학과지성 시인선 504
김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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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시집을 만났다. 좀 어려운. 내가 시집 보고 잘 봤다고 한 건 거의 없구나. 김언 시집은 처음이다. 이름을 안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올해 2018년에 안 것 같다). 김언에서 언은 한자로 어떻게 쓸까. 혹시 말씀 언言은 아닐까.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생각났다. 이름 때문에 시를 이렇게 쓸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든다. 김언 시를 보면 ‘말’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시는 말이 적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말놀이라고도 하는구나. 김언 시는 오은하고는 조금 다르게 하는 말놀이처럼 보인다. 한마디 말을 하고 여러 말을 한다고 그걸 말놀이라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김언 시는 작게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말 같기도 하다. 어떤 주문.

 

 

 

 지금 말하라. 나중에 말하면 달라진다. 예전에 말하던 것도 달라진다. 지금 말하라. 지금 무엇을 말하는지. 어떻게 말하고 왜 말하는지. 이유도 경위도 없는 지금을 말하라. 지금은 기준이다. 지금이 변하고 있다. 변하기 전에 말하라. 변하면서 말하고 변한 다음에도 말하라. 지금을 말하라. 지금이 아니면 지금이라도 말하라. 지나가기 전에 말하라. 한순간이라도 말하라. 지금은 변한다. 지금이 절대다. 그것을 말하라. 지금이 되어버린 지금이. 지금이 될 수 없는 지금을 말하라. 지금이 그 순간이다. 지금은 이 순간이다. 그것을 말하라. 지금 말하라.

 

-<지금>, 9쪽

 

 

 

 앞에 옮겨 쓴 시는 가장 처음 나오는 시다. 다른 시보다 짧아서. 보면 알겠지만 이 시에는 지금이라는 말이 참 많이도 나온다. ‘지금 말하라’인가. 김언은 시에서 같은 말을 되풀이 할 때가 많다. 제목으로 쓴 말. 모든 시를 잘 본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하다니. 아니 몇달 전에 내가 처음 본 김언 시 <괴로운 자>에도 괴롭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시를 다 봐도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기 어렵지만 거기게 빠져들게 한다. 그건 귀 기울이는 걸까.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으려고. 아니면 좀더 잘 좀 말해, 하는 마음일지도.

 

 

 

 어떤 슬픔도 없는 중이다. 슬픔이 많아서 없는 중이다. 없는 중에도 슬퍼하는 중이다. 슬퍼하는 중을 외면하는 중이다. 다 어디로 가는 중인가. 다 어디서 오는 중인가. 아무도 가로막지 않는 중이다. 아무도 가로막을 수 없는 중이고 오고 있다. 슬픈 중에도 슬픈 중과 함께 더 슬픈 중이 돌아가고 있다. 돌려주고 싶은 중이다. 되돌리고 싶은 중이고 중은 간다. 슬픈 중에도 고개 한번 끄덕이고 고개 한 번 돌려보고 가는 중이다. 오지 말라는 중이다. 가지 말라고도 못 한 중이다. 너는 가는 중이다. 없는 중이다.

 

-<중>, 16쪽

 

 

 

 시를 보다보면 헷갈린다. 무언가를 한참 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 ‘중’으로 이런 시를 쓰다니. 해설에서 김언 시는 물음과 답을 말한다고도 했는데, 이 시도 그런 면이 보인다. 슬픔이 없기를 바라지만 네가 가고 없어서 슬픈 중은 아닐까. 그게 아닐지도. 자신없구나. ‘~하는 중’인데 절에 있는 중(스님)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이건 진짜 아니겠구나. 여러 가지로 생각하면 어떤가 싶기도 하다. 시는 읽는 사람이 상상해도 괜찮다.

 

 

 

 그 생각을 하려니까 혀끝이 간질간질하다. 그 생각을 들으려니까 귓속이 근질근질하다. 그 생각을 만지려니까 내 손이 먼저 떨고 있다. 그 생각이 무언가? 그 생각이 무엇이기에 벌벌 떨고 있는 내 발이 움직이지 않는 걸까? 땅바닥에 붙은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 발바닥을 떼려고 하니까 그 생각이 먼저 와서 녹는다. 언제 얼음이라도 얼었냐는 것처럼 녹고 있는 물을 얼마나 더 녹여야 그 생각이 바뀔까? 만질 수 없는 물을 더 만질 수 없는 물로 옮겨 가는 생각을 얼마나 더 만져야 손이 멈출까? 방금 전까지 벌벌 떨고 있던 손을 다른 손이 붙잡고 거두어 간다. 둘 다 떨고 있기는 마찬가지인 손을 끝까지 다독이려는 그 말도 혀끝에서 몰래 떨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내 귀는 그 말을 삼키려고 아직도 열려 있고 떨고 있다. 어떤 말이 와서 쾅 하고 닫힐 때까지.

 

-<그 생각>, 19쪽

 

 

 

 그 생각은 무엇일까 싶다. 그 생각은 앞과 뒤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드는데.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를 말하는 그 생각. 다른 시에서는 이것, 그것, 저것이라 한다. 김언 시를 보면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중요한 말은 하지 않는다. 그 생각도 그렇고 이것, 그것, 저것도 그렇다. <그것 없이도>(48~50쪽)에서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가지다. 그런 생각만 들고 그것이 뭔지 잘 모르겠다. 시를 더 오래 들여다보고 생각하면 머릿속 안개가 걷히 듯 김언이 말하는 이것, 그것, 저것을 알 수 있을까. 아니다, 그런 건 똑똑히 안 봐도 괜찮다. 똑똑히 보면 안 좋을 것 같다. 시는 그런 면이 있는 게 좋다.

 

 지금까지 시를 많이 만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만난 것 가운데서 김언 시는 개성이 커 보인다. 이런 시를 쓰는 시인도 있구나 싶다. 읽다보면 빠져드는 시, 주술 같기도 하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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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는 별 일 없을 것 같지요

잘 생각해 보세요

집이라고 해도 그렇게 안전하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불조심해야 해요
불은 먹을거리를 만들 때 쓰지요

재료를 다듬고 써는 데는 칼을 씁니다

칼 쓸 때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채소 썰 때 다른 생각하면 손 벨 수 있어요

뜨거운 냄비 들 때는 꼭 행주 쓰세요

뜨거운 음식 조심하세요

잘못해서 쏟으면 델 수 있어요

 

평소에 조심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넘어지거나

물건을 잘못 건드려 발등에 떨어질 수도 있어요

별거 아닌 걸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사고는 한순간이에요

 

편안한 집이어야 하는데

이렇게 생각하니 집에도 위험한 게 많지요

이런 건 자주보다 가끔 생각하면 괜찮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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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쉬지 않고 시간을 새기던 시계가 멈추고 세상도 멈춘 듯했다. 사람들은 하나 둘 멈추어 서서 광장 한가운데 우뚝 선 시계를 바라보았다. 곧 관공서에서 몇몇 사람이 오고 시계를 살펴 보았다. 시계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톱니바퀴에 끼어 있던 작은 나무 조각을 빼내자 시계는 움직였다. 다시 시간을 새기는 시계를 바라보고, 광장에 멈추어 섰던 사람도 움직였다. 광장을 떠나는 사람들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시계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시간을 새기면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떠나보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자신들을 지켜보는 시계가 마음 든든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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