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물든 커다란 나뭇잎이 세찬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졌어요. 나무는 조금 슬펐어요. 해마다 가을이 오면 자기 몸에 난 나뭇잎이 물들고 떨어져서. 사람은 가을이 오고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를 보고 배워야 한다고 합니다. 나무는 그런 말도 싫었어요. 그랬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나뭇잎이 떨어지면 다음 봄을 기다립니다.

 

 땅으로 떨어진 나뭇잎은 바람에 날려 멀리까지 가기도 하고 나무 밑에서 거름이 되기도 했어요. 어떤 때는 아이가 와서는 나뭇잎을 주워갔어요. 나무는 아이가 나뭇잎으로 무엇을 하는지 무척 알고 싶었지만 알 수 없었어요.

 

 이번에 바람에 떨어진 나뭇잎을 아이가 주워가려고 했어요. 나무는 아이가 그곳을 떠나기 전에 힘을 내서 몸을 흔들었어요. 바람도 불지 않는데 나뭇잎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자, 아이는 그 자리에 멈춰 섰어요.

 

 나무는 그런 아이를 보고 더 힘을 내서 목소리를 내 봤어요.

 

 “얘, 그 나뭇잎 뭐 하려고 주워가는 거야?”

 

 그 말을 들은 아이는 눈이 커지고 둘레를 두리번 거렸어요.

 

 “얘, 놀랐어? 나야, 네 앞에 있는 나무.”

 

 “나무가 말을 하다니, 깜짝 놀랐어.”

 

 “놀라게 해서 미안해. 사실 나도 내가 사람한테 말할 수 있는지 몰랐어. 한번 힘을 내 봤더니 목소리가 나왔어.”

 

 “우와, 대단하다.”

 

 “내가 물어본 거 대답해 줘.”

 

 “아, 그거. 나뭇잎 왜 주워가느냐교.”

 

 “응.”

 

 “나뭇잎이 커다랗고 색깔도 예뻐서 여기에 편지 써서 친구한테 주려고.”

 

 “……편지?”

 

 나무는 편지가 뭔지 잘 몰랐어요. 아이는 잠시 생각하고 나무한테 말했어요.

 

 “편지는 종이에 쓰는 거기는 한데, 난 다른 편지 쓰고 싶어서. 편지에는 자기 마음을 써.”

 

 “잘 모르겠지만, 그거 받은 친구는 기뻐해?”

 

 아이는 활짝 웃고는 “그럼.” 하고, “나뭇잎 고마워.” 말했어요.

 

 그 말을 들은 나무는 기쁜 듯 나뭇잎을 흔들었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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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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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그렇게 밝지 않아. 기분이 좋은 날보다 우울한 날이 더 많아. 얼마전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기분이 가라앉고, 걱정은 죽어야 안 하겠구나 했어. 살았을 때 좋아지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니까. 기분이 안 좋을 때 난 시간이 가기를 기다려. 시간이 흐르면 기분이 조금 나아. 이건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다 지나가는군. 모든 건 지나가니 지금을 살아라 하는 말도 있어. 기분 안 좋을 때는 잠시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겠지. 혹시 이거 말고 다른 좋은 방법이 있다면 가르쳐줘. 책을 만나는 것도 있군. 아니 이건 기분이 안 좋을 때뿐 아니라 언제나 하는 거여서. 책은 내 기분과 상관없이 늘 만나. 책은 언제든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거군.

 

 하야마 타마미는 스무살이고 타마 짱이라 해. 난 타마 짱이 하는 심부름 서비스가 시골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다달라는 물건을 대신 사다주는 건지 알았어. 그런 것도 있지만, 먹을거리부터 사는 데 있어야 하는 물건 같은 걸 차에 싣고 다니면서 파는 거였어. 물건 파는 곳을 정해놓고 정해둔 날에 가. 그렇게만 해도 거기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건 사는 게 좀 편하겠지. 오래전에는 물건이 없고 가게가 많지 않아서 물건을 가지고 다니면서 파는 보따리 장사가 있었지. 타마 짱이 하는 것과 보따리 장사는 조금 다른가. 아주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해. 지금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작은 가게가 문을 닫고 커다란 마트가 생겼어. 아니 온 세계가 비슷한가. 그런 곳 물건은 조금 싸도 한번 가려면 힘들어. 나이 많은 사람은 얼마나 더 힘들겠어. 인터넷으로 살 수도 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것도 힘들겠지.

 

 지금은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지. 그런 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걸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것도 어렵지. 하야마 타마미는 대학에 다니려고 도시에 갔다가 학교를 그만두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해. 그게 바로 심부름 서비스야. 아버지가 척추 종양수술을 해서 타마 짱이 조금 걱정했는데 수술은 잘 되고 아버지는 타마 짱이 하려는 걸 허락해. 그리고 차 사고로 죽은 엄마 생명보험금을 주고 “에미 목숨으로 시작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즐길 것.  (145쪽)”이라 해. 타마 짱이 어렸을 때 엄마가 차 사고로 죽었지만 타마 짱은 밝아. 필리핀 사람이 새엄마고 외할머니도 있어. 새엄마 샤린하고는 좀 맞지 않기도 하지만. 고향에 있는 친구 도키타 소스케와 마쓰마야 마치도 타마 짱을 도와줘. 타마 짱은 심부름 서비스를 하기 전에 먼저 이동판매를 하는 후루타치 쇼조한테 여러 가지 배워. 타마 짱 둘레에는 좋은 사람이 많아.

 

 맨 처음에 내가 난 밝지 않다고 했잖아. 이 책은 좀 밝아. 오해나 슬픈 일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고는 괜찮게 돼. 아니 타마 짱과 새엄마 샤린은 앞으로도 삐걱거리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함께 사는 시간이 쌓이고 서로를 알게 되면 달라지겠지. 문화가 달라서 생기는 일도 있어. 샤린과 아버지는 잘 지내는군. 다른 관계여서 그럴 수밖에 없겠어. 소스케와 아키는 타마 짱을 돕고 조금 달라져. 소스케는 고향에 남아 아버지 일을 물려받아 할 생각이지만 뭔가 모자람을 느꼈는데, 차 고치는 일뿐 아니라 차를 꾸미는 일도 하려고 해. 마키는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일하다 큰 상처를 받고 돌아오고는 집에만 틀어박혀서 지냈는데, 타마 짱과 소스케 일을 돕고는 밖으로 나오게 돼.

 

 다 잘 되는 것 같지만 타마 짱한테 힘든 일도 생겨. 그때도 아버지 샤린 그리고 친구가 있어서 잘 넘기고 다시 시작해. 타마 짱 둘레에 좋은 사람이 있어서 타마 짱이 힘을 낸 거기도 하고 본래 타마 짱이 밝아서기도 해. 타마 짱이 밝게 자란 건 아버지나 외할머니 덕분인가. 한번뿐인 삶 즐겁게 살면 좋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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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건 채소일까

닭이 낳은 달걀

젖소한테서 얻을 수 있는 우유

탄수화물은 밥에서

봄에 예쁜 꽃을 피우고 열매 맺고

여름 가을에 따는 과일

복숭아, 사과, 포도, 배, 감……

밤은 과일인지 채소인지

나무에 열리니 과일

과일은 단맛이 나야 할 것 같지만

견과라고 하는구나

채소면서 과일 같은 것도 있다

수박, 참외 그리고 토마토

자연에서 나는 건 모두 몸에 좋다

땅에서 나는 걸까

사람은 땅에 발을 딛고 걷고

땅에서 힘을 얻는다

몸에 좋은 건 마음에도 좋다

꽃을 보면 마음이 밝아지고

나무를 보면 시원하다

음악을 들으면 이런저런 감정을 느낀다

그림을 보아도

책을 만나도

마음을 울리는 모든 것

그 가운데서 가장 좋은 건

당신이 건네는 따스한 말 한마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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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87

오다 에이치로

集英社  2017년 11월 02일

 

 

 

 만화책 한권 보면 바로 다음 권이 보고 싶다. 지금까지 난 만화책 쌓아놓고 본 적 없다. 지금 생각하니 한국말로 나온 것보다 일본말로 나온 걸 더 많이 봤다(자랑 같구나. 아주 많이 본 사람에 견주면 적은데). <원피스> 만화책도 보고 싶다 생각한 때와 일본 만화영화를 보게 된 게 비슷한 때였다. 원피스 만화영화 보다가 책도 보고 싶다 생각했구나. 예전에도 말했지만 <원피스> 앞부분 만화책 못 본 것도 많다. 앞에 거 몇권 사다가 못 샀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는 일본에서 나온 거 보고 싶다 생각하고. 이제 만화책이 조금 생겼으니 그걸 쌓아두고 봐도 될 텐데. 언젠가 그런 거 할 수 있을까. 지금보다 일본말을 더 잘 읽게 되면. 만화책은 소설보다 조금 빨리 보지만 여전히 한국말보다 천천히 본다(한국말 책도 그렇게 빨리 못 보는구나). 가끔 밀리는 건 책을 보고 써야 하는 게 걱정스러워서고, 한권 보면 다음 권이 보고 싶어서다. 홀케이크 섬 편 89권까지인 듯하다.

 

 루피와 여러 동료는 카포네 갱 베지가 선장인 해적단과 힘을 합쳐 사황에서 하나인 빅맘을 죽이려고 했지만 잘 안 됐다. 이번에 빅맘이 쓰러지지 않으리라는 건 알았다. 카이도 먼저 쓰러뜨려야 하니까. 카이도 다음에 바로 빅맘과 싸울지. 그건 그때 가서 봐야겠다(잊고 있었는데 검은 수염 해적단도 있다). 빅맘은 베지가 만든 커다란 성에 있는 루피와 베지를 잡으려고 성을 공격했다. 잠깐 설명한다면 베지는 성성 열매를 먹고 자기 몸을 성으로 바꿀 수 있다. 성이 커지기도 하는구나. 본래 크기일 때는 베지 몸이 성이다. 참 신기한 힘이다. 원피스 세계에는 악마의 열매라는 게 있고 그걸 먹으면 신기한 힘이 생기지만 헤엄을 칠 수 없다. 힘을 갖게 된 대가일지도. 예전에 도플라밍고가 악마의 열매를 많이 만들었다. 그건 카이도 때문이었던가. 악마의 열매는 거의 어디 있는지 모르고 힘은 하나뿐이다. 루피가 고무고무 열매를 먹어서, 고무고무 열매는 이제 없다. 힘을 가진 사람이 죽으면 그게 어딘가에 생긴다고 한다.

 

 빅맘이 성을 공격해서 베지가 다쳤다. 성 안에 있어도 성 자체는 베지와 이어져 있구나. 베지는 모두를 자기 몸 안에 넣은 채 본래 크기로 돌아가고 그걸 시저가 안고 날아가라고 한다. 시저는 왜 내가 그런 걸 해야 해 하지만. 그런 계획을 세웠지만 쉽지 않았다. 상디 아버지와 형제 제르마 66(더블식스)가 도와주지만, 루피와 상디도 바깥으로 나간다. 바깥에는 빅맘뿐 아니라 빅맘 자식이 여럿 있었다. 제르마 66는 잡히고 루피랑 상디도 힘을 다 못 썼다. 이제 끝인가 했을 때 폭탄이 터졌다. 그건 어인섬에서 루피가 받은 거다. 어인섬에서 빅맘한테 줘야 할 과자가 없어서 루피가 과자대신 보물과 함께 빅맘한테 주었다. 어인섬 사람은 그 보물상자에 폭탄이 든 걸 나중에 알았다. 결혼식이 혼란한 틈을 타 그것을 가져가려는 사람이 있었는데 뚜껑이 열려서 폭탄이 터졌다. 그거 도움이 될 거다 생각했는데. 빅맘이 보물상자 받고 바로 열어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빅맘 자식은 다들 누가 폭탄을 터뜨렸는지 모르고, 폭탄이 터지고 홀케이크 성이 무너져서 루피랑 베지 제르마 66는 잠시 위험에서 벗어났다.

 

 모두 베지 몸에서 나오고 베지하고는 헤어졌다. 그렇게 쉽게 달아날 수 있을까. 홀케이크 성이 무너졌지만 빅맘이나 빅맘 자식은 다 괜찮았다. 둘로 나뉘어서 베지와 루피와 동료를 쫓았다. 그때 빅맘이 조금 이상해졌다. 빅맘은 먹고 싶은 걸 바로 먹지 못하면 이성을 잃는다. 어렸을 때도 그것 때문에 엘바프 마을 하나를 다 부쉈다. 빅맘 첫째 아들이 빅맘한테 하나 더 만든 결혼식 케이크를 루피와 동료가 훔쳐갔다고 했다. 그런 거짓말을. 빅맘은 정신이 없는데도 그 말은 들었다. 결혼식 케이크여서 그랬겠지. 결혼식 케이크를 다시 만들어야 했지만 만들 사람이 없었다. 푸딩이 나타나서 자신과 쉬폰이 만들겠다고 한다. 푸딩이 상디를 안 좋게 말해서 푸딩 마음은 뭐가 진짜인가 했다.

 

 서니호가 있는 곳으로 서둘러가는 루피와 동료를 빅맘이 따라잡았다. 서니호에는 빅맘 아들 첫째와 둘째가 있었다. 루피와 동료는 빅맘과 빅맘 자식 사이에 서다니. 어떻게 됐을까. 여기에서 잠시 여러 곳으로 갈라진다. 상디는 푸딩과 결혼식 케이크 만들러 가고 루피는 빅맘 아들과 딸을 거울 속으로 끌고 가고, 나머지는 서니호를 타고 날아서 거기를 떠난다. 배가 어떻게 나느냐고 하겠다(아는 사람도 있겠구나). 서니호에는 그런 장치가 있다. 콜라를 이용하는 걸로 잠시 날 수 있다. 서니호에 루피와 동료가 왔을 때 먼저 온 쵸파와 브룩이 사탕이 되려 했다. 페드로는 여기에서 루피를 구해야 한다 생각하고 폭탄을 들고 빅맘 첫째 아들과 바다로 뛰어들었다. 페드로는 어떻게 됐을까. 빅맘 아들은 죽지 않았다. 폭탄이 터져서 사람이 살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페드로가 살아있기를 바란다. 원피스에서 사람이 하나도 죽지 않은 건 아니지만 쉽게 죽지 않는다. 페드로는 코끼리 섬을 떠나 루피와 동료와 함께 홀케이크 섬에 올 때 마음먹었나 보다.

 

 빅맘 영역에서 달아나는 건 쉽지 않구나. 서니호가 잠시 날았지만 위험에서 다 벗어나지 못했다. 여전히 빅맘이 뒤를 쫓았다. 거기에 결혼식 케이크가 없다는 건 알아채지도 못했다. 루피는 거울 속에서 빅맘 둘째 아들 카타쿠리와 싸운다. 이 싸움 쉽게 끝나지 않겠다. 푸딩이 루피와 동료 앞에 나타났을 때 좀 웃겼다. 푸딩은 마음과 다르게 말했다. 그런 버릇이 든 건 아닐까. 푸딩이 오빠한테 상디를 안 좋게 말했을 때는 알쏭달쏭했는데, 언니 쉬폰한테는 상디와 상디 동료를 구하고 싶다고 한다. 쉬폰은 스릴러 바크에서 만난 로라와 쌍둥이다. 빅맘은 상디와 푸딩 그리고 쉬폰이 만든 케이크 먹고 정신이 돌아오면 어떻게 할까. 이번에는 그냥 보내주면 좋을 텐데. 루피는 카타쿠리와 싸우겠지만.

 

 

 

희선

 

 

 

 

 

 

 

 

그 사람과 동료가!!

죽임 당할거야!!!

 

 

 

 

어쩐지 쑥스러워서 양탄자 안으로 들어간 푸딩

 

 

 

 

시……시끄럽네!!

떨어질지 떨어지지 않을지는 내 맘이잖아, 상디!!!

 

 

(마음속, 위)

꺄──♡

어쩜 이렇게 다정해!?

내 걱정을…♡

 

 

푸딩은 상디한테 겉으로는 거칠게 말하고 마음속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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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리 종활 사진관
아시자와 요 지음, 이영미 옮김 / 엘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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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세상에 나고 살고 나이를 먹으면 마지막이 찾아온다. 세상에 오는 차례는 있어도 가는 차례는 없다 한다. 세상에 나고 얼마 안 된 아이가 갑자기 죽을 수도 있고, 어제까지 건강하던 사람이 잠자다 이튿날 죽을 수도 있겠지. 잠자다 세상을 떠나면 자기 자신뿐 아니라 둘레 사람한테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남은 사람은 조금 슬퍼할까. 혼자 사는 사람은 죽고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발견될 수도 있겠다. 난 그게 그렇게 안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은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살다 죽은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난 이런 말을. 내가 그렇게 될 것 같아서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보고 혼자 살다 쓸쓸하게 죽었구나 생각하지 않아야 할 텐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도록 나중에 글이라도 남겨둬야겠다. 갑자기 내가 죽을 리 없다 생각해서 미루는구나. 사람 앞날은 알 수 없는데.

 

 자신이 갑자기 죽어도 괜찮게 늘 정리하는 사람 있을까. 없지 않겠다. 위험한 일 하는 사람은 언제나 할지도.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러지 않겠지. 거의 모두 오늘이 가면 어김없이 내일이 찾아오리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러기는 하지만, 가끔 이상한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 생각하면 좀 달라져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는다. 책을 보고는 거기 나온 걸 생각한다. 이번에는 영정사진을 찍어둬야 하나 하는 생각을. 난 그런 거 안 할 것 같다. 그런 사진 볼 사람이 없으니. 이 책은 영정사진을 주로 찍는 사진관을 배경으로 여러 식구 이야기가 나온다. 네가지에서 두가지 두번째와 네번째는 끝까지 보지 않고도 알아챘다. 첫번째와 세번째 때는 걸리는 말이 있었는데 깊이 생각하지 않아서 나중에 알았다. 여기에 나오는 수수께끼가 무언지 바로 알아채지 못해도 괜찮다.

 

 지금은 죽음을 말하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그런 책을 보면 죽음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말한다. 죽음도 삶의 한 부분이다. 잘 살다 떠나면 참 좋을 텐데.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은 식구겠지. 식구라고 해도 서로의 마음을 다 알기는 어렵다. 이것저것 다 말하는 것도 멋쩍고. 이건 나만 그럴까. 모르면 모르는 대로 살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고 싶은 사람도 있고, 자신이 죽기 전에 아들과 손자가 마음을 풀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고,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는 아버지를 찾으려는 사람도 있고, 자기 아내가 아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오해가 풀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걸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걸 보면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리 종활 사진관에서는 거의 영정사진을 찍지만 마지막 정리를 할 수 있게 돕기도 한다. 사진만 찍으면 돈이 안 돼서 여러 가지를 하는 거지만,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 곳은 식구가 있는 사람뿐 아니라 혼자 사는 사람한테도 도움이 되겠다. 아마리 종활 사진관에서 영정사진만 찍지는 않는다. 해마다 자기 사진을 찍는 사람이 나온 건 아니지만, 그거 괜찮을 것 같다. 해마다 자기 모습을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그건 아무 사진기로 찍어도 괜찮을까). 식구 사진을 해마다 찍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그건 식구 사이가 좋아야 할 수 있겠다. 식구 사이가 좋지 않아도 억지로 사진 찍는 사람이 있을지도. 책에서는 시간이 흐른 뒤에 무언가를 알기도 하고 엉킨 마음을 풀기도 한다. 현실은 좀 다르다. 책을 보고 나중에 아쉬워하지 않으려고 잘하려는 사람도 있고, 엉킨 마음을 쉽게 풀지 못한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꼭 죽기 전에 그걸 풀어야 할까. 풀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사람은 그냥 살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언제 내게 끝이 다가올지 모른다. 언젠가는 올 거다. 그날을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지금 잘 살아야겠지. 나이를 먹고 끝을 생각하기보다 가끔 생각하고 준비하면 더 낫겠다. 다른 건 잘 못해도 마음 비우기는 조금이라도 해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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