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츠메 우인장 22
미도리카와 유키
白泉社 2017년 09월 05일
언젠가도 여름에 <나츠메 우인장>을 만났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무서운 이야기는 없지만 나츠메가 겪는 일을 잘 생각하면 무서울 수도 있다. 여름에 무서운 이야기를 더 하는 건 더위를 식히려는 거겠지. 왜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 찬 기운이 들고 오싹할까. 무언가 스쳐지나가도 찬 기운을 느낀다고 한다. 귀신 요괴는 사람처럼 따듯하지 않아설지도. 언젠가 나츠메 친구 시바타가 사람인지 알고 만난 여자 고등학생 모습을 한 요괴와 손을 잡았을 때 손이 차갑다고 했다. 사람과 요괴는 다른 세계에 살겠지. 아니 같은 곳에 산다 해도 서로 간섭하지 않으면 모르겠다. 보이지 않아도 함께 산다 느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요괴라고 다 나쁘지는 않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쁜 사람도 있다.
이번에 본 22권 나온 지 한해가 다 되어간다.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니. 예전에도 한 말이지만 <나츠메 우인장>은 자주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다. 한해에 여러 권 나왔다면 밀렸을 테니 말이다. 자주 나왔다면 자주 나오는대로 봤을까. 올해도 9월에 책(23권)이 나온다. 한해 만에 나오다니. 여기에 딱 한번 산 만화잡지에 실린 이야기도 있다. 밤마다 나츠메가 니시무라를 찾아와서 니시무라가 학교에서 주운 인형 손가락이 괜찮은지 보고, 보름달이 뜬 날 니시무라가 그 손가락을 어느 집에 있는 인형에 끼우게 하는 이야기. 니시무라는 밤마다 2층 창을 두드리는 나츠메를 진짜 나츠메라 여기고 둘만의 비밀이 생긴 것을 기쁘게 여겼다. 인형 손가락을 끼웠을 때 니시무라는 밤에 찾아온 나츠메가 진짜 나츠메가 아니다는 걸 무의식으로 알았을지도. 인형은 니시무라한테 나쁜 짓은 하지 않고 손가락만 찾으려 했다. 인형도 밤에 니시무라를 만나고 잠시 이야기해서 즐거웠을 것 같다. 오래전에 그 인형을 좋아한 사람이 있었겠지. 나츠메 모습으로 니시무라를 찾아온 건 인형이 날려보낸 마음이다.
세상에는 요괴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보다 없다고 여기는 사람이 더 많을까. 요괴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한테는 있는 거고 없다고 여기는 사람한테는 없는 거겠지. 나츠메는 친구 타키와 타누마와 요괴 자료를 전시하는 여관에 간다. 타누마와 타키는 나츠메가 요괴를 볼 수 있다는 걸 아는 친구다. 그래서 함께 갔겠다. 타키 할아버지는 요괴를 좋아하고 연구했지만 볼 수 없었다. 타누마는 요괴를 뚜렷하게 볼 수 없지만 조금 느낀다. 타키나 타누마가 요괴를 조금 알아서 나츠메가 요괴를 볼 수 있다는 걸 말했구나. 나츠메가 어떤지 아는 친구가 하나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다. 이건 이 책을 죽 보면 알 수 있다. 타키와 타누마가 나츠메가 요괴를 볼 수 있다는 걸 안다 해도 나츠메는 자신한테 일어나는 일을 다 말하지 않는다. 타키와 타누마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세 사람이 간 여관은 요괴나 신이 머물기도 하는 곳이었다. 그런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했다. 갑자기 비가 많이 와서 셋은 그 여관에서 하룻밤 자기로 한다. 그날 밤 꿈에 타누마는 노렌 사이로 안을 보는 얼굴을 보았다. 다음날 여관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나츠메는 여관 주인한테서 지난밤에 노렌을 뒤집어서 걸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여관 노렌은 낮에는 앞이 보이게 걸고 밤에는 뒤집어야 했다. 뒤집으면 부적이 되어서 나쁜 요괴가 들어오지 못했다. 타누마가 밤에 꾼 꿈은 나쁜 요괴가 그 여관에 들어오는 거였다. 여관에는 오랫동안 단풍을 보러오는 단골 요괴 이나나기가 있었는데, 나츠메를 만나고 나쁜 요괴가 거기에 왔다는 걸 알고 그 요괴를 쫓는 부적을 써서 쫓아달라 한다. 부적을 그리는 건 타키와 타누마가 함께 했다. 나츠메가 나쁜 요괴한테 부적을 붙이려 했지만 잘 안 됐다. 그걸 이나나기가 했다. 요괴가 부적에 손을 대면 자신도 그 주문에 걸린다. 이나나기도 여관 밖으로 튕겨나갔다. 그래도 이나나기는 여관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걸 막아서 기뻐했다. 야옹 선생이 와서는 그 부적은 그게 붙은 요괴한테만 영향이 있다고 했다. 이나나기는 여관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부적은 요괴를 여관 밖으로 쫓고 다시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거였다.
난 책을 보면 그 이야기를 잘 알려주고 싶기도 하다. 내가 말하는 것과 실제 보는 건 다를 텐데. 나츠메는 우인장에 있는 이름을 돌려받기를 바라는 요괴가 있다는 요괴들 소문을 듣고 그 요괴를 찾아간다. 경호원인 야옹 선생도 함께. 나츠메 앞에 나타나는 요괴는 자기 이름이 우인장 맨 앞에 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츠메는 레이코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레이코는 우인장을 만든 나츠메 할머니다. 예전에 레이코는 혼자 숲에 다녔다. 사람이 별로 없는 조용한 곳을 찾으러. 그 요괴 소라노메도 혼자 있기를 좋아했다. 그래도 레이코가 마음 쓰여서 레이코가 어떤지 지켜봤다. 얼마 뒤 숲에 다른 여자아이가 왔다. 이름은 소코였다. 레이코는 요괴들이 하는 말을 듣고 소코가 있는 곳에 찾아와서 거기 있지 말고 집에 가라고 한다. 소코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찾아왔다. 그때마다 레이코는 소코 옆에서 낮잠을 잤다. 레이코는 요괴가 소코한테 나쁜 짓 못하게 하려고 그랬겠지.
어느 날 소코가 자기 이름을 말하고 레이코한테 이름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레이코가 쉽게 가르쳐주지 않자, 둘이 싸워서 자신이 이기면 이름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싸움이라고 했지만 그건 별거 아니다. 돌맹이로 바위에 있는 삼각무늬 맞추기, 달리기 이런 거였다. 소코는 거의 이기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뒤 소코가 드디어 이겼다. 레이코는 자신이 나츠메 레이코라 말했다. 소코는 조금 놀랐다. 나츠메 레이코는 옆마을에 사는 조금 이상한 여자아이 이름이었다. 레이코는 소코한테 자기 이름을 말하고 싶기도 하고 말하고 싶지 않기도 했던 것 같다. 다음날부터 소코는 숲에 오지 않았다. 이렇게 끝나면 슬프겠지. 소코가 그동안 숲에 오지 못한 건 몸이 아파서였다. 레이코가 더는 그곳에 가지 않았을 때 소코가 왔다. 소라노메는 소코 옆에서 레이코가 기다렸다는 말을 했지만 소코한테 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레이코는 소코와 함께 놀아서 나중에 요괴와 싸우고 요괴가 지면 종이에 이름을 적게 했다. 요괴한테 이름을 적게 하고 그 뒤로는 찾지 않았다. 그건 왜였을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상처받지 않으려고다. 이거 하나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레이코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요괴한테 이름을 적게 한 거 아닐까. 그저 그 요괴를 만났다는 증거 같은 걸 남기려고. 그건 하면 안 되는 건가 보다. 요괴 이름이 적힌 종이는 요괴 목숨과 같다. 하면 안 되는 거지만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는 듯하다. 레이코와 소코가 엇갈리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우인장은 없었을까. 레이코가 오래 친하게 지낸 사람이나 요괴가 없었다 해도 그때 그때 만난 요괴가 있어서 괜찮았을 거다. 다른 사람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난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다니.
요괴를 볼 수 있고 요괴한테 안 좋은 일을 당한 사람은 요괴를 볼 수 있는 걸 안 좋게 여기기도 하지만, 요괴를 볼 수 없어도 요괴한테 관심을 갖고 보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타키 할아버지가 그랬구나. 남자아이는 아빠한테 요괴 도감을 받고 요괴를 좋아하고 만나고 싶다 생각했다. 그 아이는 요괴를 찾으려고 숲에 왔는데 야옹 선생을 만난다. 야옹 선생은 저도 모르게 아이한테 말을 한다. 아이는 그걸 무척 신기하게 여기고 야옹 선생한테 요괴가 지나가면 무지개가 생기는 폭포를 함께 찾자고 한다. 야옹 선생이 바로 요괸데. 그 아이는 언젠가 그걸 깨달을까. 나츠메는 비를 피하러 들어간 문 닫은 역 건물에서 마토바를 만난다. 거기에서 조금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아니 어쩌면 조금 무서운 일일지도. 예쁜 새소리를 내던 요괴는 목만 있었을까.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