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아무 걱정없이 살았지

그때는 그때 걱정이 있었을까

지나고 나니 그건 별것 아니었네

나이를 먹으니 더 많은 걱정이 생겼지

오늘 날씨는 좋을까

비가 오지 않아 걱정이네

이런 걱정을 시작해 여러 가지

그리고

조용하게 별일 없이 살고 싶었네

날씨도 맑을 때 흐릴 때

바람 불고 비 올 때가 있는데

살면서 아무런 일도 겪지 않을 수 있을까

그건 어려운 일이지

시간이 흐르는 것과 함께 나이를 먹고

가까운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고

자신의 죽음도 준비해야 하네

많은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기도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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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JOR 2nd(メジャ-セカンド)(2): 少年サンデ-コミックス (コミック)
미쯔다 타쿠야 / 小學館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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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세컨드 2

미츠다 타쿠야

 

 

 

 

 

 

 지금까지 나온 걸 따라 잡으려면 책을 부지런히 봐야겠다. 그렇기는 해도 아직 7권까지밖에 사지 않았다. 7권까지 다 보고 다음 것을 사야겠다. 올해 유월에 14권이 나오고 다음달에 15권이 나온다. 벌써 그렇게 나오다니. 이 책도 석달에 한번 나오는가 보다(빠르면 두달). 죽 보면 초등학생 시절이 지나고 중학생이 된 다이고를 볼 수 있겠다. 다이고도 고로처럼 고등학생이나 그다음 이야기도 나올까. 또 이런 생각을. 앞으로 보다 보면 알 수 있겠지. 다이고 아빠 고로가 초등학생 때 들어간 어린이 야구팀 돌핀스는 경식이었던가. 지난번에 돌핀스가 경식에서 연식으로 바뀌었다는 말이 나왔다. 초등학생은 경식보다 연식이 낫겠다. 어쩌면 일본 어린이 야구가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다. 경식에서 연식으로 바꾼 거. <크게 휘두르며>에는 고등학생이 나온다. 미하시나 아베(둘은 투수와 포수 배터리)가 들어간 니시우라 고등학교는 연식에서 경식으로 바뀌었다. 고등학생은 경식이 낫겠다. 경식은 공이 딱딱하고 연식은 덜 딱딱하다. 이것만 알고 실제 본 적은 없다.

 

 부모가 친구일 때 아이도 친구가 되는 일 흔할까. 다이고 아빠 고로와 히카루 아빠 사토 토시야는 어릴 때 만나고 함께 야구를 했다. 둘 다 야구 잘해서 메이저 리그에서도 야구를 했다. 그런 두 사람 아들도 만났다. 히카루는 한동안 미국에 살다가 일본으로 오고, 이제 야구를 해 볼까 하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다이고를 찾아가고 어린이 야구팀 돌핀스에 들어간다. 마침 아파서 쉬는 아이가 있어서 다이고가 대신 경기에 나간다. 좀 쉬었는데 그렇게 야구 경기에 나가다니. 다이고 누나 이즈미가 다이고 게임기를 못 쓰게 만들어서 엄마한테 그걸 사달라고 했구나. 엄마는 다이고한테 야구 경기에 나가면 사주겠다고 한다. 히카루도 어떤 아이가 다쳐서 경기에 나간다. 히카루는 그날 처음으로 야구를 했는데 재능이 있어 보였다. 다이고는 자신이 바라는 걸 히카루가 가지고 있어서 부럽게 여겼다. 하지만 히카루는 야구 경기를 잠깐 해 보고 재미없다면서 그만둔다고 한다. 다이고가 그걸 더 아쉽게 생각하자, 히카루는 다이고가 함께 야구 한다면 자기도 하겠다고 말한다. 이렇게 쓰고 보니 지난번 이야기구나.

 

 어릴 때부터 야구에 재능을 드러내는 사람 있을까. 고로는 그랬구나. 고로는 고로고 다이고는 다이고다(이 말 전에도 했던가).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이 야구에 재능이 없다 생각하는 건 좀 빠르지 않을까. 운동뿐 아니라 무엇이든 처음에는 좋아해서 하고, 하다보면 잘하게 될 거다. 그런 마음을 일깨워준 게 히카루다. 히카루는 다이고한테 야구를 좋아하는 재능은 아빠한테 물려받았잖아 말한다. 토시야는 고로를 만나고 야구를 했는데, 두 사람은 반대구나. 아니 다이고는 본래 야구를 좋아했지만 해 보니 다른 사람 기대에 못 미쳤다. 조금 잘 못해도 연습하면 늘 텐데. 다이고는 히카루와 다시 야구를 해 보기로 한다. 다이고는 아빠 고로가 투수여서 투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어깨 힘이 약해서 어려웠다. 히카루는 야구의 꽃은 투수라면서 투수가 되겠다고 한다. 그리고 다이고가 자기 공을 받기를 바랐다.

 

 

 

 

 재능, 재능이라니 다이고 군 정말 말 많네

 

 재능하고 상관없이 넌 무척 즐겁게 경기 했잖아

 

 넌 야구 좋아해

 

 야구 좋아하는 ‘재능’ 은 아버지한테 제대로 물려받았어

 

 

 

 히카루는 다이고와 야구를 하고 싶어서 다이고가 포수가 됐으면 한 걸까. 그 말을 듣고 다이고는 조금 망설였다. 누나한테 자신이 포수가 된다고 하면 웃을 거지 했더니, 이즈미는 그러지 않는다고 하고 초등학생은 프로처럼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이 말에 힘이 났을까. 다이고는 포수에 마음을 기울였다. 히카루한테 가서 널 위해 내가 공 받아줄게 한다. 이런 말을 하다니. 히카루는 다른 아이 사쿠라 무츠코와 연습했다. 무츠코는 다이고와 같은 반 여자아이로 야구에 관심을 갖고 있고, 예전에 다이고가 돌핀스에서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괜찮게 여겼다. 하지만 다이고가 그걸 별 볼 일 없는 것처럼 말해서 무츠코는 실망했다.

 

 무언가 마음을 먹으면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면 좋으련만 꼭 걸림돌이 나타나는구나. 그러고 보니 마지막에도. 다이고는 히카루가 자신을 다시 보게 하려고 혼자 포수 연습을 한다. 엄마 카오루가 도와주려고 했지만 어깨가 아파서 그럴 수 없었다. 배팅센터에서는 공을 치기만 하는지 알았는데 받을 수도 있었다. 엄마가 다이고한테 돈을 주면서 배팅센터에 가서 연습하라고 해서 다이고는 그 말을 따른다. 다이고가 공 받기 연습하는데 거기에 토시야가 나타나서 도움말을 해준다. 다이고는 모르는 아저씨가 참견한다고 여겼는데, 토시야가 말한대로 해 보니 잘 돼서 토시야한테 어디에서 야구 했는지 모르겠지만 도움이 됐다고 한다. 다이고가 토시야를 바로 알아보지 못한 건 토시야가 선글래스를 쓰고 있어서였다. 다이고 아빠 고로가 토시야한테 다이고를 봐달라고 했던 거였다. 지난번에도 말한 것 같은데 고로는 대만에서 야구 한다. 고로가 먼 곳에 있어서 다이고를 챙길 수 없었다. 그래도 마음을 아주 안 쓰는 건 아니구나. 부탁을 들어준 토시야도 좋은 사람이다.

 

 다이고는 토시야한테 배우고 포수에 재미를 붙였다. 히카루가 던지는 공을 받을 것을 기대했는데 히카루가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 말을 듣는다. 다이고는 다시 야구 할 마음을 잃는다. 아니 포수인가. 히카루 엄마 아빠는 다섯해 전에 헤어졌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히카루는 엄마와 살았다. 아직 어린 히카루는 엄마가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하면 그 말에 따를 수밖에 없겠지. 히카루가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동안 쓸쓸했겠다. 다이고를 만나고 함께 야구 해서 즐거워 보였는데. 다이고도 아쉽겠지만 히카루도 다이고 못지않게 아쉽겠다. 다시 둘이 야구 할 수 있을까. 히카루가 다이고한테 배터리로 경기에 나가자고 했는데. 그런 날이 아주 오지 않는 건 아닐 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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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버리고 영혼이 되어 우주를 날았지만

우주는 무척 조용하고 쓸쓸했다

해와 별은 지구에서 보는 것만큼 아름답지 않고

무척 뜨겁고 무척 차가웠다

 

가끔 지구와 비슷한 별을 찾았지만

무언가 조금 모자랐다

오랜 시간 우주를 헤매다

지구로 돌아가기로 했다

 

지금 지구는 어떨지

파란 하늘

파란 바다

푸른 숲은 모두 잘 있을까

 

무엇보다 이런저런 소리가 그립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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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밥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밥은 바로 하지 않고 쌀을 씻고 물은 보통보다 적게 부어두고 다른 걸 준비한다. 김밥에 넣을 것 말이다. 김밥 안에 넣는 건 집집마다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기본으로 들어가는 건 시금치, 당근, 단무지, 소시지나 햄, 달걀부침 정도일까. 달걀만 부침이라 하다니. 시금치, 당근, 소시지나 햄은 저마다 적당하게 잘라서(썬다고 해야 할까) 알맞은 방법으로 익힌다. 김밥을 밖에서 사먹은 적은 별로 없지만, 파는 건 당근이나 햄은 익히지 않고 넣은 것 같다. 시금치 대신 부추를 넣은 김밥 먹어본 적 있다(그거 정말 부추였을까). 요즘은 우엉이나 오이도 넣는 듯하다.

 

 내가 처음 김밥을 싸 본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가을 소풍 갈 때였던가. 그때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있었다. 소풍 가는데 그냥 갈 수도 없어서 가게에서 김밥 쌀 재료를 적당히 사다가 했다. 시금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넣지 않았다. 소시지, 당근, 단무지, 달걀부침만 넣었다. 아무리 어렸을 때 밥 하고 김밥 싸 봤다 해도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다. 밥밖에는.

 

 갑자기 그때가 생각났다. 오랜만에 김밥을 먹어서 그렇구나. 이상하게 난 식당 같은 데서 밥 사 먹지 못한다. 다른 사람과 가면 괜찮지만, 밖에서 누군가와 밥 먹은 적은 별로 없다. 집에서 먹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밖에서 먹는 건 더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김밥도 내가 사온 게 아니고 엄마가 사다준 걸 먹었다. 예전에는 가끔 엄마가 김밥을 싸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일 없다. 어쩐지 아쉽다. 사다 먹는 게 편하기는 하다. 김밥이 먹기에는 편해도 싸려면 시간니 많이 걸린다. 사 먹는 건 정성이 2% 모자란 것 같기도 하다. 이건 점수 많이 준 건가. 김밥은 누가 해도 맛이 아주 나쁘지 않을 거다(노다메 칸타빌레에서는 주먹밥이 그랬다). 맛없게 할 수도 있을까. 내가 어렸을 때 대충 싼 것도 맛은 괜찮았다. 시금치 넣었다면 더 나았을까.

 

 요즘도 소풍 갈 때 김밥 싸갈까. 김밥 싸주는 엄마도 있고 가게에서 산 걸 싸주는 엄마도 있겠지. 내가 어렸을 때 가까운 데 김밥 파는 가게가 있었다면 거기에서 샀을 텐데 싶다.

 

 갑자기 소풍 가고 싶다. 소풍 가서 바깥에서 밥 먹는 건 괜찮다. 김밥을 가게에서 사서 공원 같은 데서 먹어 볼까. 혼자여서 못하겠구나. 아무도 나한테 관심 갖지 않을 텐데. 그렇게 하는 것도 좋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밥을 잘 챙겨먹지 않기 때문에 귀찮다. 먹는 즐거움 잘 몰라도 사는 데 문제없다.

 

 

 

*더하는 말

 

 지금처럼 더운 때 소풍 이야기라니. 이걸 썼을 때는 소풍가기 좋을 때였는데 어느새 시간이 흐르고 뜨거운 여름이 왔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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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랑 형태가 있다. 부모와 자식, 남과 여,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형태뿐 아니라 종류도 많다. 한사람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아름답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그런 건 사랑이 아닌가. 자기 자신만 생각하면 그렇겠지. 누군가를 생각하면 잘하고 싶을 거다. 그런 마음이 잘못 흐르면 집착이 될지도. 이런 게 남자와 여자 사이에만 있는 일일까.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부모는 자식을 자신의 한부분으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하려고도 한다. 부모와 자식도 남인데. 부모가 자식을 가깝게 여기는 것도 있지만, 어렸을 때 부모한테 사랑을 제대로 못 받으면 자라서도 그걸 바라기도 한다. 난 어떨까. 잘 모르겠다.

 

 먼저 말할까 한다. 그건 여기 나오는 사람이 여자라는 거다. 둘 다 작가다. 둘 다 서로가 쓴 책을 읽고 그것을 좋아했다. 그 두 사람이 만난다. 최소운이 잡지를 만드는데 서영한테 글을 써줬으면 한다는 부탁과 함께 한번 만나자고 한다. 한서영은 《스틸 라이프》라는 시리즈를 썼다. 그 소설은 서영이 두 해 동안 만나고 헤어진 사람 이야기기도 했다. 서영은 꿈속에서 늑대가 되고 보름달이 뜬 날 사귀는 사람을 잡아먹었다. 현실에서는 보름이 지나면 사귀던 사람과 헤어진다. 서영은 그렇게 누군가와 헤어진 다음날부터 미친듯이 글을 쓴다. 세상에는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서영처럼 꿈속에서 늑대가 되지는 않더라도 무언가 떠오르면 미친듯이 하는 거 말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드는 사람도 있겠지. 그걸 하이퍼그라피아라고 한단다. 그런 거 조금 부러운지도. 난 생각나는 것도 없고 짧은 시간 동안 글을 많이 쓰지 못한다. 꼭 써야 하는 것이 아니어설까. 이건 아니겠구나.

 

 서영이 쓴 소설을 보고 좋아하는 소운은 서영과 조금 다르다. 이야기가 꺼내달라고 하면 쓴다. 이런 작가도 실제 있겠다. 사람마다 글을 쓰는 건 다 다르겠지. 서영과 소운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한테 끌렸다. 서영은 자신이 꿈속에서 늑대가 되고 소운을 잡아먹고 헤어질까봐 소운을 피한다. 그러다가 더는 참을 수 없어 소운이 서영한테 다가간다. 서영은 소운한테 자신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 말한다. 소운은 서영한테 보름달이 뜬 날 잠을 안 자면 어떻겠느냐 하고 그날 밤을 함께 새우기로 한다. 소운이 먼저 잠들고 서영도 잠들고 만다. 그래도 서영은 다른 날과 다른 꿈을 꾼다. 두 사람이 사귄 것도 아닌데 바로 안 좋은 꿈을 꿀까. 그날 뒤부터 두 사람은 가깝게 지낸다. 소운은 일이 많아지지만 서영은 글을 쓰지 못한다.

 

 두 사람이 여자일 뿐이고 보통 사랑 이야기로 보인다. 더 가깝게 되고 소운은 글을 잘 쓰고 서영은 쓰지 못해서 헤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소운은 서영이 어린시절 받은 상처를 스스로 낫게 하기를 바랐다. 그건 누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고 스스로 해야 한다. 서영은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마주하지 못했던 것 같다. 소운을 만나고 그걸 할 수 있게 되었다. 작가가 꼭 자기 이야기를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서영은 그걸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걸 하면 자신을 좋아하고 다른 것도 쓸 수 있겠지. 누군가를 만나고 보름달이 뜬 밤 늑대가 되는 꿈을 꾸지 않아도 말이다. 그것도 괜찮은 것일지 몰라도 늘 그러면 글을 오래 쓰지 못할 거다. 어떤 자극을 받고 글 쓰는 게 안 좋은 건 아니겠지. 그런 게 있어야 쓸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어쨌든 쓰는 사람이 있을 거다. 시간이 흐르면 어쨌든 쓰는 걸로 바뀌면 좋을까. 그렇다 해도 글이 쓰고 싶어서 쓰는 건 다르지 않겠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서로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두 사람이 함께 자라기도 하지만 한사람이 희생하기도 한다. 그런 관계가 안 좋은 건 아니지만, 할 수 있다면 서로가 서로한테 자극이 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사이라면 더 좋겠다. 이건 친구도 그럴지도. 소운과 서영은 둘 다 작가여서 그럴 수 있었을까. 두 사람이 다른 걸 바라고 다른 걸 한다 해도 그럴 수 있겠다.

 

 

 

희선

 

 

 

 

☆―

 

 “나를 좋아하고, 나와 헤어지고 싶지 않고…… 다른 사람이 생긴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싶지도 않고. 그런데 글을 쓰고 싶다. 사랑해야 쓸 수 있는데, 사랑하는 동안에는 쓸 수 없다.”

 

 소운은 최선을 다해 이 일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나와 헤어지지 않고 나를 쓸 수 없어요?”

 

 잘 모르겠어요, 못하겠어요, 서영은 한참 생각한 끝에 대답했다.

 

 왜요? 소운이 물었다.

 

 “작가는 세상을 살면서 세상을 써요. 세상이 끝나거나 멸망한 뒤에, 그 바깥에서 쓰는 게 아니라고요.”

 

 나는 왜 그 일을 할 수 없을까, 서영은 생각했다.  (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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