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볼 수 없어

봄엔 조금 볼 수 있을까

아니 아니

늦봄쯤부터 볼 수 있어

푸른 바람은

마음도 푸르게 물들게 하는

기분 좋은 색

바래지 않기를

봄여름가을이 가고

겨울이 온다 해도

잊지 않아

다시 만날 거야

푸른 바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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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의 엽서북 : the FRAME 책밥 엽서북 시리즈
김소라 지음 / 책밥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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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인지 어쨌든 몇해 전, 벌써 몇해 전이 됐군요. 그때 앨리스 엽서를 샀답니다. 100장이 든. 가끔 문구점에 가면 엽서를 사고는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게 잘 나오지 않더군요. 성탄절이 다가올 때 사러 갔던 거군요. 앨리스 엽서를 성탄절에 보내려고 사다니. 아니 그때뿐 아니라 다른 때도 보냈습니다. 그 뒤로 다른 엽서도 여러 가지 사고, 몇달 전에 또 샀습니다. 이건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뭐든 다 우연히 알았군요. 우연은 정말 우연일지.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제가 본 만화영화에서 우연은 우연이 아니다 말해서. 책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연일 수 없다는 생각이 떠오르기는 했습니다. 책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잖아요. 만화영화인데 책이라고 하다니. 원작이 책이어서 그렇습니다. 제가 엽서를 본 것도 일어날 일이었을지도 모르죠.

 

 올해는 편지를 쓰려고 편지지를 사두었습니다. 그 뒤에 바로 모지스 엽서를 알게 되고 다음에는 이 엽서를 알게 됐습니다. 그래도 여기에는 엽서가 서른장밖에 없습니다. 다른 건 백장에 쉰장이 넘기도 하지만. 서른장도 그렇게 적은 건 아니군요. 하루에 한장씩 쓰면 한달 동안 쓸 수 있겠습니다. 부지런히 쓰면 한달에 다 쓸 수도 있겠군요. 그렇게 빨리 쓰지는 않겠네요. 천천히 그림도 보고 쓸까 합니다. 여기에는 김소라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그린 그림이 담겼어요. 수채화. 사진도 멋지지만 그림도 멋집니다. 어딘가에 가서 사진이 아닌 그림을 그린다면 그곳이 더 기억에 오래 남겠습니다. 그것도 좋아해야 할 수 있겠지요.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군요. 어딘가에 가서 자신이 즐기고 싶은대로 즐기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누군가 하는 말을 듣고 그것도 괜찮겠다 생각하면 되겠지요.

 

 저는 예전부터 친구한테 편지를 썼습니다. 말하는 것보다 편지로 말하는 게 편해서. 그게 지금도 그러네요. 그렇다고 편지를 잘 쓰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보통이에요. 한때는 잘 쓰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보다 자주 써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더합니다. 아니 이건 칠월이 오고 한 생각일지도. 쓰다보면 한 말 또 하고 그래서 조금 미안하네요. 밝게 쓰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고. 그래도 그렇게 쓸 수 있어서 좋기도 합니다. 답장 받는 것도 좋지만 쓰는 걸 더 좋아하는군요. 이건 제가 더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사람이 하는 말 듣고 싶기도 한데. 그건 책으로 많이 듣는군요. 잘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지만. 책도 편지기도 하죠. 이 말도 처음이 아니네요. 다른 글을 더 많이 쓰면 편지를 쓰지 않게 될까요. 그런 작가도 있는 듯합니다. 아니 꼭 그런 건 아닐 거예요. 예전 작가는 글도 쓰고 편지도 많이 썼잖아요. 지금도 편지 쓰는 작가가 아주 없지 않겠습니다.

 

 엽서를 뜯어서 작은 액자에 넣어도 괜찮겠습니다. 그림을 보면 그곳에 간 듯한 느낌이 들 테니. 자꾸 보다보면 꿈에서 그곳에 갈지도 모르죠. 저도 그런 적은 한번도 없지만. 그런 이야기를 짧게 써 볼까 하는 생각이 지금 들었습니다. 그림 속으로 가서 이런저런 일을 겪는 이야기가 없지는 않지요. 책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다르지 않군요. 저는 읽은 책이 꿈에 나온 적은 별로 없지만 만화영화는 가끔 나오기도 해요. 지금 생각하니 그게 정말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꾸 생각해서 꿈을 꿨다 느낀 걸지도. 편지 엽서 이야기하다 이상한 곳으로 빠졌네요. 생각이든 꿈이든 잘 이어지지 않고 여기저기 옮겨가기도 하지요. 생각은 그렇게 해도 그런 책을 보면 뭔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 것도 잘 보면 좋을 텐데.

 

 지난달까지는 편지 엽서 별로 못 썼지만 이달부터는 써야겠습니다. 엽서를 더 쓰겠네요. 더워서 배달하시는 분 힘드실지도. 그걸 생각하면 여름에는 덜 쓰는 게 낫겠군요. 이런 생각도 들지만 이런저런 요금을 내라는 게 아닌 편지를 배달하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니 써야겠네요. 우체통도 배가 덜 고프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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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같은 세상

선물 같은 삶

선물 같은 오늘

선물 같은 바람

선물 같은 햇살

선물 같은 들꽃

선물 같은 너

 

선물 같지 않은 게 없는 세상이고 삶이다

 

즐겁게 기쁘게

온마음으로 받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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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드문 선 가로등은

밤바닷가를 비추네

 

낮동안 바닷가를 채운 많은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파도만이 밀려왔다 밀려간다

 

검은 바람

검은 바다

모든 것을 삼킬 듯하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이 멋대로 거기에 홀릴 뿐이다

 

모든 걸 삼킬 듯 보이는

밤바다는 아무 잘못이 없다

어둠을 오래 바라보지 않기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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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 문학동네시인선 100 기념 티저 시집 문학동네 시인선 100
황유원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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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바람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도 불지 않는 작은 방에서 ‘바람이 불었다’ 말하고 싶다니. 바람이 불면 어쩐지 좋을 것 같아서. 바람이라 해도 칼처럼 아픈 바람은 싫다. 철마다 부는 바람은 다르다. 언제 부는 바람이든 좋아하면 좋겠지만 그건 어려운 일이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마음이 답답할 때 무언가 풀리지 않을 때는 바람 쐬러 간다 말한다. 늘 집 안에만 있는 것보다는 가끔 바깥 바람을 만나면 기분 좋겠지. 나도 가끔 그렇다. 어쩌면 바람은 나한테 말을 거는 것일지도 모를 텐데, 난 바람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바람아, 미안해.’ 바람을 만나러 나가면 바람뿐 아니라 다른 것도 만난다. 그건 시?

 

 시는 세상을 나타내기도 하고 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구나. 시로는 모든 걸 나타낼 수 있을지도. 하지만 그건 쉬운 게 아니다. 그걸 하려고 해야 하니 말이다. 보이는 것을 지나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은 보려 애써야 한다. 무언가를 나타내기에 좋은 말도 찾아야겠구나.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글로 쓰면 좋을까, 아니 글로 쓸 수 있다면 좋을까. 보는 것보다 바로 마음에 오는 건 없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있는 아름다운 것을 온통 글로 나타내 그걸 볼 수 없는 사람이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 해도 모두 글로 쓰기 어렵겠지. 글로 다 쓰기에는 세상에 아름다움이 넘쳐날지도 모르겠다. 시에 아름다움만 담는 건 아니구나. 보이는 것을 그대로 숨김없이 드러내기도 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게 쓴다면 좋을 텐데. 편지처럼.

 

 이 시집 제목은 오병량 시 <편지의 공원>에 나오는 말이다. 공원에서 편지를 쓰는 것 같기도 하고 공원에 누워 공원을 바라봤다고 편지에 쓰는 것 같기도 하다. 이건 그저 내 느낌일 뿐이다. 시는 누군가한테 보내는 편지다. 받은 사람은 한사람이 아니다. 누구한테나 보내는 것이어서 누구나 받아볼 수 있다. 이런 거 좋지 아니한가. 이런 생각으로 시나 여러 글을 본다면 그것을 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훨씬 잘 알아들을지도. 친구가 자신한테 쓴 편지만큼은 아닐지라도. 한사람한테 쓴 게 아니어서 누구나 자기 처지에서 글을 볼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괜찮다. 자기 처지가 아닌 다른 사람 처지를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는 사랑 때문에 괴롭다. 사랑이 없는 사람도 사랑 때문에 괴롭다. 그래서 사랑 자리에 다른 말을 집어넣어도 괴롭다. 우리는 사람 때문에 괴롭다. 우리는 사탕 때문에도 괴롭다. 한낱 사탕 때문에도 괴로울 때가 있다. 우리는 무엇이든 괴롭다. 사탕 자리에 무엇이 들어가도 우리는 말 때문에 다시 괴롭다. 우리는 말하면서 괴롭다. 말한 뒤에도 괴롭고 말하지 못해서도 괴롭다. 말하기 전부터 괴롭다. 말하려고 괴롭고 괴로우려고 다시 말한다. 우리는 말 때문에 괴롭다. 괴롭기 때문에 말한다. 괴롭기 때문에 우리가 말하고 우리에게 말한다. 누구에게 더 말할까? 괴로운 자여, 그대는 그대 때문에 괴롭다. 그대 말고 괴로운 사람이 있어도 괴롭다. 그대 말고 괴로운 사람 하나 없더라도 그대는 괴롭다. 괴롭다 못해 외로운 자여, 그대는 내가 아니다. 나는 나 때문에 외롭다. 나는 나 때문에 괴롭고 괴롭다 못해 다시 말한다. 나는 나 때문에 말한다. 나는 나 때문에 말하는 나를 말한다. 나는 나 때문에 내가 아니다. 나는 나 때문에 늘 떠나왔다. 나는 나 때문에 그곳이 괴롭다. 내가 있었던 장소. 네가 머물렀던 장소. 사람이든 사랑이든 할 것 없이 사탕처럼 녹아내리던 장소. 그 장소가 괴롭다. 그 장소가 떠나지를 않는다. 그 장소를 버리고 그 장소에서 운다. 청소하듯이 운다. 말끔하게 울고 말끔하게 잊어버리고 다시 운다. 그 장소에서 그 장소로 옮겨왔던 수많은 말을 나 때문에 버리고 나 때문에 주워 담고 나 때문에 어디 있는지 모르는 그 장소를 나 때문에 다시 옮겨간다. 거기가 어딜까? 나는 모른다. 너도 모르고 누구도 모르는 그 장소를 괴롭다고만 말한다. 괴롭지 않으면 장소가 아니니까. 장소라서 괴롭고 장소가 아니라서 더 괴로운 곳에 내가 있다. 누가 더 있을까? 괴로운 자가 있다.

 

-<괴로운 자>, 김언  (44~45쪽)

 

 

 

 괴롭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말이 가장 많이 나와서구나. 괴롭고 외롭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 거고 다르게 생각하면 다르겠지. 시는 괴롭다, 외롭다, 아프다는 말을 더 많이 한다. 시여서 그럴까. 억지로 웃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받아들이는 것도 괜찮겠지. 담아두고 쌓아두면 언젠가 한번에 터지고 무너질 거다. 그렇게 되면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오래 걸릴 거다. 시는 안 좋은 걸 조금씩 빼내는 일을 하는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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