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자서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지수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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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이름은 알지만 영화는 한편도 못 봤습니다. 그리고 감독 이름을 모를 때 <걸어도 걸어도>나 <아무도 모른다>는 영화 제목은 들어본 것 같기도 합니다. 영화 감독 이름을 알게 된 게 언젠지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어요. 잘 모르는데도 이 책을 봤군요.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미루다가 겨우 씁니다. 미룬 시간이 길지는 않았습니다. 그 시간은 책을 만난 시간에도 들어가겠지요. 책을 보면서 제가 영화를 봤다면 조금 더 잘 알아들었을지도 모를 텐데 했습니다. 《원더풀 라이프》는 책으로 보려 했는데 게을러서 아직도 못 봤습니다. 그 영화에는 배우도 나오지만 일반 사람도 나온다더군요. 올해 안에 책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보고 알게 된 게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먼저 만들었더군요. 다큐멘터리를 만들다 우연히 <환상의 빛>을 드라마로 만들어 보면 어떠냐 하는 말을 듣고, 드라마가 아닌 영화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영화 한국에서는 몇해 전에야 했군요. 어쩌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이름이 더 알려진 뒤 다시 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때는 이름 알았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때 알았을지도. 이 말을 또 하다니.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환상의 빛>을 드라마가 아닌 영화로 만들었는데, 드라마 만든 것도 있더군요. 그건 우연히 봤습니다. 아베 히로시가 나오는 <고잉 마이 홈>. 몇해 전에 봐서 어떤 이야기였는지 잊어버렸어요. 어쩐지 아쉽네요. 딱 하나 봤는데 그걸 기억하지 못하다니. 그 드라마 괜찮았던 것 같아요.

 

 한국 배우 배두나가 일본 영화에 나온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공기인형> 이야기는 잡지에서 봤는데 잘 알고 본 건 아닌 듯합니다. 공기인형이 뭔지 몰랐습니다. 그때 관심을 가지고 봤다면 좀더 알았을지. 지금 생각하니 그때는 일본 문화를 잘 몰랐네요. 일본말에 관심을 갖고 일본 소설(추리, 미스터리)을 보고 어느 정도 알게 됐습니다. 그래도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쓴 이 책을 보고 공기인형은 알았습니다. 예전에 SF인가 하는 생각을 했으니. 그건 <공각기동대> 때문이 아닐지. 공각기동대가 어떤 건지 잘 모르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배두나 칭찬을 많이 했어요. 배우는 카메라를 생각하고 연기를 하는군요. 다큐멘터리라 해도 모두 실제 모습은 아니다 합니다. 그걸 찍는 사람은 카메라가 있다는 걸 알고 움직입니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다큐멘터리처럼 보인다고도 하던데.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엄마가 아이를 버린 것보다 남은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담고 싶었답니다.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는 다르겠지요. 영화는 한정된 시간 안에 보여줘야 해서 찍기 힘들겠습니다. 아니 찍은 뒤 편집을 잘 해야겠군요.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영화를 디지털 카메라뿐 아니라 필름 카메라로도 찍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게요. 뭐든 새로운 게 나오고 그게 편하면 예전 것은 거의 사라지지요. 저는 둘 다 있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는 쉽게 사라질 수도 있잖아요. 요즘은 음악도 CD가 아닌 음원이라고 하더군요. 앨범을 만들면 그 안에서 잘 알려지는 건 한두곡뿐이군요. 지금은 많은 곡을 만들지 않고 나중에 곡을 모아서 앨범을 내도 괜찮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른 나라는 싱글을 여러 장 내고 앨범을 냈군요. 필름 카메라 이야기 하다 이런 말을 하다니. 영화하고 상관없는 말이군요.

 

 예전(좀 오래전)에는 영화를 가끔 봤는데 지금은 거의 안 봅니다. 텔레비전 방송으로 해주는 것도. 저는 안 본다 해도, 앞으로도 영화 만들기를 바랍니다. 그것을 보고 꿈을 갖고 위로 받는 사람도 있겠지요. 영화를 보고 여러 가지 생각도 하겠습니다.

 

 

 

희선

 

 

 

 

☆―

 

 <아무도 모른다>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든 번에 가까운 취재를 받았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건 “당신은 영화 등장인물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버린 어머니조차 단죄하지 않지요.” 하는 지적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영화는 사람을 판가름하려고 있는 게 아니고 감독은 신도 재판관도 아닙니다. 악인을 나오게 하면 이야기(세계)는 알기 쉬울지도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아서 오히려 관객은 이 영화(<아무도 모른다>)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일상으로 끌어들여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생각은 지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본 사람이 일상으로 돌아갈 때 자신의 일상을 보는 방식이 바뀌거나 일상을 비평하는 기회가 되기를 언제나 바랍니다.  (190~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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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에는 어두울 때 나가서 잘 몰랐다. 버스 정류장에 남아 있던 얼음이 뭔지. 그걸 보고 누가 거기에 얼음을 흘렸나 하는 생각을 했다. 며칠 전에는 밝을 때 버스 정류장을 지났다. 그랬더니 거기에 커다란 얼음이 있었다. 처음 본 곳에 있던 얼음은 덜 녹았는데, 사진은 두번째로 본 거다. 여기는 햇볕이 더 잘들어서 많이 녹았다. 저 얼음은 누가 갖다둔 걸까. 시일까. 무더위가 오래 이어져서 그런 건 아닐까 싶다.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저기에 오래 있지는 않았다. 볕이 많이 들어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온다는 말이 있는데, 가만히 있으면 땀은 줄줄 나오지 않는다. 걸으면 줄줄 나온다. 정말. 그렇게 자주 걸은 건 아니지만. 아주 더울 때는 아니고 4시가 다 될 때쯤에도 더웠다. 팔월이 가면 괜찮겠지. 그러기를 바란다.

 

 

 

 

 

 

 

오싹한 일

 

 

 

 

 가끔 무서운 이야기, 아니 들으면 자기 둘레가 다른 곳보다 조금 서늘해지는 이야기 쓰고 싶지만 생각뿐이다. 그런 이야기도 거의 읽지 않으면서 쓰고 싶다니 참 이상한 일이다.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읽고 괜찮아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하는 걸까.

 

 사람이 살다보면 아주 가끔 이상한 일을 겪기도 한다. 난 그런 일 많지 않지만. 없어졌던 물건이 어느 날 나타나는 일은 별나지 않은가. 그건 내가 물건을 다른 곳으로 치운 걸 잊고 처음 둔 곳을 찾아서 그렇겠지. 아니 정말 그럴까. 누군가, 어떤 것이 나를 놀리려고 그 물건을 잠시 다른 곳에 둔 건 아니었을까. 물건 스스로 숨었을지도.

 

 정말 이상한 일이 하나 있었다. 그 일 기분 별로 좋지 않았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난 건지. 언젠가 밤에 졸면서 컴퓨터를 썼다. 블로그에 글을 쓰려한 건 아니고 그저 파일을 저장해두려고 글쓰기를 눌렀다. 글이 아니라 해도 제목은 쓴다. 한번은 글쓰기 누른 다음에 제목을 쓰지 않고 물 마시려고 방을 나갔다 왔다. 방에 돌아와서 제목 칸을 보니 ‘지옥에나 가라’ 하는 말이 쓰여 있었다. 그거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졸면서 그걸 썼을 리 없는데. 그때 내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말 생각한 적도 누군가한테 한 적도 없다. 그건 누가 썼을까. 그 말 보고 정신이 번쩍 들고 내 방에 뭔가 안 좋은 거라도 있는 건가 했다.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다. 지우지 말고 캡쳐해둘걸 그랬다. 그 말 봤을 때 내가 쓴 적 없는 거여서 바로 지웠다. 그건 나한테 한 말일까. 내가 뭘 잘못했길래 그런 말을. 그렇게 잘한 것도 없지만. 내가 괴롭힘 당한 적은 있어도, 남을 괴롭힌 적은 없다. 그렇게 오싹한 이야기는 아닌가. 그 말을 본 새벽 난 조금 오싹했다.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했지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았다. 좋은 말이었다면 좀 나았을 텐데. 앞으로는 졸면서 파일 올리지 않고 제목 칸 비워두지 않아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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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잠든 어두운 밤이어도

깨어 있는 사람은 있다

밤을 새워 일하는 사람

밤을 새워 책읽는 사람

밤을 새워……

 

어둠이 조금씩 걷히자

세상은 파란 빛에 감싸였다

하루에서 잠시만 만날 수 있는 파란 빛

파란 새벽

 

파란 빛이 나타나자

깨어나는 세상

별은 잠자러 간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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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김동식 소설집 2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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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여선지 여기 실린 이야기에는 요괴가 많이 나온다. 요괴 하면 만화 <나츠메 우인장>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거기나오는 요괴하고는 많이 다르다. 여기에는 요괴뿐 아니라 외계인에 악마도 나온다. 무언가 신기한 일이 일어나려면 그런 게 나와야겠지. 신기하고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 어리석은 사람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사람은 다 그렇게 될까. 젊어진다고 하면 요괴한테 한번 먹히고 병이 낫는다 하면 요괴가 가져온 냄비 속에 들어갔다 나올지도. 그런 것을 한 나라나 한 지역만이 쓰고 돈을 벌려고도 한다. 실제 그런 일이 없지 않구나. 자기 나라나 자신이 사는 지역에 돈이 되는 게 있다면 다른 나라나 다른 지역 사람은 오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모두가 함께 나눠쓰려는 일은 없을까. 그런 일 아주 없지 않겠지만 어쩌다 한번이겠다.

 

 김남우는 자신이 부자가 되게 해달라 하고 악마와 계약을 했다. 그 바람을 이루면 나중에 영혼을 악마한테 주기로 했다. 하지만 김남우는 부자가 되지 못했다. 김남우는 성실하게 살았다. 김남우가 죽은 뒤 악마한테 그 말을 하니, 악마는 돈이 생길 기회가 있었는데 김남우가 그걸 잡지 못했다고 말한다. 악마는 안 좋은 방법으로 김남우한테 돈이 생길 기회를 만들었다. 1등에 당첨된 친구 복권을 훔치거나 할머니가 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돈이 든 통장을 빼돌리거나 부잣집 아이를 유괴하는 거였다. 만약 김남우가 악마가 말한 일을 그대로 했다면 정말 돈을 많이 갖게 됐을까. 경찰에 잡혀갔을 것 같다. 악마는 김남우한테 한번 더 기회를 준다. 죽었다 살아난 김남우는 여전히 성실하게 산다. 혹시 성실하게 살면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일까. 그건 아니겠지.

 

 악마는 사람을 황금으로 만들기도 한다. 황금이 되면 자신은 쓰지도 못할 텐데. 황금이 되고 싶다 말한 사람은 가난한 집 어머니나 아버지였다. 어머니나 아버지는 자식이 황금을 잘라서 쓰기를 바랐다. 자식은 어머니나 아버지가 황금이 됐으니 그걸 잘라도 몸이 아프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악마는 다시 나타나 몸이 잘린 어머니 아버지를 사람으로 돌려놓는다. 어머니나 아버지는 사람이 되고 숨을 거두면서 자식한테 자신은 괜찮다고 말한다.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대단하다. 자식을 키우는 것 자체가 부모 몸을 깎는 일과 다르지 않겠지.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것만큼 자식은 부모를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생각하면 좋을 텐데.

 

 마지막 이야기에서도 어머니가 딸을 생각하고 자신을 지옥에 보내달라고 한다. 딸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지옥에 갔다고. 그 어머니 삶은 무척 힘들었다. 힘들게 사는 사람이 정말 천국에 간다면 좋겠지. 자기 바람대로 다시 태어나고 딸을 만나도. 전생은 기억하지 못할 텐데 하는 생각이 지금 든다. 그 어머니 다음 삶은 좋을 것 같다. 모두가 이런저런 축복을 걸었으니 말이다. 이야기일지라도 그런 게 있다면 좋겠다 생각한다. 좋은 일이라 해도 욕심 내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게 좋을 듯하다. 쉽게 얻는 건 쉽게 잃는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요괴는 실제로는 못생겼다. 이 요괴가 잠들었다 일어나면 사람도 예뻐진다고 했다. 요괴가 한번 자고 일어났더니 모두가 예뻐졌다. 잠깐 그런 일을 경험하는 건 재미있을 텐데 사람들은 자신이 늘 예쁘기를 바랐다. 욕심을 내다니 싶은데, 끝은 안 좋다. 모두 못생긴 요괴를 닮고, 그것을 예쁘다고 생각한 거였다. 겉모습이 예쁘고 못생겼다 기준도 사람이 만든 거기는 하다. 거기에 마음을 많이 쓰지 않으면 나을 텐데. 쓸모있는 것은 공부를 잘하거나 좋은 집이나 좋은 차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 게 정말 쓸모있을까. 쓸모없으면 또 어떤가 싶기도 하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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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얇다고

힘이 없을 것 같지

얇고 가벼워서 꽃잎은 바람을 흘려보내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건

그럴 때가 됐기 때문이야

단단하게 꽃받침에 붙어 있을 때와

바람에 흩날릴 때를 꽃은 잘 알아

사람도 꽃처럼

힘 낼 때와

힘 뺄 때를 잘 알면 좋을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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