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목소리
오바 와쿠 글 신카이 마코토 원작

아주 어릴 때는 멀리로 이사하는 게 어떤 건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어릴적에 함께 놀던 친구가 있었지만 그곳을 떠날 때 친구한테 아무 말도 못했다. 그 친구도 내가 보이지 않는 걸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았겠지. 아주 어릴 때부터 편지 쓰는 걸 알았다면 그 친구한테도 썼을까. 초등학교 1학년이어서 어려웠을 것 같다. 그 뒤에 다른 곳으로 옮긴 건 초등학교 5학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그때 친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때도 제대로 인사하지 못했다. 그리고 또 친구와 헤어진 건 학교를 마칠 때마다였다. 누군가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가 다 있을지도 모를 테지만 난 하나도 없다. 중학생 때부터 친구한테 편지를 썼지만. 친구는 자주 만나지 않고 멀리에 살면 그걸로 끝일까. 그건 친구가 아닌가. 멀리에 살아도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오래 연락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저 내가 그러지 못한 거구나.
앞에서 한 말 예전에 한 적 있다. 이 책을 보니 그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어서. 《별의 목소리》는 본래 신카이 마코토가 만화영화로 만든 것을 소설로 쓴 거다. 몇해 전에 우연히 그걸 봤는데 그때는 그걸 만든 사람이 신카이 마코토라는 거 몰랐다. <초속 5센티미터>가 나왔을 때 신카이 마코토라는 이름 안 것 같다.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는 ‘초속 5센티미터’부터 자신이 소설도 썼다. 신카이 마코토가 쓴 소설은 《언어의 정원》밖에 못 봤지만. 《네 이름은 君の名は》은 보려고 사두었는데 아직도 못 봤다. 지난해에 보고 싶었는데, 지난해에 난 뭐 한 거지. 그때도 책 읽고 쓸데없는 생각하고 지냈구나. 올해가 간 뒤에도 2018년에는 뭐 했나 할지도 모르겠다. 조금 쓸데없는 말로 빠졌다. 몇해 전에 본 만화영화 <별의 목소리>는 참 짧았다. 시간이 흘러서 거의 잊어버렸지만 우주로 간 미카코가 노보루한테 휴대전화기로 전자편지 보내는 건 잊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 나가미네 미카코와 데라오 노보루는 같은 검도부로 친하게 지냈다. 노보루는 이대로 미카코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게 될 거다 생각했는데,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이 다가왔을 때 미카코는 국제연합군 우주군 선발대원에 뽑혔다고 말한다. 그 뒤 미카코는 학교에 오지 않고 여름방학이 시작하고 닷새째에야 미카코는 달 기지에 있다고 노보루한테 전자편지를 보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헤어지다니. 노보루는 미카코가 우주로 가는 게 나중이리라 생각했다. 노보루는 지구 일본에, 미카코는 먼 우주로 둘은 자꾸 멀어졌다. 그나마 태양계에서 보낸 전자편지가 오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지만, 더 멀리로 가고는 한해 그다음에는 여덟해 하고 일곱달이나 걸렸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게 오기도 하다니 정말 신기하다. 멀리에서 그게 가기를 바라는 사람 마음이 더 애틋할지 기다리는 사람 마음이 더 애틋할지.
이 이야기는 2046년 7월부터 시작한다. 2046년에 실제 인류는 우주로 갈 수 있을까. 그건 좀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상상할 수 있겠지. 국제연합 우주군 선발대원을 뽑은 건 예전에 외계에서 무언가 나타나서다. 그건 확실하게 나오지 않고, 외계 문명을 알게 되고 왜 지구 가까이에 왔는지 알아보려고 우주로 나갔다. 타르시스 궤적이라는 게 남아 있었다. 외계 비행체가 미카코가 탄 우주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 하는 게 아니고 우주에서 싸운다. 서로 말을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 그런 일은 더 나중에 할까. 우주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지구 사람도 그런 소식을 듣는다. 노보루는 우주에서 싸움이 일어난 걸 알고 미카코가 괜찮을지 걱정한다. 미카코가 괜찮다는 소식을 노보루는 한해가 지나고 알게 된다. 거기에서 더 먼 곳으로 가서 미카코가 보낸 전자편지는 노보루한테 오기까지 여덟해 일곱달이 걸린다. 한해 기다리는 것도 힘들 것 같은데 다음에는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니. 노보루는 나름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고 한다. 노보루가 그럴 수 있었던 건 미카코가 노보루를 깊이 생각해서인 것 같다.
만화영화에서는 노보루와 미카코가 어떻게 됐는지 말하지 않는다. 소설에서는 어떨까. 우주선이 우주로 나갔을 때는 외계 비행체가 나타나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나타나지 않다니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외계인은 인류를 아주 없앨 생각이 아니었나 보다. 노보루도 이런 생각을 했다. 미카코와 노보루는 다시 만난다. 이런 건 말 안 하는 게 나을까. 다시 만나서 다행이다 싶다. 앞으로 두 사람 사이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오랫동안 떨어져 있으면서도 서로를 생각하는 게 좋게 보였다. 지구에서 다른 나라에 떨어져 사는 것도 힘들 텐데, 지구와 우주라니. 신카이 마코토가 나중에 만든 <초속 5센티미터>에서는 두 사람이 멀리 떨어져 지내고 멀어지는 이야기를 했다. <네 이름은>에도 떨어져 있는 사람이 나오는구나. 그건 시간이 다르다는 말을 들었는데. 올해 소설 봐야겠다. 떨어져 지내서 멀어지는 사람도 있고, 떨어져 있기에 더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거겠지.
조용하고 깊은 밤 우주 어디선가 보내는 신호가 들리면 좋겠다. 아니 꼭 우주가 아니어도 괜찮다. 멀리에 사는 친구가 보내는 거여도. 난 전자편지가 아닌 편지를 기다린다. 아니 기다리기보다 쓴다. 쓰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쓴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