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책이 없다.
빌리고 싶은 책이 있어서 컴퓨터로 찾아봤을 때는 그 책이 도서관에 있다고 나왔다. 누군가 빌려 간 책은 대출중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그 책에는 빌릴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책 꽂이에 없는 책은 거의 찾을 수 없다. 도서관에서 서가를 둘러보면 가끔 엉뚱한 데 꽂힌 책을 보기도 한다. 그런 걸 보면 이 책 보고 싶은 사람은 찾기 어렵겠다 생각하고 그 책을 맞는 자리에 꽂아둔다. 그렇게 책을 잘못 꽂은 건 누굴까.
도서관에 책이 있다고 나와도 있어야 할 곳에 없으면 다른 책을 빌렸는데, 이번에는 꼭 보고 싶은 거여서 사서한테 물어보았다.
“저기, 여기 책 있는 걸로 나오는데 그 자리에 없어요.”
사서는 내가 내민 쪽지를 받아들고 컴퓨터로 찾아보았다. 그 뒤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했다. 내가 빌리려는 책을 묻는 것 같았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도서관에서 보이지 않는 책을 찾는 방법이라도 있나 했다. 사서가 전화를 끊고 나한테 말했다.
“저,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 네. 책이 다른 데 있기는 한가 보네요.”
고개를 한번 갸웃 거린 사서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왜 그럴까 했다. 잠시 뒤 무슨 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소리랄까. 사서는 뒤돌아 내가 못 보게 하려는 듯 책장을 가렸다. 책장을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사서는 책장 가운데 문을 열고 그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사서가 나를 봤을 때 사서 손에는 책이 있었다.
“여기에 물건 옮기는 엘리베이터가 있다니 신기하네요.”
내 말을 들은 사서는 다시 어색하게 웃고는 말했다.
“네, 저기 이건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마세요.”
“네? 말 할 사람은 없지만 그렇게 할게요.”
나는 사서한테 대출증을 내밀었다. 사서는 전산처리를 하고 책과 대출증을 나한테 돌려주었다. 사서가 준 책이 무척 차가워서 나는 조금 놀랐다. 사서는 바로 다른 일을 해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책꽂이에 없던 책은 대체 어디에 있었을까.
수수께끼다.
(이런 말 안 해도 괜찮을 테지만, 이건 제가 지은 이야기예요. 도서관이 나와서 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도서관 책장에 엉뚱한 책이 꽂힌 걸 보면 본래 자리를 찾아 꽂아 두거나, 컴퓨터에는 있다고 나오는 책이 찾아보면 없었던 적은 있어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