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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으로 날아간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보은 옮김 / 다른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소설을 별로 읽지 않아서 레이 브래드버리 이름은 몰랐다. 다른 소설이라고 잘 읽은 건 아니구나. 이런 걸 생각하면 여전히 내가 모자라구나 싶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소설을 쓰고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어렸을 때 잠깐 다른 아이들이 레이 브래드버리가 좋아하는 것을 비웃어서 그것을 찢고 버렸다가, 자신이 왜 남들 눈을 마음 써야 하지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시 모았다. 그러고 보니 그런 일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친구가 이상하다고 하자 그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는 모습. 남이 하는 말에 휘둘리지 않는 게 좋다. 어릴 때는 그게 쉽지 않다. 자신만 이상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을 테니 말이다. 모든 어린이가 남들과 같기를 바라는 건 아닐 거다. 그 안에는 자신만의 세계를 지키고 나이를 먹고도 그걸 버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 거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자신의 세계를 지킨 사람이다. 그런 사람 이름이 나중에 세상에 널리 퍼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내가 작가 이름을 한번도 안 본 건 아닐 거다. 소설 《화씨 451》 이야기는 들어봤다. 몇해 전엔가는 그 책 한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잊어버렸다. 언젠가 만날 수 있을까. 다른 책을 먼저 만나다 보면 또 잊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이런 말을 먼저 하다니. 레이 브래드버리는 낱말을 쓰고 그걸로 떠오르는 소설을 썼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그게 쉬운 듯 말했는데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낱말을 늘어놓는다고 쓸 글이 떠오를까. 그래도 이 말을 한 건, 나도 가끔 낱말을 적기도 해서다. 그걸 적는다고 바로 뭔가 쓰지는 못한다. 내가 적는 낱말은 많지 않다. 어떤 말이 떠오르는 날에는 그걸 쓰고, 떠오르는 게 없으면 예전부터 생각한 것을 쓰려 하지만 그것도 힘들다. 쓸 때도 있지만 못 쓰고 다른 걸 쓰기도 한다. 그럴 때가 더 많다. 레이 브래드버리도 어떤 건 바로 쓰고 어떤 건 시간이 흐른 뒤에 썼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쓰려는 게 많고 난 별로 없다.
글쓰기를 말하는 책을 본다고 바로 글을 쓴다거나 글을 잘 쓰지는 못한다. 레이 브래드버리를 ‘단편의 제왕’이라 하는가 본데, 레이 브래드버리는 어렸을 때부터 글을 썼다. 이런저런 놀라운 생각을 글로 썼겠지만 성실하기도 하다. 그래서 글을 많이 썼겠지. 레이 브래드버리는 단편소설뿐 아니라 시나리오 그리고 희곡도 썼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어렸을 때 영화도 많이 봤다. 자신의 소설은 영화와 비슷하다는 말도 한다. <모비딕> 시나리오를 쓸 때는 아일랜드에 갔다. 아일랜드에 갈 생각이 없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고 그곳 생활이나 사람이 잠재의식에 남아 있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무의식이 많은 것을 흡수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도 그럴 테지만, 그걸 깨우고 꺼내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그대로 잠재우는 사람이 있는 거겠지. 작가는 깨우고 파내겠다.
이 책을 읽고 배운 건 책 많이 읽고 꾸준히 쓰기다. 글쓰기 책에서 꼭 하는 말이 그 말이기는 하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바로 저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런 뜻으로 한 말 같았다. 뮤즈를 붙잡아두는 방법을 말하는 곳에서. 뮤즈란 영감이라고 할 수 있겠지. 이건 어딘가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니고, 자기 안에 있는 것이 나오는 것일 거다. 실제 경험을 할 수도 있고 책을 보고 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글을 썼다. 그 말을 보고 어린 시절을 멋지게 보냈구나 했다. 그런 게 없다 해도 괜찮다. 모든 작가가 다 자기 이야기를 쓰는 건 아닐 테니 말이다. 어쩌면 다른 모습으로 자기 이야기를 쓰는 걸지도 모르겠다. 레이 브래드버리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쓴 건 아닐 거다. 자신을 사로잡고 놓지 않는 걸 쓰기도 했다. 거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뿐 아니라 미워하는 것도 있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2012년에 아흔한살로 세상을 떠났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정말 화성으로 갔을까. 난 달로 가고 싶다. 달은 지구에서 보는 것보다 멋지지 않을지라도. 언젠가 인류는 화성에 갈 수 있을지, 그곳에 가면 레이 브래드버리를 만날 수 있을지도.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