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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야생화 일기 - 월든을 만든 모든 순간의 기록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제프 위스너 엮음, 배리 모저 그림, 김잔디 옮김, 이유미 감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7월
평점 :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 호수에서 지내면서 쓴 《월든》으로 이름이 잘 알려졌어. 내가 아는 게 그것뿐이군. 그거 말고 다른 책도 쓴 듯한데 못 봤어. 세금 때문에 감옥에 갇힌 적도 있다고 들었어. 《월든》은 예전에 봤지만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 책을 좀더 잘 보려고 했을 때 봤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다르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해. 아직도 책을 잘 못 봐서. 언제쯤이면 책을 잘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 늘 겉만 핥다 끝날지도. 그렇게라도 여러 가지 책을 보고 얕고 넓게 아는 것도 괜찮을 텐데,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야. 얕고 넓게 알려면 이것저것에 관심을 가지고 부지런히 책을 만나야겠지. 알아도 할 수 없는 게 있군. 욕심을 가지면 마음만 앞서는 것 같아. 난 천천히 보고 싶어. 그냥 게으르게 지내겠다는 말이군.
지금은 책을 보면 많은 걸 알 수 있어. 식물 동물 같은 것을 알아보고 쓴 책도 많아. 소로가 살던 시절에는 식물을 연구한 책이 그리 많지 않았어. 아주 없지 않았지만. 소로는 월든 호수에서 두 해를 지내고 1850년부터 자신이 사는 콩코드에 어떤 식물이 있는지 관심을 가졌어. 소로는 일기를 쓰고 거기에 콩코드에서 본 식물도 썼어. 이 책은 소로가 쓴 일기에서 콩코드에서 만난 풀과 꽃과 나무가 나오는 부분만 따로 엮었어. 이렇게 하는 거 쉽지 않을 텐데. 일기는 거의 열해쯤치를 봐야 하거든. 소로는 일기도 썼군. 여기에는 식물 이야기밖에 없지만 소로는 자신이 만나는 사람 이야기도 썼대. 사람 이야기가 아주 없는 건 아니군. 소로는 어떤 사람이 보여준 꽃을 어디에서 봤는지 물어봤어. 그건 소로가 만나지 못한 거였어. 자주 다니는 길이라 해도 못 보고 지나가는 것도 있겠지. 옛날에는 더 했을 것 같아. 수풀이 우거져서.
여기에 나온 꽃 풀 나무에서 아는 건 별로 없어. 한국에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어서겠지. 애기똥풀은 어디에나 있는 걸까. 영어로는 다르게 말하겠지만. 만약 소로가 19세기가 아닌 지금 사람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어. 꽃모양이나 나무를 글로 나타내기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었을 것 같아. 소로는 그런 거 좋아했을지. 소로는 꽃이 피는 때도 늘 적어뒀어. 시간이 흐르고 그 꽃이 피는 게 한주쯤 빨라졌대. 지구온난화는 그때도 일어났군. 소로가 살았을 때 본 꽃이나 풀에서 지금은 없는 것도 있을 것 같아. 어떤 것은 알려지기도 전에 사라지고, 어떤 것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 모르는 것을 알아내는 게 중요할지 지금 아는 걸 지키는 게 중요할지. 둘 다 중요할 것 같은데, 하나만 정하기 어렵겠어.
바깥에 나가면 나도 꽃이나 나무를 봐. 하지만 내가 사는 곳에 어떤 꽃이 피고 나무가 있는지 잘 몰라. 이름 모르는 풀도 있어. 이 책을 보니 나도 풀이나 꽃 나무를 더 잘 보고 싶기도 해. 가끔 오랫동안 다니고도 그게 있는지 몰랐던 것을 보면 반가워. 소로도 꽃을 보면 반갑게 여겼어. 봄에는 꽃냄새가 좋다는 말을 많이 했어. 식물에도 냄새가 안 좋은 게 있어. 그건 식물이 자신을 지키려고 그러는 거지. 소로는 지금 시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 월든 호수에서 살기도 하고 식물에 관심을 많이 가져서 말이야. 지금은 차가 많이 다니고 길이 무척 복잡해서 식물 보기 어렵지. 소로가 19세기 사람이었기에 이런 글도 썼을 거야. 지금 사람이었다면 자연보호 운동을 했으려나. 내가 별 생각을 다 했군.
봄여름가을뿐 아니라 겨울에 만난 식물 이야기도 있어. 겨울에 쓴 건 그리 많지 않지만. 겨울에 봄을 느끼고 봄에는 벌써 가을을 느끼기도 했어. 봄여름가을겨울이라 해도 꼭 그때만 있는 건 아니기는 해. 자연을 바라보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겠지. 작은 것 하나라도 잘 보면 놀라울 거야. 앞으로는 조금 천천히 걸어야겠어. 이것저것 둘러보려고.
희선
☆―
생명이 살아가는 터전일 때만 자연은 아름답다. 아름답게 살리라 다짐하지 않는 이에게 자연은 아름답지 않다. (2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