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쿠라 일기」전 모비딕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 3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한국에 마쓰모토 세이초 소설이 많이 나왔지만 내가 만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여기 실린 단편은 거의 마쓰모토 세이초가 작가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쓴 거다. 그래서 지금까지 만난 소설과 조금 달라 보이는 건 아닐까 싶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사회파 미스터리’ 를 쓴 사람으로 잘 알려졌다. 그게 커서 그렇게 알려졌지만 마쓰모토 세이초는 작가가 되고 늘 공부하면서 글을 썼다. 픽션, 논픽션, 평전, 고대사, 현대사로 자신의 세계를 넓혔다. 여러 나라 말과 여러 학문을 한 움베르토 에코도 있구나. 그런 사람 더 있을 텐데 내가 아는 사람이 얼마 없다. 보르헤스도 여러 나라 말을 알던가. 다치바나 다카시도 생각난다. 혼자 이것저것 다 하는 사람 대단하다. 난 하나 하기도 힘든데. 잘 하는 사람과 견주는 건 별로 좋지 않은 거겠지. 평범한 사람도 한가지를 오래 하면 괜찮을 거다. 여기에 실린 소설에는 그런 사람이 많다. 열심히 하지만 세상에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

 

 소설가는 처음에는 자기 이야기를 쓰기도 할 거다. 마쓰모토 세이초도 처음에는 자기 이야기를 쓴 게 아닐까. 아니 마쓰모토 세이초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사람 이야기를 썼다. <어느 “고쿠라 일기” 전> <국화 베개> <깨진 비석> <돌 뼈>에 나오는 사람은 실제 있었던 사람이라고 한다. <깨진 비석>과 <돌 뼈>에 나오는 사람은 어쩐지 비슷해 보이기도 하는데. 중학교 교사를 하면서 고고학을 하는 걸 보면. <피리 단지>에 나오는 사람도 비슷하다. <피리 단지>에서 향토사 연구를 하는 사람은 모델이 없었을까. 여러 사람을 알게 되고 이런 사람이 있어도 괜찮겠다 여긴 걸지도. 세상이 덧없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자신은 평생을 바쳐 무언가를 연구해야겠다 한다. 그것을 찾고 스무해쯤 걸려 해내지만 그 뒤에 다시 부질없음을 느낀다. 그건 자기 힘보다 다른 사람 힘으로 인정받아서는 아닐까.

 

 이야기 시대는 예전이지만 지금과 다르지 않은 것도 있는 것 같다. 학연 지연 이런 건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것을 생각하지는 않을 거다. <국화 베개>에서 하이쿠를 쓰는 누이는 자기 남편이 가난한 시골 학교 교사여서 하이쿠를 쓰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업신여긴다 생각한다. <깨진 비석>이나 <돌 뼈>에서는 학력이 낮아서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여겼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 사람들은 고집을 내세우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런 건 좀 안 좋을지도 모르겠다. 남한테 인정받지 못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걸 즐겁게 여길 수도 있을 텐데. 사람은 남한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어느 “고쿠라 일기” 전>에 나오는 사람은 몸이 좋지 않았다. 몸이 건강했다면 좀더 나았을 텐데. 건강했다면 모리 오가이가 고쿠라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알아보지 않았겠다. 어떤 때는 자기 몸이나 둘레 환경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아내기도 한다.

 

 첫번째 소설 <아버지를 닮은 손가락>에서는 아버지의 출생의 비밀이 나오지 않았는데 그건 뭘까, 내가 놓친 걸까. 아버지를 닮아 좋은 것이 있기도 하겠지만 여기에서는 그 반대다. 아들은 아버지와 자신 손이 닮은 걸 싫어했다. <불의 기억>은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없었던 사람이 어머니가 만난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는 이야기다. 아니 그 사람은 자세한 건 몰랐던가. <빨간 제비>는 한국이 일본 지배에서 벗어난 때가 배경이다. 그때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쓴 적도 있다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여자가 위안부가 될 빨간 제비를 뽑은 것만으로도 다르게 생각하다니.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약점>에서는 아내가 있는 사람이 애인과 함께 간 온천 여관에서 옷을 도둑맞고 자신이 도와준 적 있는 시의원한테 도움을 받고 약점을 잡히는 이야기다. 약점 잡힐 만한 일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게 나을 텐데. 왜 결혼하고도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걸까. <상실>에도 그런 사람이 나온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일본 만화영화를 보고 나서야 일본은 사촌이 결혼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하코네 동반자살>은 따로따로 결혼한 사촌인 남자와 여자가 함께 하코네에 갔다 사고가 나고 선을 넘었다. 그 뒤에 두 사람은 함께 죽기로 했나보다. 그런 말을 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고 그런 분위기가 감돈다. <청색 단층>에서는 세상에 잘 알려진 화가가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지 못하다, 그림 공부를 한 적 없는 사람이 자유롭게 그린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는 이야기다. 화가는 다른 사람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었지만,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은 그림을 그만둔다. 누군가한테 그림을 배우지 않아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을 배우고는 자유로움이 사라졌다. 그걸 화상 주인이 가르쳐줬다면 좋았을 텐데. 아니 그림은 만만하지 않은 일이다. 화상 주인은 그 사람 그림이 이름이 잘 알려진 화가한테는 어떤 자극을 줄지라도 그 이상은 아니다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이 고향에 가서 잘 살았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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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해 전 값이 싸고 가벼운 사진기가 있었으면 해서 인터넷에서 열심히(살까 말까 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찾아서 샀는데, 사진을 찍으니 어두웠다. 그건 그냥 받아들이기로 하고, 어느 날 집 안에서 노란색을 찍었더니 연두색으로 나왔다. 바깥에서 찍은 노란 꽃은 그대로였다. 노란색만 연두색으로 찍히는지 알았는데, 두해가 지나서야 보라가 파랑으로 나온다는 걸 알았다. 그동안 보라색 찍은 적 없었던가. 아니 찍은 적 있다. 보라와 하얀색이 섞인 팬지였던 것 같은데(어쩌면 조금 큰 제비꽃일지도, 밑에 사진과는 다른 꽃이다). 보라색이라 해도 자주색에 가까운 게 있고 파랑에 가까운 보라색이 있다. 이번 악스트에는 파랑이 더 들어갔을까. 내 사진기가 집 안에서는 노랑과 보라를 그대로 못 보다니. 책은 바깥에서도 파랑으로 나왔다. 자연에 있는 색은 그대로 봐도 사람이 만든 건 잘 못 보는가보다. 이 책은 진한 보라다.

 

 갑자기 이 책 사고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책이 나한테 온 날 비가 오고 책이 담긴 상자가 젖어 있었다. 그게 젖었다고 책까지 젖었을까 했는데, 상자에서 책을 꺼내보니 왼쪽 위가 빗물에 젖어 있었다. 이 책 한권만 샀다면 상자가 아닌 비닐에 넣어서 보내줬을 텐데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책을 받고 책에 흠집이 있으면 기분이 안 좋다(이번 악스트는 겉에 흠집도 좀 있구나). 다른 사람한테 주려고 산 책일 때는 더. 그래도 그건 시간이 흐르면 잊는다. 이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다. 흠집을 자꾸 생각하면 다른 걸 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이런 말 하고 책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서 하면 좋겠지만, 이런 건 악스트에 나오지 않았다. 이번 열쇠말은 ‘라이벌’이다. 어쩐지 나와는 먼 말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아주 상관없지 않을지도. 어렸을 때는 나도 모르게 경쟁 같은 걸 했을 테니 말이다. 지금도 아주 안 하는 건 아닐지도. 라이벌 하면 경쟁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경쟁이 나쁜 것만은 아닐 거다. 경쟁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나아지게 한다.

 

 

    

 

    

 

 

 

 소설은 삶의 라이벌일 수도 있구나. 라이벌이라는 말을 보고 내가 처음 떠올린 건 만화 <고스트 바둑왕(히카루의 바둑)>이다. 내가 본 건 만화가 아닌 만화영화지만. <나루토>도 조금 비슷한 느낌이다. 자신의 맞수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건 실력이 비슷한 사람일 때가 많지 않을까. 아니 꼭 그런 건 아닌가. 넘고 싶은 사람을 맞수라 여기고 수행(훈련)하는 사람도 있겠구나. <고스트 바둑왕>이 그렇지 않나 싶다. 바둑은 하나도 몰랐던 신도 히카루가 오래전 바둑기사로 억울하게 죽고 에도시대에는 혼인보 슈사쿠로 바둑을 둔 유령 후지와라노 사이를 만나고 바둑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이 때문에 히카루는 평생 맞수 토야 아키라를 만난다(그 반대일 수도). 히카루가 아키라를 만났을 때 히카루는 아키라 맞수는 아니었다. 맞수가 되어갔다는 게 맞다. 그런 일도 일어나겠지. 아키라는 히카루 안에 있던 사이를 쫓고 다음에는 히카루가 아키라를 쫓는다. 나루토도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우치하 사스케를 맞수라 말하고 실제 그렇게 된다. 나루토와 사스케는 닌자다. 겨우 이 설명밖에 못하다니.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갖는 건 좋은 걸까. 뭐든 잘하고 맞수가 없는 사람은 쓸쓸하다고도 한다. 아키라도 사이를 만난 히카루를 만나지 못했다면 자기 또래에 자신과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 없다고 여기고 더 빨리 프로 바둑기사가 됐을 거다. 하지만 아키라는 히카루를 만나고 달라졌다. 사이가 아닌 히카루가 둔 바둑에는 무척 실망했지만. 그런 모습을 본 히카루는 자신이 곧 아키라를 따라잡겠다고 한다. 그런 말을 그렇게 쉽게 하다니. 지금 생각하니 대단하다. 난 그런 말 못한다. 그런 게 없기도 하구나. 경쟁하는 것을 보면 늘 저런 걸 해야 할까 한 적도 있다. 다른 사람보다 잘하려면 다른 사람을 이겨야 한다. 난 그런 게 싫다. 살면서 꼭 다른 사람과 싸워야 하는 건 아니기도 하다. 자신과도 늘 싸워야 한다. 이건 맞수라고 하기 어렵겠지만. 어떻든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는 것보다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게 좋을 것 같다. 한사람 한사람이 가진 좋은 점을 살리는 것도 괜찮겠다.

 

 이번 악스트에서 만난 사람은 배수아다. 배수아는 악스트를 만드는 사람 가운데 한사람이기도 한데. 그래선지 처음에는 자신이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사람한테 먼저 물어봤다. 배수아가 한국과 독일에서 살았다니 몰랐다. 아니 언젠가 독일에 갔다는 말 들었던가. 난 그 뒤 아주 한국으로 돌아왔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자신의 소설을 읽는 공연을 했다는 건 색다르게 보였다. 그런 걸 하는 사람이 늘어도 좋을 것 같지만, 소설을 소리내 읽기라도 하면 괜찮겠다. 배수아가 자신이 스스로 소설을 읽은 건, 자신이 그걸 가장 잘 알아서였다 했다. 배수아 소설은 예전에 조금 봤는데 어려웠다. 난 그래도 배수아 소설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

 

 여러 이야기를 봐도 쓰는 건 별로 없구나. 윤고은은 잘못된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카페에서 자신의 자리를 잘못 찾아간 일.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구나. 어떤 사람은 집을 잘못 찾아가지 않았던가. 그런 소설도 본 적 있다. 윤고은이 쓴 소설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도 생각난다. 어떤 일이 잘못되는 건 싫지만 그런 이야기는 조금 괜찮을 듯하다. 내 일이 아니고 그저 보기만 해설지도. 이런저런 상상을 할 수도 있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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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지쳤어

이리 와

난 널 위한 의자야

 

달리다 숨차면

천천히 걸어와

난 널 기다리는 의자야

 

늘 열심히 하면 힘들지

열심히 해도 잘 안 될 때도 있어

그런 건 그런가 보다 해

그걸 할 때 네가 즐겁기를 바라

 

즐거워도 쉬고 싶을 때 있지

그럴 때는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쉬어

잠시 쉬면 힘이 날 거야

 

쉬고 싶을 때

한번 둘레를 둘러 봐

내가 보여

난 널 위해 기다리는 의자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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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시원한데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새들은 즐겁게 노래하고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고

벌레는 조용히 제 갈 길을 간다

 

깨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낮꿈

 

사는 것이 낮꿈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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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04-24 0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낮의 꿈에 허망하셨나봐요 .

희선 2018-04-25 23:22   좋아요 1 | URL
낮꿈뿐 아니라 잘 때 꾸는 꿈은 다 잡을 수 없겠습니다 사는 것도 꿈처럼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희선

[그장소] 2018-04-25 23:51   좋아요 1 | URL
음... 드림캐쳐를 준비해야겠네요~ 꿈이 빠져나가는게 두렵다면요 . ㅎㅎㅎ
 

 

 

 

하나만 알고 걸었지

더 나아가니 길은 하나가 아니었어

어디로 가야 할지

한참을 헤맸어

 

길 하나를 골라 나아갔지만

그 앞은 절벽이었어

다시 돌아와 다른 길로 가니

거기는 막다른 길이었어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하나하나 가 봐도 괜찮을까

헤매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러다 가 보지 못하는 길이 있으면 어때

어떤 길을 가든 즐기면 되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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