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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 (양장)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지음, 백승길.이종숭 옮김 / 예경 / 2017년 6월
평점 :
하루나 이틀 더 보면 끝까지 봤을 텐데 못 봤다. 아니 안 봤다고 해야겠다. 이 책은 몇해 전에 알고 언제 한번 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기회가 왔는데 끝까지 못 보다니. 끝까지 못 본 책 쓰는 건 처음이다. 이런 책, 미술사를 말하는 책을 내가 한번이라도 본 적 있는지 모르겠다. 그림 이야기 하는 거나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이야기는 조금 봤다. 미술사여서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읽기에는 힘들지 않다. 이 책이 아주 오래됐다는 것도 알았다. 《서양미술사》가 가장 처음 나온 건 1950년이다. 1950년에 나온 책에 지금도 읽히는 책이 아주 없지 않겠지만, 어쩐지 이건 더 오래 가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야기가 오고 가다 널리 퍼진 것 같다. 한국에도 그랬을까. 한국말로 나오기 전에 알았던 사람은 무척 보고 싶다 생각했겠지. 중국 이야기(미술)는 잠깐 나오지만 한국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곰브리치가 그걸 미안하게 여기는 듯했다. 자신은 한국 미술을 알 수 없었다고.
책 본래 제목은 ‘The Story of Art’다. 영어를 잘 모르는 나라 해도 이 말에 ‘서양’이라는 말이 없다는 건 안다. 책을 보면 유럽을 중심으로 썼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책 제목을 ‘서양미술사’라 했겠지. 미술만 서양 중심으로 정리한 건 아니기도 하다. 역사, 과학 또한 다르지 않다. 동양에 사는 사람은 그게 아쉽기도 하겠지. 세계는 서양만 있지 않은데 말이다. 그럴 때 자기 나라 역사 공부를 하면 세계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알까. 나도 그렇게 잘 아는 건 아니구나. 한국이나 일본은 중국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게 안 좋은 건 아닐 거다. 본래 나라와 나라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작게는 사람 사이가 그렇다. 서양 미술 또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영향을 받고 자기 나름의 것을 만들었겠지.
미술은 넓게 쓰이는 듯하다. 생활과 예술이라고 아주 다를까. 일상에서 쓰는 거라 해도 모양이 예쁘거나 그림이 좋은 게 더 좋지 않은가. 미술과 과학도 뗄 수 없는 관계다. 이걸 예전에도 알고 했다기보다 모르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원시인이 그리는 그림은 주술의 뜻이 있었다. 벽에 그린 그림이 그때 일어난 일인가 했는데, 사냥하는 건 그렇게 되길 바라고 그렸다고 한다. 아주 옛날에는 왕이 죽으면 신하를 함께 묻기도 했는데, 산 사람을 묻지 않으려고 그림을 그렸다. 중국에서는 흙으로 인형을 만들어 넣었던가. 이집트 그림이 별나게 보이기도 했는데 그건 지금과 그림 그리는 게 달랐다. 설명을 듣고서야 알다니. 미술을 하는 사람은 바로 알았겠다. 원근법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나왔다는 걸 봤는데. 가까이 있는 건 크게 멀리 있는 건 작게 그리기. 브루넬레스키는 수학 법칙으로 그걸 알아냈다. 브루넬레스키는 새로운 건축을 만들어냈다. 브루넬레스키를 따르던 마사초, 도나텔로 이야기도 조금 나왔다. 이건 예전에 다른 책에서 봐서 반가웠다. 반가웠다 해도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
나도 알 정도인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르네상스 시대 이야기는 재미있게 보았다. 16세기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티치아노, 크레조와 조르조네, 북유럽의 뒤러와 홀바인 같은 사람 시대였다. 한 시대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나타나다니 신기하다. 시간이 흐르고 종교개혁이 일어나고는 화가가 할 일이 줄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초상화뿐 아니라 다른 주제를 찾아 그림을 그리고 한 가지를 전문으로 그리려 했다. 네덜란드에서 많은 사람한테 영향을 미친 화가는 렘브란트 반 레인이다. 아직 못 봤지만 아마 고흐 이야기도 나오겠지. 내가 본 건 17세기 후반과 18세기 이탈리아까지다. 3분의 2쯤 봤는데, 남은 18세기 19세기 20세기는 다음에 볼 수 있을까. 끝까지 본다고 그것을 잘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다 못 봐서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책을 더 봤다면 좀더 익숙한 사람 이름을 봤을 텐데. 인상주의, 초현실주의, 팝아트, 포스트 - 모더니즘 이밖에도 있을 텐데 생각나지 않는다. 인상주의 다음에는 다른 게 있었겠지. 입체파던가. 미술은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옮겨간다. 전쟁 때문에 예술가가 미국으로 가설지도. 미술이 우리 생활과 먼 것 같지만 그렇게 멀지 않기도 하다. 이건 과학이나 수학도 마찬가지구나.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