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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없는 달 - 환색에도력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8월
평점 :
가난한 사람이 살기에 나은 때는 겨울보다는 여름이겠지. 여름과 봄가을도 좀 나을까. 봄은 늦봄 가을은 초가을. 가난한 사람만 그때를 편하게 지내는 것은 아닐 거다. 하지만 지금 여름은 많이 더워서 없는 사람은 지내기 힘들겠다. 이런 말로 시작하다니. 그냥 그런 게 먼저 떠올랐다. 옛날에도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이 있었지만 옛날에는 인정이 있어서 잘사는 사람이 못사는 사람을 돕기도 했다. 지금이라고 그런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저 형식일 뿐인 것 같다.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사람이 어떤지 잘 모르고 돈만 턱 내놓지 않을까. 다시 생각하니 그런 거라도 있어야겠구나. 경제가 나빠지고는 그런 것도 줄어서 힘들다고 하던데. 한사람이 돈을 많이 내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내면 나을 텐데. 그것도 줄었을지도 모르겠다. 못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사람 마음을 알아서 조금이라도 냈는데.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을 돕는 마음이 다시 살아나기를 바란다.
미야베 미유키가 에도 시대를 그린 책에서 처음 본 건 《괴이》인지 《외딴집》인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이건 언젠가 썼던가). 잘 생각나지 않는 걸 보면 《괴이》를 처음 봤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제목처럼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외딴집》이라고 현실만 말하지 않지만. 이번 책 《신이 없는 달》을 볼 때 《괴이》가 떠오르고 전설의 고향이 생각났다. 일본 에도 시대는 한국 조선 시대와 비슷한 때가 아닐까 싶다. 《외딴집》을 볼 때는 그걸 많이 느꼈다. 전설의 고향이 조선 시대 이야긴지 잘 모르겠지만 조선 시대가 많지 않았을까. 전설의 고향에 귀신이 나와서 무서운 이야기 같기도 한데, 거기에 무서운 이야기만 있었던 건 아닐 것 같다. 따듯한 이야기도 있었겠지. 무서운 이야기를 더 많이 기억해서 전설의 고향은 무섭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여기 나오는 이야기에 아주 무서운 건 없다. 아니 하나 있던가. <다루마 고양이>는 조금 오싹할지도. 그렇다 해도 나중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은 길을 가지 않기를 바랐다. 사람은 자신만 안 좋은 일을 당한다 여기면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이기도 한다. 그런 마음에 지지 않아야 할 텐데. 그건 사람이 약해서 그런 건지도. 미야베 미유키는 약한 사람이라 해도 크게 뭐라 하지 않는다. 본래 그렇기는 하다. 소설가는 판단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약한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건지도.
자신이 놓인 처지를 생각하고 한해에 한번 안 좋은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건 <신이 없는 달>에 나오는 사람이다. 신이 없어서 자신을 지켜보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기도 했다. 그 사람은 자신이 편하게 살려고 그런 건 아니다. 아이가 아파서 자신이 버는 돈만으로는 아이를 돌보지 못한다 생각하고 돈을 훔쳤다. 그렇다 해도 난 그게 좋은 것 같지 않다. 아무리 자식이 아프다고 다른 사람 것을 훔치다니. <붉은 구슬>에서 남편은 아픈 아내를 잘 보살피려면 더 많은 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그 시대에 하지 않아야 하는 일을 하고 돈을 벌지만 잡혀간다. 돈이 있으면 이것저것 할 수 있겠지만 돈으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난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나 같은 사람은 돈이 없으면 굶어 죽을지도. 세상은 그런 사람을 미련하다 하겠지. 내가 그런 걸 어쩌라고.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도 있는 거지.
마지막 이야기 <종이 눈보라>에서는 자신의 부모를 죽게 한 고리대 장사를 하는 사람한테 복수한다. 그 모습이 어쩐지 슬프게 보인다. 억울한 일을 당하면 그대로 돌려주고 싶기도 하겠지만 그걸 한다고 마음이 풀리지는 않을 거다. 여기에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한발 떨어져 있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은 거의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니 소설은 거의 그렇겠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거겠지. 소설을 보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를 쓰면 조금 다르기도 하다. 무척 놀랄 만큼은 아니지만. 그런 경험도 괜찮은 것 같다. 어떤 것이든 한쪽에서만 보지 않고 여러 곳에서 봐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여기에는 열두 가지 이야기 담겼다. 일월에서 십이월까지인가 보다. 달은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것도 잘 봤다면 좋았을 텐데. <신이 없는 달>은 시월을 생각했다. 에도 시대를 사는 서민 이야기다. 따스한 이야기 안타까운 이야기에 조금 슬픈 이야기도 있다. 사람 사는 게 그렇기는 하구나. 살다보면 좋은 일이 있기도 하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누군가한테 마음을 쓰는 사람도 있고 자신을 더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남을 돕는 게 자신한테도 좋은 일이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 나도 그러도록 애써야겠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