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자꾸 사서 그만 사고 집에 있는 책을 봐야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공책 편지지 그리고 펜을 사둔다. 그나마 펜은 적게 산다. 내가 쓰는 건 볼펜, 유성펜(어릴 때는 수성펜이었는데), 연필, 샤프펜슬이다. 예전에는 편지를 편지지에 쓰기 전에 다른 종이에 볼펜이나 잘 쓰지 않는 펜으로 썼는데 빨리 닳아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덜 아깝게 생각한 건 샤프펜슬이다. 샤프심은 아주 가끔 사면 된다. 샤프심이 진했으면 하고 ‘B’를 샀는데, 얼마전에는 ‘HB’를 샀다. 사기 전에 내가 뭘 썼는지 봤다면 ‘B’를 샀을 텐데. 샤프심을 몇해 만에 사서 그랬다. HB 써 보니 괜찮다.
내가 가장 많이 쓰는 건 볼펜이다. 모나미(Monami), 내 친구던가. 내가 이 볼펜을 사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집에 굴러다니는 게 있어서 그걸 쓰고 심이 다 닳으면 심만 갈아 썼다. 심은 여러 번 샀다. 처음에는 낱개로 샀는데 지금은 열두개 든 상자로 산다. 잘못 사면 볼펜이 잘 나오지 않는데 그때는 조금 짜증난다. 잘 나오다 나오지 않는다. 종이에 시험으로 쓰면 나오기도 하는데 그렇게 해도 안 나오면 볼펜끝을 다 쓴 것과 바꿔썼다.
요즘은 볼펜을 자기 마음대로 조립하는 것도 나왔다. 나는 몸통은 하얗고 앞과 뒤만 심 색깔에 따라 다른 거다. 검정 파랑 빨강, 신기하게도 파랑과 빨강도 집에 있었다. 난 정말 이런 볼펜 산 기억이 없다. 내가 학교 다닐 때 쓰던 볼펜은 0.5거나 다른 거였다. 모나미 볼펜 쓴 건 학교를 다 마친 뒤다. 별거 아닌 말을 하다니.
볼펜심은 몇개 남지 않았을 때 사러 간다. 이 볼펜심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걱정은 없어서구나. 유성펜은 내 마음에 드는 게 없을 때도 있다. 지금 쓰는 게 딱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다른 것보다 나아서 보이면 한두개 사둔다. 유성펜도 잘못 사면 하나도 못 쓸 때 있는데.
편지지는 묶음 편지지를 여러 개 사두었는데 몇장 없는 편지지도 가끔 산다. 전에 엽서를 사서 한동안 편지지보다 엽서를 더 썼다. 올해(2018)는 편지지를 더 쓰려고 하는데 그럴지 모르겠다. 편지를 자주 쓰던 적도 있는데, 그때 책 읽고 쓰지 않아서 편지를 많이 썼구나. 열몇해 전 시월에는 편지를 마흔 통 넘게 썼다. 그 해에 한달에 그 정도 써 보고 싶다 생각했다. 그 뒤로는 그렇게 쓴 적 없다. 지난 한해 동안 내가 쓴 편지(엽서)는 백서른 통이다. 지지난해(2016)보다 덜 썼다. 난 내가 편지 많이 쓴다 생각하지만 나보다 더 많이 쓰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진짜 그만 사야지 하는 건 (스프링) 공책이다. 두꺼운 것을 사려고 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두껍지 않다. 아니 적당하다. 공책은 어렸을 때도 좋아한 것 같다. 그때는 일기장이었던가. 학교에서 써야 하는 것보다 내가 쓰는 걸 더 좋아했나보다. 책을 읽기만 할 때는 공책 거의 안 썼다. 그래도 뭔가 쓰고 싶어서 공책을 하나쯤 사두었다. 책을 읽고 쓰고부터는 그거 쓰고 새로 사야 했다. 그때부터다, 내가 공책을 자꾸 산 건. 그렇다고 아주 많이 산 건 아니다. 한해에 한번이나 두번이다. 쓰던 걸 다 쓸 때쯤 다음에 어디에 쓸까 하다, 쓸 공책을 정하면 그걸 쓰고 어쩐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새로 하나 사자 했다. 그 생각처럼 하나만 사면 좋을 텐데 문구점에 가면 그 마음이 사라진다. 얼마전에도 글 써둘 거 조금 작은 것을 한권만 사야지 했는데 다른 것도 사 버렸다.
문구를 자꾸 산다고 해도 이걸 좋아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난 뭔가 새로운 게 없나 하고 찾지는 않는다. 나중에는 사지 못할 걸 생각하고 조금 더 사두는 거다. 공책이나 편지지. 앞으로는 한권만 사야지 마음먹으면 꼭 지켜야겠다. 아니 문구점에 가도 공책은 안 봐야겠다. 지금 생각하니 읽은 책 목록 쓰는 수첩도 사두었다. 그건 예전에 조금. 그래서 죄책감을 덜 느끼나 보다. 죄책감을 덜 느끼려면 꼭 있어야 하는 것만 사는 게 좋겠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