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가는 길이어서 따라가다

나만 뒤떨어졌다

난 길을 잃은 걸까

아니 그때부터는 홀로 걸었다

앞서간 사람도 어디선가

혼자가 되고 자기 길을 갔겠지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틀리는지 잘 모르겠다

마지막에도 알 수 없으리라

그래도 내 길을 걷고 싶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문 열리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

갑자기 몸이 떨리고 춥지 뭐예요

그때 바로 알았어요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감기가 찾아온 걸

하룻밤 자고 나면 떠나겠지 했지만

감기는 바로 떠나지 않았어요

 

감기가 머무는 동안

저는 춥고 팔다리가 아프고

머리도 지끈지끈 했어요

콧물도 조금 나왔던가

 

아무도 반기지 않는 친구가 감기지요

이렇게 생각하니

감기가 조금 불쌍하네요

가끔 감기가 찾아오면 힘들겠지만

빨리 떠나기를 바라기보다

잠시 이야기 해 보면 어떨까요

 

잘 달래면

멋대로 찾아 온 것처럼

멋대로 떠날 거예요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언젠가 본 책에서 조금 비어 있는 동그라미가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나섰다. 꽉 찬 동그라미가 되려고. 동그라미는 비어 있는 곳보다 작거나 커다란 조각을 만나고 자기 몸에 끼워 보고는 맞지 않구나 했다. 그러다 동그라미한테 딱 맞는 조각을 찾았다. 그 다음에 어떻게 됐더라. 오래전에 본 거여서 잘 생각나지 않지만, 동그라미는 자신한테 딱 맞는 조각을 만나고 기뻤지만 다시 떨어졌던 것 같다.

 

 잃어버린 조각을 만나 자기 몸을 꽉 채운다고 좋을까. 잠시 마음이 꽉 찬 느낌은 좋을 것 같지만 어쩐지 답답해 보인다. 동그라미도 처음에는 좋았지만 아주 잘 굴러가서 싫었겠지. 빈 곳이 있으면 천천히 굴러가서 이것저것 볼 수 있다. 그것 때문에 본래 빈 동그라미로 돌아갔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비어 있는 무언가 때문에 쓸쓸하겠지. 어쩐지 사람은 그것을 채우려고 사는 것 같다. 그건 채울 수 있을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빈 곳은 그대로일 것 같다. 아니 가끔 마음이 꽉 찬 느낌이 들 때도 있을 거다. 그러다 다시 비겠지. 그런 게 좀 아쉽겠지만 빈 곳은 비어 있는 대로 두는 것도 괜찮다. 그래야 다른 걸 들일 수 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 쉴 곳 없네’ 하는 노랫말이 생각난다. 자기 자신으로 꽉 찬 사람도 있겠다. 그건 겁이 나설지도. 누군가, 그게 친구여도 사람은 사람을 만나고 시간이 흐르면 자신을 떠나가지 않을까 걱정한다. 아니 그런 걱정보다 기대해서 힘들던가. 차라리 아무하고도 사귀지 않으면 기대하지 않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고 혼자 지내는 사람도 있겠다. 다른 거 생각하지 않고 혼자 잘 지내는 사람은 좋아하는 게 있어서일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 있다 해도 빈 곳은 채울 수 없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생각하면 좀 나을까. 누구한테나 빈 곳이 있다고. 누구나 혼자고 누구나 쓸쓸하다는 말도 생각난다. 그런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이 따스해진다. 그게 순간일지라도 그걸 쌓아가는 게 삶이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건 가끔 만나는 미쓰다 신조 소설로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가 나오는 이야기야. 미쓰다 신조는 호러를 쓰는 작가로 나와. 이건 실제와 같지, 미쓰다 신조는 호러뿐 아니라 미스터리도 써. 여기에서 말하는 게 다 지어쓴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어. 편집자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건 비슷하지 않을까. 미쓰다 신조가 쓴 무서운 이야기는 그걸 읽을 때보다 읽은 다음이 좀더 무서운 것 같기도 해. 읽을 때는 그저 그러네 해도 혼자 있을 때 그게 생각나면 좀 무섭겠지. 알 수 없는 것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세상이지만, 잘 모르는 것도 무섭지. 아쉽게도 난 이상한 일을 겪은 적은 없어. 예전에 한번 빼고는. 그건 그저 내 눈이 이상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 언젠가도 말했는데, 이사하고 밤에 창 밖을 보니 하얀 것이 지나갔어. 하얗게 생긴 물체가 아니고 하얀 선이었어. 어쩌면 다른 일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내가 크게 생각하지 않았겠지.

 

 여기에는 조금 다르면서 공통점이 있는 이야기가 여섯편 실렸어. 실제 미쓰다 신조는 다른 사람이 겪은 것을 듣기도 할까. 여러 가지 이상한 이야기를 모은다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그런 걸 쉽게 말하는 사람도 있군. 이상한 일을 다른 사람한테 말하는 건 그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설지도 모르겠어. 여기에서 친구 이야기를 듣고 친구 집에 찾아간 사람이 이상해졌어. 그건 마지막에 실린 <스쳐가는 것>이야. 왜 뱀파이어는 남의 집에 마음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집주인이 ‘한번 놀러 오세요.’ 해야 들어갈 수 있잖아. <스쳐가는 것>에 나온 검은 것도 다른 곳은 다녔지만 문이 닫힌 집 안에는 들어오지 못했어. 이건 다섯번째 이야기 <기우메 : 노란 우비 입은 여자>와 비슷하기도 해. 기우메가 바로 노란 우비 입은 여자라는 뜻이야. 어떤 사람이 비도 오지 않는 날 우비를 입은 여자를 만났는데, 그 뒤로도 기우메를 보게 됐어. 다른 사람은 기우메를 못 봤는데 말이야. 기우메는 그 사람 자취방으로 조금씩 다가오고 비가 오는 날 남자는 사라졌어. 아니 비는 오지 않았던가. 남자가 있는 곳에만 비가 왔군. 이런 이야기 <나츠메 우인장>에서 한번 봤어. 거기에서는 요괴를 쫓아냈던 것 같아. 미쓰다 신조 소설에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어쩐지 찜찜하게 끝나.

 

 여섯번째와 다섯번째 이야기를 먼저 말하다니. 첫번째 이야기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은 정말 그런 일 있을까 했어. 그런 일은 앞으로 죽으려는 사람이 죽기 전에 말을 녹음하는 거야. 그것보다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얼마전에는 《지독한 하루》(남궁인)에서 유서를 쓰고 가스에 불을 붙여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이야기를 봤는데, 그걸 보고 유서는 불에 탈 텐데 왜 썼을까 했어. 이건 여기 실린 이야기와 상관없는 거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사람은 어쩐지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 죽임 당한 듯한 느낌이 들었어. 그때 나타난 건 뭐였을까. <빈 집을 지키던 밤>에도 알 수 없는 것이 나타나. 남의 집을 지키는 것만으로 돈을 많이 받는 일을 하던 사람은 커다란 집에 혼자 남고는 이상한 일을 겪고 그 집에서 달아나. 그 집 주인이 3층에는 가면 안 된다고 했는데 가고. 그래도 그 사람은 괜찮았군.

 

 다음 이야기 <우연히 모인 네 사람>이지만 실제는 세 사람만 모여야 했던 것 같아. 모인 사람 숫자를 세어 보니 한사람이 모자란다거나 많다는 이야기도 있지. 한사람 적은 것보다 많은 게 더 무서울까. 남은 한사람은 대체 뭘까 싶을 테니. 어디 갈 때 사람 숫자 잘 세어 봐. <시체와 잠들지 마라>는 요괴를 만난 듯한 이야기야. 오래 산 영혼이 늙은 몸을 버리고 젊은 몸을 빼앗는 이야기 있잖아. 그런 이야기는 서양에도 많지. 한두번 본 것 같기도 한데 뭐였는지 생각나지 않는군. 그런 일 당한 사람은 얼마나 억울할까.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잠들지 마. 여기 실린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어(물). 따로따로면서 아주 상관없지 않다고 말하려는 건지도. 그런 우연은 처음에 생각하고 썼을까 아니면 책속 작가 미쓰다 신조가 말한 것처럼 처음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를 부른 걸까. 수수께끼네.

 

 일본에는 백가지 이야기라는 게 있어. 이것도 언젠가 말한 거지만. 그건 초 백개를 켜고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 할 때마다 초 하나를 끄고 마지막에는 초를 다 끄는 거야. 초를 다 끄면 거기는 어떻게 되겠어. 어둡겠지. 그때 무언가 나타난다고 해. 미쓰다 신조가 쓰는 이야기가 그런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 이야기속 사람도 사라지는군. 혹시 미쓰다 신조가 쓴 백가지 이야기를 다 읽으면 그때 무서운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어. 이런 말 무섭지. 미쓰다 신조만 백가지 이야기를 쓰는 건 아니야. 앞에서 말한 건 내 생각일 뿐이니 걱정하지 마. 무서운 것에 사로잡히지 말고 좋은 걸 생각해. 그러면 괜찮을 거야.

 

 

 

*더하는 말

 

 지금까지 미쓰다 신조 호러 소설 읽어도 별 일 없었는데 이번에 일어났어.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야. 내가 도서관에 이 책을 돌려주고 다른 책을 빌리려고 하니, 내가 빌릴 수 있는 책이 한권 모자라더군. 왜 그럴까 하다가 책꽂이에 꽂힌 이 책을 다시 기계에 올리고 돌려줬더니 됐어. 처음에 왜 그게 안 됐을까. 기계 위에 제대로 올려뒀는데, 두권에서 한권만 돌려준 게 됐던 거야. 그건 기계가 잘못 읽어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일 처음이었어. 이 책이어서 그런 건 아닐까 싶어. 별로 무섭지 않지.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찬기운에 이끌려 문을 열어 보니

세상은 하얀 눈에 덮였다

소리도 없이 내린 눈

바람이 불어 가르쳐 주었는데

알아듣지 못했다

 

밖으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 보니

구름 사이에서 둥근 달이 인사했다

 

차가울 것 같으면서도

따스해 보이는 달

날이 밝기 전에 만나 반가웠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