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오면 해야겠다 하는 것 가운데 다른 나라 말(거의 영어) 공부하기 있으세요. 지금 생각하니 저도 예전에 그런 생각 했던 것 같아요. 저한테 영어 쓸 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영어 잘 알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영어 잘 아는 사람이 부럽기도 했어요. 지금도 다르지 않군요. 가끔 영어 공부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기도 합니다. 전에 일본말만으로도 벅차다고 했는데. 어쩌면 그걸 잘 하면 누군가 나를 좋아할지도 몰라 하는 마음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어뿐 아니라 글을 잘 쓰면 나를 좋아할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렇지 않다는 걸 아는데도 그러네요. 그래도 뭔가 잘 하는 사람을 많은 사람이 좋아하기도 하잖아요. 저는 제가 잘 모르는 많은 사람이 저를 좋아하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저 친구가 저를 떠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걸로 사람을 잡을 수 없을 텐데. 제가 자신이 없어서 그러는군요.
언젠가 본 책에서 영어 공부를 하려면 중학교 교과서로 시작하라고 하더군요. 이건 기초부터 하는 거겠습니다. 그 말 듣고 중학교 교과서 구해서 해 볼까 하는 생각 잠깐 했네요. 영어는 늘 생각뿐입니다. 지금은 영어뿐 아니라 프랑스말, 중국말, 스페인말, 노르웨이말……, 여러 나라 말을 아는 사람이 있어서 중역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중역이 안 좋은 건 아니겠지만, 옛날에는 그렇게라도 책을 보면 기뻤겠지요. 영어가 아닌 다른 나라 말 잘 알아도 잘 모르는 건 영어로 나온 책도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어 잘 알면 이 세상에 나온 책 많이 볼 수 있겠군요. 한국말로 나오는 것도 그렇게 많이 못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제가 말하려는 건 일본말이에요. 영어는 잘 모르고 가끔 생각할 뿐입니다. 한국 사람이 익히기 쉬운 말에서 하나가 일본말이 아닌가 싶어요. 일본하고 한국 사이 때문에 일본이나 일본말 싫어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일본을 다 좋아하는 건 아니예요. 어렸을 때 잠깐 이런 생각했어요. 일본말 공부를 해서 일본 사람한테 한국 소설을 알게 해야겠다는(한국을 좋아하게 만들어야지였던가). 그때 일본말 공부 아주 잠깐 하고 그랬습니다. 좀 큰 꿈이지요. 지금은 그저 일본말로 쓰인 만화나 소설을 보면 된다 생각합니다. 2017년에는 별로 못 봤습니다. 몇해 전부터 일본말로 쓰인 소설 한달에 한권 보려고 했는데. 이것도 마음먹고 해야 하는데, 다른 책을 먼저 보다보면 한달이 훌쩍 가 버렸습니다. 한달이 끝날 때쯤에는 다음 달에는 꼭 두권 보자 했어요. 그렇게 2017년을 보냈습니다.
일본말에 관심 가진 건 더 예전이지만, 일본말을 자주 듣게 된 건 2007년부터예요. 제가 일본말을 읽을 수 있게 된 건 언젠지 잘 모르겠어요. 만화영화를 아주 많이 보다 성우 블로그를 찾아보기도 했어요. 그런 걸 하던 어느 날 보니 무슨 말인지 알겠더군요. 그걸 바로 잘 읽은 건 아니고 더듬더듬. 그것도 참 신기했어요. 공부해야지 하고 한 사람보다 더 오랫동안 만화영화 보고 난 뒤였습니다. 만화영화 <원피스>를 다시 보니 만화책으로 보고 싶더군요. 한국말로 나온 거 보다보니 일본에서는 그게 더 빨리 나온다는 거 알았습니다. 예전에 일본말 공부했다면 좋았을걸 하고는 기초책 조금 봤어요. 그렇게 하고 오랜 시간 뒤에 정말 일본말로 나온 <원피스>를 만났습니다.
꼭 <원피스> 일본에서 나온 걸로 봐야지 하는 생각은 없었어요. 보면 좋겠다 했을 뿐입니다. 저는 혼자 책 보고 익히는 거 잘 못해요. 이건 저만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학교에 다니면 선생님이 설명해주잖아요. 글을 보고 혼자 잘 익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선생님이 말로 해주는 걸 들으면 더 잘 기억하지요. 일대일로 배우고 성적이 많이 오르는 건 그래서겠군요. 과외 받아본 적 없지만. 저는 만화영화를 보고 듣고 일본말 익혔습니다. 재미있어서 보다가 그렇게 됐습니다. 일본말 조금 알아듣게 되고는 컴퓨터를 켜지 않고도 일본말 들을 방법 없을까 하다가 EBS 라디오가 생각났습니다. 그때 EBS 일본말 초급 중급이 밤 9시에 해서 듣기에 좋았어요. 책은 사지 않고 들었습니다. 그것도 여러 해(얼마나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밴드가 있어서 일본에서 나온 CD도 샀어요. 지금은 CD 듣지 못하고 비싸기도 해서 사지 않지만. 일본말 초급 중급 하기 전에 하는 영어를 가르치는 방송을 듣기도 했어요. 진행하는 사람이 한국말을 영어로 하면 어떻게 되느냐 하면, 저는 마음속으로 영어가 아닌 일본말을 생각했습니다. 무척 열심히 한 건 아니지만 저 나름대로 공부했다고 말하고 싶은가 봐요.
영어를 일본말처럼 익혀볼까 했지만 잘 안 되더군요. 드라마가 저랑 좀 안 맞아서 그랬을지도. CSI 같은 건 괜찮은데. 여전히 영어에 미련이. 쉬운 책이나 영어사전이라도 사서 볼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일본말 오래 듣고 익혔지만 여전히 잘 몰라요. 그래도 얼마전에 신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몇해 전에 어떤 소설 앞부분을 공책에 옮겨 써두었어요. 그때 한국말로 옮겨 보려고 했는데 힘들어서 그만뒀습니다. 얼마전에 그거 다시 보고 했더니 예전보다 덜 힘들더군요. 아주 많이는 아니더라도 조금 늘었나보다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말로 쓰인 소설 읽는 속도는 여전히 느립니다. 한달에 한권이라도 보고 속도를 조금 내야 하는데.
다른 나라 말은 관심이 있어야 하겠군요. 일본말은 한국말과 어순이 거의 같아서 익히기 쉽습니다. 한자 때문에 어렵게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외우면 됩니다. 무엇을 외우느냐 하면 한자 읽는 거예요. 많이 듣다보면 저절로 기억합니다. 이상하게 예전에 듣고 익힌 건 기억에 남아 있는데 새로운 건 잘 남지 않기도 해요. 제가 외우려 해야 하는데 게을러서. 저는 게으릅니다. 게으른 제가 일본말을 익혔습니다. 말은 거의 안 하고 쓰기도 조금밖에 못하지만. 이런 제가 했으니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은 좀 들여야겠지요. 무엇이든 시간을 들이면 조금은 잘 하겠습니다(이 말 여러 번 하는군요).
앞에서 제가 일본말을 말한 건 다른 나라 말 공부하는 것보다 조금 쉬워서였습니다.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다른 나라 말이 있다면 즐겁게 하세요. 하다 말다 하면 안 되고 날마다 해야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건 누가 못하게 해도 하겠지요. 다른 나라 말 안다고 어디에 쓰나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나라 말 알아들으면 재미있고 책을 볼 수 있잖아요. 일본말로 쓰인 책 보려면 마음을 먹어야 하는데. 일본은 책, CD 비싸요. 문고는 싸서 저는 거의 문고만 사서 봤습니다. 책이 비싸서 다른 나라 말로 나온 책만 빌려주는 도서관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도서관 만들기 어렵겠지요. 영어로 나온 책은 도서관에 오던데. 지금은 힘들다 해도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그런 도서관이 시마다 하나쯤 생기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세상에 없을 때라 해도 괜찮아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