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을 겪는 사람한테는 흔히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모든 건 지나간다.’ 고 합니다. 그 말 맞지만 힘든 사람한테 그 말이 잘 들릴까요. 지금 이 순간 자체가 괴로울 수 있을 텐데. 그 말은 그 사람이 느껴야 하는 겁니다. 그걸 알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사람, 그것도 가까운 사람 때문에 힘들다면 말입니다. 어쩌면 평생 걸릴지도.

 

 라디오 방송에서 저 말을 들으니 조금 기분 안 좋더군요. 맞는 말이지만 쉽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 말은 힘들지 않을 때 들으면 그렇겠지 할 말입니다. 그런 말 많지 않나 싶어요.

 

 모든 것을 잃은 사람한테, ‘희망을 가지고 다시 시작해.’ 하면 좀 기가 막힐 듯합니다. 그 말 들은 사람은 자기 일이 아니니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생각할 것 같아요.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도 그렇지요.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 슬픔에 빠진 사람한테 그런 말 하잖아요. 슬픔에 빠진 사람한테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그 사람이 뭔가 말 하려 한다면 들어주면 괜찮겠네요.

 

 누군가와 헤어진 사람한테는 세상에는 여자도 남자도 많다 할까요. 그 말을 바로 하면 안 좋을 겁니다. 누군가와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 생각할 테니까요. 시간이 흐르면 아픈 마음이 조금 낫고 자신이 아닌 남을 보겠지요. 힘들거나 마음 아픈 사람을 보면 그냥 그대로 두세요. 그런 모습이 보기 싫다고 그만 좀 해, 하지 말고.

 

 ‘힘내’ 하는 말도 쉽게 하지요. 지금까지 힘내고 산 사람이라면 그런 말 들으면 화날 것 같습니다. ‘얼마다 더 힘내야 하는데.’ 할지도. 반대로 ‘힘내지 마.’ 하면 좀 나을지. 앞에서 말했지만 힘들고 괴롭고 아픈 사람한테는 할 수 있는 말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걸 글로 쓰는 사람한테는 위로의 말 해도 괜찮습니다. 그 사람은 그 말 들으면 위로 받을 거예요. 다른 말보다 ‘힘들었구나, 힘들군요.’ 이런 말 어떨까 싶습니다. 자신이 힘들다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거기에서 조금 벗어난 걸 거예요.

 

 앞에서는 쉽게 말 하지 마라 하고 뒤에서는 말 하라 하다니. 말은 시간이 흐른 뒤에 해야지요. 힘든 일도 슬픈 일도 스스로 버텨야 합니다. 그렇다고 그런 사람을 그냥 내버려두라는 건 아니예요. 힘든 사람 곁에 자신이 있다는 걸 알리세요. 그 사람이 돌아봤을 때 쓸쓸하지 않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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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동안 잠을 잘 못 잔 난 낮에 깜박 졸다 편안하고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주 잠시였는데도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너를 만날 수 있는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

 

 꿈속에서 너를 만나고 난

 현실 어딘가에 네가 있을 것 같아서

 오래 찾아다녔다

 하지난 넌 그 어디에도 없었다

 너를 만나려면 다시 같은 꿈을 꾸어야 할까

 

 오랜 시간 꿈속을 헤매다 난 겨우 깨달았다

 내가 찾는 넌 언제나 내 곁에 있다는 걸

 넌 바로 내 그림자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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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 - 내일을 밝히는 오늘의 고운 말 연습 아우름 22
이해인 지음 / 샘터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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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하루에 말을 어느 정도나 할까. 난 이런 말을 할 수 없기도 하군. 말을 거의 안 해서. 사람을 만나도 말 잘 안 해. 할 말이 없어서 그랬지. 지금은 더 말 안 해. 아주 가끔 혼잣말이 나올 때가 있기는 하군. 그것도 별 말 아니야. 감탄사 정도일까. 거의 말은 안 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봐. 바로 책에 쓰인 말이지. 책이 들려주는 말은 거의 좋아. 내가 다른 말 하지 않고 듣기만 해도 괜찮고. 예전에는 친구를 만나면 뭔가 말 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하고, 말을 거의 안 하면 미안하기도 했어. 말을 하지 않아도 편안한 사람도 있다던데, 난 그걸 편하게 여기지 못했군. 내가 말을 안 하면 친구라도 무슨 말인가 하기를 바랐어. 어떤 때는 말을 하려고 해도 상대가 말을 해서 어디에서 끼어들어야 할지 모르겠더군. 그건 전화받았을 때야. 말도 연습해야 조금 잘할 텐데, 난 예전보다 더 못하게 됐군. 그래도 하나 좋은 거 있어, 안 좋은 말 하지 않는다는 거.

 

 누군가를 만나고 말 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글로 말 할 때는 조금 있군. 이것도 잘 못해. 무슨 말을 쓰기까지 시간이 좀 걸려. 시간이 걸려서 내가 답답한 느낌이 들지만 그게 더 나은 것 같아. 가끔 마음이 들뜬 채로 쓰고는 나중에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해. 그게 나쁜 말은 아니지만 어쩐지 내 자랑 같을 때. 그런 건 잘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아주 가끔 하기도 해. 마음이 들뜨면 잠시 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 내 마음한테 ‘마음아 가라앉아’ 해도 괜찮겠군. 겸손한 게 낫잖아. 이런저런 말을 하면 어쩐지 마음이 비는 것 같기도 해. 좋은 일은 마음속에 담아두고 그걸 소중하게 여기는 게 더 괜찮은 듯해. 이런 나 조금 이상한 걸까. 좋은 일에는 혼자 즐거워 해도 괜찮은 일도 있고 누군가한테 축하받고 싶은 일도 있겠군. 누군가한테 좋은 일이 있으면 자신도 기쁘지.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도 있잖아. 기쁜 일은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은 함께 슬퍼하면 좋겠어.

 

 중 · 고등학생은 정말 하는 말마다 듣기 싫은 말일까. 그런 건 한때라고 하는데 나이를 먹고도 바뀌지 않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어. 언젠가 내가 걸어가는데 앞에 가는 사람이 큰 소리로 뭐라고 하더군. 그 사람은 혼자였어, 전화에 대고 큰 소리를 낸 게 아닌가 싶어. 크게 말 하는 것뿐 아니라 화난 목소리였고 안 좋은 말도 했어. 뭔가 기분 나쁜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어. 그런 말은 옆에서 들어도 기분 별로 안 좋은데, 전화받는 사람 기분은 얼마나 더 안 좋았을까. 고운 말도 평소에 잘 써야 해. 하는 말마다 욕인 사람도 있던데, 그렇게 하는 사람은 기분 괜찮을까. 자신은 마음이 시원하다 생각할지 몰라도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몰라. 잘못을 저지르면 죄책감에 마음이 편하지 않기도 하잖아. 좋지 않은 말은 듣는 사람뿐 아니라 하는 사람 기분도 안 좋게 할 거야. 자기도 모르게 안 좋은 말이 나오면, ‘내가 왜 이런 말을, 안 돼 안 돼.’ 하면 좋을 텐데. 말 할 때도 잘 생각하고 하는 게 좋아.

 

 이해인 수녀님 말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자주 만난 건 아니지만. 이해인 수녀님이라고 늘 그렇게 마음이 편안할까. 아마 그렇지 않겠지. 수녀님한테도 이런저런 일이 있고 쓸쓸함도 느끼겠지. 이해인 수녀님은 그런 마음을 시와 글을 써써 다스리지 않을까 싶기도 해. 편지도 많이 써. 이건 예전부터 알았던 거야. 이해인 수녀님은 편지받을 사람을 더 생각하는 것 같아. 편지받을 사람을 생각하고 좋은 시나 글, 책갈피, 그림엽서, 카드, 사진, 오려둔 신문기사를 준비해둔대. 난 그냥 써. 그렇다고 내가 편지받을 사람을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야. 다른 것을 함께 넣어도 좋지만 내가 쓰는 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가끔 친구한테서 소식이 오면 그것만으로도 좋잖아.

 

 이 책 제목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 아주 좋지. 우리가 늘 고운 마음을 먹고 고운 말을 쓰면 세상이 밝아질 거야. 내가 자주 생각하는 말은 ‘우울해’야. 이런 버릇 안 좋은 거지. 이제는 ‘오늘도 좋은 날이다’로 바꿔야겠어.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는데. 좋은 말이 좋기는 한데, 어떤 때는 그런 말 싫기도 해. 나랑 동떨어진 말일 때 그런 것 같아. 어쩌면 나도 그런 말 할 때 있을 텐데. 늘 내 마음에 솔직해지도록 해야겠어.

 

 

 

희선

 

 

 

 

☆―

 

‘마음은 그게 아닌데 말이 그만……’

하는 변명을 자주 하지 않도록

조금만 더 깨어 있으면 됩니다

조금만 더 애쓰면

고운 말 하는 지혜가 따라옵니다  (<고운 말>에서, 49쪽)

 

 

 진정 자유로운 사람은 마음을 넓혀 가는 사랑 안에서 남을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과 언짢은 일로 서먹한 사이가 되어 누구도 선뜻 다가가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 때 먼저 용기를 내어 지난 일을 잊고 마주 웃을 수 있다면 그가 곧 승리자고, 둘 사이에 막혔던 벽을 용서와 화해로 허물어뜨리는 큰 기쁨을 맛볼 수 있으리라. 이것이야말로 ‘여러분 안에 소금을 간직하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시오’ 하는 복음을 실천하는 일이다. 누구한테도 꽁한 마음을 품지 않도록 관용의 소금을 늘 지니고 살아야겠다.  (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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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떠난 놀이터에 아이 하나가 나타났다

아이는 가장 먼저 미끄럼틀을 타고,

철봉에 매달리고,

정글짐에 오르고,

그네를 탔다

 

아이 등 뒤에서 바람이 불었다

바람에 밀리는 그네에서 아이는 웃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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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온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더니 움직이기 힘들고 자꾸 잠이 쏟아진다.

 

 “얘야. 그리스는 고양이가 살기에 좋은 곳이야. 네가 그곳에 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잠깐 졸았더니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그리스 이야기를 자주 했다. 그리스 사람은 어떤 고양이든 좋아하고 먹을거리를 잘 준다고 했다.

 

 엄마는 다른 형제보다 나를 가장 걱정했다. 그때는 엄마가 왜 그랬는지 몰랐다. 엄마 곁을 떠나고서야 그걸 알았다.

 

 내 몸은 모두 검다. 사람은 새하얀 고양이는 좋아해도 그 반대인 새카만 고양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도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어떤 아이는 나를 보고 ‘검은 고양이 네로’ 같다고 했다. 네로라는 고양이는 만난 적 없지만, 나처럼 온몸이 새카맸겠지. 어떤 사람은 내 털을 보고 벨벳 같다고 했다. 벨벳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괜찮은 거겠지.

 

 길에서 살면서 좋은 사람뿐 아니라 나쁜 사람도 만났다. 사람만 그런 건 아니다. 고양이도 자기 먹이를 나눠주는 마음씨 좋은 녀석이 있는가 하면 자기 영역에 오면 쫓아내는 녀석도 있었다. 이런 생각들이 나다니.

 

 그만 일어나서 여기를 떠나야 할 텐데. 조금만 더 쉬었다 떠날까.

 

 “얘야, 이제 일어나.”

 

 눈을 떠 보니 내 앞에 엄마가 있었다.

 

 “엄마, 여기는 어떻게 왔어.”

 

 “나하고 같이 고양이 천국으로 가자.”

 

 “정말.”

 

 몸이 가벼웠다. 눈이 내렸는데도 춥지 않았다. 난 곧 눈에 덮인 내 몸을 보았다. 엄마는 슬프면서도 따스한 눈으로 나를 보고 머리를 끄덕였다.

 

 “엄마, 나 괜찮아.”

 

 “그래. 그만 떠나자.”

 

 “응.”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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