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멀리서 보기만 할게

──고양이

 

 

 

너를 보기만 해도 내 마음은 스르르 풀려

 

우연히 널 마주치면 반갑지만

네가 달아날까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해

넌 이런 내 마음 모르겠지

 

네 가벼운 몸짓을 보면 신기하고

네 빠른 발걸음을 보면 아쉬워

어디를 그렇게 서둘러 가는 거야

 

나도 너와 함께 살고 싶을 때 있지만

사람한테도 다정하지 못한 내가

어떻게 널 잘 챙기겠어

 

난 그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게

길에서 자주 만나

나를 보면 바로 떠나지 말고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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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은 언제나 창 안을 바라봤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웃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듯했다

 

어느 날부터 눈사람은 꿈꾸었다

창 안으로 들어가 아이와 놀고 싶다고

가끔 아이가 밖으로 나와 눈사람한테 인사했지만,

아이가 바깥에서 노는 시간은 짧았다

 

‘아이가 내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날 안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할 텐데’

 

얼마 뒤 눈사람은 자기 몸이 작아진 걸 알고,

언젠가는 자신이 사라지리라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사라진다면 잠시라도 아이와 함께 있고 싶다’

 

눈사람 마음을 알았는지,

아이는 눈사람을 자기 방 창가에 놓아두었다

다음 날 아침 아이 방 창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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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두운 밤 잠시 밖에 나갔다

하늘에 뜬 달을 봤어요

보름달이지 뭐예요

 

도시는 밤에도 밝아서

달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어요

 

부드럽지만 차갑게 쏟아지는 달빛

그 아래를 걷고 싶어요

 

 

 

2

 

아이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한 대 두 대 왔다 가는 걸 바라봤어요

해가 지고 어두운데도 아이는 그곳을 떠나지 않았어요

시간이 한참 지나고 버스 한 대가 멈췄어요

버스에서 누군가 내렸어요

아이는 버스에서 내린 사람을 보고 웃었습니다

그 사람은 아이 엄마였어요

아이 엄마와 아이는 달빛 아래를 걸어 집으로 갔어요

달은 아이와 아이 엄마를 오래오래 지켜봤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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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 동네서점의 유쾌한 반란, 개정증보판
백창화.김병록 지음 / 남해의봄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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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해 전에 본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웬디 웰치)은 집을 (헌)책방으로 만든 이야기였다. 충북 괴산에 있다는 ‘숲속작은책방’ 이야기를 보니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이 생각났다. 웬디 웰치는 처음부터 책방을 할 만한 집을 찾은 건 좀 다르지만. 숲속작은책방은 처음부터 책방을 하려던 건 아니고 이런저런 일이 생기고 책방을 하게 되었다. 이곳도 집을 책방으로 열고 다락방은 민박을 한단다. 책이 있는 조용한 곳에서 지내고 싶은 사람은 한번 가 봐도 괜찮겠다. 도시에서 이리저리 치이면서 사는 미국 사람이나 한국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조용한 시골에서 살고 싶어하는가 보다.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마음속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해도 쉽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도시에 살던 사람이 시골에 가겠다고 하면 둘레 사람은 등을 밀어줄까, 말릴까.

 

 숲속작은책방 주인 백창화 김병록은 예전에는 도서관을 했단다. 개인이 도서관을 하면 어떻게 하는 걸까 싶기도 한데. 그때는 도서관이 그리 많지 않아서 어린이책을 중심으로 어린이 도서관을 했다. 아이가 자란 다음에는 한국에 도서관이 많이 늘었다. 그때 두사람은 시골에 가려 했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도서관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집은 지었지만 다른 건 잘 되지 않아 도서관을 열 수 없게 되었다(이런 이야기 보면서 그런 데서 일어나는 돈과 얽힌 살인사건 같은 게 생각나기도 했다. 그런 소설은 벌써 나왔지만). 남편 김병록은 마당에 책장을 기둥으로 해서 오두막을 지었다. 거기에 책을 두니 여러 사람이 찾아오고 책을 사고 싶다고 했다. 부부가 가지고 있던 책을 싸게 팔다가 아예 책방을 하면 어떨까 하게 되었다. 숲속작은책방은 헌책을 팔지 않고 새 책을 판다. 책방에 오던 사람이 다락방에서 하루 쉴 수 없느냐 한 게 민박으로 이어졌다. 작은 책방은 책이 팔리지 않으면 해나갈 수 없다. 숲속작은책방은 가정집이기도 해서 가게 빌리는 돈은 내지 않아도 괜찮지만. 백창화 김병록은 책방에 오면 책 한권은 사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정 없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난 괜찮다고 생각한다.

 

 백창화 김병록이 숲속작은책방을 하다가 다른 작은 책방은 어떨까 하고 찾아가 보았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동네 책방이라고 하면서 작은 책방이 하나 둘 생겨났다. 책 읽는 사람이나 책을 사는 사람은 줄어들어 출판계는 힘들고 커다란 책방은 문을 닫는데 작은 책방은 늘어나다니 신기하다. 난 동네 책방이나 독립출판책방이나 같다고 생각했는데 달랐다. 독립출판책방은 독립출판사에서 나온 책만 파는 곳이고 작은(동네) 책방은 어디서 나온 것이든 상관없이 파는 곳이다. 작은 책방은 주제를 정하고 그거 하나만 팔기도 한다. 1인출판과 독립출판은 같은 거겠지. 독립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은 개성이 있다. 큰 출판사에서 하지 않을 실험을 한다. 그런 책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얼마전에 우연히 그런 말을 들었다. 독립출판사는 돈보다 다른 것을 보고 책을 낸다. 그런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독립출판사가 있어서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 책이 나오겠다.

 

 서울은 가게 빌리는 돈이 비싸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방과 카페를 함께 하는 곳이 많은 것 같다. 북카페 하고는 다른 거겠지. 북카페도 괜찮다. 거기에서 본 책이 마음에 들면 나중에 책방에 가서 책을 살 수도 있을 거다. 책방에서 이런저런 행사도 한다. 그런 곳은 책방과 강연장이 따로 있었다. 책읽기를 하는 책방도 있겠지. 책방과 작가가 이야기를 하는 곳에는 가는 사람만 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거 해도 책 읽는 사람이 적다는 걸 보면 말이다. 아니 지금은 그럴지라도 시간이 좀 흐르면 많아질지도 모른다. 부모와 함께 책방이나 도서관에서 여는 행사에 가는 아이들이 자랄 테니까. 부모와 함께 책 읽는 아이는 자라서도 읽겠지. 지금 아이들 부럽다. 볼 만한 책뿐 아니라 그런 것을 볼 수 있는 곳도 많으니까. 나도 도서관이 있어서 다행이다. 난 다른 건 하지 않고 책만 빌린다. 이 책 속에 내가 사는 곳에 있는 책방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 그 책방 예전에 다녔다. 시집이 죽 꽂힌 책장은 그 책방에서 봤다. 시간이 흐른 뒤 안 좋은 일이 생기고, 책방이 다른 곳으로 옮겨서 거기에는 안 가 봤다. 난 가지 않는다 해도 그 책방 없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거기는 작은 책방보다 크다.

 

 책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하룻밤 지내는 건 어떤 느낌일까.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난 집이 아닌 다른 데서 책 못 읽고 글도 못 쓴다. 나 같은 사람은 정말 적을 거다. 숲속작은책방에서는 다락방에서 보낼 수 있는데, 그런 곳을 여러 곳 소개했다. 혼자 가도 괜찮고 여럿이 가도 괜찮겠다. 식구가 함께 가기도 하겠지. 앞으로는 그런 여행하는 사람 늘어날 것 같다. 볼 게 많은 세상이지만 잠깐이라도 책을 보면 좋을 거다. 작은 책방에 그 지역 사람이 많이 가고 책방이 그 지역 문화공간이 되면 책방뿐 아니라 그 지역에도 도움이 되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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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무리 느리게 간다 해도

내 걸음보다는 빨리 갈 거야

 

좀더 빨리 기쁜 소식을

좀더 천천히 슬픈 소식을

네게 전하고 싶어

아니 슬픈 일은 말하지 않을게

너도 참고 있을 테니까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오듯

바람 불고 비 오는 날도 지나갈 거야

 

네가 많이 웃기를

네가 조금 울기를

늘 기도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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