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 - 더 이상 글쓰기가 두렵지 않다!
최진우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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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는 아니 그때는 고조선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단군신화에는 곰이 동굴에서 백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곰이 사람이 되었지만, 사람이 되고 싶어한 건 곰과 호랑이였다. 호랑이는 며칠 만에 동굴에서 뛰쳐나갔을까, 호랑이는 암컷이었을까 수컷이었을까. 어쩐지 호랑이도 곰처럼 암컷이었을 것 같다. 곰과 호랑이가 모두 백일을 견뎌내고 사람이 되었다면 환웅은 누구를 골랐을지. 호랑이와 곰이 서로 다른 성이고 둘 다 백일을 견뎌냈다면 둘이 좋아했을지도. 그러면 단군신화가 아닌 그냥 이야기가 됐겠다. 별걸 다 생각했지만 재미있구나. 곰은 쑥과 마늘을 먹고 백일을 버티고 꿈을 이뤘다. 백일을 중요하게 여긴 건 이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갓난아기가 백일 동안 문제 없이 살면 그것을 축하한다. 백일이 아기가 앞으로 살지 죽을지 하는 갈림길인가 보다. 이런 생각은 좋지 않겠구나. 목표로 백일은 괜찮겠다.

 

 지금까지 무언가 하나를 백일 동안 해 봐야겠다 생각하고 한 적은 없다. 버릇을 들이는 데 걸리는 시간에서 가장 적은 게 21일이라 한다(이것도 삼칠일이라는 거다). 21일 한다고 해도 버릇이 드는 건 아니기도 하다. 백일은 어떨까. 이십일일보다보다 많으니 버릇이 들지도 모를 일이다. 백일을 생각하면 아주 길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살면서 세면 좀 길다. 이건 무언가를 기다릴 때 그렇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백일이 가기를 바라면 길게 느껴지겠지만, 백일 동안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글을 쓰면 하루하루가 짧을 것 같다. 한달에 한번 친구한테 편지나 엽서를 쓰려고 하는데 한번 쓰고 나면 어느새 다음 달이 오기도 한다. 한달에 한번 쓰는 것도 쉽지 않은데 날마다 쓰기는 얼마나 힘들까. 예전에 일기는 날마다 써 본 적 있다. 일기를 좀더 잘 썼다면 좋았을까, 모르겠다.

 

 내가 지금 글을 아주 쓰지 않는 건 아니다. 거의 책을 읽고 쓰는 감상일 뿐이지만, 이건 이삼일에 한번이고 책을 오래 보면 한주에 한번 쓰기도 한다. 책 한권을 하루에 다 보기는 어렵다. 그런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책이 두꺼우면 이틀이나 사흘 걸린다. 책 읽고 쓰는 것도 글이지만 다른 것을 쓰고 싶기도 하다. 그런 마음 때문에 이 책을 본 건지도 모르겠다. 여기에서는 영화 책을 보고 감상을 적어보라고 하는데, 그런 거 쓰여 있다고 해서 그대로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쓰고 싶은 걸 자유롭게 써도 괜찮겠지. 백일 글쓰기는 원고지 한장반으로 시작하면 괜찮겠다는 말에 그렇게 조금 써도 될까 했다.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백일 동안 쓰려면 처음에는 짧게 쓰는 게 낫겠다. 갈수록 길이를 늘리면 나중에는 길게 쓰겠지. 책 읽고 쓰는 것도 좀더 길게 써야겠다 생각한 적 있는데 힘들어서 그러지 못했다. 아주 가끔 길게 쓰기도 한다. 그때는 할 말이 잘 떠올라서 그랬구나. 늘 그러면 좋을 텐데.

 

 날마다 글을 쓰면 원고지 한장 채우기도 힘들 것 같다. 백일 글쓰기도 계획을 짜고 쓰면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일마다 어떤 것을 쓸지 정하라고 한다. 그것도 좋지만 쓰고 싶은 것 목록을 적어두고 하나씩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처음에 목록 백개를 다 떠올리지 못하겠지만 틈틈이 생각하면 어떨지. 책을 읽고 좋은 부분은 발췌하고 그게 왜 좋은지 써 보라고 한다. 이건 괜찮을 것 같다. 그런 거 써 본 적은 없다. 마음에 드는 부분을 써두고 이런 거 좋지, 하는 마음뿐이었다. 앞으로 책 보면서 마음에 드는 부분 잘 찾아야겠다. 난 그것도 잘 못하는 것 같다. 어떻게 썼는지 뜯어보는 거. 소설가 최정화는 영화나 책 내용을 알아본 다음에 그걸 어떻게 나타내는지 본다고 한다. 난 내용 아는 거 괜찮고 알고 봐도 재미있다. 나도 앞으로는 아는 내용을 어떻게 보여주는지 잘 봐야겠다. 생각은 해도 그럴 수 있을지. 하기도 전에 못할 걸 먼저 생각했구나.

 

 글쓰기 책은 참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설까. 그런 걸 많이 읽어본 건 아니지만 그런 책을 보면 뭔가 쓰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기도 하지만 그때뿐이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써 봐야 한다. 백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글을 쓰면 글쓰기 훈련이 될 것 같다. 다른 사람과 함께 쓰면 서로 힘을 주기도 한다는데 내가 할 수 없는 거구나. 혼자서도 백일 동안 써 보면 좋을 텐데. 바로 시작하기보다 준비운동처럼 글을 써 보라고 한다.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 글쓰기가 쉽지 않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글을 쓴다고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할 테니 아주 나쁜 사람은 되지 않을 거다. 내가 책을 읽고 쓰는 건 그것 때문인 것 같다.

 

 

 

*더하는 말

 

 백일 글쓰기는 벌써 시작했고 이달이 거의 끝나갈 때 다 쓸 텐데 이제야 이 책을 말하다니. 책을 읽고 바로 시작할 거였으면 이것도 그때 올렸다면 좋았을 텐데, 어쩌다 보니 이제야 올린다. 그때 해 봐야겠다 생각한 거 한번도 안 해 봤다.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부분을 쓰고 그게 왜 좋은지 말하는 거. 그건 가끔 하라고 했다. 그걸 하지 않았다 해도 책을 읽고 썼으니 된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글 쓸 목록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날 그날 생각할 때가 많았다. 글은 원고지 한장반보다 더 썼다. 별로 자랑할 건 아니구나. 시는 한장반 되지 않겠다. 글을 쓰다보니 길이가 거의 비슷하기도 했다. 짧을 때도 있었지만.

 

 내가 백일 글쓰기를 해 봐야겠다 생각하고 한 건 이 책을 본 다음이다. 다른 책을 읽었을 때는 뭘 쓰지 하다 그만뒀는데 이 책은 읽고 해 보기도 하다니. 백일 쓴다고 글이 나아지는 건 아닌 듯하다. 또 이런 우울한 말을. 나아지지 않는다 해도 쓰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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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우연히 글 쓰는 사람 이야기를 읽었다. 글을 어떻게 쓰는가를 말하는 건 아니고 글쓰기가 쉽지 않아도 쓰겠다는 말이었다. 그걸 보니 나도 책을 잘 읽고 써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요새 책을 별로 못 봤지만. 일이 좀 있어서 책읽기가 쉽지 않다. 그것보다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이것도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두주 전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다 읽지도 못하고 날짜가 다 돼서 돌려줬다. 그 책을 바로 빌릴 수는 없다. 두주 뒤에나 빌릴 수 있는데 나중에 다시 빌려볼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늦게 돌려주고 늦은 날만큼 책을 빌리지 못하는 것보다 다른 걸 빌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늘 두주 안에 다 봤는데.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 시간이 흐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우울하다. 본래도 우울할 때가 많은데 요새는 좀 더하다. 아무것도 안 할 수 없어서 이렇게 쓰는 거구나. 백일까지 쓰면 날마다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쓰고 싶은 게 떠오르면 쓸까. 그런 게 있으면 좋을 텐데. 글은 많이 써 봐야 한다지만 그 말 정말 맞을까. 어쩐지 난 갈수록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또 의심하는구나. 의심하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쓰고 싶으면 쓰고 쓸 게 없으면 안 쓰면 된다 생각해야겠다.

 

 이것저것 해야 해서 글을 쓰기 어렵다고 하는 말을 보고, 난 달리 하고 싶은 거 별로 없다 생각했다. 책 읽고 써야 해서 다른 거 쓸 수 없다 생각하지만. 친구를 만나지도 않고 컴퓨터 켜도 연예인 기사 같은 거 찾지 않는다. 아는 사람이 없으니 그렇구나. 관심 있는 사람이 있으면 찾아볼지도. 가끔 무언가를 찾아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그러고서 지금까지 뭐 한 거지 한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난 컴퓨터로 글 쓰지 않는다(나만 그런 건 아니겠구나). 공책에 써둔 걸 타이핑 하면 된다. 예전에는 책 읽고 써둔 게 있어서 타이핑 할 게 있으면 기분 좋았는데, 지금은 좀 밀렸다. 컴퓨터로 쓰는 게 아주 없지 않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보고 쓰는 댓글이다. 종이에 펜으로 쓰는 거나 컴퓨터로 쓰는 거나 다르지 않다. 그저 난 종이에 펜으로 쓰는 버릇이 들었을 뿐이다. 노트북 컴퓨터 쓰면 멋질 것 같기도 하다.

 

 글을 쓰려면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야 한다. 난 그런 거 좋아한다. 말하기보다 글로 말하는 게 편하다. 그래서 말을 잘 못하지만. 말로는 제대로 내 마음을 나타낼 수 없다. 글도 뚝뚝 끊어질 때가 있지만, 말보다 글로 말하는 게 좀 낫다. 이 말 예전에도 했구나. 글을 쓰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겠구나. 글로 아무 말도 할 수 없거나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찾아올까. 찾아올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주 잘 쓰지 못해도 써야겠다. 글을 쓰면 마음이 조금 낫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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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만화영화를 보다 일본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그림만 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일본말을 좀더 잘 들어보려고. 보통 사람과 연기자는 조금 다르겠지만. 보통 사람보다 연기자가 하는 게 더 잘 들릴 거다, 아마. 만화영화는 성우가 목소리 연기를 해서 잘 들린다. 누군가는 아나운서가 하는 걸 들으라고도 하던데, 난 만화영화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만화영화는 재미있기도 하니 말이다.

 

 내가 처음 본 드라마는 어쩐지 만화 같았다. 제목이 확실한지 모르겠는데 <메이드 형사>였던 것 같다. 그것 하나만 보고 일본 드라마는 다 이런가 하는 생각을 했다. 겨우 하나만 보고 그러다니. ‘메이드 형사’는 예전에 폭주족 같은 걸 하던 여자가 형사가 된 것으로 메이드로 변장하고 잠입수사를 한다. ‘형사’라는 말이 있지만, 경찰을 돕는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처음 본 거여서 뭐가 뭔지 잘 몰랐다.

 

 드라마 길이가 긴 게 아주 없지 않지만 일본 드라마는 11화로 끝나는 게 많다. 처음에는 천천히 흐르다 뒤에서 빨리 끝내기도 한다. 짧아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잘 만든 드라마도 있다. 그게 어떤 거였는지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 것도 적어뒀다면 좋았을 텐데. 가끔 내가 보는 드라마 이야기를 적어볼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못했다.

 

 몇해 동안 일본 드라마를 보다 보니 하나 알게 됐다. 그건 드라마를 만드는 원작 만화나 소설이 있다는 거다. 거기에서 만화영화나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한국도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일본은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좋은 게 있으면 다 만든다. 만화, 소설, 만화영화, 드라마, 영화, 게임. 이런 것들이 다 이어졌다고 해야겠구나. 내가 그런 걸 다 찾아본 건 아니다. 난 책만 봐도 괜찮다.

 

 예전에는 재미있어서 만화영화나 드라마를 봤는데 지금은 일본말을 들으려고 본다. 이런 생각은 전부터 했구나. 재미있어서 보는 것도 여전하다. 형사 나오는 게 재미있다. 어떤 건 좀 무겁지만, 그런 것도 괜찮고 시간여행 하는 것도 괜찮다. 전국시대 오다 노부나가 이야기가 많기도 하다. 그때 일은 드라마나 만화영화로 배운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자세하게 아는 건 아니다. 일본 드라마를 보고 일본말 공부하는 것도 좋다. 그런 걸 재미있게 보다보면 낱말이 다음에는 글월이 들린다.

 

 드라마 이야기 하다 일본말 공부하기를 말하다니. 언젠가 그것을 쓰려 했는데. 만화영화든 드라마든 시간을 들여 재미있게 봐야 한다. 무엇이든 시간을 들이면 어느 정도는 익히겠지. 일본말도 마찬가지다. 만화영화나 드라마 보기는 일본말 공부하는 방법에서 하나일 뿐이다. 이 방법이 맞는 사람도 있고 맞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다. 자기한테 맞는 방법을 찾아서 하면 괜찮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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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2-10 0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드라마로 일본어 배운거 유지하려고 애쓰는 중이죠 ㅎㅎ;

희선 2017-12-11 23:49   좋아요 0 | URL
비연 님도 그러시군요 저는 드라마도 재미있지만 만화영화를 더 좋아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성우 이름 많이 알았는데 지금은 별로 생각하지 않으니 잊어버렸어요 배우는 이름 아는 사람 얼마 안 돼요


희선

stella.K 2017-12-10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뭐 일단 외국어와 오래 전부터 담을 쌓고 지내고 있는지라
일본어는 당연 관심이 없죠. 그래도 가끔 귀에 들리는 단어가 있긴 하죠.
요즘은 <심야식당 3>을 보고 있는 중인데
이 시리즈는 정말 잘 만든 것 같아요.
제가 먹는 것을 소재로 하는 것엔 별로 끌려하지 않음에도요.

그런데 어느새 80이네요. 곧 고지가 보일 것 같군요.^^

희선 2017-12-12 00:13   좋아요 1 | URL
어딘가에서 보니 일본에서 쓰는 한자말을 한국에서 그대로 쓰는 게 많다고 하더군요 소리로 읽는 건 발음이 비슷하기도 해요 일제강점기가 있어서 그런 말이 많이 남아 있기도 했죠 저도 일본말 말고는 다른 나라 말은 거의 모릅니다 이것도 자신이 재미있게 여겨야 관심을 갖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만화영화를 좋아해서 보다보니... 만화책이 보고 싶기도 했어요 그때는 언제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시간이 많이 흐른 다음에야 봤어요 그렇게 열심히 한 건 아니어서...

저도 <심야식당> 재미있게 봤어요 일본에는 먹을거리와 추억을 이어서 말하는 게 많은 듯합니다


희선
 

 

 

  

 

 

 

 몇해 전에 본 드라마 <BORDER 경시청 수사1과 살인범 수사 제4계>를 다시 보았다. 아직 끝까지 못 봤다. 모두 9환데 4화까지 봤다. 만화영화는 여러 번 보기도 하지만 드라마는 한번만 볼 때가 더 많다. 요새는 예전에 본 거 다시 보고 싶기도 하다.

 

 이 드라마를 다시 본 건 다음 편이 나와서다. 다음 편 그렇게 길지 않지만. 어떤 이야기였는지 잘 생각나지 않았는데 보다보니 한번 봤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조금 신기했다. 이걸 책으로 본 적 없는데 소설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보더> 원작은 따로 없어서 소설을 볼 수 없는데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찾아보니 소설과 만화로도 나왔다.

 

 형사 이시카와 안고(오구리 슌)는 어느 날 사건 현장을 돌아보다 범인과 맞닥뜨리고 범인이 쏜 총에 맞는다. 총알은 머릿속에 박혔다. 그것을 빼는 수술을 하려면 심장을 멈춰야 했다. 그 말을 들은 이시카와는 심장이 한번 멈춘 것을 기억하고 한번 더 죽고 싶지 않다고 한다. 수술을 하지 않고 이시카와는 머릿속에 총알이 박힌 채로 다시 형사로 돌아간다.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겠지.

 

 머릿속에 총알이 있으면 걱정스러울 것 같은데. 그 일로 이시카와는 별난 힘을 갖게 된다. 그건 죽은 사람이 보이고 말도 할 수 있는 거였다. 이시카와가 죽은 사람을 깨우는가 보다. 죽은 사람이 나타나서 말하면 무서울까. 이시카와가 형사여서 잘된 게 아닌가 싶다. 그 사람을 죽인 사람을 잡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시카와는 하면 안 되는 것도 조금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도 증거를 찾아내면 좋을 텐데. 다른 사람한테 죽은 사람이 가르쳐준 걸 쉽게 말할 수 없겠다.

 

 보더border는 경계라는 뜻이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 사이에 있는 이시카와를 나타내는 거겠지. 이 드라마를 언제 봤는지 잘 모르겠다. 2014년에 했던 건데. 그때 봤는지 나중에 봤는지. 죽은 사람이 말을 하면 조금 웃길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웃기지 않다. 반대로 어둡다. 죽임 당한 사람이 말을 해서 그런가(다른 사람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나왔는데). 이시카와는 자신이 범인을 잡는 걸로 죽임 당한 사람의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리기를 바란다. 누군가한테 죽임 당한 사람은 자신을 죽인 사람이 경찰한테 잡히고 벌을 받으면 마음이 조금 나을까. 정말 그렇다면 좋겠다.

 

 

 

*더하는 말

 

 이시카와가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사이에 있다 했는데, 그것도 있지만 선과 악 사이에 있는 것도 나타내는 듯하다. 이시카와는 죽은 사람과 이야기해서 정의를 지켜야 한다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은 늘 정의가 이기지 않는다. 9화에서 이시카와는 선을 넘고 만다. 마지막이 그랬다니. 오래전에 봐서 잊어버렸다. 다음은 어떨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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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장 행복한 탐정 시리즈 4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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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소설을 여러 권 봤는데도 난 사립탐정 하면 살인사건만 해결하는 사람으로 안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한 건 명탐정 코난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코난 겉모습은 초등학교 1학년이지만 실제로는 고등학생인 쿠도 신이치다. 코난은 대체 몇해나 초등학교 1학년인지. 언젠가는 성탄절 일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러고도 해가 바뀌지 않다니. 이 말은 예전에도 했다. 어쨌든 코난이 가는 곳에서는 언제나 사람이 죽었다. 범인을 알아내는 건 코난이지만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어른이다. 코난이 고등학생으로만 보여도 스스로 말했을 텐데. 하지만 코난이 쿠도 신이치 모습으로 돌아가도 문제다. 아직 그 방법을 알아내지 못했지만 검은 조직한테선가 쫓겼다. 아니 죽은 걸로 되어 있던가. 코난이 쿠도 신이치가 되면 이건 끝나겠지. 언제 끝날까. 코난만 보고 탐정을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닌 것 같다. 탐정이 나오는 책에서는 거의 사건을 조사하고 어떤 탐정은 경찰한테 도움을 주기도 했다. 요코미조 세이시가 만든 탐정 긴다이치 고스케도 있구나. 탐정이라고 해서 사건만 해결하는 건 아니다. 무언가 알아봐 달라거나 사람을 찾아달라는 일도 한다. 어떤 탐정은 동물을 찾았던 것도 같다.

 

 스기무라 사부로를 뭐라고 하면 좋을까. 《누군가》 《이름없는 독》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에 나왔을 때는 탐정이 아니었지만 탐정 같은 일을 조금 하다, 아내와 헤어지고는 사립탐정이 된 사람. 이 책 뒤에 실린 편집후기를 보니 미야베 미유키는 처음부터 스기무라가 혼자가 될 것을 생각했다고 한다. 내가 그걸 느낀 건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에서였는데. 아니 그것보다 스기무라가 처가와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했다. 결혼하고 시간이 흘렀는데도. 스기무라가 나오는 책 많이 나온 것 같았는데 이번이 네번째다. 아내가 바람을 피워서 헤어졌다고 하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아내 아버지 집안하고 문제도 있지 않았을까. 처가와 가까이에서 살지 않았다면 좀 나았을 것 같기도 한데 나도 잘 모르겠다. 스기무라는 결혼하기 전에는 출판사에서 어린이 책을 만들었다. 결혼하고는 아내 아버지 회사 사보 만드는 곳에서 일했다. 그게 결혼하는 조건이었다. 조건이 붙은 결혼은 처음부터 안 좋은 걸까. 스기무라 집안에서는 결혼을 반대하고 연락을 끊었다. 미야베 미유키 책에는 이런 사람이 가끔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일본에는 이름이 잘 알려진 탐정이 정말 있을까. 소설에는 그런 사람이 나오기도 하는데. 탐정은 혼자 하는 사람이 있고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는가 보다. 스기무라는 큰 회사에서 조사원으로 일하면서 자기 탐정사무소를 열었다. 아는 사람이 소개해서 일을 맡았다. 마지막에는 그 일이 돈이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그러고 보니 앞에 나온 책에서도 어쩌다 보니 무언가를 알아봤구나. 네가지에서 세번째 <모래 남자>는 스기무라 사부로가 탐정 일을 하기로 한 일이 나온다. 여기에는 단편이라고 말하기에는 긴 이야기 네편이 실렸다. 첫번째 <성역>은 스기무라와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이 자기 집 밑에 살던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우연히 길에서 그 사람을 보고 어떻게 된 일인지 스기무라한테 알아봐 달라고 하는 이야기다. 스기무라는 탐정에 어울린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 못했는데, 뭐랄까 사람들한테 이것저것 잘 물어보고 가끔 거짓말도 한다. 형사는 형사다 하는 게 보인다고 하는데 스기무라는 평범한 얼굴이어서 사람들이 경계하지 않는가 보다.

 

 난 스기무라 사부로가 탐정이 되고 뭔가 다른 일을 하려나 한 것 같다. 스기무라가 하는 일은 오래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일(<희망장>)과  3·11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나고 사람 찾는 일(<도플갱어>)을 했다. 스기무라가 많은 사람한테 잘 알려져서 손님이 찾아오는 게 아니고 아는 사람이 스기무라를 소개했다. 시간이 흐르면 소문 듣고 오는 사람도 있을까. 이 다음 이야기도 나올지. 두번째 이야기 <희망장>에서 의뢰인은 스기무라한테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오래전에 사람을 죽였다는 말을 한 게 마음에 걸려서 그 일을 알아봐 달라고 한다. 계획하고 사람을 죽일 때도 있겠지만 무언가에 씌어서 할 때도 있겠지. 사람을 죽이는 것만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훔치거나 누군가한테 나쁜 짓하는 것도 그럴지도. 그럴 때는 참아야 하는데, 참지 못하면 일을 저지르고 만다. <도플갱어>도 비슷한가. 거기서도 충동으로 사람을 죽이고 지진을 이용해서 그것을 묻으려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환야》에도 비슷한 게 나왔는데. 난 마지막에서 찾아달라는 사람이 지진이 일어난 걸 이용해서 다른 곳으로 달아난 건가 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봤다면 알아챘을지도 모를 텐데. 누군가의 마음을. 왜 이런 생각을 했느냐 하면 두번째 이야기는 앞에서 알아채서다. 하지만 세번째 이야기는 이런저런 생각을 했구나.

 

 자신의 식구를 지키려고 사람을 죽이고 그것을 숨기고 살면 괴롭겠지. 죗값이라도 치렀다면 괜찮았을 텐데, 그것을 하지 못한 건 식구 때문이었을까. 스기무라 사부로가 나오는 이야긴데 지금까지 본 미야베 미유키 다른 소설이 떠오르기도 했다. 부모가 감당할 수 없는 아이가 나오는 소설, 여기에도 그런 게 나와설지도. 부모가 아이를 더 사랑한다 해도 어딘가 이상한 아이는 그대롤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그 아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을 것 같기도 한데, 부모는 그렇게 하는 거 힘들지도. 어떻게 저런 애가 자기한테서 나왔을까 해서. 여기 나오는 일은 큰일이라면 큰일일 수도 있고 우리 둘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같기도 하다. 스기무라 사부로는 앞으로도 그런 일을 맡아서 하겠지. 스기무라는 안타까운 일을 겪은 사람이 마음 쓰여도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할 것 같다. 그건 가까운 사람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 말을 스기무라가 잘 들어주면 괜찮겠다.

 

 

 

희선

 

 

 

 

☆―

 

 “할아버지는 나한테 왜 물건을 훔쳤냐고 묻지 않았어요. 그런 건 알고 있다면서.”

 

 ─미키오, 어쩐지 짜증이 나서 그랬지?

 

 “바로 조금 전까지는 그럴 생각이 하나도 없었는데 정신이 들어보면 나쁜 짓을 하고 있을 때가 있다고 했어요. 그런 거, 할아버지는 안다고.”

 

 ─하지만 다시는 하지 마라. 아무리 짜증이 나도, 해서 안 되는 일은 절대로 해서 안 돼. 너만 한 나이일 때 그런 걸 제대로 배워둬야 하는 거란다.

 

 “그러지 않으면 터무니없는 것에 씌어서 터무니없는 일을 저지르게 된다, 고.”  (<희망장>에서, 204~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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