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와서 좋다고 한 게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올해 마지막 달이 왔습니다. 한해를 길게 느낀 적도 있을 텐데, 갈수록 한해가 짧게 느껴지네요. 하루 한주 한달 그리고 한해 시간은 똑같이 흐를 텐데. 늘 같은 일만 되풀이해서 시간이 빨리 가고, 그날이 그날 같은 거겠습니다. 하루에 하나, 아니 날마다는 어려울 테니 며칠에 한번이라도 새로운 걸 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그날을 좀더 길게 느끼고 오래 기억할 겁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과 익숙한 건 다 나름대로 좋지요.

 

 한해 동안 친구한테 얼마나 연락하고 지냈어요. 요즘은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기를 가지고 있어서 쉽게 연락할 수 있겠습니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저는 전화보다 편지를 써요(휴대전화기는 아예 없어요). 그런 저도 한동안 편지를 못 썼습니다. 십이월에는 쓰고 싶네요.

 

 십이월에 저는 친구한테 성탄 잘 보내라는 엽서를 씁니다. 성탄절도 있고 한해가 끝나갈 때기도 하니, 오랜만에 친구한테 편지 쓰면 좋겠네요. 친구한테 쓰기 어려우면 식구한테 써도 괜찮습니다. 날마다 본다 해도 편지 받으면 기뻐할 거예요. 쓰는 사람도 기분 좋을 겁니다. 곁에 있어서 고맙다거나 거기 있어서 고맙다고 쓰면 어떨까요. 말로 자주 한다고요. 그런 분도 많겠지만 말하지 못하는 분도 있겠지요. 가까운 사람한테는 말로 하기 어려운 말을 쓰는 것도 괜찮고 별거 아닌 말을 쓰는 것도 괜찮습니다.

 

 

    

 

 

 

 올해는 닭띠 해였고 2018년은 개띠 해예요. 무(戊)는 음양오행에서 노란색을, 술(戌)은 개를 뜻해서 무술년은 ‘황금색 개띠 해’ 랍니다. 개는 다 자란 것보다 강아지가 귀엽지요. 이건 개만 그런 건 아니군요. 개는 사람을 잘 따르고 의리가 있습니다. 마음을 주면 그대로 돌려주지요. 그런 개도 좋고 마음 내킬 때만 알은체하는 고양이도 좋습니다. 고양이띠는 없다니. 고양이 성격을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겠네요.

 

 이런저런 일이 많은 한해였습니다. 새해가 오면 자연재해가 덜하기를 바라는데, 올해도 세계 곳곳에서 자연재해가 일어났습니다. 얼마전에는 한국에 지진이 일어나고 여름에는 비 피해도 컸습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바나나가 없어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며칠 전에는 커피가 사라질 수 있다는 말 들었습니다. 지구에서 사라질 위험에 놓인 건 바나나와 커피만이 아니겠군요. 커피 이야기 듣고 어떤 만화영화에서 본 게 떠올랐습니다. 진짜 먹을거리가 없어서 그것처럼 꾸민 것을 먹는 거였어요. 그런 일 실제 일어날 수도 있겠습니다. 지구 환경을 생각해야 할 텐데. 지구를 생각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하면 좋겠습니다.

 

 이달이 가면 다시 새해가 옵니다. 아쉬움도 있고 기대도 있겠지요. 올해 마지막 달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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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일월까지는 가을이다. 첫눈이 십일월에 와서 눈 이야기를 한 적도 있지만, 난 아직 눈을 제대로 못 봤다.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 보고 싶다. 그런 눈 볼 수 있을까. 이런 생각하면 안 되겠다. 이상 기온으로 눈이 아주 많이 오면 안 된니까. 적당히 멋지게 눈이 오면 좋겠다. 가을이 가는데 눈 이야기를 먼저 하다니.

 

 봄과 가을에는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걷기에 좋다. 봄이 바로 왔을 때는 아직 찬기운이 남아서 춥지만, 가을이 바로 왔을 때는 걸어도 괜찮다. 바로는 늦더위 때문에 조금 힘들까. 그래도 한여름 더위보다는 참을 만하다.

 

 요즘 가을은 예전과 다른 것도 같다. 어느 철이나 다르지 않구나. 예전에는 어땠다 뚜렷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다른 느낌이 든다.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때를 생각하기보다 지금을 잘 보고 느끼는 게 낫겠지. 예전과 다르다 해도 가을에는 여전히 단풍이 든다. 봄에 보는 꽃은 마음을 설레게 하고, 가을에 보는 단풍은 마음을 가라앉게 한다. 둘 다 나름대로 좋다.

 

 가을이 오면 자주 걸어야겠다 생각하는데, 늘 생각만큼 걷지 못한다. 잠깐이라도 걸으면 기분 좋은데 게을러서 걷지 않다니. 단풍을 보러 어딘가에 간 적은 한번도 없다. 올해도 그냥 길가에서 나무를 만났다. 그런 나무라도 봐서 좋았다. 언젠가도 이런 말 했구나. 내가 가끔 가는 곳은 도서관과 우체국이다. 우체국보다 도서관에 갈 때 나무를 더 본다. 지난해에는 걷다가 처음으로 산딸나무꽃을 보았다. 올해도 처음 본 거 있다. 그건 산수유다. 봄이면 노랗게 핀 꽃을 보았는데 가을에 열리는 빨간 산수유는 못 봤다. 열매가 달린 걸 내가 못 보고 지나친 건지, 자주 다니는 길이라 해도 잘 보면 지금까지 못 보던 것을 볼 수 있을 거다. 빨간 산수유 봐서 신기했다. 봄이 오면 노란 꽃으로 자신을 나타내고 가을이 갈 때쯤에는 빨간 열매로 자신을 드러내는구나.

 

 그동안 내가 산수유를 못 본 건 나무가 자라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나무가 꽃을 피워도 열매를 맺으려면 어느 정도 자라야 한다고 들었다. 내가 본 산수유도 이제 열매 맺을 때가 되었나 보다. 지난해 처음 본 산딸나무꽃이나 산딸나무 열매는 올해 못 보았다. 그건 해를 거르나. 그런 것도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겨울에도 아주 춥지 않을 때는 걸어야겠다. 겨울에 보는 나무도 나름 괜찮다. 가을이 가는 건 아쉽지만 다음 가을이 찾아올 테니 괜찮다. 이제 겨울인데 번써 다음 가을을 생각하다니. 겨울도 반갑게 맞이해야겠다.

 

 겨울아, 반가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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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듯 너를 본다 J.H Classic 2
나태주 지음 / 지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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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1>, 74쪽

 

 

 

 무언가 하나를 자세히 본 적 있는지 자세히 오래 본 것보다 평소에 그냥 지나치던 것을 어느 날 우연히 본 적은 있어요. 늘 거기 있었는데 제가 다른 곳을 봐서 못 봤던 겁니다. 다른 곳은 어디였는지. 그냥 앞이죠. 전 겨울을 빼고 봄 여름 가을에는 양산 대신 우산 쓰고 다녀요. 비도 안 오는데 그러면 조금 우스울까요. 햇빛이 센 날은 그게 덜 이상하게 보일 테지만, 전 잔뜩 흐린 날에도 그래요. 우산으로 자외선을 막을 수 없지만 자외선은 흐린 날에도 나와요. 한번은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해 금세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 우산을 쓰고 걸었더니, 그걸 본 누군가 ‘비 오나’ 했습니다. ‘누군지 모르지만 그때 헷갈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햇빛을 가리려고 우산을 쓰고 다니는 거지만, 저와 다른 사람 사이를 막으려는 것이기도 합니다.

 

 시 제목은 풀꽃이지만 저기에서 자세히 오래 보라는 건 사람입니다. 다 아시겠지요. 저는 사람을 만나고 자세히 오래 못 보지만, 하나 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친구)이 인터넷 블로그에 쓴 글을 잘 보는 겁니다. 글을 보고 그 사람을 다 알 수 없겠지만 조금은 알 수 있잖아요. 남한테 보이는 글은 자신을 좀더 낫게 나타내려고 하지요. 전 그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제가 잘 모르는 걸 거예요. 말하기 어려운 것, 말하고 싶지 않은 건 쓰지 않기도 합니다. 제가 지나치거나 실제와 아주 다른 말은 쓰지 않을지라도, 조금은 저를 괜찮게 나타내려 하겠지요. 그런 거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 늘 자신없지만 글을 쓰면 좀 나아지는 것 같아요. 잘 못 쓰고 ‘왜 이렇게 못 쓴 거야.’ 할 때도 있지만. 아예 안 쓰는 것보다 잘 못 써도 쓰는 게 낫습니다.

 

 

 남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합니다

 

 

 이 시집은 인터넷 블로그나 트위터에 자주 오른 시를 모아 만든 거예요. 어쩐지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시가 많은 것 같습니다. 다시 보면 그리는 게 꼭 사람은 아니더군요.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쓰기도 했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그런 거 잘 쓰는군요.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가끔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누군가를 생각하는 건 어떨까요, 괜찮을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사람만 생각하고 시(글)를 쓰면 훨씬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자기 부인만 그린 화가 르느와르가 떠오릅니다. 그저 이름만 알아요. 자기 부인을 그린 화가는 그밖에 많겠습니다. 이 책에도 그림 실렸어요. 나태주 시인이 그렸습니다. 그림을 보니 풀꽃이라는 시를 쓸 수밖에 없었겠다고 생각했어요. 나태주 시인은 꽃과 나무를 그렸습니다. 늘 그런 것을 자세히 들여다 봤겠지요. 그림뿐 아니라 글도 세상을 잘 들여다봐야 잘 쓰겠군요.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에 답함>, 16쪽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가진 좋은 점뿐 아니라 나쁜 점도 다 좋아 보이지요. 그게 죽 이어지면 좋을 텐데 시간이 흐르면 안 좋은 점은 더 크게 보고, 좋은 점이라 여긴 것은 안 좋게 보기도 합니다. 이건 이성만 그런 건 아니겠지요. 부모와 자식도 그렇겠습니다. 부모는 자식이 어렸을 때는 다 좋게 여깁니다. 귀여운 아기가 자라고 자기 마음을 나타내게 되면 부모는 마음이 이상하겠지요. 아이가 자라서 자랑스럽기도 하겠지만, 사랑스런 모습을 더 볼 수 없어 아쉽기도 하겠습니다. 사람은 다 시간이 흐르는 것과 함께 조금씩 달라집니다. 누군가를 보고 ‘예전과 달라졌구나’ 하는 사람도 있던데, 그건 자신도 달라진 걸 모르고 하는 말이겠지요. 좋아한다면 참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괜찮겠습니다. 남은 자신이 아니잖아요. 저도 이걸 알지만 가끔 다른 사람이 제 맘과 달라서 아쉽습니다.

 

 

 어쩌면 난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봐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는데

 나와 달라서 재미있다 여기려 해야겠어

 

 

 풀꽃도 잘 보면 예뻐요. 이 시집을 보면 그런 걸 더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예전에는 그냥 풀꽃이었는데 여기에 풀꽃이 세편이나 실려서 그런지 풀꽃1이 됐더군요. 다른 것도 괜찮습니다. 처음만큼 좋은 두번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전 맨 처음 게 가장 좋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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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일 글쓰기를 하고 아직 한달이 되지 않았을 때 저는 제게 올 마지막 날을 상상하고 썼습니다. 거기에는 바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건 어딘가 많이 아프지 않고 사는 겁니다. 그렇다고 하나도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건 아닙니다. 나이를 먹으면 여기저기 아프다고 해요. 기계도 오래 쓰면 고장 나기도 하잖아요. 사람 몸도 오래 쓰면 닳아서 아플 겁니다. 그런 건 괜찮아요. 지금은 사람이 오래 살아서 암 아니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잖아요. 그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이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괜찮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군요. 어딘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고 달리 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걸 생각하고 억지로 무언가를 해도 좋지 않을 것 같아요. 하려면 즐겁게 해야 합니다.

 

 앞으로 무언가 큰 걸 바라지 않습니다. 바라는 게 있다면 그렇게 되려고 애써야 하잖아요. 저는 남한테 바라는 거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남은 식구 같아요. 뭔가 바라지 않고 그저 조용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 잘 안 되기도 하네요. 이런 거 쓴다고 그렇게 될 리도 없는데. 조용하게 살고 싶다는 것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이것도 바라지 않아야 할까요. 이 마음도 내려놓아야 편할지도.

 

 저도 제가 이상하다는 거 잘 압니다. 이상하다고 남한테 민폐를 끼치는 일도 없는데. 아니 아주 없는 건 아닐지도. 지금처럼 살아서 싫어할지도. 전 누군가한테 신세지는 거 싫어해요. 누군가에는 식구도 들어갑니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저는 벌써 많은 사람한테 신세지고 살겠지요. 제가 모르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어서 전기나 물, 책이나 여러 가지 물건을 살 수 있잖아요. 그런 건 고맙게 여겨야겠습니다. 고맙게 여길 일은 세상에 많습니다. 그걸 잊지 않고 살아야 할 텐데.

 

 어떤 일이 저를 괴롭게 하는지 말해야겠지만 그건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말한다 해도 바뀔 일은 없으니까요. 누군가를 바꾸려 하기보다 자신이 바뀌면 괜찮다고 하지만.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게 낫겠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그런가 보다 하면 좋을 텐데. 어쩐지 갈수록 자신 없어지는 저네요.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그러면 아주 조금 낫겠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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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아이는

누구 엄마는

누구 아빠는

누구 남편은

누구 아내는

……

 

왜 가까이 있는 사람보다

멀리 있는 사람을 보고 부러워하세요

남이 더 좋으면 바꿀 건가요

그럴 마음 없잖아요

남과 견주지 마세요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상대가 가진 좋은 점이 보일 거예요

아니 찾으세요

 

남과 견주면 자신한테 없는 것밖에 보이지 않아요

자신이 가진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가꾸면 더 즐거울 거예요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을 잘 들여다 보세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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