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을 보듯 너를 본다 ㅣ J.H Classic 2
나태주 지음 / 지혜 / 2015년 6월
평점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1>, 74쪽
무언가 하나를 자세히 본 적 있는지 자세히 오래 본 것보다 평소에 그냥 지나치던 것을 어느 날 우연히 본 적은 있어요. 늘 거기 있었는데 제가 다른 곳을 봐서 못 봤던 겁니다. 다른 곳은 어디였는지. 그냥 앞이죠. 전 겨울을 빼고 봄 여름 가을에는 양산 대신 우산 쓰고 다녀요. 비도 안 오는데 그러면 조금 우스울까요. 햇빛이 센 날은 그게 덜 이상하게 보일 테지만, 전 잔뜩 흐린 날에도 그래요. 우산으로 자외선을 막을 수 없지만 자외선은 흐린 날에도 나와요. 한번은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해 금세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 우산을 쓰고 걸었더니, 그걸 본 누군가 ‘비 오나’ 했습니다. ‘누군지 모르지만 그때 헷갈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햇빛을 가리려고 우산을 쓰고 다니는 거지만, 저와 다른 사람 사이를 막으려는 것이기도 합니다.
시 제목은 풀꽃이지만 저기에서 자세히 오래 보라는 건 사람입니다. 다 아시겠지요. 저는 사람을 만나고 자세히 오래 못 보지만, 하나 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친구)이 인터넷 블로그에 쓴 글을 잘 보는 겁니다. 글을 보고 그 사람을 다 알 수 없겠지만 조금은 알 수 있잖아요. 남한테 보이는 글은 자신을 좀더 낫게 나타내려고 하지요. 전 그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제가 잘 모르는 걸 거예요. 말하기 어려운 것, 말하고 싶지 않은 건 쓰지 않기도 합니다. 제가 지나치거나 실제와 아주 다른 말은 쓰지 않을지라도, 조금은 저를 괜찮게 나타내려 하겠지요. 그런 거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 늘 자신없지만 글을 쓰면 좀 나아지는 것 같아요. 잘 못 쓰고 ‘왜 이렇게 못 쓴 거야.’ 할 때도 있지만. 아예 안 쓰는 것보다 잘 못 써도 쓰는 게 낫습니다.
남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합니다
이 시집은 인터넷 블로그나 트위터에 자주 오른 시를 모아 만든 거예요. 어쩐지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시가 많은 것 같습니다. 다시 보면 그리는 게 꼭 사람은 아니더군요.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쓰기도 했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그런 거 잘 쓰는군요.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가끔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누군가를 생각하는 건 어떨까요, 괜찮을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사람만 생각하고 시(글)를 쓰면 훨씬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자기 부인만 그린 화가 르느와르가 떠오릅니다. 그저 이름만 알아요. 자기 부인을 그린 화가는 그밖에 많겠습니다. 이 책에도 그림 실렸어요. 나태주 시인이 그렸습니다. 그림을 보니 풀꽃이라는 시를 쓸 수밖에 없었겠다고 생각했어요. 나태주 시인은 꽃과 나무를 그렸습니다. 늘 그런 것을 자세히 들여다 봤겠지요. 그림뿐 아니라 글도 세상을 잘 들여다봐야 잘 쓰겠군요.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에 답함>, 16쪽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이 가진 좋은 점뿐 아니라 나쁜 점도 다 좋아 보이지요. 그게 죽 이어지면 좋을 텐데 시간이 흐르면 안 좋은 점은 더 크게 보고, 좋은 점이라 여긴 것은 안 좋게 보기도 합니다. 이건 이성만 그런 건 아니겠지요. 부모와 자식도 그렇겠습니다. 부모는 자식이 어렸을 때는 다 좋게 여깁니다. 귀여운 아기가 자라고 자기 마음을 나타내게 되면 부모는 마음이 이상하겠지요. 아이가 자라서 자랑스럽기도 하겠지만, 사랑스런 모습을 더 볼 수 없어 아쉽기도 하겠습니다. 사람은 다 시간이 흐르는 것과 함께 조금씩 달라집니다. 누군가를 보고 ‘예전과 달라졌구나’ 하는 사람도 있던데, 그건 자신도 달라진 걸 모르고 하는 말이겠지요. 좋아한다면 참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괜찮겠습니다. 남은 자신이 아니잖아요. 저도 이걸 알지만 가끔 다른 사람이 제 맘과 달라서 아쉽습니다.
어쩌면 난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봐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는데
나와 달라서 재미있다 여기려 해야겠어
풀꽃도 잘 보면 예뻐요. 이 시집을 보면 그런 걸 더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예전에는 그냥 풀꽃이었는데 여기에 풀꽃이 세편이나 실려서 그런지 풀꽃1이 됐더군요. 다른 것도 괜찮습니다. 처음만큼 좋은 두번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전 맨 처음 게 가장 좋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