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에 나왔을 때 기뻐서 울었을까, 슬퍼서 울었을까

어쩌면 앞으로 살아갈 일이 걱정스러워서 울어버린 걸지도

아무것도 모른다 해도 엄마 배 속하고는 다른 곳으로 나와서 두려웠을 거다

 

아기일 때는 그냥 먹고 자고 울고 웃으면 괜찮다

시간이 흐르면 기고 걷고 뛰고 세상을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본다

어렸을 때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있는 게 적다는 걸 알게 된다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십대에는 반항하고

이십대에는 젊음을 즐기고

삼십대에는 열심히 일하기도 하고(못하는 사람도 있다)

사십대, 오십대, 육십대, 칠십대……

자신이 얼마나 살지 아는 사람은 없다

생각보다 일찍 세상을 떠날 수도 있고,

생각보다 더 오래 살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세상에 오고 살고 떠난다

 

따로따로가 아닌 삶과 죽음

누군가 세상을 떠나도 많이 슬퍼하지 않기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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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십일월이면 나오는 게 있습니다. 그게 뭐냐구요. 크리스마스 씰입니다. 학교 다닐 때는 학교에서 그걸 사라고도 했지요. 그때는 뜯을 수 있게 나와서 전지를 다 사지 않고 몇장만 샀습니다. 언제부턴가 열장을 다 사도록 스티커로 만들었어요. 스티커는 낱장 사기 어렵겠습니다. 열장이 전지 하나로 값은 삼천원이에요.

 

 크리스마스 씰은 우체국에서도 팝니다. 대한결핵협회에서 만든 걸 우체국에서 파는 거군요. 크리스마스 씰은 1904년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작은 마을 우체국장이었던 아이날 홀벨이 만들었습니다. 아이날 홀벨은 결핵을 없애는 일에 쓰려고 성탄절에 보내는 우편물에 크리스마스 씰을 붙여 모금을 시작했어요. 그게 잘되고 그 일은 온 세계로 퍼졌습니다.

 

 예전에는 결핵에 걸리면 죽었습니다. 지금은 결핵을 빨리 알아내고 약을 먹으면 낫습니다. 결핵이 낫는다고 해도 이걸 늦게 알거나 약을 잘 먹지 않으면 낫지 않아요. 어떤 병이든 늦게 알고 약을 먹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습니다. 결핵은 아직도 한국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씰을 사면 결핵을 앓는 사람한테 도움이 될 거예요.

 

 지난해에는 독립운동을 한 분들로 크리스마스 씰을 만들었습니다. 올해는 소방관입니다. ‘우리 시대 영웅, 소방관’ 이라는 제목이네요. 예전에는 소방관을 영웅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많은 사람이 하지 않으려는 일이 됐습니다. 힘들잖아요. 소방관은 불만 끄지 않습니다. 위험에 놓인 사람을 구하고 아픈 사람을 병원에 실어다 주기도 합니다. 지금은 불 끄는 일보다 사람을 구하는 일이 많다고 해요. 재해가 일어난 곳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것도 소방대원입니다.

 

 소방서에 장난전화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건 어린이가 많이 할까요. 부모가 아이한테 잘 말하면 그런 일 하지 않겠지요. 구급차는 택시가 아닙니다. 구급차를 택시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해요.

 

 올해 이렇게 크리스마스 씰로 나와서 소방관을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소방대원이 하는 일이 많아도 평소에 만나기 어렵겠지요. 아니 만나지 않는 게 더 낫겠습니다. 소방대원이 위험한 곳에 가더라도 별일 없기를 바랍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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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생각하고 준비하면 걱정이 없다고 한다. 사람이 언제나 모든 일에 마음을 쓰고 살 수 있을까. 날마다 하는 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해 본 지 얼마 안 된 건 잘 모른다. 그때는 잘못을 한 다음에야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아야겠다 할 거다. 뭐든 해 봐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안다.

 

 난 밤에는 밖에 거의 나가지 않지만 아주 가끔 저녁 7시나 8시쯤에 도서관에 갈 때가 있다. 그런 일은 한해에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거의 두 주 안에 돌려주지만, 아주 가끔 두 주째까지 책을 볼 때도 있다. 그때가 밤이어서 도서관에 갈 수밖에 없다. 얼마전에도 책 한권을 도서관에 돌려줘야 하는 날 다 보았다. 그날은 다음날 가고 하루 책 빌리지 않으면 되지 했다(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늦게 돌려주는 날만큼 책을 빌리지 못한다). 그랬다면 더 좋았을 텐데.

 

 책을 다 본 건 밤 9시 30분이었다. 조금 남은 걸 보면서 머릿속으로는 ‘이거 보고 도서관에 갔다 오는 게 낫겠다와 그냥 내일 가지’ 하고 생각했다. 책을 다 보니 지금 갔다 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걸으면 도서관에 가는 데 20분 걸리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면 좀 덜 걸리지 않을까 하고 자전거를 타고 갔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서 숨 차고 다리 아팠다. 걷기만 하다가 다리를 움직였으니 힘들 수밖에. 빨리 걷는 것과 비슷했다.

 

 도서관에 가서 알았다. 자전거 바구니에 넣은 자물쇠를 떨어뜨린 걸. 밤이고 어두워서 그게 떨어지는 것도 몰랐다. 밝았다면 바로 봤을 텐데. 난 자전거가 걱정돼서 도서관에 빨리 들어가서 책을 돌려주고 다른 책을 빌려서 밖으로 나왔다. 자전거는 그대로 있었다. 집에 올 때는 길에 떨어뜨린 자전거 자물쇠를 찾으려고 자전거를 끌고 걸어왔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런 건 주워도 쓰기 어려울 텐데, 누가 주워갔나 보다. 그래도 내가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에 자전거를 두고 다시 나가서 살펴봤다. 아쉽게도 보이지 않았다. 밤에는 어두워서 못 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날이 밝은 아침에도 나가 봤지만 없었다.

 

 왜 난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갔을까에서 뭐 하러 밤에 도서관에 가려 했을까, 도서관에 갈 생각이었다면 더 빨리 책을 봐야지,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것도 있지만 자물쇠가 바구니에서 떨어지지 않게 마음 썼다면 좋았을 텐데 했다. 평소에는 자전거 거의 타지 않는다. 그걸 자주 탔다면 조심했겠지. 앞으로는 자전 거 안 타고 9시 넘으면 도서관에 가지 않아야겠다 생각했다. 이것보다 다음에 자전거 탄다면 자물쇠를 바구니가 아닌 다른 데 채워야겠다 생각하는 게 낫겠다.

 

 사람은 잘못을 하고 거기에서 배운다. 일어난 일은 어떻게 해도 되돌릴 수 없다. 그걸 받아들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게 낫겠지. 서두르면 안 되겠다. 그날 서둘러서 그런 일이 일어난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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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말들 -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은유 지음 / 유유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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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보면서 난 왜 쓰고 싶어할까 생각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자기 삶을 바꾸고 싶다거나 자신한테 일어난 일을 잘 바라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까. 무엇을 하든 그것을 왜 하는지 생각해야 할지. 난 그런 건 잘 말하지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는 아니지만, 책을 보다보니 재미있었다. 책을 꾸준히 만난 시간이 몇해 이어지다가 한동안 읽지 못했다. 시립도서관을 알고 다시 책을 보게 되었다. 그때 책만 보고 살고 싶다 생각했다. 책을 읽기만 하다가 시간이 흐르고 짧게라도 감상을 써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썼다. 이건 좀 강박증이 되고 말았지만, 책을 읽으면 꼭 써야 한다는. 처음에는 줄거리 정리도 힘들었다. 책을 읽을 때는 재미있는데 쓰려면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건 몇해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책을 읽고 쓰면 그것을 한번 더 생각해서 좋은 듯하다. 쓰기에 바빠 다른 식으로 보지 못하지만. 몇해 하고서야 책을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걸 알아도 아직도 잘 못한다.

 

 무엇인가를 왜 하는지 처음에는 모를 수도 있겠다. 목적이나 목표를 가지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언제나 그냥 했던 것 같다. 그런 게 많은 건 아니다. 처음부터 못해, 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더 많다. 책읽기도 하다보니 좋아하게 되고 쓰기도 마찬가지다. 난 책 읽기보다 쓰기를 먼저 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일기나 편지를 썼다(이건 나만 그런 건 아니겠구나). 그런 것밖에 쓰지 않았지만. 책을 보게 되고는 시나 소설이 쓰고 싶어졌다. 쓰고 싶은 마음은 컸는데 쓴 건 얼마 안 되고 잘 쓰지도 못했다. 나 같은 사람한테는 인터넷 블로그가 있어서 다행이다. 작가가 되지 않아도 블로그에 글을 쓰면 된다. 난 그것만으로도 좋고, 쓸 게 자주 떠오르면 좋겠다. 학교 다닐 때는 내가 쓴 글 남한테 보여주기 싫었는데. 지금은 달라졌구나. 한때 날마다 일기를 쓴 적도 있는데, 그게 글쓰기에 도움이 됐는지 잘 모르겠다. 일기를 그렇게 잘 쓴 게 아니어서. 지금은 어쩌다 한번 쓴다. 일기 편지로 글쓰기 훈련을 한 사람도 있는데 난 그러지 못했구나.

 

 작가가 된 사람(은유는 자신을 글 쓰는 사람이라 했는데)이 글쓰기 이야기를 하면 난 책읽기를 더 좋아하는가 생각하기도 한다. 읽기가 쉬운 건 아니지만 쓰기보다는 좀 편하다. 쓰려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움직여야 한다. 쓸 때는 힘들어도 쓰고 나면 뿌듯하다. 잘 썼든 못 썼든. 이건 글쓰기 좋아하는 걸까. 난 큰 뜻을 가지고 하기보다 좋아서 한다. 아주 조금 누군가한테 도움이 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읽고 쓰기 지금보다 애써야 할 텐데.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냥 쓸 뿐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고. 책을 보고 다른 사람 생각이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자신은 어떤지 정리하기 괜찮다고 생각한다. 꼭 작가가 되지 않는다 해도 글을 쓰는 것과 쓰지 않는 건 좀 다르겠지. 사는 게 바빠서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럴 때는 잠시 하던 걸 멈추고 생각만 해도 괜찮다. 생각도 하지 않고 이리저리 밀려 가는 사람도 많다. 난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서 문제지만.

 

 

 날마다 하지 않고 피아노나 노래를 배울 수 있습니까. 어쩌다 한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없습니다.

 

 레프 톨스토이  (38쪽)

 

 

 

 글쓰기에는 어떤 것도 운 좋게 찾아오지 않는다. 글쓰기는 어떠한 속임수도 허용하지 않는다. ……모든 문장은 오래 수련한 결과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58쪽)

 

 

 

 재능을 타고 나서 오래 하지 않고도 뭐든 잘하는 사람도 있다. 보통 사람은 그런 사람과 상관없이 꾸준히 하면 뭔가 보일지도 모르겠다. 꾸준히 오래 해도 안 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이 하는 걸 즐기면 결과에 매달리지 않겠지. 나도 즐겁게 하는 거 잘 못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앞으로는 책읽기 글쓰기 즐겁게 해야겠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자라기를 바란다.

 

 

 

희선

 

 

 

 

☆―

 

 기록한다는 것은 조수간만처럼 끊임없이 침식해 들어오는 뜻없는 삶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

 

 김영하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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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지에 “추억의 음식을 찾아드립니다.”는 한줄이 적힌 걸 보고 사람들은 가모가와 식당에 찾아갑니다. 가모가와 식당은 교토 가모가와 혼간지 옆에 있다더군요. 이곳은 실제 있는 곳은 아닙니다. 원작은 소설(《가모가와 식당》 가시와이 히사시)이고 제가 본 건 드라마예요.

 

 한국에도 있을 테지만 일본에는 음식 이야기 소설이나 만화가 많은 듯합니다. 제가 그런 걸 많이 만난 건 아닙니다. 어쩌다 보니, 아니 그것보다 저는 먹을거리에 얽힌 기억이 없어요. 사람한테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먹을거리지만 저는 그것을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해 먹는 거 좋아하지 않아요. 먹는 시간이 아깝다 생각하기도 하니. 먹을거리를 말하는 책은 별로 못 봤지만 드라마는 우연히 봤습니다. 혼자서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면서 먹는 <고독한 미식가>, 늦은 밤에서 다음 날 아침까지 문을 여는 <심야식당>입니다. <고독한 미식가>는 거의 먹는 것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심심해도 괜찮아요. 심심한 맛으로 본 걸지도. <심야식당>에서는 손님이 해달라는 것을 해줘요. 그곳에 찾아오는 사람 이야기가 따듯하게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둘 다 만화가 원작이네요.

 

 앞에서 말한 가모가와 식당에서는 음식을 찾아줍니다. 가모가와 식당은 아버지와 딸이 함께 합니다. 간판도 없는 가모가와 식당에 손님이 찾아오면 딸 가모가와 고이시가 식당 위에 있는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적고 그림도 그려요. 딸 고이시를 탐정이라고 하더군요. 고이시가 손님 이야기를 듣고 적은 걸 보고 음식을 찾고 만드는 건 아버지 가모가와 나가레 몫입니다(고이시가 한번 찾은 적도 있지만). 아버지, 아니 이 식구한테는 조금 이야기가 있는 듯합니다. 아버지 나가레는 형사를 하다가 요리사가 됐어요. 처음에 요리사가 되려다 형사가 되고는 한 열해 전에 형사를 그만두고 요리사로 돌아왔어요.

 

 사람들이 찾는 건 거의 어렸을 때 어머니나 아버지 그리고 아내가 해주고 편지를 나누던 사람과 먹은 것과 할아버지와 함께 먹은 거예요. 식구 이야기가 많군요. 어렸을 때 어머니 아버지가 해준 음식을 다시 먹고는 그때 어머니 아버지 마음을 알고 눈물 흘리기도 합니다. 그런 거 보면 같이 울기도. 음식을 만들 때는 그것을 먹을 사람을 생각하고 만들겠지요. <가모가와 식당>에서는 먹을거리보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을 보여줘서 감동스러웠나 봅니다.

 

 여기에는 고양이 한마리가 나옵니다. 늘 잠만 자서 고이시가 이름을 ‘히루네(낮잠)’라고 지었어요. 고이시가 기르는 건 아니고, 히루네가 가모가와 식당 앞에 자주 와서 자요. 고이시가 먹을 것을 줘서 오는 거겠지요.

 

 책도 있으니 책을 봐도 괜찮겠습니다. 저는 보고 싶지 않지만. 책은 어쩐지 좀 심심할 것 같아서. 드라마도 잔잔합니다. 교토 사투리를 들을 수 있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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