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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말들 -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ㅣ 문장 시리즈
은유 지음 / 유유 / 2016년 8월
평점 :
이 책을 보면서 난 왜 쓰고 싶어할까 생각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자기 삶을 바꾸고 싶다거나 자신한테 일어난 일을 잘 바라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까. 무엇을 하든 그것을 왜 하는지 생각해야 할지. 난 그런 건 잘 말하지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는 아니지만, 책을 보다보니 재미있었다. 책을 꾸준히 만난 시간이 몇해 이어지다가 한동안 읽지 못했다. 시립도서관을 알고 다시 책을 보게 되었다. 그때 책만 보고 살고 싶다 생각했다. 책을 읽기만 하다가 시간이 흐르고 짧게라도 감상을 써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썼다. 이건 좀 강박증이 되고 말았지만, 책을 읽으면 꼭 써야 한다는. 처음에는 줄거리 정리도 힘들었다. 책을 읽을 때는 재미있는데 쓰려면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건 몇해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책을 읽고 쓰면 그것을 한번 더 생각해서 좋은 듯하다. 쓰기에 바빠 다른 식으로 보지 못하지만. 몇해 하고서야 책을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걸 알아도 아직도 잘 못한다.
무엇인가를 왜 하는지 처음에는 모를 수도 있겠다. 목적이나 목표를 가지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언제나 그냥 했던 것 같다. 그런 게 많은 건 아니다. 처음부터 못해, 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더 많다. 책읽기도 하다보니 좋아하게 되고 쓰기도 마찬가지다. 난 책 읽기보다 쓰기를 먼저 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일기나 편지를 썼다(이건 나만 그런 건 아니겠구나). 그런 것밖에 쓰지 않았지만. 책을 보게 되고는 시나 소설이 쓰고 싶어졌다. 쓰고 싶은 마음은 컸는데 쓴 건 얼마 안 되고 잘 쓰지도 못했다. 나 같은 사람한테는 인터넷 블로그가 있어서 다행이다. 작가가 되지 않아도 블로그에 글을 쓰면 된다. 난 그것만으로도 좋고, 쓸 게 자주 떠오르면 좋겠다. 학교 다닐 때는 내가 쓴 글 남한테 보여주기 싫었는데. 지금은 달라졌구나. 한때 날마다 일기를 쓴 적도 있는데, 그게 글쓰기에 도움이 됐는지 잘 모르겠다. 일기를 그렇게 잘 쓴 게 아니어서. 지금은 어쩌다 한번 쓴다. 일기 편지로 글쓰기 훈련을 한 사람도 있는데 난 그러지 못했구나.
작가가 된 사람(은유는 자신을 글 쓰는 사람이라 했는데)이 글쓰기 이야기를 하면 난 책읽기를 더 좋아하는가 생각하기도 한다. 읽기가 쉬운 건 아니지만 쓰기보다는 좀 편하다. 쓰려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움직여야 한다. 쓸 때는 힘들어도 쓰고 나면 뿌듯하다. 잘 썼든 못 썼든. 이건 글쓰기 좋아하는 걸까. 난 큰 뜻을 가지고 하기보다 좋아서 한다. 아주 조금 누군가한테 도움이 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읽고 쓰기 지금보다 애써야 할 텐데.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냥 쓸 뿐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고. 책을 보고 다른 사람 생각이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자신은 어떤지 정리하기 괜찮다고 생각한다. 꼭 작가가 되지 않는다 해도 글을 쓰는 것과 쓰지 않는 건 좀 다르겠지. 사는 게 바빠서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럴 때는 잠시 하던 걸 멈추고 생각만 해도 괜찮다. 생각도 하지 않고 이리저리 밀려 가는 사람도 많다. 난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서 문제지만.
날마다 하지 않고 피아노나 노래를 배울 수 있습니까. 어쩌다 한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없습니다.
레프 톨스토이 (38쪽)
글쓰기에는 어떤 것도 운 좋게 찾아오지 않는다. 글쓰기는 어떠한 속임수도 허용하지 않는다. ……모든 문장은 오래 수련한 결과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58쪽)
재능을 타고 나서 오래 하지 않고도 뭐든 잘하는 사람도 있다. 보통 사람은 그런 사람과 상관없이 꾸준히 하면 뭔가 보일지도 모르겠다. 꾸준히 오래 해도 안 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이 하는 걸 즐기면 결과에 매달리지 않겠지. 나도 즐겁게 하는 거 잘 못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앞으로는 책읽기 글쓰기 즐겁게 해야겠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자라기를 바란다.
희선
☆―
기록한다는 것은 조수간만처럼 끊임없이 침식해 들어오는 뜻없는 삶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
김영하 (1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