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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 -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에서 71일 히치하이킹
강은경 지음 / 어떤책 / 2017년 4월
평점 :
언제부턴가 한국 사람이 북유럽게 다니고 아이슬란드에도 가게 되었다. 아이슬란드 인구는 32만명이다. 물가가 높고 범죄율이 낮은 나란데 미스터리 소설이 나오기도 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은 겨울이 아닐 때는 추위를 덜 느낄지도 모르겠다. 아이슬란드에는 한국 사람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도 많이 가는가 보다. 그곳에 찾아가는 사람이 아이슬란드에 사는 사람보다 더 많다고 하니. 다른 나라 사람이 많이 와서 돈을 번다 해도 사람이 많이 와서 자연이 안 좋아지기도 한다니. 이건 온 세계에 알려진 곳은 다 비슷하겠다. 어디에 가든 지구환경을 생각하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 좀 나을까. 이제는 자기 나라만 생각하면 안 된다. 지구촌으로 생각하면 좋겠지.
이 책을 쓴 강은경은 소설가가 되려고 오랫동안 애썼다. 신춘문예에 응모했지만 뽑히지 않았다. 그러다 쉰셋에 노안이 찾아오고 자기 삶은 실패했다 여겼다. 자신은 실패한 삶이라 여겨도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기도 한데. 소설가는 되지 못했다 해도 그동안 자신이 살고 싶은대로 살았으니 괜찮은 거 아닌가 싶었다. 난 더 한 게 없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강은경은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동안 썼다. 난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 생각만 하고 딱히 쓰는 게 없다. 언젠가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겠지. 단지 책 읽고 쓰는 게 다다. 그것도 그렇게 잘 쓰지 못하는구나. 책 읽고 잘 쓰는 사람도 아주아주 많다. 난 그냥 읽고 쓰기만 해도 좋고, 무엇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없다. 어쩌면 처음부터 난 될 수 없다 생각하는 건지도. 하나 더 있다. 무언가에 빠져서 그것을 열심히 하는 거 좋은데 그것 때문에 바쁜 건 싫다. 난 게으르구나. 게으른대로 살까 한다. 이 책을 보고 어딘가에 가면 살 빼기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 가면 좋기도 하지만 편하지 않아서 먹고 자기 힘들고 물이 바뀌면 안 좋기도 하다. 이건 내가 그렇고 다른 데 가서도 잘 먹고 잘 자는 사람도 있겠다.
자신의 삶이 실패했다 여기면서도 아이슬란드에 가려 했다니. 그동안 강은경은 아이슬란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떠나야겠다 생각하고 여러 가지를 알아보고 떠났다. 물가가 높은 곳인데 돈은 얼마 가져가지 않고 잠은 캠핑장에서 텐트 치고 자고 먼 곳에 갈 때는 히치하이킹을 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히치하이킹 하는 사람이 많고 그 나라 사람은 누구나 쉽게 차를 태워준다고 한다. 혼자여서 쓸쓸했겠지만 자기 마음대로 다닐 수 있어서 괜찮았겠다. 길에서 사람을 많이 만났다. 짧은 만남이어도 기억에 많이 남았겠지. 강은경은 아이슬란드 사람뿐 아니라 한국 사람 미국 사람 네덜란드 사람 프랑스 사람처럼 여러 나라 사람을 만났다. 강은경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구나. 혼자 적은 돈을 가지고 떠났지만 다른 사람이 있어서 아이슬란드를 돌아볼 수 있었겠지. 캠핑장에는 먹을 거리도 있었다. 캠핑하는 사람이 남은 건 그곳에 두고 갔다. 그런 거 참 괜찮아 보인다.
어떤 나라가 위험하다는 말을 한국 사람도 하지만, 막상 가면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된다. 몇달 전에 중국 사람이 위화한테 한국 위험하지 않느냐 하는 말을 했다는 걸 봤는데, 아이슬란드 사람도 한국을 위험하게 여기는가 보다. 남북으로 나뉘어 있어서. 그것을 보니 북한하고 잘 지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또 했다. 일본에 본래 살지 않는 불개미가 나타나서 그게 한국으로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아이슬란드에는 개미가 없단다. 뱀과 개구리도. 뱀과 개구리는 따듯한 곳에 살겠지. 일본에서 소나무재선충이 한국으로 넘어 온 것처럼 불개미도 올지도(벌써 왔던가). 교통이 발달해서 여러 나라를 다닐 수 있게 된 건 좋지만 식물이나 동물과 병도 퍼져서 안 좋구나. 아이슬란드에서는 고래를 볼 수 있다. 예전에는 한국 바다(동해던가)에도 고래가 찾아왔는데. 이제는 고래가 많이 사라졌다. 언젠가 여름에 바다에 해파리가 많다고 했는데 그건 지금 어떻게 됐으려나. 서해에는 상어가 나타나기도 한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아이슬란드에는 화산활동이 활발한데, 그것을 친환경에너지로 만들었다.
한국은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두기보다 부수고 새로 짓는다. 빈 터도 그대로 두지 않는다. 내가 사는 곳도 예전에는 빈 터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곳에 거의 건물을 지었다(여기에 얼마나 오래 산 거야). 아파트나 상가를. 그런 것 때문에 비가 많이 내리면 빗물이 잘 빠지지 않는 건 아닐까. 보이는 것만 잘 할 게 아니고 보이지 않는 것도 잘 했으면 좋겠다. 비가 많이 와도 빗물이 잘 빠지게. 아이슬란드는 요정의 나라기도 해서 어떤 곳은 공사를 할 수 없다. 실제 요정은 없겠지만 요정이 살지도 모른다 여기고 그곳을 그대로 두다니 멋지다. 강은경은 아이슬란드에서 죽을 뻔하기도 했다. 혼자여서 그런 일도 일어나는구나. 강은경은 그곳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삶이 아주 실패한 건 아니다 깨닫는다. 그것을 안 것만으로도 아이슬란드에 다녀 온 보람이 있겠다. 가난하게 다녔지만 그랬기에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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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커다란 꿈을 가져야 한다고, 강요받고 사는 건 아니었을까요? 꼭 목적을 갖고, 꼭 꿈을 갖고 살아야만 하는 걸까요? 그 꿈이 말하자면, 그 욕망이 자신을 늘 불행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해도? 꼭 뭔가 돼야 하는 걸까요? 그래야만 꼭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냥 하루하루 즐겁게 신나게 살면 안 될까요? 그러다가 뭐가 되면 좋고 안 돼도 불행하다 할 것도 없고.” (343~3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