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사람도 없고 밖에 나가는 거 좋아하지 않는 제가 그나마 다니는 곳 가운데 한곳이 우체국입니다. 가장 자주 가는 곳은 도서관입니다. 우체국에서 있었던 일 같은 건 없어요. 오래 다녀서 알게 된 거 하나는 한두해가 지나면 사람이 바뀐다는 것 정도예요(우편물 배달하는 사람도 바뀝니다). 이건 우체국뿐 아니라 은행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사람과 친해진 적은 없지만 한달에 한두번 만나다 보면 익숙해지기도 하는데, 해가 바뀌고 우체국에 갔을 때 다른 사람이 있으면 어쩐지 아쉽더군요. 저는 우체국에서 일하는 사람과 친해지지 못해도 친해지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리고 만남을 이어갈까요.

 

 제가 사는 곳에는 우체국이 두 곳 있어요. 예전에 동네 이름이었을 때는 집에서 북쪽에 있는 우체국이 같은 동네였는데, 지금은 집에서 남쪽에 있는 우체국이 같은 길이름이에요. 우체국이 가까운 곳에 있다 해도 동네는 다릅니다. 재미있지요. 그 사이에 집이 있는 것도.

 

 두 곳에서 잘 가는 우체국은 집에서 남쪽에 있는 곳입니다. 도서관 가는 길에 있어서 도서관에 갈 때 볼 일을 보기도 합니다. 우체국에 갈 일이 없어도 편지 보낼 때는 우체국 앞에 있는 우체통에 넣습니다. 그곳은 집에서 북쪽에 있는 곳입니다. 왼쪽 오른쪽이라 했다가 북쪽 남쪽이라 했어요. 이게 정확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해 뜨는 곳이 동쪽이니 그것을 기준으로 하면 대충 그렇습니다. 우체국 두 곳은 정반대쪽에 있다는 것만 알아도 괜찮겠군요.

 

 제가 다니는 우체국은 한곳 더 있어요. 거기는 집에서 가장 먼 곳으로 제가 사는 시 우체국입니다. 예전에는 작은 우체국에서도 기념우표를 팔았는데 지금은 큰 우체국에서만 팔아요. 기념우표 사러 먼 우체국에 갑니다. 그건 모으는 건 아니고 편지 쓸 때 쓰려는 거예요. 제가 우표를 사는 것보다 편지를 덜 쓰는군요. 기념우표는 큰 우체국에 가야 살 수 있지만, 보통우표는 어디에든 있어요. 우체국에 가서 편지 보낼 때 우표 붙이고 싶으면 편지를 보이기 전에 우표를 달라고 하세요. 제가 별걸 다 말했네요.

 

 누군가한테 편지나 다른 걸 보내러 우체국에 가면 기분 좋지요. 그건 물건보다 마음을 보낸다는 생각이 더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체국은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곳이군요. 앞으로는 좀더 즐거운 마음으로 우체국에 가야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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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왔지만 눈은 쉬이 오지 않고 매운 바람만이 날마다 찾아왔어요. 매운 바람은 심술부리듯 길을 걷는 사람 머리카락이나 옷자락을 건드리고 지나갔습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옷깃을 여몄어요.

 

 하루는 하늘이 잔뜩 흐리고 바람도 잔잔했어요. 길을 걷는 두 사람이 그런 하늘을 올려다보고 말을 했습니다.

 

 “오늘처럼 하늘이 흐리면 눈 내리지 않을까.”

 

 “그러게. 겨울이 오고 눈이 오지 않으니 거리가 더 쓸쓸하게 보여.”

 

 “아이들은 눈을 더 기다릴지도 모르겠어.”

 

 “아이만 눈을 기다릴까. 첫눈 오는 날 하려던 것을 못한 사람도 아주 많지.”

 

 눈이 쌓였다 녹은 길을 걸으면서 조금 성가시게 여기면서도 사람은 겨울이면 눈을 기다립니다. 하얀 세상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거예요. 눈 쌓인 길을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눈이 쌓이면 아이는 눈덩이를 굴리고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어요. 어른이라고 거기에 질 수 없다는 듯 작고 귀여운 눈사람을 만듭니다. 때로는 그 반대가 되기도 하겠지요.

 

 흐린 날이라 해도 늘 눈이 오는 건 아닙니다. 잔뜩 흐린 날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그날 밤에는 사람들 한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어요. 비가 내리고 맑은 날이 이어졌어요. 그걸 기뻐한 아이도 있었습니다.

 

 “오늘 하늘 맑으니 별똥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너, 별똥별 한번도 못 봤구나.”

 

 “응.”

 

 “나도 마찬가지야. 오늘밤에 볼 수 있다면 좋겠다.”

 

 “밤에도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낮부터 하늘 낌새가 이상해졌어요. 먹구름이 몰려오고 며칠 전보다 공기도 차가워졌습니다. 밤에는 조금씩 눈이 내렸어요. 눈을 바라보고 기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눈이 오는 걸 보고 울상을 지은 아이도 있었어요.

 

 그날은 밤새 눈이 조용히 내렸어요. 눈은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습니다. 별똥별을 못 본 아이도 새하얀 세상을 보고는 기뻐했어요.

 

 “별똥별은 못 봤지만 눈 많이 와서 좋다.”

 

 하얀 눈이 쌓인 길을 걷는 사람들 얼굴도 밝았어요.

 

 하얀 입김을 내뿜고 걷는 사람들은 하얗고 조용한 아침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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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 -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에서 71일 히치하이킹
강은경 지음 / 어떤책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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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한국 사람이 북유럽게 다니고 아이슬란드에도 가게 되었다. 아이슬란드 인구는 32만명이다. 물가가 높고 범죄율이 낮은 나란데 미스터리 소설이 나오기도 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은 겨울이 아닐 때는 추위를 덜 느낄지도 모르겠다. 아이슬란드에는 한국 사람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도 많이 가는가 보다. 그곳에 찾아가는 사람이 아이슬란드에 사는 사람보다 더 많다고 하니. 다른 나라 사람이 많이 와서 돈을 번다 해도 사람이 많이 와서 자연이 안 좋아지기도 한다니. 이건 온 세계에 알려진 곳은 다 비슷하겠다. 어디에 가든 지구환경을 생각하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 좀 나을까. 이제는 자기 나라만 생각하면 안 된다. 지구촌으로 생각하면 좋겠지.

 

 이 책을 쓴 강은경은 소설가가 되려고 오랫동안 애썼다. 신춘문예에 응모했지만 뽑히지 않았다. 그러다 쉰셋에 노안이 찾아오고 자기 삶은 실패했다 여겼다. 자신은 실패한 삶이라 여겨도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기도 한데. 소설가는 되지 못했다 해도 그동안 자신이 살고 싶은대로 살았으니 괜찮은 거 아닌가 싶었다. 난 더 한 게 없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강은경은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동안 썼다. 난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 생각만 하고 딱히 쓰는 게 없다. 언젠가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겠지. 단지 책 읽고 쓰는 게 다다. 그것도 그렇게 잘 쓰지 못하는구나. 책 읽고 잘 쓰는 사람도 아주아주 많다. 난 그냥 읽고 쓰기만 해도 좋고, 무엇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없다. 어쩌면 처음부터 난 될 수 없다 생각하는 건지도. 하나 더 있다. 무언가에 빠져서 그것을 열심히 하는 거 좋은데 그것 때문에 바쁜 건 싫다. 난 게으르구나. 게으른대로 살까 한다. 이 책을 보고 어딘가에 가면 살 빼기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 가면 좋기도 하지만 편하지 않아서 먹고 자기 힘들고 물이 바뀌면 안 좋기도 하다. 이건 내가 그렇고 다른 데 가서도 잘 먹고 잘 자는 사람도 있겠다.

 

 자신의 삶이 실패했다 여기면서도 아이슬란드에 가려 했다니. 그동안 강은경은 아이슬란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떠나야겠다 생각하고 여러 가지를 알아보고 떠났다. 물가가 높은 곳인데 돈은 얼마 가져가지 않고 잠은 캠핑장에서 텐트 치고 자고 먼 곳에 갈 때는 히치하이킹을 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히치하이킹 하는 사람이 많고 그 나라 사람은 누구나 쉽게 차를 태워준다고 한다. 혼자여서 쓸쓸했겠지만 자기 마음대로 다닐 수 있어서 괜찮았겠다. 길에서 사람을 많이 만났다. 짧은 만남이어도 기억에 많이 남았겠지. 강은경은 아이슬란드 사람뿐 아니라 한국 사람 미국 사람 네덜란드 사람 프랑스 사람처럼 여러 나라 사람을 만났다. 강은경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구나. 혼자 적은 돈을 가지고 떠났지만 다른 사람이 있어서 아이슬란드를 돌아볼 수 있었겠지. 캠핑장에는 먹을 거리도 있었다. 캠핑하는 사람이 남은 건 그곳에 두고 갔다. 그런 거 참 괜찮아 보인다.

 

 어떤 나라가 위험하다는 말을 한국 사람도 하지만, 막상 가면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된다. 몇달 전에 중국 사람이 위화한테 한국 위험하지 않느냐 하는 말을 했다는 걸 봤는데, 아이슬란드 사람도 한국을 위험하게 여기는가 보다. 남북으로 나뉘어 있어서. 그것을 보니 북한하고 잘 지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또 했다. 일본에 본래 살지 않는 불개미가 나타나서 그게 한국으로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아이슬란드에는 개미가 없단다. 뱀과 개구리도. 뱀과 개구리는 따듯한 곳에 살겠지. 일본에서 소나무재선충이 한국으로 넘어 온 것처럼 불개미도 올지도(벌써 왔던가). 교통이 발달해서 여러 나라를 다닐 수 있게 된 건 좋지만 식물이나 동물과 병도 퍼져서 안 좋구나. 아이슬란드에서는 고래를 볼 수 있다. 예전에는 한국 바다(동해던가)에도 고래가 찾아왔는데. 이제는 고래가 많이 사라졌다. 언젠가 여름에 바다에 해파리가 많다고 했는데 그건 지금 어떻게 됐으려나. 서해에는 상어가 나타나기도 한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아이슬란드에는 화산활동이 활발한데, 그것을 친환경에너지로 만들었다.

 

 한국은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두기보다 부수고 새로 짓는다. 빈 터도 그대로 두지 않는다. 내가 사는 곳도 예전에는 빈 터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곳에 거의 건물을 지었다(여기에 얼마나 오래 산 거야). 아파트나 상가를. 그런 것 때문에 비가 많이 내리면 빗물이 잘 빠지지 않는 건 아닐까. 보이는 것만 잘 할 게 아니고 보이지 않는 것도 잘 했으면 좋겠다. 비가 많이 와도 빗물이 잘 빠지게. 아이슬란드는 요정의 나라기도 해서 어떤 곳은 공사를 할 수 없다. 실제 요정은 없겠지만 요정이 살지도 모른다 여기고 그곳을 그대로 두다니 멋지다. 강은경은 아이슬란드에서 죽을 뻔하기도 했다. 혼자여서 그런 일도 일어나는구나. 강은경은 그곳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삶이 아주 실패한 건 아니다 깨닫는다. 그것을 안 것만으로도 아이슬란드에 다녀 온 보람이 있겠다. 가난하게 다녔지만 그랬기에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희선

 

 

 

 

☆―

 

 “우리는 늘 커다란 꿈을 가져야 한다고, 강요받고 사는 건 아니었을까요? 꼭 목적을 갖고, 꼭 꿈을 갖고 살아야만 하는 걸까요? 그 꿈이 말하자면, 그 욕망이 자신을 늘 불행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해도? 꼭 뭔가 돼야 하는 걸까요? 그래야만 꼭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냥 하루하루 즐겁게 신나게 살면 안 될까요? 그러다가 뭐가 되면 좋고 안 돼도 불행하다 할 것도 없고.”  (343~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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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정확하게는 열사흘 전에 그때가 ‘백일 글쓰기’ 오십일째면 얼마나 좋을까 했다. 그때 내가 오십일째까지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어찌어찌 하다 지금이 왔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참 대견하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쓴 글이 별로여도. 유치하고 잘 못 써도 난 내가 쓴 거 좋아한다. 작가는 글을 쓰고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쓴다는데, 난 내가 쓴 거 버리지 못한다. 그래도 어느 정도 쓰고, 이게 아니야 하고 다시 쓴 적 있다.

 

 예전에 김연수 책 《소설가의 일》을 보고 나도 날마다 글쓰기 해 볼까 하고, 쓰려 했지만 쓸 게 떠오르지 않아서 그저 시간만 보냈다. 내가 글을 날마다 쓰려 한 건 그때만이 아니다. 가끔 날마다 한시간이나 삽십분은 글을 쓰자고 생각했다. 그건 새해가 왔을 때마다 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는 못했는데 ‘백일 글쓰기’는 마음먹고 하다니 신기하다. 아직 반이나 남았지만. 백일을 채우면 그 뒤에도 글을 쓸 수 있을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좋겠다.

 

 백일 글쓰기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난 혼자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하고 서로 힘을 줘도 괜찮다. 그렇게 하면 끝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와 같이 하기 싫으면 나처럼 혼자 하면 된다. 내 마음이 좀 나아지는 글쓰기였으면 했지만, 그것보다 날마다 글을 쓰면 글쓰기가 조금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더 하게 된 것 같다. 이것도 괜찮지 않나 싶다.

 

 글쓰기는 누구한테나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나처럼 해 보라는 건 아니다. 자신이 쓰고 싶을 때 쓰면 된다. 자신만 보는 일기도 쓰지 않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 마음이 더 낫다고 한다. 일기는 자신한테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일기장한테 말하는 것이기도 하겠다. 글을 써도 해결되는 건 없지만 쓰고 나면 어쩐지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지 않는가. 난 일기에도 이것저것 다 쓰지 않지만. 어렸을 때는 다른 사람과 말하지 못하는 라디오 이야기 같은 거 썼던 것 같다. 나중에 하고 싶은 것도. 그때 쓴 거 지금 하지 않지만. 아니 난 학교를 다 마치고도 일기를 썼다. 그때는 ‘글 쓰고 싶다’ 는 말이 많았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글 쓰고 있구나. 난 이렇게라도 해서 좋다.

 

 백일째까지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하고 싶다. 다음은 그때 생각해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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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에 오랫동안 쓰던 모니터가 켜지지 않아 또 중고로 사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 그때는 앞으로 이걸 어떻게 쓰나 했다. 모니터가 밝고 글을 보다보면 눈이 아팠다. 많은 사람이 이런 걸 쓸 텐데 괜찮을까 싶었다. 며칠 지나고 다른 것이 없는지 보러 갔는데 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집에 왔다. 가게에 가서 이것저것 보여달라고 해서 조금 미안했다.

 

 다른 걸 보고 온 뒤에도 눈이 아팠다. 모니터 밝기는 모니터로 맞추기 힘들어서 컴퓨터로 했다. 그걸로 하면 켤 때마다 본래대로 돌아가서 늘 맞춰야 한다. 그건 귀찮아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모니터 자체로 맞추려 해도 잘 안 된다. 내가 잘 못하는 거겠지. 예전에 내가 쓰던 모니터는 좀 어두웠다. 어둡다고 해서 바탕이 어두운 건 아니고 색이 진했다. 밤일 때 영상을 보면 다른 건 하나도 보이지 않고 새까맸다. 지금은 밤이어도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인다. 이거 하나는 괜찮구나. 새까맣게 보였을 때 저걸 저렇게 보이지 않게 찍다니 했다. 그런 생각을 했다니 난 참 바보였구나. 밤이라 해도 보이게 찍었을 텐데.

 

 예전과 다른 모니터를 쓰고 시간이 흐르니 다른 것에 눈이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전에 쓰던 것과 다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생각해서 눈이 아팠던가 보다. 지금은 괜찮다. 지금 쓰는 걸로 바꾸고 얼마 안 됐을 때는 바탕이 좀 누렇게 보였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하얗게 보인다. 글자가 보이는 가운데 부분이. 옆끝은 조금 누렇지만. 눈이 죽 아프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다. 새 신발을 자꾸 신다보면 편해지는 것과 비슷하구나.

 

 가끔 그날 일어난 일을 쓰는 것도 괜찮겠지. 이건 그날 일어난 일이라 말하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별일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 어떤 일은 말하기 어렵기도 하고 말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다 그렇겠구나. 말하고 싶은 걸 솔직하게 하면 괜찮겠지.

 

 시간이 흐르고 모니터 보는 게 처음보다 나아졌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이런 게 많다면 좋겠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어떤 건 나아져도 어떤 건 나빠지겠지. 나빠져도 그걸 안 좋게 여기기보다 그대로 받아들이면 낫겠다. 이런 말 자주 하는구나. 어떻게 해도 어쩔 수 없는 게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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