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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에 가는 달팽이들의 노래 - 가브리엘 르페브르의 그림과 함께 읽는 시
자크 프레베르 지음, 가브리엘 르페브르 그림, 오생근 옮김 / 문학판 / 2017년 3월
평점 :
달팽이가 장례식에 간다니, 제목이 별나서 무슨 책인가 보니 자크 프레베르 시집이더군. 여기에는 시도 있지만 일러스트레이터 가브리엘 르페브르가 그린 그림도 담겼어. 시를 보고 그림을 그린 게 아닌가 싶어. 시와 그림이 상관있어 보이거든. 시만 봐도 괜찮지만 그림과 함께 보는 시도 괜찮아. 시와 그림은 잘 어울리기도 하지. 어떤 그림을 봤을 때 떠오르는 시가 있기도 하잖아. 난 그런 일을 자주 겪지 않았지만. 시를 많이 알아야 그림 봤을 때 시를 떠올릴 텐데. 난 마음에 드는 시는 조금 기억하기만 하고 다 외지는 못해. 외우려 한 적 있던가, 학교 다닐 때 그걸 해야 했을 때만 한 것 같아. 그것도 자주 하지 않았어. 좋아하면 시뿐 아니라 소설 글월을 외기도 하던데. 난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건가. 아니 그런 건 아니겠지. 내가 묻고 내가 답하다니. 마음에 드는 건 공책에 적어두기도 했는데. 내가 어렸을 때 자주 듣고 외기도 한 건 노랫말이야. 또 이 말이군.
지금까지 다른 나라 사람이 쓴 시는 별로 못 보고, 이름 알려진 사람 시도 한두편밖에 못 봤어. 자크 프레베르 시는 겨우 한편밖에 몰랐어. 그 시는 <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이야. 여기에는 제목이 조금 다르게 나왔더군. 예전에 알았던 제목이 더 나은 것 같아. 오생근이 자크 프레베르 시를 한국말로 옮기려고 애썼겠지만. 여기 실린 시를 죽 보고 하나 알게 됐어. 그건 프레베르가 새를 좋아한다는 거야. 새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녀설까. 사람이 새를 보면 어디든 마음대로 다닐 것 같지만, 새는 새 나름대로 사는 게 쉽지 않을 거야. 힘없는 새는 커다란 새를 피해다녀야 하고 날다가 쉬고 싶어도 바로 나뭇가지에 내려앉지 않겠지. 철마다 멀리 가야 하는 새도 있어. 새가 어떤 마음인지 모르면서 내 멋대로 힘들겠다 생각하다니. 새는 새대로 살아가겠지. 이건 새만 그런 건 아니군. 지구에 사는 동, 식물이 다 그럴 거야.
사랑의 도마뱀이
다시 또 달아나면서
내 손가락 사이에 꼬리만 남겨두었네
자업자득이지
내 처지만 생각하고 그것을 꼭 붙잡아두려 했으니까
-<도마뱀>, 101쪽
새 시장에 갔네
그리고 새를 샀지
내 사랑
너를 위해
꽃 시장에 갔네
그리고 꽃을 샀지
내 사랑
너를 위해
철물 시장에 갔네
그리고 쇠사슬을 샀지
내 사랑
너를 위해
그 다음 노예 시장에 갔네
그리고 너를 찾아 헤맸지만
너를 찾지 못했네
내 사랑아
-<내 사랑 너를 위해>, 221쪽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면 상대를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도 하지. 그건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닐 거야.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일지도 모르겠어. 아니 자신도 자유롭게 해줘야 할지도. 자크 프레베르는 좋아하는 두 사람이 서로를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는 시를 썼더군. 프레베르는 누군가를 사귀고 그것을 깨달았을까, 처음부터 알았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어. 프레베르가 좋아한 사람이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 해서. 프레베르는 가난해서 초등교육만 받았는데, 학교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은 것 같아. 가난해서 위에 학교에 가지 못하기도 하고, 학교가 싫어서 가지 않기도 했을 거야. 프레베르는 어린이도 좋아했대. 어린이가 자유롭게 즐겁게 살기를 바란 것 같기도 해. 자유는 누구한테나 중요한 거군. 여기에는 누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고 있는 그대로 모습이면 어떠냐고 말하는 시도 있어(<나는 본래 그런 사람이에요>, 195쪽). 그런 말은 요즘도 하는 거야. 사람은 누군가한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남이 바라는 모습이 되려고도 하지. 그런 생각에서도 자유로워져야 할 텐데. 자신을 좋아하면 좀 낫겠지.
지금도 시 쓰면서 여러 가지 하는 사람 있겠지. 프레베르는 시인, 극작가, 시나리오 작가도 했어. 영화에 나오는 음악 노랫말 쓰기도 했어. 그런 시 많은 것 같아. 여기 실린 시를 보면서 이런 시는 어떻게 썼으려나 하는 생각을 했어. 이런저런 상상을 많이 해서 그런 게 떠오르면 썼을지도. 난 좀 다른 상상은 거의 못하는데. 프레베르가 쓴 시에 어쩐지 미스터리 소설 같은 것도 있어. <기억속에서>(49~52쪽)라는 시인데, 남편을 토막내고 죽였다는 말이 나와. 그건 기억이 아니고 꿈인가 봐. 프레베르는 꿈, 무의식을 시로 썼어. 부르주아 가장과 가정을 풍자한 시도 있어. 결혼하지 않은 딸이 아이를 가지자 아버지가 그 일을 안 좋게 여기고 아이를 죽여. 그러고도 아무렇지 않아 해. 아버지만 그런 게 아니고 식구가 다.
시라고 아름다운 것 좋은 것만 노래하지 않지. 어떤 글이든 그렇군. 자크 프레베르 시를 잘 봤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이런 시 만나는 것도 괜찮네. 나도 자유롭게 이런저런 상상 하고 싶어.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