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구름은 좋겠다

구름이 가는 길을 가로막는 게 하늘엔 없잖아

어쩌면 구름 마음대로 다니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구름은 바람에 떠밀려 움직일 테지

그래도 구름을 보면 자유가 떠올라

 

높은 하늘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기분은 어떨까

사람은 할 수 없다는 걸 알아도 구름을 타 보고 싶다 생각하지

어릴 때는 정말 구름을 탈 수 있다 믿잖아

하얀 구름은 무척 폭신폭신하고 따스할 것 같아

실제로는 차가울지라도

 

새파란 하늘에 새하얀 구름

잿빛 하늘에 잿빛 구름

해질무렵 빨갛게 물든 구름

밤하늘을 떠가는 구름은 그것대로 멋지고

빛이 없는 곳에서는 구름도 검다고 해

하늘과 구름은 단짝이군

 

널 닮은 구름,

날 닮은 구름도 있을까

널 닮은 구름은 내게로

날 닮은 구름은 네게로 가면 좋겠다

 

언제든

어디서든

하늘을 올려다 봐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고맙습니다 (일반판)
올리버 색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알마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지 모르겠지만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는 책을 알고 한번 볼까 하는 생각만 하고 못 봤다. 난 그 책이 소설인가 했는데 소설은 아니다. 내가 그 책을 알았을 때 봤다면 올리버 색스를 더 일찍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아쉬운 건 왤까. 올리버 색스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 건지도. 내가 올리버 색스 글을 꼭 좋아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난 많은 사람이 좋다고 해도 그게 왜 좋은지 잘 모르겠다. 그러고서 난 왜 모를까 하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한사람 글을 본다고 해도 좋아하는 건 조금 다를지도 모를 텐데. 나도 괜찮은 걸 하나라도 찾고 싶은 건지도. 난 그런 것을 잘 못한다. 앞으로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난 나대로 좋아하면 되는 건데, 좋아하는 것까지 남과 같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 별로 두껍지 않은 책인데 읽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몇달 전부터 읽어야지 하고 미루다가 이제야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책이 얇아서 읽는 데 걸린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올리버 색스는 1933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고 2015년 8월 30일에 세상을 떠났다. 태어나고 죽은 것을 먼저 말하다니. 그렇다, 올리버 색스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사람은 갔지만 글은 남았다. 이런 거 부럽기도 하다. 죽으면 누가 나를 생각하든 하지 않든 모를 텐데. 예전에는 죽어도 무언가 남겨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했지만, 언제부턴가 바뀌었다. 뭔가 남기지 않으면 어떤가로. 이건 좋은 걸까. 욕심이 좀 줄어든 거니 괜찮은 거 아닌가 싶다. 올리버 색스는 나와 다르니, 올리버 색스가 남긴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 2005년에 올리버 색스는 희귀병 안구 흑색종 진단을 받고 치료를 했는데, 아홉해 뒤 2015년에 암이 간으로 전이된 걸 알았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거다. 나한테 그런 일이 일어나면 난 어떨지. 얼마전에 말기암을 알게 된 사람을 일본 드라마에서 봤다. 딸은 의사한테 아버지가 죽느냐고 물었다. 그때 난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걸 알아도 죽음을 바로 받아들이기는 힘들겠지. 올리버 색스는 담담하게 받아들인 듯했다. 남은 시간을 잘 보내려 했다. 여든쯤 되면 그럴 수 있을까. 나이가 많아도 더 살고 싶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래 살면 힘들 것 같다. 나이를 많이 먹으면 많은 것이 덧없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하다. 난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첫글 <수은>은 암이 간으로 옮겨간 걸 몰랐을 때 쓴 듯하다. 곧 여든살이 된다고 했다. 그때는 여든살이 되는 게 기대된다고 했는데. 올리버 색스 아버지는 팔십대가 삶에서 가장 즐거웠다고 했단다. 올리버 색스 아버지 오래 살았구나. 집안이 오래 사는 것 같기도 하다. 한 사촌은 아흔여덟살까지 일했다고 하니. 올리버 색스가 암에 걸리지 않았다면 더 오래 살았을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구나. 지금은 사람이 오래 살지만 나이 먹고 암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 가장 무서운 건 알츠하이머병이겠지. 난 병에 걸리지 않고 살다 잠자듯 세상을 떠나고 싶다. 그게 가장 좋을 것 같은데, 앞날은 알 수 없다. 세상을 떠나고 아주 늦게 발견되지 않게 해야 한다. 사람이 살만큼 살았다고 여길 때는 언젤까. 돈이 많은 사람은 아예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빛난다.

 

 모든 사람이 세상을 살다 떠나는 것을 고맙게 여기면 좋겠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내가 그럴 수 있을까. 올리버 색스는 안구 흑색종이 간으로 옮겨간 걸 알고 지금까지 삶을 돌아보았다. 자신이 그때까지 산 걸 고맙게 여겼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이 ‘고맙습니다’ 다. 올리버 색스가 자서전을 다 쓴 다음에 그걸 알아서 다행이구나. 건강해 보이던 사람이 병을 알면 아주 안 좋아지기도 한다. 올리버 색스는 몸이 괜찮을 때도 있었지만 갈수록 힘들어했다. 그래도 끝까지 글을 쓰다니 대단하다. 마지막까지 자신이 살고 싶은대로 살다 가지 않았을까 싶다.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그걸 잊지 않고 살아야 할 텐데.

 

 

 

희선

 

 

 

 

☆―

 

 두렵지 않은 척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크게 느끼는 감정은 고마움이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남들한테 많은 것을 받았고, 나도 조금쯤은 돌려주었다. 나는 읽고, 여행하고, 생각하고, 썼다. 세상과 사귀기를 즐겼다. 작가와 독자와 사귀는 게 특별했다.  (2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학교 다닐 때는 학교 선생님이 만화는 안 좋은 거다 해서 볼 생각을 못했다. 아니 그때는 만화책뿐 아니라 다른 책도 안 봤구나. 그런 생각은 꽤 오래 갔다. 고등학생 때 어떤 아이는 만화에도 좋은 말이 있다는 말을 했다. 난 그것을 시간이 더 흐른 다음에 알았다. 아주 모르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다.

 

 난 어렸을 때 텔레비전 만화영화를 좋아했다. 만화책은 아예 생각도 못했다. 만화영화는 지금도 좋아한다. 예전에 텔레비전을 보다 우연히 <원피스>를 보았다. KBS에서는 루피와 동료가 은여우 폭시를 만나는 것까지 하고 끝났다. 모험은 끝나지 않았는데 그렇게 끝나서 아쉬웠다. 몇해 뒤에 그다음 이야기도 있고 일본에서는 여전히 방송한다는 걸 알았다. <원피스>는 지금도 한다.

 

 다시 본 <원피스>는 더 재미있었다. 내가 봤을 때는 에니에스로비 편이 끝날 때쯤이었다. 이스트 블루에서 레드라인을 넘어 위대한 항로에 들어서고 오랫동안 루피와 동료를 태워준 메리호와 헤어지는 모습은 정말 감동스럽고 슬펐다. 워터세븐에서 하늘섬에서 가져온 금으로 메리호를 고칠 생각이었는데, 메리호는 고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루피는 힘들게 메리호와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에니에스로비에서 로빈을 구하고 그곳에서 달아나야 했는데 루피와 동료는 해군에 둘러싸였다. 그때 바다 밑에서 루피와 동료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메리호였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메리호 혼자 거기에 찾아갔다. 워터세븐으로 돌아가는 바다 위에서 메리호는 힘이 다하고 루피와 동료는 메리호를 바닷속으로 보내줬다. 그런 모습을 본 다음에 책이 보고 싶었다.

 

 내가 <원피스>를 책으로 처음 본 건 1권이 아니다. 나중에 앞에 것도 조금 샀지만. 만화책을 보다가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책이 빨리 나온다는 걸 알고 그것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정말 볼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일본에서 책이 나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말로 나온다.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일본에서 책이 나오면 바로 볼 수 있게 되고는 밀리기도 한다.

 

 만화영화 좋아해도 내가 아는 건 별로 없다. 만화도 마찬가지다. <원피스>는 꽤 오래 봐서 신기하다. 책을 본 것도 거의 열해가 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조금 다르고 모험을 해도 여기에는 꿈이 있다. 루피와 조로 나미 우솝 쵸파 로빈 프랑키 브룩은 저마다 꿈을 가졌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빨리 꿈을 이루는 모습이 보고 싶기도 하지만, 여기에서 봐야 하는 건 그게 아니고 꿈을 이뤄가는 모습이겠지. 여기저기 다니면서 맞닥뜨리는 일을 잘 넘기고 한층 자라 앞으로 나아가는. 그건 우리가 사는 모습과도 같다. 원피스처럼 삶이 즐거운 모험으로 가득하지 않을지라도 자신이 하는 걸 즐기면 괜찮겠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상에는 없는 기차지만 만화에는 우주와 바다 위를 달리는 기차가 있습니다.

 

 우주를 달리는 기차 하면 바로 떠오를 것 같은데, 그건 <은하철도 999>(마쓰모토 레이지)지요. 이건 오래전에 만화책이 아닌 텔레비전 만화영화로 봤습니다. 보기는 했는데 생각나는 건 별로 없어요. 철이 메텔 정도.

 

 저는 철이(데쓰로)가 메텔과 안드로메다에 가는 건 엄마와 한 약속 때문인지 알았습니다. 무슨 약속이냐 하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에요. 그리고 철이가 안드로메다에 가서야 기계인간이 되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걸 알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제가 잘못 알았던 거더군요. 어렸을 때 봐서 그랬을 겁니다.

 

 몇달 전에 앞부분을 조금 봤습니다. 철이 엄마는 병으로 죽은 게 아니고 기계인간한테 죽임 당한 거였어요. 눈밭에 쓰러진 철이를 메텔이 구하고 철이는 메텔과 함께 은하철도 999호를 타고 안드로메다에 가기로 합니다. 철이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안드로메다에 가면 기계인간이 될 수 있다는 걸. 거기에서는 돈을 내지 않아도 기계인간이 될 수 있었어요. 철이는 메텔과 함께 우주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알게 되겠지요. 기계인간이 되는 게 좋은 건 아니다는 걸. 철이가 만난 사람 가운데는 기계인간이 된 걸 아쉽게 여기는 사람도 있었어요.

 

 기계라 해도 언젠가 고장나거나 더는 움직일 수 없을 것 같기도 한데. 그런 것도 나온 것 같아요. 기계인간도 심장이나 머리에 총을 맞으면 죽어요. 기계인간이 되고는 우주를 떠도는 사람도 있더군요. 오래 살기보다 지금을 즐겁게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다 위를 달리는 기차는 어디에 나왔을까요. <원피스>예요. 루피와 동료가 간 워터세븐에는 바다 위를 달리는 기차가 다녔습니다. 워터세븐은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모델일 거예요. 그러고 보니 워터세븐도 베네치아처럼 갈수록 바다에 잠겼네요. 워터세븐에 기차가 생기고 여러 곳과 이어졌습니다.

 

 기차가 어디어디에 가는지 모르는데 바다에 놓인 철길은 에니에스로비로도 이어졌습니다. 에니에스로비가 뭐 하는 곳인가 하겠네요. 그곳은 해군이 해적 같은 현상범을 잡으면 끌고 가서 재판하는 곳입니다. 재판은 형식일 뿐이고 거의 감옥으로 보냅니다. 그곳에서 바로 이어진 곳은 바닷속 감옥 임펠다운과 해군본부예요. 루피는 나중에 임펠다운과 해군본부에 가는군요. 워터세븐 편에서는 에니에스로비로 끌려간 동료 로빈을 구하려고 루피와 다른 동료도 에니에스로비로 갑니다. 이때 타는 기차는 예전에 시험으로 만든 거예요.

 

 여기에서 볼 만한 건 루피와 여러 사람이 기차를 타고 에니에스로비로 가면서 맞닥뜨리는 일입니다. 기차니까 철길 위를 달립니다. 철길 위에 무언가 있으면 부딪치겠지요. 엄청난 해일이 앞에서 다가오기도 하고 앞에 간 기차에서 떨어진 차량이 있기도 하고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 것을 뚫고 갑니다. 루피와 조로가 힘을 보여줘요. 사람은 죽지 않습니다.

 

 우주는 어려워도 바다 위를 달리는 기차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있으니 굳이 바다 위를 달리는 기차는 만들지 않아도 괜찮겠군요. 만화를 보고 저런 게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는 건 재미있겠습니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장례식에 가는 달팽이들의 노래 - 가브리엘 르페브르의 그림과 함께 읽는 시
자크 프레베르 지음, 가브리엘 르페브르 그림, 오생근 옮김 / 문학판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달팽이가 장례식에 간다니, 제목이 별나서 무슨 책인가 보니 자크 프레베르 시집이더군. 여기에는 시도 있지만 일러스트레이터 가브리엘 르페브르가 그린 그림도 담겼어. 시를 보고 그림을 그린 게 아닌가 싶어. 시와 그림이 상관있어 보이거든. 시만 봐도 괜찮지만 그림과 함께 보는 시도 괜찮아. 시와 그림은 잘 어울리기도 하지. 어떤 그림을 봤을 때 떠오르는 시가 있기도 하잖아. 난 그런 일을 자주 겪지 않았지만. 시를 많이 알아야 그림 봤을 때 시를 떠올릴 텐데. 난 마음에 드는 시는 조금 기억하기만 하고 다 외지는 못해. 외우려 한 적 있던가, 학교 다닐 때 그걸 해야 했을 때만 한 것 같아. 그것도 자주 하지 않았어. 좋아하면 시뿐 아니라 소설 글월을 외기도 하던데. 난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건가. 아니 그런 건 아니겠지. 내가 묻고 내가 답하다니. 마음에 드는 건 공책에 적어두기도 했는데. 내가 어렸을 때 자주 듣고 외기도 한 건 노랫말이야. 또 이 말이군.

 

 지금까지 다른 나라 사람이 쓴 시는 별로 못 보고, 이름 알려진 사람 시도 한두편밖에 못 봤어. 자크 프레베르 시는 겨우 한편밖에 몰랐어. 그 시는 <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이야. 여기에는 제목이 조금 다르게 나왔더군. 예전에 알았던 제목이 더 나은 것 같아. 오생근이 자크 프레베르 시를 한국말로 옮기려고 애썼겠지만. 여기 실린 시를 죽 보고 하나 알게 됐어. 그건 프레베르가 새를 좋아한다는 거야. 새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녀설까. 사람이 새를 보면 어디든 마음대로 다닐 것 같지만, 새는 새 나름대로 사는 게 쉽지 않을 거야. 힘없는 새는 커다란 새를 피해다녀야 하고 날다가 쉬고 싶어도 바로 나뭇가지에 내려앉지 않겠지. 철마다 멀리 가야 하는 새도 있어. 새가 어떤 마음인지 모르면서 내 멋대로 힘들겠다 생각하다니. 새는 새대로 살아가겠지. 이건 새만 그런 건 아니군. 지구에 사는 동, 식물이 다 그럴 거야.

 

 

 

사랑의 도마뱀이

다시 또 달아나면서

내 손가락 사이에 꼬리만 남겨두었네

자업자득이지

내 처지만 생각하고 그것을 꼭 붙잡아두려 했으니까

 

-<도마뱀>, 101쪽

 

 

 

새 시장에 갔네

그리고 새를 샀지

내 사랑

너를 위해

꽃 시장에 갔네

그리고 꽃을 샀지

내 사랑

너를 위해

철물 시장에 갔네

그리고 쇠사슬을 샀지

내 사랑

너를 위해

그 다음 노예 시장에 갔네

그리고 너를 찾아 헤맸지만

너를 찾지 못했네

내 사랑아

 

-<내 사랑 너를 위해>, 221쪽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면 상대를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도 하지. 그건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닐 거야.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일지도 모르겠어. 아니 자신도 자유롭게 해줘야 할지도. 자크 프레베르는 좋아하는 두 사람이 서로를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는 시를 썼더군. 프레베르는 누군가를 사귀고 그것을 깨달았을까, 처음부터 알았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어. 프레베르가 좋아한 사람이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 해서. 프레베르는 가난해서 초등교육만 받았는데, 학교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은 것 같아. 가난해서 위에 학교에 가지 못하기도 하고, 학교가 싫어서 가지 않기도 했을 거야. 프레베르는 어린이도 좋아했대. 어린이가 자유롭게 즐겁게 살기를 바란 것 같기도 해. 자유는 누구한테나 중요한 거군. 여기에는 누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고 있는 그대로 모습이면 어떠냐고 말하는 시도 있어(<나는 본래 그런 사람이에요>, 195쪽). 그런 말은 요즘도 하는 거야. 사람은 누군가한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남이 바라는 모습이 되려고도 하지. 그런 생각에서도 자유로워져야 할 텐데. 자신을 좋아하면 좀 낫겠지.

 

 지금도 시 쓰면서 여러 가지 하는 사람 있겠지. 프레베르는 시인, 극작가, 시나리오 작가도 했어. 영화에 나오는 음악 노랫말 쓰기도 했어. 그런 시 많은 것 같아. 여기 실린 시를 보면서 이런 시는 어떻게 썼으려나 하는 생각을 했어. 이런저런 상상을 많이 해서 그런 게 떠오르면 썼을지도. 난 좀 다른 상상은 거의 못하는데. 프레베르가 쓴 시에 어쩐지 미스터리 소설 같은 것도 있어. <기억속에서>(49~52쪽)라는 시인데, 남편을 토막내고 죽였다는 말이 나와. 그건 기억이 아니고 꿈인가 봐. 프레베르는 꿈, 무의식을 시로 썼어. 부르주아 가장과 가정을 풍자한 시도 있어. 결혼하지 않은 딸이 아이를 가지자 아버지가 그 일을 안 좋게 여기고 아이를 죽여. 그러고도 아무렇지 않아 해. 아버지만 그런 게 아니고 식구가 다.

 

 시라고 아름다운 것 좋은 것만 노래하지 않지. 어떤 글이든 그렇군. 자크 프레베르 시를 잘 봤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이런 시 만나는 것도 괜찮네. 나도 자유롭게 이런저런 상상 하고 싶어.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