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왔다.
여자아이는 몇달 전부터 가게 앞에 와서는 유리창 너머로 나를 보았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고 친구와 함께 왔다.
“선희야. 저 오렌지색 기타 어때, 멋있지.”
“응, 뭐.”
한쪽 아이는 어쩐지 반응이 시큰둥했다.
“선희야, 잘 좀 봐.”
“영주야, 너 저 기타 갖고 싶구나.”
영주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면서 “응.” 하고 대답했다. 기타 좀 볼 줄 아네.
“선희야, 내가 저 기타 이름도 지었어.”
“뭔데?”
“렌지야.”
“그게 뭐야. 보이는대로잖아.”
“그래도 어울리지 않아.”
“…….”
내 이름이 렌지라고. 괜찮네, 나쁘지 않다. 얼마전까지는 혼자 와서 그런 건 몰랐다. 영주는 늘 유리창 너머에서 나를 보고 눈을 빛내고는 했다. 영주가 나를 그렇게 봐서 조금 부끄러웠다. 영주가 나를 살까.
“선희야, 얼마 뒤에 내가 렌지를 사면 우리 밴드 하자.”
“뭐. 난 별로. 연주할 수 있는 악기도 없어.”
“키보드 적당히 치면서 노래하면 되잖아. 난 니 노래 좋아.”
“학교에서 그런 거 하게 둘까?”
“동아리는 안 되겠지만 취미로 하는 건데 그런 것도 못하게 하겠어.”
“그러네.”
둘은 잠시 이야기를 하고 가게 앞을 떠났다. 다음에는 언제 올까. 내가 그때까지 이곳에 있어야 할 텐데. 내가 그렇게 쉽게 팔릴 일은 없겠다.
여기는 악기 가게다. 주인 빛나는 악기를 사러오는 사람과 그 악기가 잘 맞는지 알아본다. 어쩌면 빛나는 우리 악기 마음을 읽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여기에서 자신이 악기를 고르는지 아는데 실제는 악기가 사람을 골랐다. 악기는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을 보면 ‘나 저 사람한테 갈래.’ 하는 뜻으로 희미하게 빛을 내고 가기 싫으면 빛을 내지 않았다.
예전에 몇 사람이 나를 사려 했을 때 난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는 영주를 몰랐지만, 영주가 나를 본 뒤부터는 다른 사람한테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나를 보고 빛나는 손님한테 다른 기타를 보여주었다. 다행하게도 그 기타와 손님은 서로 마음에 들어했다.
시간이 흘러도 영주는 좀처럼 나를 사지 않고 보기만 하고 갔다. 시간이 갈수록 영주는 안타까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뭔가 잘 안 되는 걸까. 학생이어서 돈 모으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
몇달이 흐르고 영주는 웃는 얼굴로 찾아왔다. 영주는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저기, 여기 앞에 있는 오렌지 기타 사려고 하는데요.”
“아, 어서와요. 드디어 사러 왔네요.”
“네?”
“학생 예전부터 봤어요.”
빛나가 영주를 본 적 있는가 보다. 봤으면 좀더 빨리 불러서 나를 보내주지. 영주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리다니. 빛나는 영주한테 내 값을 많이 깎아주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깎아주시다니.”
“기타 즐겁게 치세요.”
“네, 잘 계세요.”
영주가 나를 기타 넣는 것에 넣고 어깨에 메고 나가려 하자 빛나가 다가와서 작은 틈에 대고, “잘됐구나. 잘 가.” 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