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주희야.”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하늘에서 몇번 들리다 그쳤다. 난 내가 서 있는 곳을 둘러 보았다. 여긴 어디지. 한번도 와 본 적 없는 곳인데. 꽃밭이 넓게 펼쳐졌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꽃이 이렇게 있으면 나비나 벌이 보여야 할 텐데.
이제 생각났다. 며칠 전부터 난 이런 일을 되풀이했다. 한번은 바닷가에 홀로 서 있었다. 그때는 별 의심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바라봤다. 무척 예쁜 저녁놀이 질 때까지 거기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숲속일 때도 있고 사막일 때도 있고 우주였던 적도 있었다. 바닷가와 숲속 그리고 사막은 그렇다 해도 우주에 아무렇지 않게 있었다니. 그곳은 달이었던 것 같다. 난 달에서 지구를 바라봤다. 지구를 바라보면서, ‘아, 이건 꿈이구나.’ 했다.
평소에는 꿈속에서 사람을 만나기도 했는데, 왜 지금까지 간 곳에는 아무도 없었을까. 여기에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꽃밭에서 다른 곳으로 떠나려는지 꽃밭이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다음에 내가 간 곳은 어릴 때 친구와 함께 자주 놀던 학교 운동장이었다. 거기에 사람이 있었다. 사람을 만난 게 반가워 그 애를 불렀다. 아이가 나를 돌아봤다. 그 모습을 보고 난 깜짝 놀랐다. 그 애는 예전에 죽은 친구 희주였다. 어느새 내 모습도 그때로 돌아갔다.
“희주야.”
“어, 너, 나 알아?”
“응, 나야 주희.”
“우와. 니 이름 내 이름하고 반대구나. 너, 나하고 친구할래.”
희주와 내가 처음 만났을 때도 희주는 같은 말을 했다. 희주가 나를 이곳으로 부른 걸까.
“나 오랫동안 여기 혼자 있었어. 같이 놀자.”
희주가 나를 보고 말했다.
우리는 함께 놀았다. 어디선가 놀이할 게 나왔다. 희주와 난 공기놀이와 고무줄에 땅따먹기 줄넘기도 했다. 희주는 어렸을 때 놀이를 참 잘했는데 지금도 잘했다. 어릴 때 모습 그대로여서일까. 우리가 노는 사이 해가 지려 했다.
“아, 주희야 벌써 해가 지려 해.”
“그러네.”
“나, 이만 가 봐야 해. 너 만나고 놀아서 무척 즐거웠어.”
“어, 나도.”
“그만 돌아가 주희야.”
“희주야, 희주야.”
내가 애타게 희주를 불렀지만, 희주 모습은 희미해지더니 사라졌다. 곧 내 둘레가 캄캄해졌다.
“주희야, 주희야.”
엄마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난 천천히 눈을 떴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