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멍~.”
“야~옹, 야~옹.”
아침이면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깬다. 개와 고양이는 만나기만 하면 저런다. 아니, 친하게 지내는 녀석들도 있지만 이곳에 자주 오는 녀석들은 사이가 좋지 않다.
난 이 놀이터에 내내 서 있는 은행나무다. 나 말고 다른 나무도 있지만, 다들 새침해서 쉽게 말걸기 어렵다. 아니 우리 나무는 다른 나무와 말하기보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이나 여기 오는 사람 그리고 동물을 바라보기만 한다. 그것만 해도 하루가 빨리 간다. 가끔 새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던가.
이곳은 아파트 한쪽에 만든 작은 놀이터다. 거의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오는데, 어른보다 아이가 많고 약속이라도 한듯 사람마다 정해진 시간에만 온다. 작은 아이와 엄마는 늘 해가 그리 높이 뜨지 않았을 때 온다. 다른 사람이 오고 해를 보면 해는 거의 비슷한 곳에 떠 있다.
지금은 작은 아이라 하지만 그 아이를 처음 봤을 때는 엄마가 안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아이는 이제 혼자 걷는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건 무척 신기했다. 작은 아이는 모래밭에서 잘 노는데, 가끔 내 옆에 오기도 한다.
얼마전부터는 똑같이 생긴 여자아이 둘이 함께 와서 그네를 탔다. 이 아파트에 살게 됐나보다. 얼굴이 똑같은 사람을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예전에 본 건 남자아이였다. 그 아이들을 봤을 때는 조금 놀랐다. 한 아이가 그네 타는 걸 봤는데, 바로 뒤 같은 아이가 철봉을 했다. 잘 보니 아이는 하나가 아니고 둘이었다. 새들은 여기저기 다녀서 얼굴이 똑같은 세사람을 본 적도 있다고 했다.
놀이터에서 잠깐 놀다 가는 아이도 있고 그저 지나가는 사람도 많다. 해질무렵이 되면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간다. 해가 진 다음에 놀이터는 동물 차지가 된다. 초저녁에는 개가 놀고 밤에는 고양이가 모인다. 다들 낮에는 어디 있다 어두워지면 그렇게 모이는 건지. 개와 고양이가 사이좋게 지내면 좋을 텐데, 아침이면 꼭 소동을 벌인다.
늦은 밤에 오는 사람도 있다. 그 아이는 보통 사람과 달랐다. 고양이와 개가 그 아이 몸에 닿으면 아무 저항없이 지나갔다. 사람이나 동물은 가까이 가면 부딪치지 않으려고 옆으로 비켜서 가는데. 그 모습을 보았을 때도 신기했다. 이제는 그런 모습도 익숙하다. 그 아이는 놀이기구를 타고 놀기보다 고양이와 놀았다. 고양이를 손으로 잡지 못해도 함께 뛰어다니는 게 즐거워 보인다. 그 아이를 보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아프고, 이곳에 자꾸 오면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마음먹고 아이한테 말을 했다.
“얘, 넌 어떻게 여기 오는 거야?”
아이는 소리가 어디에서 들리는지 찾으려고 둘레를 두리번거렸다.
“얘, 나야 은행나무.”
“와, 은행나무가 말을 하다니. 그렇게 신기한 건 아닌가. 내가 여기 있으니.”
“넌 대체 뭐야. 보통 사람하고 다르던데.”
“나? 난 혼이야. 사람이 죽으면 나타나는.”
“뭐, 그러면 넌 죽은 거야?”
“맞아. 아주 떠나기 전에 여기서 놀고 싶었어.”
나한테 사람 같은 얼굴이 있었다면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렸을 거다.
아이는 곧 오지 않게 되었다. 아이가 떠나기 전날, 여기에 못 보던 하얀 고양이가 찾아왔다. 그 고양이도 아이처럼 몸이 희미했다. 아이와 고양이는 무척 반가워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난 이제 아이가 이곳에 오지 않겠구나 했다.
“멍~, 멍~.”
“야~옹, 야~옹.”
또 시작이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