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저는 이야기가 떠올라서 그것을 썼습니다. 처음 쓴 건 그게 아니지만, 어쨌든 그때 그 글에 쓴 이름은 ‘희진’이에요. 그러고는 저 혼자 내 분신이야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어쩌면 이 생각은 시간이 더 흐른 뒤에 했을지도). 책을 보면 작가가 같은 이름을 여러 소설에 썼더군요. 그때는 연작소설이라는 걸 몰랐습니다. 나오는 사람 이름은 같아도 좀 다른 이야기 같았어요. 그런 소설을 봐서 저도 같은 이름을 다른 이야기에 쓰기도 했습니다.
한핸가 두핸가는 쓸 이야기가 조금 떠올랐습니다. 한달에 한편쯤 썼어요. 늘 떠오른 건 아니고 억지로 쓴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써도 재미있었어요. 이야기를 쓰다가 한번은 친구 이름을 거기에 썼습니다. 자주 나오지 않고 한번인가 두번 나왔어요. 이야기가 길지 않아서 그랬습니다.
무슨 목표가 있던 게 아니어서 그런지 한두해가 지나자 이야깃거리가 똑 떨어졌습니다. 쓸 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전 생각나면 썼거든요. 요새는 날마다 이것저것 쓰는데 이런 제가 신기합니다. 별거 쓰지 못하고 몇해를 보냈어요. 그래도 여전히 쓰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습니다. 그때 이야기를 쓰지 못하면, 책 읽은 거라도 쓰자고 생각했어요.
책을 읽고 그걸 쓴 게 햇수로 세해가 됐을 때 제가 사는 곳에 물난리가 났어요. 다행하게도 컴퓨터는 괜찮았습니다. 컴퓨터는 책상이 아니고 커다란 상 위에 두고 바닥에 앉아서 써요. 집으로 물이 들어오려고 했을 때, 컴퓨터 본체를 옆에 있는 물건 위에 올렸습니다. 그런 건 물이 들어오기 전에 해야 했는데, 부질없이 비가 그치기를 바랐어요. 비는 날이 새고야 그쳤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날 밤이 제가 보낸 밤에서 가장 긴 밤이 아니었나 싶네요. 이런 말을 한 건, 그런 일이 있고 그 해에 여러 사람을 알고 책 읽고 쓰는 걸 많이 생각해서예요. 다음해쯤인가는 다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한달에 한번씩 이야기를 써 보자 했을 때는 쓰는 것마다 동화 같았는데(차라리 동화를 쓰자 한 적도 있군요), 몇해가 지난 다음에는 좀 달라졌습니다. 동화 같은 느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좀 무서운 이야기나 아무것도 없는 이야기가 떠오르고 쓰고 싶더군요. 그건 제가 만난 책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이야기가 생각났다 해도 어쩌다 한번이었어요. 그런 걸 쓰면서 거기에 (블로그) 친구 이름을 쓰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친구님한테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물어볼게요.
“앞으로 제가 쓰는 글에 이름 써도 괜찮을까요(이름 모르는 분도 있군요).”
누구는 쓰고 누구는 쓰지 않으면 섭섭하겠습니다. 친구 이름을 다 쓸 만큼 이야기가 저를 찾아온다면 좋겠습니다(친구 많지 않지만). 기다리기만 하면 안 되겠지요. 가끔은 찾아보기도 할게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