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볼 게 참 많다. 텔레비전 영화 인터넷 게임. 그런 시대지만 소리가 나오는 라디오도 여전히 있다. 아니 보는 시대가 되고는 라디오는 ‘보이는 라디오’를 하는구나. 그래도 난 라디오는 라디오로 듣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실제 그런다. 컴퓨터로 보이는 라디오 본 적 있지만 소리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제는 라디오 방송이라고 해도 라디오로만 듣지 않는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도 듣고 인터넷이 되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에서든 한국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다. 라디오가 지금도 사라지지 않은 건 바뀌는 시대에 발맞춰서구나.
어릴 때부터 나는 라디오를 즐겨 들었다. 노래가 좋아서 들은 건지, 라디오 진행하는 사람이 재미있는 말을 해선지. 둘 다겠다. 내가 늦은 밤까지 깨어있게 된 건 라디오 때문이기도 하다. 늦은 밤에 하는 방송 듣느라고 늦게 잤다. 지금은 밤 방송 듣지 않지만, 여전히 라디오 방송 듣는다. 언젠가는 하루 내내 라디오를 들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그랬을까, 왜 그랬는지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얼마전에는 몇해 전에 잘 듣던 방송이 생각나서 주파수를 맞춰보니 여전히 했다. 그 방송은 김창완 아저씨가 하는 <아름다운 이 아침>이다. 아직도 해서 반가웠다. 오래하는 라디오 방송은 그렇게 많지 않다. 거의 열해 넘게 들은 건 <음악캠프>다. 이 방송은 정말 오래됐다. 음악캠프는 배경음악처럼 틀어두어서 노래는 잘 모른다(음악 알아도 제목을 외우지 않는다). 언젠가 음악캠프를 듣는 사람이 자신은 음악 아는 게 없어도 방송 듣는다고 하니, 배철수 아저씨가 아는 음악 없어도 음악 좋아해서 그런다고 말했다. 나도 그럴까. 한국 노래는 노랫말 때문에 책 볼 때는 듣지 않는다. 다른 나라 노래는 괜찮다.
시간이 흐르고 라디오가 바뀐 것처럼 나도 예전과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음악이나 방송 진행하는 사람 때문에 라디오를 들었는데, 지금은 누가 하든 상관없이 책 이야기하는 방송을 자주 듣게 되었다. EBS FM에서 그런 걸 해서 그렇구나. EBS 라디오 방송에서도 음악 들려준다. 그렇다고 라디오를 오래 듣는 건 아니다. 책을 볼 때는 끄고 그밖의 것을 할 때만 틀어둔다. 아주 가끔 이런저런 소리가 글 쓰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때는 라디오 끈다.
이제는 늦은 밤에 라디오를 듣고 나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걸 느끼지 않지만, 라디오는 늘 내 곁에 있는 친구다. 앞으로도 라디오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더하는 말
요새 MBC가 총파업을 해서 라디오 방송 들을 수 없다. 음악만 틀어준다. 음악만 듣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구월에는 내내 그런다. 언제쯤 파업이 끝날까.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그걸 해서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다면 좋은 거겠지. 라디오를 듣거나 텔레비전 방송을 보고 힘을 얻는 사람도 있을 텐데 싶기도 하다. 그런 사람도 생각했으면 한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