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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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다닐 때 난 보건실에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것 같다. 그저 보건실에 간다는 아이를 보고, 그것을 조금 부럽게 여겼다. 학교에서 아픈 적이 한번도 없었던 건 아닐 테지만 ‘보건실에 좀 갈게요’ 하는 말 한번 못해봤다니, 어쩐지 좀 아쉽다. 아프다고 학교 쉰 적도 거의 없지만, 아니 초등학교 1학년 때 며칠 쉬었다. 그때 한번이다. 학교 다니기 싫었는데도 빠지지 않았다니.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그때는 학교를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 거다. 난 딱히 우등생도 모범생도 아니었는데, 마음속으로는 삐딱한 아이 부러워한 것 같다. 삐딱하기보다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는 아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아이 많이 못 본 것 같다. 책이나 드라마에서 본 건 아닐까 싶다. 학교 다닐 때 난 여러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등학생 때도). 지금이라고 그렇게 많이 달라진 건 아니구나. 학교 다니는 걸 즐기지 못한 게 조금 아쉽다.

 

 어쩌다 보니 난 초등학교를 세군데 다녔다. 첫번째는 오래 못 다니고, 세번째는 한해 조금 넘게 다니고, 두번째 학교에 오래 다녔다. 그 학교는 소풍이나 행사가 있으면 비가 온다는 말이 있었다. 그런 말이 있다 해도 실제 비가 온 적은 없었는데 한번 비가 와서 소풍 가지 못했다. 학교 밑에 무언가를 묻어서 그렇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런 이야기는 어느 학교에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게 한국에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도 학교에 전해오는 이야기가 많고 학교가 있는 땅이 별나기도 하다. 학교가 있는 땅이 별난 건 만화에서다. <결계사>는 학교가 있는 땅이 요괴한테 힘을 주는 곳이어서 밤이면 그곳에 요괴가 나타났다. 그 땅을 대대로 지키는 두 집안 아이가 밤에 요괴를 잡는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학교에서 다른 세계로 가기도 한다. 일본만화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이야기를 이끌 때가 많다. 선생님 같은 어른이 이끄는 이야기가 아주 없는 건 아니겠지만 많지 않을 것 같다. 이 소설을 보니 일본만화가 생각났다. 그걸 많이 본 건 아니지만.

 

 학교에는 사람이 많아서 이런저런 마음이 쌓이는 걸까. 풍수지리 잘 모르지만 학교는 좋은 자리에 짓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다. 학교는 좀 높은 곳에 있을 때가 많은데, 그건 왤까. 여기 나오는 학교는 M고다. 제목에 나오는 보건교사 안은영은 남이 못 보는 것을 본다. 안은영만 그런 걸 볼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이 적겠지. 안은영은 학교에서 일하기 전에 간호사로 병원에서 일했다. 병원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은 곳이다. 그곳은 사람이 죽기도 해서겠지. 병원보다 학교에서 일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안은영 별명은 ‘아는 형’이다. 책 뒷면에서 이 말 봤을 때는 다른 걸 생각했다. 그게 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책을 보면서 이름 때문이라는 걸 바로 알았다. 발음이 비슷해서. 별명이 있는 사람은 친구가 많은 것 같기도 하던데, 안은영은 친구 별로 없어 보인다. 안은영이 중학생 때는 아이들한테 따돌림 당하기도 했다. 그래도 친구 김강선과 만화부 아이들이 있어서 괜찮았다. 한사람과 한사람은 한쪽으로 치우쳐서 생각하지 않기도 하지만, 집단은 한사람이 다르면 따돌리기도 한다. 그런 일은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남과 다른 힘이 있으면 그걸로 돈을 벌려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나츠메 우인장>에도 요괴를 물리치는 일로 돈을 버는 사람이 나온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아서 이 세상이 망하지 않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남을 위해 일하는 건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은영은 세상이 공평하지 않아도 자신의 친절함을 버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건 꼭 남다른 일을 할 때만 말하는 건 아닐 거다. 길을 걷다 쓰레기를 줍는다거나, 길을 묻는 사람한테 길을 가르쳐주거나,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주는 아무것도 아닌 일도 친절함을 베푸는 일이다. 누군가 볼 때만 잘하는 게 아니고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잘하는 것도 있구나. 은영은 무심한 것 같아도 마음은 따듯하다. 옴잡이로 스무해밖에 못 사는 백혜민을 도와주기도 한다. 현실에 그런 일은 없겠지만. 그건 내가 모르는 거고 어딘가에 정말 ‘난데없는 사람’이 있을지도.

 

 여기에서 재미있는 건 한문 선생이면서 M고를 물려받을 홍인표다. 할아버지 사랑을 받아서 보호막으로 둘러싸여 있고 은영이 그 힘을 빌리기도 한다. 힘을 빌릴 때는 손을 잡는다. 손 잡다 정들었다고 해야겠구나.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물리친다고 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과 아주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현실에 환상을 더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학교에서 역사 교과서를 고를 때 다른 것 때문에 어디 것을 써야 한다고 말하는 교장 선생님도 있을 것 같다. 선생님은 아이한테 역사를 생각하게 해야 한다. 시험을 잘 보려고 공부하는 것이 아닌 역사를. 나도 역사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책을 재미있게 봐도 꼭 거기에서 무언가를 찾으려고 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그건 책을 보고 생각하는 거니 괜찮겠지. 아이가 사랑과 보호를 받아야 할 때가 있다는 말도 생각난다. 집과 학교 어디에서도 사랑을 받지 못하면 아이가 쓸쓸하겠다. 그럴 때 은영 같은 보건 선생님이 있다면 괜찮겠구나. 왜 난 보건실에 한번도 못 가 봤을까.

 

 

 

희선

 

 

 

 

☆―

 

 은영은 문득 크레인 사고 뉴스를 얼마나 자주 보았던가 되짚어 보았다. 어째서 그렇게 크고 무거운 기계가 중심을 잃고 부러지고 휘어지고 떨어뜨리고 덮치는 일이 흔하단 말인가. 새삼스럽게 받아들일 수 없이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비싸서 그래. 사람보다 크레인이. 그래서 낡은 크레인을 자꾸 쓰는 거야. 검사를 하긴 하는데 무조건 통과더라.

 

 사람보다 다른 것들이 비싸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살아가는 일이 무척 값없게 느껴졌다.  (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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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5-05 0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닭장처럼 생긴데 갇혀 경쟁하며 사는데 학교가 좋은 기운 모이기 쉽겠습니까ㅎ 그러니 여고괴담 같은 귀신 얘기들도 많은 것이고.
입시 지옥이 심한 일본이나 한국은 그런 풍조가 더 강하죠.
대개 이야기 속에서 죽는 아이는 시기를 당하던 전교 1등이라거나 따돌림을 당한 아이죠.
환경 중요한 줄 알면서도 참 지독히 안 바뀌는 건 안 바뀝니다.

희선 2017-05-06 00:02   좋아요 1 | URL
시간이 많이 흘러도 많이 바뀌지 않은 곳이 학교가 아닌가 싶습니다 확실하게 아는 건 아니지만, 이런 소설 같은 걸 보면 많이 달라지지 않은 것 같더군요 학생은 줄었지만 여전히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것에서는 벗어나지 못했겠죠 대학에 간다고 그다음에도 잘된다는 보장은 없는데... 그런 데서 벗어난 사람이 아주 없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있기를... 그런 사람은 그런 사람대로 자신이 가는 길이 괜찮을까 걱정할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AgalmA 2017-05-06 01:47   좋아요 1 | URL
슬픈 이야기로 끝났지만 대학 안 가고도 참 똑똑했고 사람을 울리고 웃길 줄 알며 대통령까지 한 노무현 대통령도 있었잖아요. 그리고 많은 사람을 바꿨죠.
저도 늘 생각합니다. 생각과 마음을 바꾸면 지금의 내 삶도 충분히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 하고...

희선 2017-05-08 00:44   좋아요 1 | URL
사람은 많이 알면 알수록 자신을 낮추어야 할 텐데, 무언가를 많이 안다고 고개가 뻣뻣한 것만은 아니군요 높은 자리에 있으면 달라지기도 하죠 사람이기에 그런 것일지도... 자기 마음 다스리기가 가장 어려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만 잘해도 사는 게 좀 괜찮을 텐데... 아니 늘 편하면 안 되겠군요 어려움도 있어야 배우려 하고 그것을 넘으려고 하겠죠


희선

목나무 2017-05-07 1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구들이 재밌다고 해도 손이 잘 안가던 소설인데.... 안은영이 나츠메처럼 남들은 못보는 걸 보는가 보군요. 제가 워낙 <나츠메 우인장>을 좋아하다보니 리뷰를 보고는 반가운 마음에 몇 자 적습니다. ㅎㅎㅎ 요즘 저의 낙은 <나츠메 우인장>6기를 챙겨보는 거네요. ^^
요 소설도 시간 나는 대로 읽어봐야겠어요. ~

희선 2017-05-08 00:47   좋아요 0 | URL
친구 분들이 이 책을 보셨군요 안은영은 죽은 사람 혼 같은 걸 보기도 하고 안 좋은 마음 덩어리 같은 것을 보기도 해요 안 좋은 건 안은영이 없애요 병원이나 학교에 그런 게 많겠죠 설해목 님도 <나츠메 우인장> 좋아하시는군요 이번 거 여는 노래(플로리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좋았어요 다른 때도 노래 괜찮았군요 나츠메와 어울린다는 느낌도 듭니다 나츠메뿐 아니라 여러 사람한테 힘을 주는 노래예요


희선
 
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7 ~?子さんと果てない舞台~ (メディアワ-クス文庫) (文庫) 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 (文庫) 8
미카미 엔 지음 / KADOKAWA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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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 시오리코 씨와 끝없는 무대

 

 

   

 

 

 

 지난 6권을 보았을 때 작가가 다음이나 다다음에 끝내겠다고 했는데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끝은 어땠을까요. 이야기가 끝났다고 다 끝난 건 아니지만. 좋게 끝났다고만 말할게요. 이걸 쓰기 전에 어떻게 써야 할까 잠시 생각했습니다(늘 그러는군요). 사람을 말해야 할까, 책을 말해야 할까. 두 가지를 함께 말하는 게 가장 좋은 건데. 그걸 할 수 있을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번 써 봐야죠. 지금까지 본 것을 다 떠올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나 생각나는 건 책으로 이어진 인연이에요. 이번 이야기 보면서 부러운 게 있었습니다. 할머니 엄마 딸 모두 책을 좋아하는 게. 셋이 모여서 사이좋게 책 이야기를 한 건 아니지만. 세사람은 미즈키 에이코 시노카와 지에코 시노카와 시오리코예요. 시오리코 할아버지 아버지는 비블리아 고서당을 해서 시오리코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습니다. 집에 책이 많아도 모두 그것을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집에 책이 있으면 조금은 보겠지요.

 

 책으로 이어진 인연이 다 좋지는 않아요. 다자이 오사무 《만년》을 둘러싸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났으니까요. 오래전에 나온 책과 다자이 오사무가 갖고 있던 책이어서 그랬습니다. 첫째권에서는 시오리코가 그 책 때문에 다치고 지난번에는 다이스케가 다쳤습니다. 한국에도 오래전에 나온 책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저도 일제강점기에 나온 초판 시집 나온다는 거 알고 조금 관심을 가졌군요. 그건 그저 복제품이죠. 진짜에는 별로 관심없어요. 그건 엄청 비쌀 거 아니예요. 저는 책이 어떤지보다 내용만 볼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예전에도 했군요. 이번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오래전 책이라도 그걸 본다고 뭔가 다를까 싶더군요. 어쩌면 그런 책에서 볼 수 있는 건 내용만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내용뿐 아니라 그것을 본 사람 마음도 읽고 싶은 건지도. 시오리코, 비블리아 고서당 주인은 그것을 잘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모습을 보고 제 마음은 잘 모를 거다 생각했어요. 저는 책을 깨끗하게 보고 뭔가 적는다면 날짜 정도예요. 다자이 오사무가 가지고 있던 《만년》에는 다자이 오사무가 뭔가 적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권에는 미야자와 겐지가 시집에 글을 적은 책이 나왔어요.

 

 이번 7권에서 주로 이야기 하는 책은 셰익스피어 희곡집으로 퍼스트 폴리오(First a folio)예요. 이건 1623년에 셰익스피어가 죽은 뒤 셰익스피어가 일한 극단 동료가 희곡을 모아서 만든 책이라고 합니다. 저는 책을 인쇄할 수 있게 되고 책 만들기가 쉬웠겠다 생각했는데, 17세기에는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책을 다 찍을 때까지 두해나 걸렸다는 말도 있어요. 그때는 속지를 인쇄하고 장정은 그것을 사는 사람이 바라는대로 해줬답니다. 이런 거 다른 소설에서 한번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인쇄를 잘못해도 그것을 버리지 않기도 했답니다. 책 앞에 있는 그림을 보면 커다란 책이 네권 있잖아요. 그게 여기에 나옵니다. 거의 끝날 때쯤 제가 생각한 게 있는데 그거 맞았어요. 시오리코는 다자이 오사무가 가지고 있던 《만년》을 요시와라 기이치라는 골동품 가게 사람한테서 사요. 미즈키 로쿠로는 시오리코 외할머니가 결혼한 사람으로 시오리코한테 외할머니 책을 찾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외할머니 미즈키 에이코가 가지고 있던 책은 구가야마 쇼다이가 준 셰익스피어 퍼스트 폴리오 복제품이었어요. 그 책을 찾고 시오리코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셰익스피어 퍼스트 폴리오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셰익스피어 퍼스트 폴리오는 정말 별난 책이겠지요. 실제 지금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남은 게 얼마 안 되겠지만. 시오리코 외할머니 책을 찾으면서 알게 되는 것에는 사람 마음도 있어요. 외할머니는 그 책이 대단한 건 아니다 하면서도 그것을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그건 열해전에 딸(시오리코 엄마 시노카와 지에코)이 다시 장정해줘서였어요. 그걸 쉽게 내놓은 건 의붓아들 비밀 때문이었습니다. 책에는 이런저런 사람 마음이 담기기도 하는군요. 책을 얻으려고 남의 약점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니. 앞에서 말한 다자이 오사무가 가지고 있던 《만년》을 산 사람은 그것을 가진 사람 약점을 잡고 있었어요(그건 다이스케 할아버지). 시오리코 외할머니 책을 받아간 사람도. 그 사람이 골동품 가게를 하는 요시와라 기이치예요. 요시와라 기이치는 예전에 구가야마 쇼다이 밑에서 일했습니다. 구가야마 쇼다이는 고서점을 한 사람으로 시오리코 엄마 아버지고 시오리코한테는 외할아버지예요. 어쩌다 보니 이 말도 했네요. 지금 셰익스피어 퍼스트 폴리오를 찾게 된 건 구가야마 쇼다이가 그렇게 하도록 꾸며섭니다. 구가야마 쇼다이는 죽기 전에 자기 책방을 딸 시노카와 지에코한테 물려주고 싶어서 시험을 했는데 지에코는 그걸 거절했어요. 그때 구가야마 쇼다이는 지에코한테 세가지색 책 파랑 빨강 하양에서 진짜를 가려내라고 했습니다. 지에코는 열해전에 갑자기 집을 나갔는데 그 책을 찾으려 했던 것 같아요. 그것도 있고 그때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 같았다는 말도 했습니다.

 

 시오리코 엄마 지에코는 나쁜지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보면 시오리코를 돕는 것 같기도 한데, 시오리코한테 자신과 떠나자는 말을 했지만 다이스케가 함께 있는 걸 인정하기도 합니다. 아니 그건 이번에 그랬군요. 시오리코와 지에코는 고서회관에서 열리는 경매시장에서 셰익스피어 퍼스트 폴리오 진짜를 두고 싸웁니다. 파랑 빨강 하양에서 어떤 게 진짠지도 알아내야 했어요(그건 둘 다 알아봤습니다). 책을 펴보면 조금 알 수 있을지 몰라도, 구가야마 쇼다이가 풀을 발라둬서 책을 펴볼 수 없었습니다. 그걸 봤을 때 책에 그런 짓을 하다니 정말 심술맞구나 했어요. 그래도 양심이 아주 없지는 않았습니다. 구가야먀 쇼다이는 자기 말을 듣지 않은 딸한테 복수하려고 그런 건지, 딸이 언젠가 그걸 보기를 바란 건지. 둘 다일지도 모르겠군요.

 

 셰익스피어 희곡은 예전에 조금밖에 못 봤는데, 이 책을 보니 다시 보고 싶고 다른 것도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오래전에 쓰인 거지만 지금을 생각하고 볼 수도 있겠지요. 이야기는 다이스케가 이끌어 가는데 다이스케 이야기는 거의 못했습니다. 다이스케가 자신이 시오리코한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저는 지금 그대로면 된다 생각했어요. 책을 보면서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제가 다이스케 같은 처지가 되면 자신을 잃습니다. 자기 자신도 거리를 두고 보면 좀 나을까요. 자신이 마음먹었다면 그것을 믿는 게 좋겠습니다. 책뿐 아니라 사람도 겉보다 속을 잘 봐야죠.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군요. 시오리코처럼 아주 작은 것만 보고 뭔가 알아채지 못해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해야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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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5-03 0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세상에 드디어 7권이!!! 마지막 권이 나왔군요! 전 작가가 포기한게 아닐까 최근에도 생각했는데 아니어서 넘 다행이에요. 그간의 책 ㅡ 내음까지 희선님 리뷰로 싹 다시 살아나서 넘 좋아요! 리뷰 하느라 애쓰셨고 잘 읽고 갑니다!^^

희선 2017-05-05 00:56   좋아요 1 | URL
지난번에는 다른 책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이 나왔군요 마지막 권 쓰기 좀 힘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이렇게 늦은 거겠죠 소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소설을 쓰는 사람은 쉽지 않겠죠 별로 길지 않은 글 쓰는 것도 힘든데... 언젠가 여기 나온 다른 사람 이야기도 쓰고 싶다고 하는데 그것까지 볼 수 있을지...


희선

2017-05-04 0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05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짝반짝 안경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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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평범하다는 것이 곧 행복.

 

 특별한 일이 없다는 것만으로 기적.  (395쪽)

 

 

 아침이면 해가 뜨고 어스름이 내리면 해가 지는 거지. 이렇게 말하는 건 지구를 중심으로 보는 거다 하더군. 해가 뜨고 지는 게 아니고 지구가 돌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거잖아. 지구는 하루에 한번 돌고 한해 동안 해 둘레를 돌지. 그건 누가 하라고 했을까. 지구가 생겼을 때부터 그렇게 했겠지. 오랜만에 이런 생각을 하니 정말 우주는 신비롭군. 지구가 스스로 돌지 않고 해 둘레를 돌지 않으면 지구에서 생명체는 살 수 없어. 이런 걸 안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 지구가 멈춘다고 무슨 큰일이 있을까 한 적도 있어. 그건 지구가 돌아서 세상이 돌아간다는 걸 몰라서였어. 하루가 시작하고 하루가 끝나는 건 지구가 잘 돈다는 증거야. 그걸 잊지 않아야 할 텐데. ‘지구야 고마워. 쉬지 않고 늘 네 할 일을 해서.’ 쉬지 않고 자기 할 일 하는 건 몸도 마찬가지야. 자연도 그렇고. 사람이 아무것도 안 하고 움직이지 않을 때도 사람 몸속 세포는 쉬지 않고 움직여. 살아있는 건 무엇이든 그렇겠어. 우주, 지구도 살아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거리를 지키고 도는 것은 과학으로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잘 아는 것도 아닌데 좀 별난 말로 시작했어. 하루하루 사는 게 기적인 건 지구가 돌고 있어서잖아. 갑자기 이런 생각도 드는군. 지구가 생기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이렇게 살지 않을 텐데 하는. 이건 좀 안 좋은 거군. 자신이 나고 지금까지 산 것을 기쁘게 여기는 사람도 많을 텐데, 저건 나만 생각하는 거잖아. 어릴 때는 누구나 세상을 좋아하고 꿈이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텐데, 아니 그런 것을 빼앗기고 사는 사람도 있겠군. 다른 사람 자유를 빼앗는 일이 없으면 좋을 텐데 세상 곳곳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 그런 처지에 놓인 사람은 그 안에서 희망을 갖고 살기를 바라야겠어. 또 멀리까지 갔군. 평소에는 그런 건 생각도 하지 않고 내 생각에 빠지고 울적해하곤 해. 그게 꼭 나 때문에 그런 건 아니야. 이 말은 그만해야겠어. 다시 안 좋은 생각에 빠질 것 같아서. 무슨 큰일이 있는 건 아니야, 별일 없어. 아무 일 없는 일상이 나쁜 건 아니야. 살다보면 삶이 잔잔하기만 하지 않다는 걸 알기도 하지.

 

 

 “삶을 꽃에 비유한다면. ‘행운’은 화려한 장미고 ‘불운’은 수수한 안개꽃이야. 둘을 같이 묶은 꽃다발이 얼마나 예쁜지 알지? 안개꽃이 장미를 돋보이게 하잖아.“

 

 “…….”

 

 “어머나, 자기,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바보네. ‘불행’도 삶의 소중한 요소라는 뜻, 이, 야.”  (186쪽)

 

 

 누군가는 식구 때문에 누군가는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마음 아프기도 하지. 사람은 거의 사람 때문에 마음 아프고 기쁘기도 한 것 같아. 자신이 하는 일이 잘 돼서 기뻐할 때도 있겠지만. 이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다치바나 아케미는 기르던 고양이가 세상을 떠나고 죽음을 생각하다 헌책방에서 《죽음을 빛나게 하는 삶》이라는 책을 사. 그 안에서 오타키 아카네라는 사람 명함을 보고는 용기를 내서 아카네한테 전자편지를 써. 오타키 아카네는 자신이 잘못해서 그 책을 팔았다면서 돌려달라고 부탁해. 그렇게 아케미와 아카네는 만나. 두 사람이 만나고 잘되었다가 되면 싱거울까. 지금 생각하니 그럴 것도 같군.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고 두 사람이 가까워질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흘러가지 않아. 아케미는 아카네를 만나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도 마음에 들어해. 아케미와 마음이 잘 맞았거든. 삶에는 늘 장애물이 나타나지. 아카네한테는 남자친구가 있고, 그 남자친구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아카네는 밝아 보이는데 마음속은 밝지 않을지도. 아니 아카네는 남자친구 유지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는 그때부터 반짝반짝 안경을 썼어. 그건 아카네가 보는 건 무엇이든 반짝반짝 빛나게 해주는 안경이야. 사람이 그렇게 처음부터 긍정스러울 수 있을까. 사람은 시련이나 아픔을 겪은 다음에야 긍정스럽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카네가 반짝반짝 안경을 쓰게 된 것도 유지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을 때야. 유지가 세상에 있는 동안 아카네는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고 애썼어. 그게 애쓴다고 할 수 있을지. 그러고 보니 아카네가 처음에는 힘들었다고 했군. 아케미는 그런 마음을 아카네가 유지와 같은 마음으로 살려 했다고 생각했어. 이 말 맞는 것 같기도 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세상을 원망하고 어둡게 지내는 것보다 남은 날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는 게 더 좋잖아. 이렇게 말해도 난 그런 마음 잘 몰라. 유지뿐 아니라 아카네 마음도. 두 사람 사이에 아케미가 나타난 건 잘된 일일지도 모르겠어. 이건 누구 마음에서 바라보는 걸까. 유지는 아주 잠깐 나오는데 자주 나오는 것 같기도 해. 참 신기해.

 

 한 사람 더 있는데 그 사람 이야기는 별로 못했군. 아케미를 좋아하는 회사 선배 마쓰바라 야요이야. 야요이는 아케미를 좋아하는데 좋아한다고 확실하게 말하지 않고 아케미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만 떠봐. 아케미는 야요이 마음을 알면서 모르는 척해. 야요이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으려고 그런 거군. 그게 더 안 좋을 것 같아. 여러 사람이 나오기는 해도 아케미와 아카네가 중심이야. 아니 아케미 마음속에 있는 상처가 낫는 건가. 어린시절 겪은 아픔은 자라도 쉽게 낫지 않기도 해. 아케미가 어린시절에 힘들어서 지금은 남의 마음에 마음을 많이 써. 난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아픔이라는 게 그렇게 안 좋은 건 아닌 듯해. 다른 사람 마음을 생각하고 조심하잖아. 그게 아주 심하면 안 좋을까. 아니 그런 것도 좋게 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괜찮겠군.

 

 참아야 하는 일이 있을 때만 반짝반짝 안경을 쓰기보다 자주 그걸 쓰면 더 낫겠어. 그러면 어떤 것에서든 좋은 걸 볼 수 있을 테지. 그게 아니더라도 평범한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면 좋겠어. 우리는 모두 언젠가 세상을 떠나잖아. 이 세상에 있는 동안 좀더 즐겁게 기쁘게 살면 좋잖아.

 

 

 

희선

 

 

 

 

☆―

 

 바다는 정말 대단한 거야. 바다는 강에서 흘러오는 물을 절대 거부하지 않아. 바다는 언제나 모든 걸 받아들인단다. 묵묵히 받아들이고 어느새 자신의 한 부분으로 삼지. 사람도 마찬가지야. 모두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만든 다음에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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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만나고 있다 - 창비시선 400번 기념시선집 창비시선 400
박성우.신용목 엮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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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과 같은 시집을 처음 만든 사람은 얼마전에 세상을 떠난 민음사 박맹호 회장이라고 한다. 박맹호 회장이 시집을 만든 다음 여러 출판사에서 비슷한 크기 시집을 내놓았다. 어디에서나 100, 200, 300이 되면 기념시선집을 내는지. 다른 때도 냈을지 모르겠는데 문학과지성사에서는 300번째에 기념시선집을 냈다. 문학동네에서는 50번째에 기념 자선시집을 냈다. 문학동네는 50번째에서 내다니 할지도 모르겠는데, 예전에 나온 것과 달라진 뒤 50번째다. 창비시선 400 기념시선집을 보고 이런 말을 하다니. 책을 볼 때 출판사를 아주 안 보는 건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아는 작가는 작가 이름으로 모르는 작가는 책 제목을 먼저 본다. 출판사는 그다음이다. 출판사가 아주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이런 저런 책을 보다보면 출판사를 기억하고 이름 아는 작가 책이 나오면 저 출판사에서 나왔구나 하기도 한다.

 

 창비에서 나온 시집이 나한테 아주 없지 않지만 많지도 않다. 시를 잘 알아서 본 건 아니지만, 예전에 시를 보다가 안 본 시간이 길었다. 그렇다고 시를 아주 만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시집이 아닌 시 한편을 가끔 만났다. 그런 건 인터넷을 떠돌다보면 쉽게 볼 수 있다. 인터넷을 하면서 시를 올려두는 카페에 들어가서 시를 봤는데, 그것도 그렇게 오래 하지 못했다. 이 말은 예전에도 했는데, 책을 보고 꾸준히 쓰면서 시집과 한국소설은 피했다. 무엇이든 쉽게 받아들이고 잘 이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그런 것과 멀다. 시를 싫어하게 된 건 아니고 그것을 보고 쓸 말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지금도 책을 읽으면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강박증은 오래도 가는구나. 언제쯤이면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내가 읽는 건 여전히 소설이 많다. 과학 철학 역사 그밖에 인문은 거의 만나지 못한다. 좋아하는 거 읽기에도 삶이 짧기는 하지만, 어렵거나 잘 모르는 것에도 조금 관심을 가지는 게 좋겠지. 요새 내 마음이 참 좁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책을 넓게 못 봐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자기 마음을 넓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책을 읽고 쓰면서 다시 시를 봐야겠다 생각만 하는 시간을 보내다 다시 시를 만난 지 이제 한해가 조금 넘었다. 소설은 내용에서 벗어난 것을 쓰기 어렵기도 한데, 시집을 보고는 조금 마음대로 쓴다. 늘 좋은생각이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별거 아닌 생각이면 어떤가 싶기도 하다. 그것도 잘 쓰면 괜찮은 게 될지도 모른다. 어쩐지 변명 같다. 시는 사람마다 다르게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시만 그런 건 아니구나.

 

 

 

아직 발굽도 여물지 않은 어린것들이

소란스레 함석지붕에서 놀다가

마당까지 내려와 잘박잘박 논다

징도 박을 수 없는 무른 발들이

물거품을 만들었다가

톡톡 터뜨리다 히히히힝 웃다가

아주까리 이파리에 매달려

또록또록 눈알을 굴리며 논다

마당 그득 동그라미 그리며 논다

놀다가

빼꼼히 지붕을 타고 내려가

방바닥에 받쳐둔 양동이 속으로도 들어가 논다

비스듬히 기운 집 안

신발도 신지 않은 무른 발들이

찰방찰방 뛰며 논다

기우뚱 집 한채

파문에 일렁일렁 논다

 

-<빗방울은 구두를 신었을까*> 송진권 창비시선 331 《자라는 돌》 (66쪽)

*힐데가르트 볼게무트(Hildegard Wohlgemuth) 동화 제목

 

 

 

이른 봄에 핀

한송이 꽃은

하나의 물음표다

당신도 이렇게

피어 있느냐고

묻는

 

-<한송이 꽃> 도종환 창비시선 333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70쪽)

 

 

 

내 집은 왜 종점에 있나

 

 

안간힘으로

바퀴를 굴려야 겨우 가닿는 꼭대기

 

그러니 모두

내게서 서둘러 하차하고 만 게 아닌가

 

-<주소> 박소란 창비시선 386 《심장에 가까운 말》 (164쪽)

 

 

 

 여기 실린 시는 창비시선 301번에서 399번까지에서 고른 거다. 시인 한사람에 시 한편이다. 여러 시인 시를 한번에 만날 수 있다. 이것도 괜찮지 않나 싶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장날에 아들한테 마음 쓰는 게 애틋한 고광헌 시 <정읍 장날>도 괜찮았다. 아들만 나왔지만 부모는 자신보다 자식한테 맛있는 것을 더 먹이려 하겠지. 딸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늦게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몰래 우는 아버지도 있다(<부녀> 김주대, 110쪽). 한편 한편 잘 보면 다 좋을지도 모르겠다. 고은 시인과 신경림 시인 시도 담겼다. 오랫동안 시 쓰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두분은 오랫동안 시를 썼다. 시뿐 아니라 글은 한번 쓰면 그만두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쓰는 재미를 알면 그렇겠구나. 나도 재미있게 쓰고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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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는 빛과 어둠이 있듯 차가운 면이 있는가 하면 따스한 면도 있다. 사회는 서로 경쟁하게 하기도 하고, 서로를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어느 쪽을 더 크게 볼 것인지 그건 자기 마음에 달린 일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정하는 것도 자신이다. 옳은 답은 없지만, 누군가한테 아픔을 주기보다 힘든 사람 곁에 말없이 있어주는 그런 일을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거짓과 참된 것이 뒤섞인

 

  거의 모든 거짓말

  전석순

  민음사  2016년 05월 10일

 

 

 

 

 

 

 

 

 

 

 

 

 

 

 난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없다, 는 말은 거짓말이다. 이런 말로 시작하다니. 거짓말 안 해 본 적은 없지만 일부러 거짓말 하지는 않는다. 난 거짓말 하지 않으려고 말하지 않을 것 같다. 내 이야기. 말하지 않는 것도 거짓말일까. 남이 물어보지 않은 것까지 말하는 건 별로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은 뭐라 하면 좋을까 하고 거짓말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건 나쁜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고 말한 사람 마음이 편하기를 바라고 하는 거다. 그런 건 그냥 믿는 게 낫겠다. 이 소설을 보고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르다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실제로는 거짓말 자격증이 없지만, 거짓말로 먹고사는 사람은 있을 거다. 이건 사기를 말하는 건 아니다. 소설도 거짓말이다 하지 않는가. 소설가는 거짓말로 먹고사는구나. 그밖에 또 어떤 일이 있을까. 친절하게 전화를 받고 어떤 말에든 화내지 않는 사람은 어떨까. 마음속을 부글부글 끓어도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겠지. 거짓 웃음을 웃어야 하는 사람도 많다. 연기자는 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한다.

 

 갑자기 참된 것과 거짓이 따로 있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말은 여기에서도 한다. ‘나’는 거짓말 자격증 1급을 따려고 일을 하는데, 남한테 거짓말 친다 여겼는데 자신이 속고 만다. ‘거짓말은 하는 게 아니고 치는 거다’는 말이 처음에 나온다. 거짓말을 친다니 재미있기도 하다. ‘나’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거짓말을 하는 게 나오는데, 그것을 보니 난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작은 거짓말도 하면 마음이 안 좋은데. 난 다른 사람이 싫어할 말뿐 아니라 좋아할 말도 하지 않는다. 어떤 말을 하면 상대가 좋아할지 잘 모르는 건지도. 그것도 있지만 그런 말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좋은 말도 잘 못하게 되었다.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겠다. 이건 거짓말 치는 것과 좀 다른가. 어린이는 자기한테 관심 가져주기를 바라고 거짓말 하기도 한다. 그게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거짓말이 아닐 때도 있다는 걸 알아야겠다.

 

 소설 속에서는 거짓말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일자리를 잘 구했다. 거짓말 자격증이 있으면 어떤 일을 할까. 그건 어쩐지 감시 감기도 하다. ‘감사’라는 말도 있지만. 햄버거 가게라면 손님한테 인사하는 것부터 가게 청소는 잘 되었는지 위에서 하라고 한 걸 했는지. 그런 일을 백화점과 레스토랑에서도 하게 한다. 실제 그런 걸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 몰래 보러 다니는 사람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나’뿐 아니라 ‘나’ 엄마도 거짓말을 친다. ‘나’ 엄마는 결혼식에 가서 가짜 친척을 연기했다. ‘나’는 까다로운 일 두가지를 해내면 1급 자격증을 딸 수 있으리라 여겼다. ‘나’가 거짓말을 잘 쳐서 남자와 소년이 ‘나’를 좋아하게 됐다면 ‘나’는 1급이 됐을까. 자신과 사귀는 사람이나 남편 마음을 알아보려고 하는 사람 좀 이상하게 보이는데, 그런 사람 실제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짜 같으면서 진짜처럼 보이는 건 소설을 잘 써서일까.

 

 부모가 하는 거짓말은 속아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집안이 어려워도 그걸 아이한테 말하지 않는 부모도 있다. ‘나’ 엄마가 하는 건 공갈보다 허세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시간이 흐르고는 그것이 사라졌다. ‘나’는 그것을 좀 쓸쓸하게 여겼다. 차라리 엄마가 거짓말 치기를 바랐다. 나이 든 부모를 생각해서 그런 걸지도. 식구 이야기도 나오고 거짓말 치게 하는 사회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한데. 소설을 다 읽으니 여기에는 거짓말과 참된 게 섞여있는 것 같았다. 소설은 거의 그렇기는 하다. 이 소설 재미있게 보이면서도 뭔가 서글픈 느낌도 든다.

 

 

 

 

☆―

 

 거짓말은 나쁜 아이가 치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가 친다. 있는 그대로도 사랑받을 수 있다면 굳이 거짓말에 손댈 필요는 없다. 거짓말은 나쁜 거니까 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결국 거짓말을 치게 만드는 건 그렇게 말한 사람들이다. 어쩌면 거짓말은 사랑해 달라고 보내는 삶의 첫번째 신호일지도 모른다.  (71쪽)

 

 

“늙었다고 잘 속는 줄 아니?”

 

“그럼?”

 

“잘 속는 사람은 따로 있어.”

 

“그게 누군데?”

 

“누구긴 누구야. 기댈 곳 없는 사람이지. 그런 사람들이 어물쩍 거짓말에 기대는 거야.”  (150쪽)

 

 

 

 

 

 

 

     

 

     

 

                       

 

 

 

 

 

 

 

꽃과 사람

 

  기쁨의 정원

  조병준

  샨티  2016년 06월 30일

 

 

 

 

 

 

 

 

 

 

 

 

 

 

 

 몇해전, 이렇게 말했지만 아마 열해는 넘지 않았을까 싶어. 조병준 아저씨를 안 게. 아니 그것보다 먼저 책으로 알고 PAPER에서 글을 봤을 거야. 그 뒤에 병준 아저씨 블로그를 봤던 것 같아. 여기에도 그런 말 나오는데, 그건 블로그에 옥상에 핀 꽃 사진과 글 올렸다는 이야기야. 이 책 이야기 들었을 때 내가 떠올린 건 병준 아저씨 블로그야. 자주 가서 글을 보거나 댓글을 쓰지 못했지만 한때 알았어. 난 병준 아저씨를 기억해도 병준 아저씨는 나를 잊었겠지. 내 컴퓨터 즐겨찾기에는 여전히 병준 아저씨 블로그가 있지만. 이 책을 보니 지금은 블로그보다 다른 곳에 글을 쓰는 것 같아. 많은 사람이 하는 그거 있잖아, 얼굴책. 거기에 쓰는 게 더 편한 사람도 있는 거겠지. 지금도 거기에 이런저런 글을 쓸지도 모르겠어.

 

 예전에 오랜만에 병준 아저씨 블로그를 보았는데, 그때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있었어. 다음에 봤을 때는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있었던 것 같아. 내가 둘 다 봤는지 하나만 봤는지. 우연히 그런 소식을 알게 돼서 참 이상했어. 그 뒤에도 가끔 생각하기도 했어. 이제 책 나오지 않나 하는. 그런 생각만 하고 블로그는 안 보고 병준 아저씨 잘 살겠지 했는데, 내가 그런 생각을 했을 때는 병준 아저씨 몸이 안 좋았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해.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조금이라도 알면 그걸 바람이 알고 가르쳐 주는 걸까. 느낌이 있었다 해도 내가 지나쳤군. 그때 알았다 해도 내가 무언가 했을 것 같지는 않아. 그저 병준 아저씨 몸이 나아지기를 바라기만 했겠지. 병준 아저씨한테는 좋은 사람이 많아. 친구 동생 조카……, 친구는 다른 나라에도 많아. 병준 아저씨는 여기저기 다니는 거 아주 좋아하거든. 예전에 서른살엔가 하던 일 그만두고 길을 떠났어. 그렇게 길을 나서고 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어. 그게 《길에서 만나다》라는 책으로 나왔어.

 

 서른살 뒤부터 어딘가에 다니는 것이 병준 아저씨 삶이 된 것 같아. 한번은 인도 콜카타에 머물면서 봉사활동을 했어. 그건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에 담겨있어. 내 기억이 정확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어. 예전에 블로그 글 보면서도 병준 아저씨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 한번 떠나면 그걸 그만둘 수 없는 사람도 있어. 병준 아저씨도 그런 사람이야. 나랑은 반대지. 난 어디 다니는 거 싫어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데. 병준 아저씨는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해. 지금까지 쓴 책은 거의 사람 이야기야. 여기저기 여러 나라에 친구가 있다니 대단해. 그런 거 아무나 할 수 없기도 해.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서로 잊지 않아. 이것도 부러운 점이야. 난 그렇게 못해.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거겠지. 어머님이 세상을 떠나고 병준 아저씨는 옥상 뜰을 가꿔. 그게 엄청 넓거나 멋지지 않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뜰이었어. 단호박을 먹고 난 다음에 그 씨앗을 심다니, 그게 시작이었을지도. 아니 병준 아저씨는 식물을 예전부터 좋아했어.

 

 옥상에 만든 뜰이라고 했는데, 거기에는 꽃뿐 아니라 채소도 있었어. 채소 기르는 일은 쉽지 않아 보여. 잡초가 끈길지게 나고 여러 벌레가 꼬였어. 벌레는 그런 거 잘도 알아내고 찾아오지. 사람이 식물을 먹기 좋게 길들인 게 아니고 식물이 사람을 길들였다고 해. 이 말 다른 책에서도 봤는데.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어. 병준 아저씨는 채소를 기르면서 세계를 생각하기도 해. 생물은 여러 가지여야 하는데 많은 게 사라지고 사람이 먹는 것만 많이 기른다는. 이것도 맞는 말이야. 그것 때문에 지구는 오염되고 기온도 올라갔지. 잘사는 나라는 음식을 버리기도 하는데 못사는 나라는 먹을 게 없어서 굶어죽기도 한다니. 남는 거 버리지 말고 굶는 사람한테 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잠깐 했어. 그런 일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 잘사는 나라에 사는 사람이 모두 잘사는 건 아니잖아. 잘사는 나라에 사는 못사는 사람한테 남는 게 도움이 되겠지. 다른 나라 사람도 생각하면 좋겠어.

 

 채소에도 꽃이 핀다는 거 알아. 사람이 먹는 것은 거의 꽃을 피우지 못하지. 꽃이 피기 전에 다 거두니까. 채소에 피는 꽃도 잘 보면 예뻐. 그런 걸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식물을 기르는 것이 마음을 좋게 할 때도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기도 할 거야. 병준 아저씨는 어디 갈 때면 옥상 뜰이나 식물을 다른 사람한테 부탁했는데 죽기도 했어. 그런 모습 봤을 때는 차라리 기르지 말지 했어. 부탁할 사람이 있으면 좀 나은 걸지도. 병준 아저씨가 다른 곳에 갔다가 돌아오면 꽃이나 채소가 허전한 병준 아버씨 마음을 달래줬을 것 같아. 그러니 그걸 그만두지 못하는 거겠지. 병준 아저씨한테 꽃과 사람은 비슷할지도 모르겠어. 그곳에 있으면서 병준 아저씨를 반갑게 맞아주는 게.

 

 

 병준 아저씨 앞으로 몸 잘 챙기세요. 아프지 않아야 친구 만나러 가지요. 친구 만나고 돌아오면 그 이야기 또 들려주세요.

 

 

 

희선

 

 

 

 

☆―

 

겨울엔 조금 외롭고 쓸쓸해도 된다.

겨울은 그러라고 있는 거니까.

씨앗도 뿌리도 잠자는 시간엔

사람도 따뜻한 아랫목에서 늘어져도 된다.

쉬라고, 자라고 겨울이 오니까.

 

그렇게 쉬어야, 잘 자야

또 깨어나고 또 피어날 테니까.

겨울엔 조금 많이 외롭고 쓸쓸해도 된다.

그래야 기쁨의 봄이 오니까.  (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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