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가의 수지 ㅣ 박람강기 프로젝트 8
모리 히로시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몇해 전, 2010년에 모리 히로시 책을 우연히 한권 만났다. 그때 내가 만난 책은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다. 이것을 정말 같은 사람이 썼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 책을 쓴 사람 이름은 모리 히로시다. 설마 모리 히로시라는 사람이 또 있는 건 아니겠지. 그 소설 읽은 지 오래돼서 거의 생각나지 않는데 좀 별난 소설이었다. 아니 일본스러운 소설이라 할까. 무엇이 일본스러운 것이냐 묻는다면 대답하기 어렵지만, 그런 느낌이었다. 늘 같은 사람이었는지 다른 사람이었는지 잘 모르겠는데 남자가 잘 모르는 여자와 밥을 먹었다. ‘조금 특이한 아이’는 함께 밥 먹는 사람을 나타내는 거다. 남자는 한사람이고 함께 밥 먹는 상대는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다 읽고 ‘이게 뭐야’ 했던 기억이. 별일은 없다. 그저 한끼(거의 저녁)를 먹을 뿐이다. 그때그때 분위기만 조금 바뀌었다. 혼자 사는 사람이 그랬는지, 그랬다면 혼자 밥 먹기 싫어서 그랬나보다 했을 것 같기도 한데. 아니 지금도 여러 가지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2010년에는 더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보다 내가 아주 조금 세상을 넓게 보게 되었다.
모리 히로시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된 건 일본 드라마 <모든 것이 F가 된다> 때문이다. 책도 아니고 드라마로 먼저 알다니. 그 책은 아직도 읽지 못했다. 소설 《모든 것이 F가 된다》와 내가 처음 본 책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는 아주 다르다. 여러 소설을 썼으니 다른 성격을 가진 이야기를 쓸 수도 있겠지. 모리 히로시는 소설은 별로 읽지 않고 좋아하지 않았다. 여기에도 자신은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썼다. 많이 좋아하지 않는데 소설을 쓰다니. 본래 그런 것 같다. 좋아하고 늘 그것만 하고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날 그걸 해봐야지 하고 했더니 잘되는 사람도 있다. 모리 히로시는 남을 부러워하는 사람은 잘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정말 그런가 보다. 나도 다른 사람 부러워한다. 난 좋아하는 거 하나를 오래 하고 잘하는 사람도 아니다. 타고난 것도 없을뿐더러 애쓰지도 않는구나. 이래서 뭘 하겠다고.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 않다. 지금처럼 책 읽고 조용히 살고 싶다. 예전에는 나도 꿈을 갖기는 했지만, 나처럼 게으르면 안 될 것 같다. 난 게으른대로 쓰고 싶은 게 생각나면 쓸까 한다(생각날 때도 별로 없지만). 돈하고 상관없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이런 말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좀 창피하다.
지금은 인터넷 때문인지 글을 쓰는 사람이 많고, 인터넷 블로그에 글을 쓰고 책으로 내기도 한다. 그런 것도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걸 써야 책으로도 나오겠지. 난 인터넷 안에서 엄청 인기없다. 내가 아니고 내가 쓴 글이라고 해야겠구나. 내 블로그에 많은 사람이 오는 거 싫기는 하다. 이런 마음으로 쓰고 잘 못 써서 내가 쓴 것을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얼마 없구나. 난 어떤 걸 쓰면 바로 다른 걸 쓰지 못한다. 모리 히로시는 글을 쓰고 나면 바로 다음 글을 써야 한다 말한다. 이건 맞는 말이다. 소설가는 책이 나오면 그것을 생각하기보다 다음 소설을 쓰거나 쓰려 할거다. 소설은 책으로 나오면 읽는 사람 것이기도 하다. 자신이 쓴 책은 읽지 않고 가지고 있지 않은 보르헤스가 생각난다. 보르헤스는 자신이 쓴 글이 부끄러워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그 마음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잘 썼든 못 썼든 자신이 쓴 글을 여러 번 보는 건 힘든 일이다. 블로그에 쓰는 것도 그런데, 책으로 낼 때는 더 힘들겠다. 여러 번 보고 고칠 수 있는 건 고치면 좀더 낫겠지.
여기에는 모리 히로시가 소설과 다른 글을 쓰고 얼마를 벌었나가 담겼다. 한국과 일본은 조금 다를 것 같다. 사람 수도 차이 많이 난다. 강연 한시간에 돈을 참 많이 받는다는 걸 알았다. 해설 추천사를 쓰고도 받고, 교과서나 시험문제에도 글이 쓰인다니. 모리 히로시는 일본에서 이름이 아주 잘 알려진 사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건 내가 잘 모르는 건가. 모리 히로시가 소설을 쓰고 돈을 번 건 많이 써서가 아닐까 싶다. 소설을 쓰고 블로그에 쓴 글이 나중에 책으로 나오고 대담이나 좌담이 책으로 나오면 인세를 받는다. 일본은 소설을 만화 만화영화 영화 드라마로 만들기도 한다. 모리 히로시 소설은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영상으로 만들었다. 그 드라마 때문에 소설 《모든 것이 F가 된다》가 더 팔렸다고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 한국에서 자주 나와서 한국사람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소설을 자주 쓴다고 생각하는데, 모리 히로시는 히가시노 게이고보다 더 많이 썼다. 일본에는 그런 사람이 많다고 한다. 가끔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리 히로시가 소설을 쓰는 방법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상을 글로 옮기는 것이란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어도 그것을 글로 옮기는 건 쉽지 않다. 만화가도 비슷할 거다. 그런 사람 드라마에서 봤다(원작은 만화였다). 그런 걸 천재라 하겠다. 천재가 아닌 사람은 자신이 쓰려는 걸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쓰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난 돈 많이 드는 취미도 없고 돈 많이 벌어서 하고 싶은 것도 없다. 모리 히로시는 소설과 글을 써서 번 돈으로 차 몇대를 사거나 뜰에 철도를 만들었다. 무슨 모형이 4톤 트럭 일곱대 만큼이었다고 한다. 엄청난 거구나. 기찻길과 기차는 장난감인가 했는데, 그것보다 훨씬 큰 것 같다. 사람이 탈 수도 있다니. 그것도 장난감이겠다, 비싼.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거지.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사진 한장쯤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싶다. 모리 히로시는 소설 쓰기를 일이라 생각하고 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글을 쓰는 건 사람마다 다르고 글 쓰는 방법도 다 다르다. 모리 히로시는 소설을 쉽게 쓰는 것 같다. 자료를 찾지도 않고 자신이 아는 것을 쓴다니. 소설을 쓰려고 일부러 자료를 찾지 않고 평소에 보고 듣고 읽는 것을 잘 기억했다가 소설로 쓰는 게 아닐까 싶다.
한국에도 한해에 책을 여러 권 내는 사람 있을 거다. 지금 한사람 생각났다. 책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시인 장석주가 그렇다. 장석주는 책을 많이 읽고 쓴다고 한 것 같다. 이건 모리 히로시하고 좀 다를지도. 아니 모리 히로시는 소설만 안 보고 다른 책은 보겠다. 자신이 쓴 글이 책이 안 된다 해도 쓰는 게 중요하다. 내가 그걸 못하는구나. 책을 읽고 쓰는 거라도 꾸준히 해야겠다. 쓰는 것도 괜찮지만 읽는 것도 좋다. 소설뿐 아니라 가끔 다른 책도 보도록 해야겠다.
희선
☆―
자신의 감을 믿을 것.
늘 자유로울 것.
한때라도 좋으니 자신이 가진 논리를 믿고
‘올바름’과 ‘아름다움’으로 나아갈 것.
어쨌든 자신한테 ‘성실함’을 강제할 것. (201~2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