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사진은 초점이 잘 맞지 않았다. 컴퓨터가 아닌 카메라로 볼 때는 괜찮았는데, 한장 더 담을걸 그랬다. 밑에 것처럼 몇권씩 담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책을 한권씩 사면서 언젠가 책만 둔 멋진 방을 갖고 싶다 생각했지만, 그 언젠가는 오지 않을 것 같다. 책도 별로 없고 책꽂이를 둘 곳도 없어서다. 내 물건에서 가장 많은 건 책이지만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은 많다(얼마 없는 것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책은 시집이 많고 소설도 몇권 있는데 담지 않았다. 거의 예전에 나온 책이다. 며칠전에 《원미동 사람들》(양귀자)을 찾았는데 글자가 아주 작았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마당 깊은 집》(김원일) 《봄날》(임철우) 《관촌수필》(이문구) 《여수의 사랑》(한강) 생각나는 건 이것밖에 없는데 몇권 더 있을지도 없을지도. 임철우 소설 《봄날》은 다섯권이다. 정리를 잘 해두지 못했고 몇해전에 물난리가 나서 많이 버렸다(이 말 또 하다니).

 

나한테 있는 시집에서 담지 못한 게 몇권 있다. 그래봤자 몇권이다. 아주 많이 나온 것에서 일백권도 사지 않았다니, 다른 곳에서 나온 것과 합치면 일백권 넘을까. 예전에 나한테 어떤 시집이 있는지 적어둔 것에서 두번째 것만 있는데 거기 마지막을 보니 아흔여섯(96)권이다. 그 뒤에 네권 넘게 샀으니 일백권 넘겠다. 아니 버린 게 있어서 어떨지 모르겠다. 시집이 그렇게 많지 않구나.

 

예전에 책방에 가면 책장을 가득 채운 시집을 보고 좋아하기도 했는데, 그게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거였다. 시집은 잠깐 보다 안 본 시간이 길어서 얼마 못 샀다. 지금이라고 자주 사는 건 아니고 소설도 많이 사지 않는다. 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적다. 여기에는 나와 반대인 사람이 더 많겠지.

 

 

 

을 열고 하늘을 보니

한 마리가 날아가네

일을 좋아할지

렁이를 좋아할지

게를 좋아할지

과, 사탕, 사랑

 

 

 

지는 어릴 때부터 시를 좋아하고

교에서도 시를 많이 봤어요

제로 쓴 시는 선생님이 칭찬했습니다, 시간이 흐른

금도 문지는 시를 좋아해요

우는 그런 문지를

탕합니다

 

 

 

장이 나를 찾아오길

목처럼 길게 빼고 간절히 기다린다

일은 잘도 익어가고

구는 돌기를 멈추지 않는데

기기만 한 내 글, 그래도

탕해

 

 

 

마지막은 사탕이 되는... 그냥 그렇게 쓰고 싶었다. 재미있기도 하고 다른 말은 쓰기 어려워서. 누군가한테 말하는 것도 아니고 글일 뿐인데. 글이기에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안 되는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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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1-22 2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지 사들였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몇권 안되더라고요 ..ㅎㅎ 시집..ㅜㅜ

희선 2017-01-24 23:04   좋아요 1 | URL
저는 한때 조금 사다가 시간이 흐른 다음에 조금 사고 다시 어쩌다 한권 사는군요 몇권 안 된다 해도 저보다 많으실 것 같네요


희선

[그장소] 2017-01-25 03:47   좋아요 1 | URL
문지사 시집만 쭉 모으기 시작한건 얼마 안되서 몇권 안되고 동인시집, 옛날 시집들이 좀 있어요.
언제 한번 세어 봐야겠네요. ㅎㅎㅎ

ICE-9 2017-01-23 05: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꽤 많이 가지고 계시는군요. 무려 백권이 넘다니! 제가 가진 것은 희선님 것에 비한다면 정말 조족지혈 같습니다. 오행시도 잘 읽었습니다^^

희선 2017-01-24 23:06   좋아요 1 | URL
문학과지성사 것뿐 아니라 다른 데서 나온 것과 합쳐서 그렇게 되는 거예요 시집 많은 사람에 견주면 적은 거예요 어디든 지금까지 나온 시집이 백권은 넘었어요 문학과 지성사는 좀더 나오면 오백권이더군요 며칠 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얼마전에 나온 다치바나 다카시 책 이야기 들었는데, 책이 아주 많더군요 예전에 고양이 빌딩 본 적 있어요 그건 거의 도서관이죠 그런 건 남 이야기고 책이 많아도 그걸 다 보기 어려울 것 같아요


희선
 

 

 

이제 절망밖에 없을까

 

  중앙역

  김혜진

  웅진지식하우스  2014년 05월 19일

 

 

 

 

 

 

 

 

 

 

 

 

 

 

사는 게 힘들다 해도 살다보면 나아지기도 하겠지 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많을 거다. 난 지금보다 나아지기보다 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는 게 나아지기를 바라지 않지만, 나 자신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란다. 그것을 바라고 하는 건 책 읽고 쓰기인가. 여러 가지로 생각하는 건 어렵다. 이번에 본 책은 뭐라 말해야 할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 가장 힘들겠다 여겼는데 그것보다 밑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집 없이 바깥에서 사는 사람 말이다. 먹고 입을 것이 별로 없다 해도 잠 잘 곳이 있으면 괜찮다 생각하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어떻게 살지. 길로 나 앉을 수밖에 없을까. 그런 일은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가방 하나만 가지고 역에 나타났다. 커다란 가방을 들고 역에 나타나면 어딘가에 가는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역 둘레를 돌아보다 밤이 오자 잠 잘 곳을 찾았다. ‘나’가 왜 그렇게 됐는지 아무 설명이 없다.

 

집 없이 사는 사람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닐 거다. 한번 그렇게 되면 거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그런 거 본 적 있는데. 여기 나오는 사람도 돈을 벌면 그날 술 마시는 데 거의 다 써 버린다. 남의 것을 아무렇지 않게 빼앗는다. ‘나’는 어떤 여자한테 가방을 도둑맞는다. 그것을 경찰한테 말하고 찾으려 하지만 주소가 없어서 그럴 수 없었다. 주소가 없으면 국민의 기본 권리도 보장받을 수 없구나. ‘나’는 가방 찾기를 그만둔다. 누군가 여자가 다시 돌아올 거다 하는데 정말 돌아온다. ‘나’가 여자를 그렇게 거칠게 대할지 몰랐다. 난 어떤 형편에 놓여도 사람이어야 한다 생각하는데, 도덕이나 윤리를 쉽게 버릴 수 있을까. 난 그러고 싶지 않다. 얼마 전에도 이런 생각을 했는데. ‘나’는 다른 사람보다 젊었다. 길에서는 젊은 게 더 안 좋았다. 그게 안 좋을 수도 있다니. 여자도 ‘나’한테 ‘너는 여기를 떠나라’고 했구나.

 

‘나’와 여자가 좋게 만난 건 아니지만 그곳에서 서로 의지한다. 낮보다는 밤에 더 그런다. ‘나’는 여자와 사는 앞날을 꿈꾼다. 집 없이 살면 사랑도 못하는 걸까. ‘나’가 길로 나오지 않았다면 여자를 만나지 못하고 봤다 해도 거들떠 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나’가 더 여자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자는 몸이 아픈데도 술을 마셨다. ‘나’가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나오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여자 사정도 자세하게 나오지 않는다. 남편과 아들 딸이 있어서 나라에서 돈을 받을 수 없다는 것밖에. 여자가 많이 아프자 ‘나’는 자신의 이름을 판다. 그렇게 해서 받은 돈은 누군가한테 빼앗기고 나머지 돈도 받지 못한다. 갈 때까지 가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거기에서 더 나빠지면 어떻게 될지. ‘나’는 여자를 응급실에 두고 온다. 그리고 철거 지역 사람을 쫓아내는 일을 한다. 가진 게 없어서 가진 게 없는 사람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절망만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어떻게 하면 좀더 괜찮아질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조금 다르지만 그 마음은 알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없으면 살기 어렵다. 밑바닥에 떨어지고 더 떨어질 곳이 없어 보이는데 ‘나’는 그곳으로 떨어진다. 자존심도 다 버린다. ‘나’가 처음에 역에 갔을 때는 자신은 다른 사람과 다르다 여기기도 했는데. 쉽게 보기 어려운 사람을 보았다. 그 사람들이 자신을 밑으로 떨어뜨린 건지, 다른 사람(사회)이 그렇게 만든 건지. 둘 다가 아닐까 싶다. 집 없이 사는 사람도 있다 생각해야 할까, 누구나 바깥으로 밀려날 수 있다 생각해야 할까. 다른 건 잘 모르겠다. 하나, 집 없이 산다 해도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겠지.

 

 

 

 

 

 

 

 

 

길을 건너기 전

빨간 불일 때는 멈추고

파란(풀색)불일 때는 건너기

쉽지만 지키기 어렵기도 하다

 

 

 

 

 

 

 

정말 깨어 있는 걸까

 

     ねむり (2009)

  무라카미 하루키   양윤옥 옮김

  문학사상  2012년 10월 17일

 

 

 

 

 

 

 

 

 

 

 

 

 

 

 

난 중, 고등학생 때부터 밤늦게 잤어. 열두시가 넘으면 자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새벽 한시나 두시가 넘어서 자고는 했어. 예전에는 밤 열시나 열두시가 꽤 늦은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늦은 때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 그때 밖에 나가는 일은 없지만. 오랫동안 밤과 낮이 바뀐 생활을 하다보니 잠 자는 게 힘들기도 해. 그래도 어느 정도는 꼭 자려 해. 자려고 누워도 잠이 잘 들지 않고 작은 소리에 깨기도 해. 자다가 한번 깨면 라디오를 켜기도 하는데 라디오 방송과 꿈이 섞일 때도 있어.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건 아니야. 꿈을 꾸지만 한번 깼다 다시 자면 거의 잊어버려. 어떤 때는 밤에 꿈이 생각나기도 해. 긴 내용은 아니고 어느 한 장면만 떠올라. 별거 아닌 꿈만 꿔. 괜찮은 꿈을 꾸고 싶기도 한데. 꿈과 현실은 같지 않은 데 좋은 꿈 꾸고 싶다 생각하다니. 꿈이 들려주는 말이 듣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어. 책을 읽는 것도 꿈꾸는 것과 다르지 않은데. 꿈속에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설지도.

 

밤새 잠을 하나도 안 자고도 괜찮은 적 한번 있어. 겨우 한번이군. 여기에 나오는 ‘나’는 잠을 안 잔 지 어느새 십칠일째래. 대학생 때도 한달쯤 잠을 못 자고 잠 속에서 살았는데, 그때와 지금은 좀 다른 것 같아. ‘나’가 대학생 때는 잠을 거의 못 자면 정신이 흐릿했는데, 지금은 잠을 안 자도 아무렇지도 않았어. 대학생 때도 지금도 ‘나’가 잠을 안 잔다는 걸 아는 사람은 없어. 대학생 때는 어느 날 갑자기 잠이 왔대. 이번에도 다시 잘 날이 다가올까. ‘나’가 잠이 오지 않아서 한 건 책읽기야. 《안나 카레니나》를 세번이나 읽고 다음에는 도스토옙스키를 읽었어. ‘나’가 책을 읽다가 예전에 자신이 책읽기를 좋아했다는 것을 깨달아. 많은 사람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다보면 그전에 자신이 좋아한 것을 잊고 살기도 하지. 《안나 카레니나》는 ‘나’가 고등학생 때 한번 읽은 책인데 다 잊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돼. 예전에 나름대로 감동도 받았는데 그 시간은 대체 무엇인가 해. 이 마음 어떤지 알 것 같아. 시간은 언제나 흐르니 어쩔 수 없지. ‘나’는 결혼하고 조금씩 바뀐 삶도 생각해. 잠을 안 자니 여러 생각을 할 시간이 생긴 걸까.

 

잠을 못 자기 전날 ‘나’는 아주 안 좋은 꿈을 꾸고 깼어. 꿈에서 깼는데 발치에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이 서 있었어. 노인은 ‘나’ 발에 주전자에 든 물을 뿌려. 그때 ‘나’는 움직이지도 소리치지도 못했어. 그건 가위눌림이야. 가위눌리고 나면 다시 자기 힘들기는 해. ‘나’는 그것 때문에 잠을 못 잔 건 아니겠지만. ‘나’가 잠을 안 자고는 집안 일은 기계처럼 하고 새벽에는 혼자 깨어 책을 읽거나 차를 타고 나가기도 해. ‘나’는 낮에는 수영을 했어. 어느 날 ‘나’는 자신이 젊어졌다고 느껴. 그런 일 실제 있을까. ‘나’가 겪은 일은 현실인지 꿈인지 잘 모르겠어. 꿈과 현실이 섞인 것 같기도 하고, 다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안 좋은 꿈을 꾸고 가위눌린 다음부터 잠 못 자는 꿈을 꾸는 건 아닐지.

 

마지막에 ‘나’는 차를 타고 항구에 가. 얼마 뒤 검은 그림자 둘이 나타나서 차 문을 쾅쾅 치고 흔들어. 오른쪽 왼쪽에 있는 건 남편과 아들이 아닐지. 이건 무서운 일이 실제가 아니기를 바라는 거군. 어쩌면 잘 걸리지 않던 차 엔진이 시간이 흐른 뒤에 걸릴지도. 아무 일 없이 흐르는 일상이 좋지만, 그런 일상이 소중하다는 걸 모르면 지루한 날이 되겠지. 단조로운 일상을 여러 가지 색으로 칠하려면 스스로 애써야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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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0 15: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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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1 0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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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시집 한권을 오래 보는 건 어떨까 한 적이 있지만 아직 한번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하루에 시 한 편 보면 한달 동안 시집 한권 볼 수 있을까요. 한 편으로는 안 되겠습니다. 여기 실린 시는 모두 일흔두 편이니 하루에 두세 편은 보아야겠네요. 그렇게 천천히 보면 여러 가지가 생각날지. 아직 그런 걸 한번도 안 해 봐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한번쯤 해 보고 싶기도 한데. 처음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죽 보고, 다음에는 천천히 보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를 여러 번 하는 건 어떨지. 한 노래를 되풀이해서 들으면 귀에 익고 어쩐지 좋기도 하잖아요. 시도 그럴까요. 좋은 시는 여러 번 보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외우지 못해도 자꾸 보면 시에 나오는 게 머릿속에 새겨질지도 모르죠. 먼저 그런 시를 만나야겠네요. 이 말 여기에는 그런 시가 없다는 걸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꼭 그렇지는 않아요. 처음 봤을 때 괜찮은 건 두번째 봤을 때도 괜찮았습니다.

 

시인 류근은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뽑히고 시인이 되었습니다. 1992년에 시인이 됐으니 그동안 시 많이 썼겠다 할 수도 있겠지만, 류근은 오랫동안 시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시인이 되고 열여덟해가 지난 2010년에 첫번째 시집을 냈습니다. 이 시집 《어떻게든 이별》은 두번째 시집입니다. 첫번째가 나오고 시간이 지났군요. 열여덟해 동안 시를 발표하지 않았다니 그동안 류근은 뭘 한 걸까요. 시인이나 소설가가 된다고 해도 죽 시인이거나 소설가인 사람은 그리 많지 않겠지요. 시인이 되고 열여덟해 만에라도 첫번째 시집을 내고 몇해 뒤에 두번째 시집도 내서 다행이군요. 시인 한 사람이 줄어들지 않았잖아요. 사는 게 힘들어서 시 쓰기가 어려웠을지. 여기 담긴 시는 언제 쓴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예전을 생각한 걸 보니 첫번째 시집을 내고 틈틈이 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일을 살아낼 때는 시가 되지 못해도, 그때가 지나고 나면 그게 시가 되는 건 아닐지. 소설은 그럴 때가 많은 것 같은데, 시라고 다르지 않겠습니다.

 

시가 나오기 전에 나오는 시인이 한 말 재미있다고 해야 할지 서글프다고 해야 할지. 맨 처음에 ‘당신을 만나 불행했습니다’고 해요. 누군가를 만나서 행복했다가 아니고 불행했다고 하다니. 이건 만났을 때 느낌보다 헤어졌을 때 느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여기에서 말하는 당신은 사람이 아닌 것 같네요. 시집 제목이기도 한 시 <어떻게든 이별>에서도 사람하고 헤어지는 것만 말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지금과 헤어집니다. 어제, 오늘 그리고 많은 것들. 그런 헤어짐을 늘 생각하면 좀 슬프겠습니다. 어제와 오늘이 오늘과 내일이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날마다 다른 날이에요. 류근은 안 좋은 일과 헤어지고 싶은 걸까요, 거짓된 사랑과 헤어지기를 바라는 걸까요. 아내가 있는데 일곱해 동안 애인을 사귀었다는 시를 쓰다니. 그 사람 말고 애인은 더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아내는 옛날 애인이라고도 해요.

 

 

 

하늘에 죄가 되는 사랑도

하룻밤 길은 열리거늘

그대여,

우리 사랑은

어느 하늘에서 버림받은 약속이길래

천 년을 떠돌아도 허공에

발자국 한 잎 새길 수 없는 것이냐

 

<七夕>, 43쪽

 

 

 

애인이 사람만 말하는 건 아닐지도. 그러면 대체 뭘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아내한테는 말할 수 없는, 돈이 많이 드는 취미 같은 것은 아닐지. 제가 좋게 생각하려는 건가 봐요. 애인은 애인인데. 헤어진 사람한테 잘살라는 말도 합니다. 저는 그런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시나 소설에는 쓸 수 있다지만. 누군가 한 사람을 만나고 약속했다면 그것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지킬 수 없다면 깨끗하게 정리해야죠.

 

 

 

내가 버린 한 여자

 

가진 게 사전 한 권밖에 없고

그 안에 내 이름 하나밖에 없어서

그것만으론 세상 자물쇠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줄 수조차 없었던,

 

말도 아니고 몸도 아닌 한 눈빛으로만

저물도록 버려

버릴 수밖에 없었던 한 여자

 

어머니,

 

<낱말 하나 사전>, 36쪽

 

 

 

앞에 옮겨둔 시는 마지막에서 마음이 쿵 합니다. 1991년에 류근은 사는 게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누이 집에 얹혀 살고, 류근은 자취하는 애인 집에 안간힘을 쓰고 매달려 산다고 해요. 많은 사람이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겠지요.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데. 저도 그런 거 알아도 잘 못합니다. 류근 아버지는 류근이 군대에 갔을 때 세상을 떠났나 봐요. 갑작스러운 일이었던지 류근은 그 일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 해도 아버지 장례식에는 가는 게 나았을 텐데 싶습니다. 시에 그때 일어난 일을 그대로 쓴 건지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하지 않은 걸 쓰지는 않겠지요.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명랑한 햇빛 속에서도 눈물이 나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깊은 바람결 안에서도 앞섶이 마르지 않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무수한 슬픔 안에서 당신 이름 씻으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가득 찬 목숨 안에서 당신 하나 여의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삶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건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어디로든 아낌없이 소멸해버리고 싶은 건가

 

<어쩌다 나는>, 63쪽

 

 

 

처음 봤을 때 기억에 남은 시인데, 이렇게 옮겨 써 보니 좀 다르군요.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을 좋아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조금 들고, ‘당신이 좋아서’ 라 썼지만 진짜 마음은 ‘당신이 싫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이건 좀 억지겠습니다.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 이 찬 겨울날 당신을 찾아 길을 나서는가’ 류근이 쓴 시와는 좀 다른 느낌이군요. 지금 떠오른 걸 써 봤습니다. 시를 아주 어렵게 쓴 건 아니지만, 조금은 생각해 봐야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바로 알 수 있는 것도 있어요. 해설을 쓴 사람은 류근 시가 웃음이 피어오르게 한다고 했는데,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런 일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일부러 밝게 쓰려 한 것 같기도 해요. 이건 제 느낌일 뿐입니다. 밝게 보이려 하는 게 나쁜 건 아니기도 하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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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통 -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이희주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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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런 건 아닐지라도 많은 사람이 텔레비전을 보다가 괜찮은 사람을 보면 좋아하기도 한다. 괜찮다 여긴 사람 이름을 모르면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고 다른 방송에는 나오지 않는지 찾아본다. 이것은 좀 낫지 않을까 싶다. 아주 좋아해서 방속국에 가서 보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 그런 거 텔레비전 방송으로 보기도 했는데 그런 아이 지금도 있을까. 난 노래를 좋아해서 음악방송을 즐겨 본 적도 있는데 언제부턴가 안 보게 되었다. 나도 예전에는 노래 하는 사람을 좋아해서 노래 듣고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내가 한 건 그 정도다. 시간이 흐르고 컴퓨터 인터넷을 쓴 다음에는 영상이나 사진을 찾아보기도 했다. 내가 좋아한 건 아이돌은 아니고 밴드였다. 재미있는 건 내가 좋아한 밴드를 하는 사람에서 한 사람은 여기에서 말하는 N 그룹 M과 이름이 같다. 그 이름을 가끔 소설에서 보기도 한다. 동화에서 본 적도 있다.

 

여기에 나온 이야기 이해하기 어렵다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조금 알겠지만 다는 아니다. m은 이미지, 만옥은 실재를 바란다고 해야 할까. 만옥보다는 m을 조금 이해한다고 해야겠다. 내가 지방에 살아서 그런 거겠지만 좋아하는 밴드는 노래하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은 거의 안 해 봤다. 공연은 한번쯤 보고 싶기는 했다. 나는 좋아해도 그런 것을 잘 말하지 않는다. 그래도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그게 사람은 아니고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는거의 안 보는데, 만화영화) 이야기다. 사람이 같은 것을 좋아해도 똑같은 마음은 아닐 거다. 이제야 그걸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만옥과 m도 N 그룹 M을 조금 다르게 좋아했다. 두 사람이 만났을 때는 즐겁게 이야기를 했지만. 아이돌 그룹이 방송을 녹화할 때마다 거기에 가려고 애쓰는 사람은 지금도 있을 것 같다. 그때뿐 아니라 행사나 공연 사인회에도. 사인회에 가려고 CD를 마흔장 사는 사람도 있을까. 난 하나만 사고 들으면 그걸로 좋은데, 난 겨우 그 정도구나. 많은 사람이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만옥과 m은 아이돌 그룹 한 사람과 연애하는 기분이라 했다. 그런 마음이 들지만 가까이 갈 수 없어서 마음 아픈. 멀리 있기에 그럴 수 있는 건 아닌지. 아이돌도 사람인데. 연예인은 만들어진 인상 때문에 안 좋을 듯 싶다. 아니 이건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만 그런 건 아니구나. 그 사람과 상관없이 자기 멋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모습을 보면 실망하고. 그것보다는 자신이 몰랐던 면을 알아서 기쁘다 생각하면 좋겠다. 이건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것일지도. 굴짬뽕을 한참이나 꿀짬뽕이라 보고 그런 것도 있나 하고, 굴짬뽕이라고 제대로 보고는 난 왜 잘못 본 걸까 했다. 잘못 봤다는 걸 알아서 다행이다. 이런 일은 흔히 있을지도. 바로 앞에서 보는 것을 다르게 보는 일. 만옥과 m은 M을 못 알아보기도 하고 꽤 충격을 받았다. 만옥이 더했다. 좋아한다 해도 못 알아볼 때도 있는 건데.

 

이 소설을 보다 보니 오타쿠라는 게 생각났다. 그건 일본에서 널리 퍼진 말로 어떤 것 하나를 좋아하고 잘 아는 것이던가. 그런 사람은 현실의 사람보다 이차원(2D) 그러니까 그림을 더 좋아한다. 삼차원(3D) 세계에 있는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그림을 편하게 여긴다. 이쪽이 더 병처럼 보일까. 아이돌이나 그림속 사람이나 손에 닿을 수 없다는 건 같다. 나도 한동안 만화영화만 봐서 그림이 편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을지도. 그렇다고 어떤 한 사람을 좋아한 적은 없다. 일본 성우한테 관심을 가지고 블로그를 조금 보기도 했다. 사람은 거의 만나지 않고 그런 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게 멀리 있는 사람만 봤던가 보다. 그런 건 한때다. 시간이 흐르면 덜하다. 만옥은 좀 달라 보인다. m도 그랬던가, 예전과 다른 사람을 좋아하니까. 아이돌(연예인)에 잠깐 빠지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오래 그러면 안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좋아하는 건 언제든 괜찮다. 다만 좋아하기만 하고 욕심내지 않아야 한다. 이런 재미없는 말을, 욕심내면 자기 마음만 아플 뿐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거나 아이돌을 좋아하는 건 아주 다르지 않기도 하다. 그런 사람도 있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겠지.

 

 

 

희선

 

 

 

 

☆―

 

기록은 다른 사람과 나눴을 때 더 뜻이 있으니까요. 그것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떠나서.  (142쪽)

 

 

하지만 그, 멤버들이 애인은 아니잖아요.

 

그래도 감정으로는 애인이나 다름없지요. 그렇다고 스캔들 난 여자를 욕하거나 오빤 내 거야! 이런 건 아니지만 뭐랄까, 유사 연애라고 해야 하나…… 우리 정도 되면, 어차피 쟤들이랑 나랑 만날 일 없다는 건 알거든요?  (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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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

  向左走, 向右走 (1999)

  지미 리아오   이지수 옮김

  리틀빅미디어  2016년 03월 16일

 

 

 

 

 

 

 

 

 

 

 

 

어딘가에 갈 때면 왼쪽으로만 다니거나 오른쪽으로만 다닐까. 가는 곳에 따라 왼쪽으로 가거나 오른쪽으로 갈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구나. 날마다 같은 곳에 간다면 같은 쪽으로 다니겠다. 여자가 왼쪽이 아닌 오른쪽으로 남자가 오른쪽이 아닌 왼쪽으로 다녔다면 두 사람은 더 빨리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것도 반대여서 어려웠을까. 같은 쪽으로 다녀도 다니는 시간이 다르면 만나기 어렵겠다. 요즘은 바로 옆집에 살아도 서로 얼굴 보기 어렵다. 벽을 사이에 둔 아파트 사람은 더할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보면 여자와 남자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반대쪽 집에 산다. 두 사람은 그걸 모른다. 여자는 언제나 왼쪽으로 다니고 남자는 언제나 오른쪽으로 다닌다. 두 사람은 늘 만나지 못한다. 두 사람이 만난다고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비슷하게 보이는 두 사람이 만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까이 있는데 만나지 못하는 두 사람이 안타깝다.

 

외로워도 슬퍼도 시간은 흐른다. 춥고 어두운 겨울이 찾아오고 우연히 두 사람은 공원 분수 앞에서 만난다(그림이 분수 같지 않은데, 분수라고 늘 물이 솟아오르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떤 곳은 시간에 맞춰 물이 솟아오른다). 난 처음 만난 사람과 아무 말도 못하는데, 남자와 여자는 예전부터 사귄 사람처럼 마음이 잘 맞았다. 두 사람은 낮시간을 즐겁게 보낸다. 해가 질 무렵 하늘이 흐려지고 큰 비가 내리자 두 사람은 서둘러 전화번호를 나누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간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생각하고 잠도 잘 잤다. 하지만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보고 실망한다. 빗물에 글자가 번져서 전화번호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이런 일 쉽게 일어날까. 전화번호 적은 걸 주머니에 넣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요즘 펜은 수성보다 유성이 더 많다. 난 없지만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기를 가지고 다닌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낭만이 없는 건가. 남자와 여자를 부러워한 비가 장난을 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두 사람을 시험한 걸까. 비 오는 성탄절 전날 여자는 남자한테서 전화가 오기를 하루 내내 기다리고 남자는 엉뚱한 번호로 몇번이고 전화를 걸었다.

 

 

 

 

 

 

 

 

 

한번 만나고 다시 만나지 못한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 두 사람은 서로를 찾아 다니지만 만나지 못한다. 서로 등을 보이고 걷거나 한 사람이 길을 걸을 때 한 사람은 지하에 있었다. 비가 오면 두 사람은 서로를 생각했다. 겨우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해가 가고 다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오는 동안 여자와 남자는 조금 차이를 두고 같은 고양이와 놀고 같은 개한테 밥을 주고 같은 아이를 만났다. 그렇게 엇갈리기도 하다니. 남자와 여자가 같은 시간에 고양이와 놀고 같은 시간에 개한테 밥을 줬다면 서로를 봤을 텐데. 정말 운명의 장난일까. 겨울이 오자 도시는 습하고 추웠다. 두 사람은 춥고 쓸쓸한 도시를 떠난다. 여자는 왼쪽으로 남자는 오른쪽으로. 눈이 오는 길을 걷고 걷고 걷다 남자와 여자는 만난 지 한해가 조금 넘은 뒤 우연처럼 마주친다. 누구나 두 사람이 다시 만나고 이야기가 끝나리라 생각했겠지. 그것을 안다 해도 따듯한 이야기다.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지 긴 글로 쓸 수도 있고, 이렇게 그림과 짧은 글로도 나타낼 수 있구나. 그림으로 남자와 여자 마음을 보는 것도 괜찮다. 여자와 남자가 어렵게 만나고 다시 만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만나서 다행이다. 나보다 남자와 여자가 더 기뻤겠다. 두 사람은 그 해 마지막 날을 함께 보내고 봄도 함께 맞이했다. 그 뒤에도 잘 살기를 바란다.

 

 

 

*더하는 말

 

앞에서 요즘은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기를 갖고 다닌다고 했는데, 이 책이 처음 나온 1999년에는 그렇지 않았겠다. 예전을 생각하고 보면 그럴 수 있겠다고 할 거다. 지금을 배경으로 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두 사람이 휴대전화기로 번호를 나누고 다시 연락할 수 없으려면 휴대전화기가 물에 빠지거나 부서지면 될까. 그것보다 그날은 둘 다 휴대전화기를 집에 두고 나온 걸로 해도 괜찮겠다. 그렇다 해도 예전보다는 더 빨리 서로를 찾을 수 있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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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9 2017-01-20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 갈이가 되었네요. 저는 이거 옛날 판본으로 있어요. 금성무 주연의 영화로도 나온 걸로 아는데, 기회 되시면 그것도 한 번 감상해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희선 2017-01-21 02:05   좋아요 0 | URL
이건 예전에 나왔던 게 다시 나온 거군요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영화로 만들었다는 거 봤어요 그것도 예전에 만든 거더군요 그때하고 이 책이 시대가 비슷할 것 같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엇갈리는 모습이 천천히 흘러갈 듯하네요 그림도 천천히 봐야 하는데...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