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하는  노랫말처럼 나도 자라도록 해야겠다. 오월에는 바람도 푸르다. 푸른 바람을 만나는 일은 기분 좋다. 바람이 부는 날보다 불지 않는 날이 더 많은 것 같기도. 이건 틀린 말이다. 바람은 언제나 불지만 내가 그것을 느끼지 못했겠지. 아니 아니 이것도 아니다. 햇빛이 뜨거울 때는 바람도 뜨겁다. 오월인데 이런 말을. 지금 오월은 예전과 다르다. 예전에 어땠는데, 하고 묻는다면 말하기 어렵다. 예전과 달라도 오월은 푸르다고 하는 게 가장 어울린다.

 

 

 

 

무서운 이야기는 무서운 것을 부를까

 

  노조키메   のぞきめ (2012)

  미쓰다 신조   현정수 옮김

  북로드  2014년 10월 20일

 

 

 

 

 

 

 

 

 

 

 

 

내가 무서운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사람은 무섭다면서도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보기도 한다. 그건 왜일까. 어렸을 때 내가 무섭게 본 것은 침대 밑에서 괴물이 나온 것과 전설의 고향에서 귀신이 ‘내 다리 내놔’ 하던 거다. 침대 밑에서 괴물이 나온 건지 그 안으로 사람이 끌려들어간 건지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른다. 어렸을 때 여러가지 보았을 텐데 생각나는 게 별로 없다니 아쉽다. 그런 것을 오래 기억해서 무서워하는 건 안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잊어버렸나보다. 책도 무서운 이야기는 별로 안 보았다. 아주 좋아하지 않아서일까. 조금 알고 싶은 마음은 있는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얼마나 무서울까 같은. 책을 봤을 때 무서운 적은 별로 없었다. 내가 아직 아주 무서운 이야기를 만나지 못해서 그런가보다. 아니면 나한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 생각해서일지도.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거기에는 놀라운 일도 있고 무서운 일도 있다.

 

백가지 이야기를 할 때는 초 백자루를 켜두고, 이야기 하나가 끝날 때마다 초를 하나씩 끈다.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초도 다 꺼서 방안이 캄캄해지면 그곳에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것도 무서운 이야기다. 그런데 백가지 이야기를 하룻밤에 다 끝낼 수 있을까. 이것은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니고 일본에 있는 이야기다. 책은 많이 안 봐서 모르겠고(영화 원작이 책일 때가 많겠다), 만화나 영화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그 일이 실제 일어난다. 이것은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걸까. 그런 건 끝까지 보면 무서운 일이 왜 일어났는지 나온다. 아니 모두 밝혀지지 않을 때도 있다. 그건 사람이 아닌 다른 게 나타나서 사람을 죽일 때다. 차라리 사람이 원한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고 하면 마음이 더 편할 거다. 그렇다고 원한으로 사람을 죽이는 게 옳은 건 아니다. 나는 그런 일을 겪지 않아서 이렇게 말하는 거겠지. 귀신, 곧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건 어떻게 가라앚혀야 할까. 자신을 죽인 사람한테만 되갚는 귀신도 있지만,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죽게 하는 귀신도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 귀신이 나온다는 곳에 안 가는 수밖에 없다.

 

귀신은 아니고 어떤 요괴는 사람이 자신을 봤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했다. 정말 이런 일도 있을지도. 나쁜 것을 일삼는 사람이 아니어도 그저 봤다는 것만으로 죄가 되는 때도(이건 사람보다 귀신 기준이다). 이것도 억울한 일이구나. 구미호도 그랬다. 구미호는 자신을 만났다는 말을 아무한테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사람을 살려주었다. 이것은 왜일까. 구미호가 나온다는 소문이 나면 그곳에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어지럽혀서, 혹은 사람이 몰려와서 그곳에서 쫓아낼까봐. 그러고 보니 그런 것을 본 것 같기도 하다. 어떤 것을 멋대로 신으로 모시고, 안 좋은 일이 자꾸 일어나자 사람들은 그것을 원망했다. 개인이 그러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한 마을 사람이 그러면 엄청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면 다행인데, 사람이면……. 여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마을, 마을에서 따돌림 당하는 집안이 나오지만. 일본에는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아니, 일본에만 있는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것을 무서워하는 일은 일본에 많을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꺼리는 일은 어디에서나 일어난다.

 

앞 이야기 <엿보는 저택의 괴이>에서 일어난 알 수 없는 일은 뒤에 나온 이야기 <종말 저택의 흉사>로 조금 설명이 되지만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귀신은 있을지도. 두번째에서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는 아이를 그곳에 간 사람은 봐서, 그 아이가 진짜 다른 건가 했다. 이런 모습은 아야츠지 유키토 소설 《어나더》에서도 볼 수 있다. 이것도 본 지 오래돼서 잊어버리고, 어떤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 책 제목 노조키메는 ‘엿보는 눈(覗き目)’, ‘엿보는 여자(覗き女)’ 두 가지를 말한다. 자기 혼자 있는 곳에서 누군가 자신을 보는 것 같으면 무척 무섭겠다. ‘서장’에서는 경고한다. 책을 볼 때 누군가 엿보는 것 같으면 책을 그만 보라고. 겁을 주다니. 지금은 괜찮아도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틈에서 뭔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을 느낄지도(아직까지 그런 일 없음, 이건 책 속에서 있는 일인 듯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무섭구나. 이런 생각도 든다. 누군가한테 원한 살 일을 하지 않으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조상이 안 좋은 일을 했으면 어쩌나 싶지만. 사람은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다음 세대도 생각하고 살아야겠구나.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노조키메는 억울하게 죽은 여자아이여서다.

 

여기에서 모두 논리있게 말해주는 건 아니다. 무서운 이야기는 그것 자체로 남겨둔다고 하지 않는가. 맨 앞에서도 말했듯이 세상에는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나는 이상한 일을 겪은 적이 있을까. 오래전에 이상한 걸 본 적 있는데 그건 별거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 눈이 잠시 이상했던 건지도.

 

 

 

 

☆―

 

“어째서죠? 왜 이 공책을 읽으면 안 된다는 겁니까?”

 

“…… 오니까.”

 

“네?”

 

“그것이 엿보러 오니까…….”  (44쪽)

 

 

 

 

 

한밤에 일어난 일

 

 

 

이사하고 며칠이 지난 밤부터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하루가 바뀌는 영시였다. 처음에는 다른 집에 가는 사람인가 보다 했다. 하지만 발자국 소리는 우리 집 앞에서 멈추었다. 첫날은 잠결에 들어서 별로 마음 쓰지 않았다. 둘째날도 셋째날도 어김없이 발자국 소리가 우리 집 앞에서 멈추었다. 넷째날은 영시가 되기를 기다리다 문에 달린 렌즈로 바깥을 보았다. 밑에서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우리 집 앞에서 멈추었는데, 바깥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움직일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다. 다시 시간이 흐르는 걸 느낀 건 이삼 분이 지난 뒤다. 아니 어쩌면 채 일분도 지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렌즈에 눈을 갖다댔다. 곧 렌즈 너머는 빨갛게 물들었다.

 

내가 정신을 잃었던 걸까. 멀리서 자명종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곳이 사라져도 기억으로 남는다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윤대녕

  현대문학  2014년 06월 12일

 

 

 

 

 

 

 

 

 

 

 

 

산문은 소설과 다르게 작가 이야기를 할 때가 많다. 소설도 비슷할까. 소설에서는 작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나만 잘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가끔 작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고 느낄 뿐이다. 소설을 보면서는 거기 나오는 사람과 자신을 겹쳐서 볼 때도 있는데, 나는 이것도 자주 하지 않는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못 봐서(비슷한 건 아주 조금일 때가 많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내 삶은 소설 재료로도 쓰지 못하겠구나 하는. 어쩐지 조금 슬프기도 하다. 예전에 어릴 때를 생각하고 뭔가 써 본 적 있는데 그저 그랬다. 그것을 좀더 재미있게 쓰면 좋을 텐데, 어려운 일이다. 제대로 해 보지도 않고 어렵다고 말하는 것일지도. 산문에서 작가가 하는 이야기를 보면 자신은 어땠는지 생각하기도 한다. 소설 볼 때도 그러는 듯하다. 소설에 나오는 사람과 나를 겹쳐보는 것은 하기 어려워도 나는 어떤지 생각하는구나. 책을 읽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따라 책을 보는 게 다를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처음에는 모두 읽는 사람일 뿐일지도. 비평하는 사람은 다르게 읽을 것 같다는 거다.

 

이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진 곳들이 떠올랐다. 나는 어디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마음에 드는 공간도 없다. 공간은 사람이 있을 때 그곳에 있지, 사람이 없으면 그곳도 사라진다고 한다. 사람은 바로 자신과 누군가겠지. 내가 사는 곳에서 다른 곳(위쪽)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타려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야 했다. 지난날 이야기다. 지금은 배 타고 역에 가지 않아도 된다. 내가 사는 곳에도 역이 있었는데 거기에서는 멀리까지 가지 않았다. 지금은 가는가보다. 옮긴 역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아직 한번도 안 가봤다. 배가 아닌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러 가도 되었다. 예전에는 그 배를 타는 사람이 아주 많았는데, 지금은 배가 아예 없어졌을까. 몇해 전(이것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에 배를 탔을 때는 사람이 아주 적었다. 공간도 공간이지만 배를 타고 내리는 풍경 자체가 사라져버린 듯하다. 어디에 자주 다니지도 않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사는 곳이 섬이어서 배를 타야 했던 건 아니다. 그때는 배를 타고 다른 지방 역에 가는 게 나았다. 밑으로 가려면 다른 방법으로 가야 했다.

 

 

           
           

                   역이 있던 곳 빈 터다, 아니 오래전에 가 봐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비밀이랄 것은 없지만 사진을 보면 내가 어디에 사는지 알겠다

                           나무는 역에서 왼쪽이고 더 왼쪽으로 들어가면 시장이다

 

 

 

내가 사는 곳에 있던 역은 다른 곳으로 옮겨서 예전에 있던 역은 없어졌다. 예전에 나는 역은 그대로고 철길을 놓는 건지 알았다. 철길은 다른 곳에서 이곳과 이어졌겠지. 예전 역은 작아서 비둘기호가 다니고 이게 사라지고 무궁화호가 되기도 했다(가끔 화물차도 다녔다). 이름만 바뀌었지 가는 곳은 같았다. 어떻게 이것을 아느냐 하면, 그 기차를 타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역 바로 옆은 재래시장이다. 어렸을 때는 엄마와 함께 시장에 다니기도 했는데 언젠가부터 시장에 안 가게 되었다. 이제는 시장까지 가지 않아도 물건을 살 수 있다. 이것은 어디나 비슷하겠지. 예전에는 시장이 있는 곳이 내가 사는 곳 중심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곳이 딱히 없는 듯하다. 이게 좋은 건지 아쉬운 건지. 그래도 아직 그곳에는 사람이 산다. 많은 사람이 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은 시장에 가겠지. 아침에 기차를 타면 장사하는 사람이 많았던 듯하다. 시장에서 물건을 떼어가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시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는 극장 두 곳이 가까이에 있었다. 내가 영화를 보러 극장에 자주 간 건 아니다. 학교에서 단체로 볼 때 갔다. 나 혼자 극장에 간 적 있다. 그때 왜 혼자 갔을까. 나는 혼자 가는 것을 싫어해서 극장에 다니지 못한 것 같다. 그런 곳에는 누군가와 같이 가야 할 것 같아서. 그것도 있겠지만 혼자서라도 영화를 보아야겠다는 마음이 없었던 거겠지. 친구와 같이 간 적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영화를 봤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접속>만 생각난다. 요즘은 도서관에서 영화를 보여주는 날도 있는데 한번도 못 가 봤다. 거의 어린이와 엄마가 올 것 같아서. 아이와 엄마가 보기에 좋은 것만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거기에 못 가서 아쉬운 건 아니다. 예전에는 텔레비전 방송으로 영화를 해주었지만 지금은 그게 없어졌다. 그게 없어지기 한두해 전에 안 보게 되었지만 아쉬운 점이다. 내가 영화를 좋아한다면 인터넷으로라도 봤겠지. 그러지도 않으면서 아쉬워하다니. 나는 영화를 찾아서 보기보다 기회가 되면 보는 것으로 생각하는가보다. 극장이 있던 곳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그곳까지 안 가 봐서.

 

시내에는 책방도 있었다. 예전에는 여러 곳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 책방은 집에서 멀어서 가끔 갔는데, 그곳에서 친구와 만나기도 했다. 도서관은 예전에 집에서 먼 곳에 있었는데, 지금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그 도서관 건물은 무엇으로 쓸까. 예전 도서관 뒷쪽 은행나무밑에 햄스터를 묻었는데. 볼 일이 없으면 가지 않는 곳이 많구나. 중학생 때는 자주 못 샀지만, 고등학생 때는 테이프를 좀 샀다. 레코드 가게에 몇번 갔더니 그곳에서 일하는 언니가 나를 알아보기도 했다. 나중에는 테이프 값을 깎아주었다. 그곳도 시간이 흘러서 사라졌다. 일하는 언니와 이야기를 별로 나누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쉽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 한 기억은 거의 없구나. 친구와 함께 간 바다가 있기는 한데. 나한테도 그런 일이 있었다니 좀 신기하다. 윤대녕은 글을 쓰려고 떠난다고 한다. 나하고는 반대다. 나는 다른 곳에서는 책도 못 읽고 글도 잘 못 쓴다. 집에서 잘 쓰는 것도 아니지만. 이것은 사람마다 다른 거겠지. 마지막에 글쓰는 이야기가 되다니. 나는 작가보다 짧은 동안 지난날을 생각했다. 이런 시간 괜찮은 듯하다. 떠올릴 기억이 얼마 없어서 조금 아쉽다. 이것은 앞으로도 비슷할 것 같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생각하는 것도 괜찮을까.

 

 

 

희선

 

 

 

 

☆―

 

“가장 인상에 남은 장면은 아빠가 혼자 빗속에서 낚시를 하는 모습이었어요. 근데 그 모습이 저는 왠지 쓸쓸해 보이던데, 이상하죠?”

 

이상할 건 없다. 그것은 우리가 서 있던 공간이, 우리가 그 자리를 떠남과 동시에 흔적 없이 사라질 거라는 어쩔 수 없는 예감 때문이란다, 얘야.  (74~75쪽)

 

 

“네, 우체부 같은 작가가 되어 돌아가고 싶습니다. 사람들한테 온갖 희로애락과 생로병사의 비의를 전달해주는 게 되어서 말이죠. 그동안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이것뿐입니다.”  (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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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二國記 圖南の翼 (文庫, 新潮文庫 お 37-59 十二國記)
오노 후유미 지음 / 新潮社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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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의 날개   십이국기

 

 

 

큰일을 계획하는 일을 도남의 날개를 편다 해서, 왕이 섞여서 산을 오르는 일을 붕새 날개를 탄다고 한다.  (381쪽)

 

 

책을 끝까지 다 보고 생각한 것은 내가 이렇게 쓰는 게 몇번째일까다. 해설을 쓴 사람은 이 책이 삼백권째라고 한다. 서른다섯 해 동안 쓴 것으로, 이것은 문고 해설만 말하는 거다. 문예평론가니 글을 더 쓰지 않았을까 싶다. 잡지 같은 데. 이 책은 여러 권이어서 올해 안에 다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읽기 시작하고 한주에 한권 읽자 하고 읽었더니 벌써 반이 훨씬 넘었다. 처음에는 한달에 한권이나 두권 보려고 했는데. 마음먹고 하니 하는구나 싶지만, 다른 책은 별로 못 봐서 그게 좀 아쉽다. 살아가는 건 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것도 있는 거다. 모든 것을 다 하고,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다. 더 보고 싶으면 부지런히 볼 수밖에 없다. 책을 빨리 못 읽는 것도 있고, 게으르기도 해서 그게 어렵다. 게을러서 공부도 제대로 안 하고 그냥 책을 읽는다. 나는 따로 공부하는 재주는 없는 듯하다. 따로 글을 쓰는 재주도 없고. 누군가는 재주를 타고 나기도 하지만, 꾸준히 애써서 잘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보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책을 읽는 거다. 따로 못하니까. 책 읽을 때 제대로 보고 싶은데 그것도 잘 못한다.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열두 나라가 있는 세계에는 나라마다 왕과 기린이 있다. 왕이 없는 나라는 사람이 살아가기 어렵다. 공국은 왕이 죽고 스물일곱해가 지났다. 공국 기린이 있는데도 여전히 왕은 나타나지 않았다. 왕에 맞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겠다. 부잣집 막내로 나고 자란 슈쇼는 자신만 잘 먹고 잘 입고 안전한 곳에서 사는 게 마음 편하지 않았다. 슈쇼가 사는 마을에도 요마가 나타나고 학교 선생님은 요마한테 죽임 당했다. 본래 슈쇼는 관리가 되기 위해 공부했는데 학교가 문을 닫아서 공부를 더 할 수 없게 되었다. 어른들은 나라에 왕이 없어서 요마가 나타나고 살기 어렵다고 하지만 봉산에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슈쇼는 이제 열두 살인데 그런 어른을 한심하게 여겼다. 슈쇼 자신이 봉산에 오르기 위해 집을 떠난다. 여기에서는 왕에 뽑히려고 황해를 건너 봉산에 오르는 것을 ‘승산’이라고 한다. 왕에 뽑히려고 한다기보다 하늘 뜻을 재보려고 한다고 해야 할까. 자신한테 왕이 될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 왕은 겨우 한사람인데. 나도 이렇게 생각한다. 겨우 한사람인데 내가 되겠어 하는. 한 나라를 책임져야 하는 왕은 더하겠다. 열두 살 슈쇼는 왕이 될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생각했다. 자신이 넘치는 아이다. 대국 기린 다이키와는 반대로. 자란 환경이나 처지가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구나.

 

이것보다 앞 이야기 《바람의 만리 밝아오는 하늘》을 봤다면 슈쇼가 공국 왕이 되리라는 것을 알 거다. 슈쇼는 방국 공주였던 쇼케이를 무척 안 좋게 대했다. 이 책을 보니 슈쇼가 왜 그랬는지 알겠다. 공주만큼은 아니더라도 슈쇼도 어릴 때부터 모자람 없이 자랐다. 슈쇼는 부자인 집 안에만 있지 않고 다른 사람을 보고 자기 집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았다. 힘들게 사는 사람을 알았다고 해야겠다. 그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차이가 있겠지. 쇼케이가 잘한 건 아니지만, 쇼케이는 안 좋게 대하면 더 안 좋아지는 성격이었다. 나도 사람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모르는데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사람과 좋은 인연이 될 수 없겠다. 나중에 쇼케이가 자신이 잘못한 걸 깨달아서 다행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쇼케이는 언제까지나 슈쇼를 원망했을지도 모르니까. 슈쇼가 왕이 된다는 걸 먼저 말하다니. 끝을 알고 있다 해도 괜찮다. 끝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되기까지니까.

 

가장 길게 나오는 것은 황해를 지나는 거다. 황해라고 해도 여기는 바다가 아니다. 황해에는 요마나 요수가 산다. 사람은 살지 않는 곳으로 사람이 이곳을 지나서 봉산에 가는 것은 무척 어렵다. 문을 지나 봉산까지 가는 것은 한달 반이나 걸린다고 한다. 황해에 들어가는 문은 네 곳이 있다. 문은 번갈아가면서 한해에 한번씩 모두 네번 열린다. 봉산에 오르려는 사람은 황해를 잘 아는 사람한테 길 안내를 맡기기도 한다. 슈쇼도 운 좋게 그런 사람을 만나서 자신을 봉산에 가게 해달라고 한다. 이름은 간큐다. 우연히 만나 도움받은 리코도 있는데, 이 사람 정체는 마지막에 나온다. 슈쇼는 열두 살이지만 똑똑하다. 이곳은 왕이 되는 데 나이는 상관없다. 그래서 슈쇼 같은 아이도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왜 아이라는 말을 했느냐 하면, 슈쇼가 똑똑하지만 아직 잘 모르는 게 많기 때문이다. 나도 슈쇼와 같은 마음이었는데. 황해를 잘 알면 여러 사람한테 조심할 일을 가르쳐주고 서로 도와야 한다 생각했는데, 길 안내하는 사람은 자신을 고용한 사람만 도왔다. 슈쇼는 그런 모습을 별로 안 좋게 보았다. 그래서 간큐와 싸우기도 했다.

 

어느 나라 왕이나 봉산에 올라서 왕으로 뽑히는 건 아니다. 가끔 기린이 왕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기린이 찾아내서 왕이다 하는 사람도 괜찮은 왕이 되겠지만, 황해를 지나 봉산에 오르는 사람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꼭 봉산에 오르지 않아도 그만큼 고생하고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 괜찮을지도. 요코가 그랬으니까. 안국 왕 쇼류는 왜에서 모든 것을 잃고 이곳으로 왔다. 슈쇼는 집을 떠나 여러 사람을 만나고 황해를 건넌다. 어쩐지 시험 같기도 하다. 슈쇼는 호적이 없는 사람이 살아가는 어려움을 알고, 황해를 고향으로 여기는 사람도 알게 된다. 호적이 없어도 자유롭게 사는 사람도 있지만, 한 집에서 일하면서 그저 먹고 살기만 하는 사람도 있다. 호적이 없어서 자기 나라가 없는 사람은 왕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다 생각한다. 안국 기린 로쿠타는 왕이 있어서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것과는 조금 다르겠지. 우리가 사는 곳과 다르지만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생각했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호적 없는 사람을 자기 집안에서 일하게 하는 사람은 어쩐지 조선시대 양반 같다. 슈쇼도 이 나라에 노예가 없지만 그런 사람을 노예라 생각하고 자기 아버지를 안 좋게 여겼다. 슈쇼는 어떻게 제대로 생각하게 됐을까. 그 점 신기하다. 공부하고 자기 눈으로 보고 생각해서겠지.

 

언젠가 좋아지기를 바라지 않고 자신이 좋게 만들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슈쇼는 그걸 했다. 자신이 왕이 되리라는 자신도 있었다. 그런 자신은 어디에서 온 걸까. 자신 넘치는 사람 부럽다. 그런 것을 부러워하기만 하는구나. 왕이 되는 건 어렵겠지만, 자신이 바라는 것은 스스로 얻으려 하는 게 좋을 듯하다. 여기에서도 큰 뜻만 말하는 건 아니겠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도 하지 않는가. 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한테는 운이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지만 나는 열심히 안 하는구나. 나는 큰 것보다 작은 것을 바라서일지도. 이것은 바라는 게 아주 없는 건 아닌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특별히 어떤 것을 바라기보다 우연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좋다. 나쁜 일도 우연히 일어난다는 덫이 있구나. 슈쇼처럼 자신 넘치지 않지만, 나도 나를 조금 믿어야겠다.

 

 

 

희선

 

 

 

 

☆―

 

“봉산에 오르지 않느냐고 물으면 웃어. 내가 아이고 왕이 얼마나 힘든지 황해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몰라서 말한다는 얼굴이야. 내가 어리고 부잣집에서 자라서 세상물정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고 웃지. 자기들만 안다는 식이야.”

 

“그…… 그래.”

 

“내가 볼 때는 가까운 곳에서 사람이 죽는데 남일처럼 보는 사람이 더 세상물정 모르는 거야. 죽는 것도 괴로운 것도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아니야?”

 

“그러네.”  (3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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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二國記 丕緖の鳥 (文庫, 新潮文庫)
오노 후유미 지음 / 新潮社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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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쇼의 새   십이국기

 

 

 

십이국기에는 단편집이 두권 있습니다. 작가는 이것을 나중에 썼지만, 책을 다시 내면서 이것을 앞에 두었더군요. 그래서 이것을 먼저 보았습니다. 《마성의 아이》는 나중에 보고, 이것은 차례를 지켜서 보았군요. 이 책 보기 전에 제목이 뜻하는 것은 대체 뭘까 했습니다. 첫번째 이야기로 바로 읽으면 ‘히쇼의 새’인데, 이 말도 무슨 뜻인지 바로 알기 어렵습니다. 히쇼가 가진 새, 곧 히쇼가 기르는 새인가 할 수도 있잖아요. 책을 읽으니 ‘히쇼가 만드는 새’더군요. 히쇼는 대체 무슨 새를 만들까 하겠네요. 이 책 볼 때 조금 괴로웠습니다. 어려워서, 우리말로 옮기기도 쉽지 않겠구나 했습니다. 그래도 잘 아는 분은 잘 하시겠지요. 읽으면서 걱정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이 말도 자주 해서 그 말 보기 지겹다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쓰지’예요. 히쇼가 새를 만드는 재료는 도제(陶製 오지로 이것은 진흙으로 빚어서 볕에 말리거나 낮은 온도로 구운 다음 잿물을 입혀 다시 구운 그릇, 흙을 구워서 만든 도자기 따위의 물건)예요. 제가 생각한 건 도자기 새(까치)인데 비슷하겠죠. 왕이 왕 자리에 오른 걸 축하할 때 그것을 날려서 화살을 쏘아 깹니다. 이런 행사 어딘가에 있을까요. 새는 까치 모양이고 깨지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리고 향도 넣는다고 합니다. 히쇼는 정치와는 먼 자리에 있지만 선인입니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나랏일 하는 사람을 공무원이라고 하죠. 열두 나라가 있는 곳에도 그런 사람 많이 있을 듯합니다. 왕 가까이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도 있고 왕하고는 먼 곳에서 자기 일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여기에는 왕하고는 먼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나오는군요. 히쇼는 경국 사람으로 오래 살았더군요. 새 왕이 된 사람은 바로 요코예요. 히쇼는 왕한테 희망을 버린 듯했습니다. 왕이 바뀐다고 뭐가 달라질까, 왕은백성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 생각했지요. 요코 앞에 왕은 더 그래서 히쇼는 새를 만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했습니다. 그동안 만들지 않아서 좋은 생각도 없었습니다. 예전 왕 때 만든 것을 다시 만들까 하다가, 예전에 함께 일한 사람이 한 말을 제자한테서 듣고 좋은 생각을 얻습니다. 그리고 행사도 잘 마쳤습니다(이렇게 말하다니). 히쇼 마음이 요코한테 닿았습니다. 요코는 히쇼한테 “…… 가슴이 아플 정도로 아름다웠다. 잊기 어려운 것을 보았다.” (70쪽)고 했어요. 그 말을 들은 히쇼는 언젠가 또 그것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히쇼는 새를 만들기도 하고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는지(연출)도 정하는군요. 말이 아닌 다른 것으로 마음을 나타낼 수 있잖아요. 히쇼가 왕한테 말하려고 한 것은 ‘백성을 괴롭히지 마라’예요.

 

두번째 이야기 <저물무렵의 짐승>을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 책 《공허한 십자가》가 생각나더군요. 이곳에도 사람을 여럿 죽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유국 법에는 사형이 있지만 이것을 행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사형제도를 되살리느냐 마느냐로 고민하는 사람 이야기예요. 백성들은 많은 사람을 죽이고, 아주 적은 돈 때문에 어린이까지 죽인 사람을 사형시키기를 바랐습니다. 사형을 되살리면 그런 일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것을 사법관이 걱정하더군요. 이 나라는 지금 기울고 있습니다. 그래선지 사람들 마음이 메말랐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도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지 않고 사형시켜달라 하더군요. 죄를 뉘우치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해서 사법관이 그 사람을 만나보지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를 죽인 다른 까닭도 없었습니다. 유국이 기울고 있다는 말은 《바람의 바다 밝아오는 하늘》에도 잠깐 나왔군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대통령(왕)이 잘못해도 나라가 기울지 않아서 다행이군요. 사람이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이 되는 건 마찬가지군요. 살인범을 사형시키기를 바라는 것은 자신의 불안을 없애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말은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서운 일을 저지른 사람이 어딘가에 살아있다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사형이 답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것은 또 다른 살인과 같으니까요.

 

세번째는 배경이 안국으로 쇼류가 왕이 되기 전부터 왕이 된 뒤 이야기더군요. 이곳은 왕이 없으면 사람이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 관리가 되는 사람도 있는 듯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그렇게 하는 사람 있겠군요. 처음에는 자신의 마을과 식구들을 위해 일하는데, 나중에는 그 나라 백성을 다 생각하더군요. 왕이 자리에 오르면 자연재해나 요마가 나타나지 않지만, 나무에 생긴 병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안국 산에는 너도밤나무 숲이 많은 듯했습니다. 너도밤나무에 병이 들어 그게 퍼져가고 있었습니다. 새 왕이 나타나도 그 병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병든 너도밤나무는 뭔가 만드는 재료로 비싸게 팔렸지만(돈은 관리가 챙겼습니다), 산에 나무가 없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비가 오면 물난리가 나고, 겨울에 내린 눈이 봄에 녹아 땅속에 스며들면 힘이 없어진 흙이 무너져 마을을 덮치겠지요. 몇 사람이 오랜 시간을 들여 병을 낫게 하는 약초를 찾아냈습니다. 그것을 새로운 왕한테 전해서 다음해에 씨앗을 얻기 위해 애씁니다. 한두 사람 힘으로 하지 않고 여러 사람 손에서 손으로 희망을 맡깁니다. 그 부분이 감동스럽습니다. 그 일을 하는 건 그 나라에서 살아가는 백성입니다. 앞으로 나라가 좋아지기를 바라면서 말이에요.

 

마지막에는 책력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 나옵니다. 이곳은 어디일까요. 경국입니다. 요코 앞에 왕이 죽기 바로 전부터 요코가 왕이 된 때입니다. 요코는 요코 나름대로 힘들었는데, 백성은 백성대로 힘들었네요. 책력 만드는 사람들은 왕이 죽고 가짜 왕이 나타나고 다시 새 왕이 나타나도 그런 일에는 관심 갖지 않고 일을 하더군요. 나라가 어지러워도 농사짓고 살아가는 사람은 있겠지요. 그런 사람을 생각하고 일을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 란카는 잠시 실망하기도 했어요. 사람이 죽기도 하는데 거기에서 눈을 돌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한다고. 전쟁이 일어나도 과학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책력 만드는 사람은 자기들은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어요. 이 말도 맞겠지요. 열두 나라가 있는 곳도 시간이 많이 지나면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과학이 발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학이 아주 없는 건 아니기도 하니까요.

 

여기 나온 사람들은 다 관리(공무원 같은 것)예요. 관리에는 위가 있고 밑이 있겠지요. 위가 아닌 밑에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좀더 백성과 가까이에 있지요. 책력 만드는 사람들은 현실을 잊고 산다고 했지만. 책력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백성이니 백성을 생각하고 일하는 걸 거예요. 전에 한 말인데 왕만 백성을 괴롭히지 않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관리 같은 어떤 자리에 있는 사람도 백성을 괴롭히면 안 됩니다. 여기에도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그것을 재미있다고 해야 할지, 우리가 사는 곳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지. 백성이 있고 나라가 있는 것인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런 생각이 더 드는군요.

 

 

 

희선

 

 

 

 

(고쳤지만 제가 잘못 썼더군요. 본래는 그 말 안 썼는데 다시 읽어보면서 썼습니다. 그런 건 빨리 했으면 좋았을 텐데. 병든 너도밤나무는 숯으로도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런데 땔감으로 비싸게 팔렸다고 쓰다니. 어쩐지 아닌 것 같아서 책을 찾아보니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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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の萬里 黎明の空(下) 十二國記 (新潮文庫) (文庫)
小野 不由美 / 新潮社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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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만리 밝아오는 하늘 하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끝까지 보면 더 나은 제목이 생각나겠지 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어(더 생각하지 않아서인가). 나눠서 안 보고 이어서 끝까지 봤다면 더 나았을 것 같아. 그랬다면 이런 말로 시작하지 않았을 텐데. 지난번에는 세 여자아이 이야기를 많이 했군. 요코, 스즈, 쇼케이. 요코는 경국 왕, 스즈는 오래전에 일본에서 이곳으로 와서 재국에서 살았고, 쇼케이는 방국 공주였는데 왕(쇼케이 아버지)이 백성을 괴롭혀서 그것을 보다 못한 관리가 왕을 죽이고 쇼케이를 선적에서 뺐어. 요코는 왕궁을 나와 이곳이 어떤지 배우고, 스즈는 자신처럼 일본에서 온 경왕을 만나기 위해 경국으로 오고, 쇼케이는 경국 왕 자리를 빼앗을 마음을 가졌다가 요코 친구 라크슌을 만나고 자신이 공주로서 해야 했던 일을 깨닫고 경국으로 와. 지금 생각하니 나라가 좁은 것도 아닌데 그 나라에 간다고 왕을 만날 수 있을까 싶군. 왕을 만나려면 왕궁에 가면 되기는 해. 요코가 왕궁에서 아주 먼 곳에 있었던 건 아니야. 그리고 신기하게도 요코가 지내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했어. 그곳에 스즈와 쇼케이가 온 거야.

 

경국은 요코가 왕이 된 지 얼마 안 돼서 여전히 안정되지 않았어. 이곳은 나라에 왕이 없으면 백성이 살아가기 어렵다고 했잖아. 지난번에 요코를 본 관리가 ‘또 여왕이라니’ 하는 말을 하는 걸 보았는데, 백성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 그래도 나라에 왕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갔던 사람이 경국으로 돌아왔어. 왕 혼자 그 나라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아는 건 어려워. 왕 곁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많으면 좋겠지만, 요코 곁에는 기린 케이키밖에 없었어. 케이키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 욕심을 위해 왕을 속이는 일은 절대 없어. 나라를 두루두루 살피기에 케이키 하나로는 모자라지. 케이키가 주후인 곳에서도 세금을 많이 거두었어. 그것을 케이키도 몰랐어. 세금을 가장 많이 걷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 사는 사람은 아주 힘들어하고 많이 죽기도 했어. 어떤 사람은 공부를 잘해서 관리가 될 수도 있었는데 그곳 향장 밑에서 일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향장을 봐주는 주후가 있고 주후를 봐주는 사람이 위에 있었어. 여기에 백성을 괴롭히는 관리만 있는 건 아니야. 바른 길을 배우고 잘못된 길을 바로잡으려는 사람도 있었어.

 

스즈와 함께 경국에 돌아온 세이슈는 지수향장 쇼코 마차에 치여죽었어. 스즈는 세이슈가 건방진 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생처럼 여겼는데. 세이슈가 쇼코 마차에 치이려고 할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 쇼코가 무서웠기 때문에. 만화영화에는 쇼코가 많이 나왔는데, 책에는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이 많이 나오고 요코한테 살려달라고 할 때 잠깐 나왔어. 이건 주후 가호나 그 위에 있는 세이쿄(주후보다 더 높은 사람)도 그렇군. 쇼케이는 명곽에서 누군가 죽임 당하려고 할 때 돌을 던졌어. 예전의 쇼케이였다면 그런 일 안 했을 텐데. 라크슌이 가르쳐줘서 쇼케이는 어느 나라도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그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어. 명곽 사람들은 아무 말도 못한 거지. 쇼케이는 그런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돈을 던진 거야. 그곳에 요코가 있어서 쇼케이를 도와주었어. 그 뒤 쇼케이는 용병을 모으는 사람들 일을 도와. 왕이 가호가 하는 나쁜 일을 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을 벌이려는 거였어. 지수향장 쇼코한테 반기를 든 사람도 있었어. 거기에는 스즈가 있었지. 요코는 자신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누군가한테 붙잡혀가서 그 사람을 구하려다 쇼코를 쓰러뜨리는 일을 함께 해. 이 일은 거리(탁봉과 명곽)는 떨어져있지만 한 주에서 일어나는 거야.

 

이렇게밖에 못 쓰다니. 앞에 것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말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걸 느꼈어. 뭐냐 하면 중국이 생각난 거야. 작가가 본래 아주 옛날 중국을 생각하고 썼다고 해. 사람들한테 길을 가르치고 바른 길로 가게 하는 것은 공자가 떠오르게 했어. 스무 살이 되면 나라에서 땅을 주는 것(중국은 이러지 않으려나), 결혼하면 같은 곳에서 살아야 하고 다른 나라 사람과 결혼하지 못해(이것도 중국이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으려나). 나라에서 받은 땅을 팔고 다른 일을 하고 살아도 괜찮아. 여기는 자유로운 것 같으면서도 제약이 있는 듯해. 다른 나라 사람과 결혼 못한다고 했는데, 모든 나라가 그런 건 아닐지도 몰라. 다른 나라 사람과 결혼하면 아이가 생기지 않는대. 이것은 왕 때문인지도 모르겠어. 왕은 그 나라에서 난 사람만이 될 수 있거든. 아이를 갖고 싶다고 해서 모두 가지는 건 아니기도 해. 부모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한테 하늘이 아이를 준다더군. 이곳에서는 아이가 나무에 알처럼 열려. 리목에 부부가 함께 수놓은 띠를 묶고 하늘에 빌면 열리는 거야.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이를 갖는다지만, 나라가 살기 어려우면 아이를 버리기도 하는군. 그건 좋은 부모가 될 자질은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한 건지도. 왕도 비슷하군. 여기는 아이가 갖고 싶은 사람만 결혼한대. 이런 것도 책을 보면 알 수 있는 거군.

 

위에서 사는 걸 힘들게 하면 그것을 바꾸기 위해 내가 무엇인가 할지 그건 잘 모르겠어. 우리나라 독립이나 민주화를 위해 애쓴 사람도 있는데, 그것을 대단하다 생각하지만 내가 하는 건 어려울지도. 그런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건지. 앞에 나서서 하는 건 못해도 몰래 도와주는 건 할 수 있을지도. 마음이 약하지. 나라 같은 큰 것보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나 일터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는 것도 괜찮을 듯해. 스즈도 리요가 자신을 죽일 리 없는데 왜 그렇게 겁내고 아무 말도 못했는지 아쉬워했어. 사람을 까닭없이 괴롭히는 사람 있잖아. 그런 사람한테는 제대로 말하는 게 좋지. 나는 그런 것도 못하고 사람 관계를 아주 힘들어하는데 이런 말을 했군. 안국 왕 쇼류는 자신한테 하고 싶은 말 잘 하는 사람을 곁에 두기도 했어. 위에 있는 사람은 쓴 말도 달게 들어야 하지. 그런 사람이 높은 자리에 앉아야 하는데. 모든 사람이 괜찮고 좋은 나라가 되면 좋겠지만 어려운 일이지. 문제가 아주 없으면 안 좋기도 하잖아. 살아가는 것도 그렇군. 그래도 평화로운 세상이기를 바라.

 

세 사람이 앞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 뭘까, 그건 공부야. 바른 길을 가르치고 그렇게 산 사람이 있다고 했잖아. 그 엔호는 아주 오래 살았는데 아직도 헤맨다고 했어.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모르는 게 있는 거지. 요코는 이번 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얻었어. 요코가 왕궁에서 관리 눈치만 봤다면 그러지 못했겠지. 스즈와 쇼케이는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여러 사람을 만나고 전보다 세상을 넓게 보게 됐어. 어딘가에 떠나야 세상을 넓게 보는 건 아니지만, 그게 필요한 사람도 있다고 봐. 떠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를 만나느냐도 중요하지. 셋이 만난 것도 좋은 일이었지. 서로 몰랐을 때는 기대하고(스즈) 샘내고 미워했는데(쇼케이), 만나고는 왕이라고 자신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지. 왕도 나름대로 이런저런 일 때문에 걱정이 많다는 거야. 경국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되어서 백성들이 요코를 좋아하면 좋겠어. 이런 생각도 드는군. 살기 좋은 나라는 왕 혼자 만드는 것인가 하는, 백성도 함께 만들어야 하겠지.

 

 

 

희선

 

 

 

 

☆―

 

“안이나 주에서 태어났다면 좋았겠네.”

 

셋키는 쓴웃음 지었다.

 

“그런 것을 생각해도 소용없어. 나는 경에서 태어났는걸. 결국 태어버렸으니 다음은 얼마나 자신답게 살아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203쪽)

 

 

“참으면 참지 못하는 게 무서워져. 지금 아무리 괴로워도 참는 걸 그만두면 훨씬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아…….”  (301쪽)

 

 

“사람은 누가 더 불행한지 겨루지. 죽은 사람이 가장 불쌍한데, 누군가를 불쌍하게 여기면 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야. 자신이 가장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건,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일지도 몰라.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고 남을 원망하고, 진짜 해야 하는 일에서 달아나는…….”        (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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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の万里 黎明の空(上)十二國記 (文庫, 新潮文庫)
小野 不由美 지음 / 新潮社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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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만리 밝아오는 하늘 상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내가 썼지만 제목 별로네. 이번 이야기는 두권으로 나뉘었어. 처음 이야기 《달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도 두권이지만, 그것은 합치면 오백쪽이 조금 넘어. 그래서 한번에 읽었지. 이번에는 두권 다 두꺼워서 나눠서 보기로 했어. 그러고 보니 지난해에는 한권을 한주 넘게 보기도 했군. 낮에 잠깐 지난해에는 어떻게 지냈더라 하는 생각을 했는데 떠오르는 게 없었어.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았겠지 했을 뿐이야. 그래서 조금 우울했는데. 별거 없는 하루하루라도 뜻있게 보내려고 해야 할 텐데 마음대로 안 되네. ‘뜻있게’가 안 좋은 건가, 그러면 ‘즐겁게’로 바꿔야겠어. 지난해가 떠오르지 않으면 어때, 지금 괜찮으면 된 거잖아. 큰일 없이 지냈기 때문에 지금 책을 볼 수 있는 거니까. 아무 일 없는 하루하루가 지루할지 몰라도 그것만큼 좋은 건 없을지도 몰라. 나한테 책 살 돈이 조금이라도 있어서 이 책을 사서 보기도 하잖아. 내가 이 책을 보기로 한 건 문고로 나왔기 때문이야. 이렇게 말하다보니 잘 찾아보면 고마워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지금 사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갈 일도 없고, 하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지.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지난번에 마지막에 잠깐 말했지. 이번에는 세 여자아이가 나온다고. 아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한사람은 요코야. 요코는 일본에서 고등학생이었는데, 어느 날 기린 케이키가 학교에 나타나서 이곳 열두 나라가 있는 곳으로 데려왔어. 이제는 말해도 될까. 요코는 한 나라, 경동국(경국) 왕이야. 고등학생 여자아이한테 너는 왕이다 하면 그것을 바로 받아들일까. 그건 고등학생이 아니어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아. 높은 자리여서 좋을 것 같지만, 왕 자리에 앉는 건 그렇게 가벼운 게 아니야. 이곳은 왕이 길을 잃으면 죽으니까. 일을 잘못하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기만 하면 되는 것과 아주 다르지.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 책임을 가지고 나라를 다스리라는 뜻일까. 왕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왕으로 뽑히면 괴로울 듯해. 요코도 좀 힘들어해. 요코가 왕이 되었지만 요코를 보고 관리들이 ‘또 여왕이라니’ 하는 생각을 했거든. 이것은 여자와 남자를 차별해서 하는 말은 아니야. 경국은 요코 전까지 여왕이 셋이었는데, 좋은 왕이 아니어서 그렇게 생각한 거야. 요코는 자신이 일본에서 사람들 눈치만 보던 것과 지금 관리들 눈치를 보는 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왕궁을 나와서 보통 사람과 살면서 이곳을 배우기로 했어. 요코 곁에는 아직 믿을 만한 신하가 없어, 기린 케이키밖에. 왕을 도와서 제대로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잖아. 경국 관리는 예전 왕 때 그대로고. 한 나라 왕이 되는 건 쉽지 않겠지. 그래도 요코는 거기에서 달아나려고 하지 않아.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듯해.

 

왕은 백성을 괴롭히지 않아야 해. 그런데 방극국(방국) 왕은 법을 엄격하게 만들어서 백성을 괴롭게 했어. 기린은 병이 들었어. 기린이 죽고 왕이 죽을 때까지 시간이 걸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백성이 괴로움을 당해야 할까 생각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왕과 왕비 기린 목을 베었어. 이건 왕 자리를 노리고 한 일은 아니야. 왕을 죽이는 일에 앞장 선 겟케이는 언젠가 그 벌을 받겠다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 방국 왕한테는 열세살 먹은 딸이 있었어. 손쇼(성과 이름) 쇼케이야. 쇼케이는 어머니가 죽는 모습을 보아야 했고, 선적에서도 빠졌어. 쇼케이는 열세살인 채로 왕궁에서 서른해를 지냈어. 앞으로는 보통 사람으로 나이들어야 해. 쇼케이는 그 일을 무척 억울하게 생각했어. 아버지가 무슨 일을 했는지 자신을 몰랐다면서. 아버지, 어머니는 쇼케이한테 아무것도 몰라도 된다 했대. 왕뿐 아니라 왕 자녀도 그에 맞는 일을 해야 하는군. 관리만 왕한테 제대로 말해야 하는 건 아니기는 하지. 공주도 자기 나라 백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고, 자신이 할 일이 없는지 찾아보아야겠지. 왕이 되면 아주 많은 것을 가지게 돼. 그것을 왕한테 주는 것은 일을 잘 하라는 뜻이기도 해. 쇼케이가 부모 없는 아이들이 사는 곳에서 일하고 지낸 지 세해가 흘렀어. 쇼케이는 자기 나이와 비슷한 여자아이가 경국 왕이 됐다는 것을 알게 돼. 그때 쇼케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쇼케이는 요코가 자기 것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해. 그런 생각을 하다니. 쇼케이는 경국에 가서 요코한테서 왕 자리를 빼앗아야겠다 마음먹어. 엄청난 생각을 했지. 다행하게도 쇼케이는 경국에 가기 전에 라크슌(교국에서 요코를 도와준)을 만나. 라크슌은 쇼케이한테 공주가 해야 했던 일을 가르쳐줘. 지금까지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 생각한 쇼케이가 자기 잘못을 깨달아.

 

세 사람이니 한 사람 남았군. 이름은 오오키 스즈. 스즈는 재주국(재국)에서 비선 취미군 리요가 사는 곳에서 일을 했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스즈는 일본에서 이곳으로 왔어. 꽤 오래전에. 스즈는 이곳에서 산 지 일백년이 다 되었다는군. 나이는 열여덟이라던가(어쩌면 한살 적을지도). 스즈는 본래 보통 사람이었는데, 이곳 사람과 말이 통하지 않아서 무척 괴로워했어. 이곳에 오고 몇해가 지나고 스즈는 자신과 같은 말을 하는 리요를 만나고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해서 선인이 되었어. 그런데 이 리요는 일하는 사람을 좀 괴롭혔어. 그 가운데서 스즈를 가장 심하게 대했어. 어느 날 스즈는 자기 나이와 비슷한 여자아이가 경국 왕이 되고, 일본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경왕을 만나고 싶어해. 경왕이 힘든 자신을 도와주리라 생각한 거야. 재국 왕이 도와줘서 스즈는 경국으로 떠나. 그렇게 떠나기까지 여러가지 일이 있었고, 경국으로 가는 배에서는 남자아이를 만나. 쇼케이도 누군가를 만나고, 스즈도 만나는군. 스즈는 지금까지 자신이 어린애처럼 살았다는 걸 조금 알게 돼. 스즈는 다른 사람과 말을 할 수 있게 되고도 사람을 잘 사귀지 않은 듯해. 스즈는 자신만 무척 힘들다고 여겼어. 사람은 자신이 괴로우면 거기에 빠져서 둘레를 못 보잖아. 힘들게 사는 사람은 많은데 그런 걸 생각하지 못하지.

 

다른 곳에 있던 셋이 한곳에서 만나, 이것은 다음권에서. 경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려 해. 여기에서는 사람이 쉽게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 왕이 없어서 나라가 어지러우면 요마가 나타나거든. 사람은 요마 때문에 죽기도 하고, 자연재해 때문에 농사가 잘 안 되면 굶어죽기도 해. 어쩐지 이곳은 옛날 같은 느낌이 들어. 책을 보면서 여기 사람은 다른 즐거움을 어디에서 얻을까 했어. 예인이라고 해서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연극을 하는 사람이 있지만. 먼저 나라가 안정되어야 문화생활도 하겠군. 이런 것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하는 게 더 나을까. 보통 사람으로. 스즈, 쇼케이를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어. 그것을 잘 말하지 못했지만. 요코도 마찬가진가. 하지만 나와 왕하고는 거리가 먼 것 같아. 이런 생각은 왕을 차별하는 건가. 요코를 보면 자신이 할 일을 내던지지 않고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 안에 갇히지 않아야 하는 것도 있어.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잊어버릴지도 모르겠어. 앞으로도 이런저런 책을 만나면 좀 낫겠지.

 

 

 

희선

 

 

 

 

☆―

 

“응. 그때 생각했어. 아, 사람이 웃는 데는 두 가지가 있구나 하고. 자신이 불쌍해서 우는 것, 그냥 슬퍼서 우는 것. 자신이 불쌍해서 흘리는 눈물은 어린애 눈물이구나. 누군가 어떻게 좀 해줘 하고 우는 거니까. 아빠 엄마 아니면 옆집 아줌라도 괜찮으니 도와달라고.”  (317쪽)

 

 

“책임을 다하지 않고 손에 들어오는 것은 없어. 있다고 하면 그건 뭔가 잘못된 거야. 잘못된 것을 방패로 삼아도 아무도 봐주지 않아.”  (342쪽)

 

 

“방국 공주는 알아야 할 것을 몰랐기 때문에 벌받은 거야. 그것은 벌써 끝난 일이야. 아쉬워해도 소용없어. 하지만 쇼케이 삶은 이제 막 시작됐잖아. 말하자면 이제 세 살쯤이 아닐까. 서두를 거 없어.”

 

“그렇게…… 생각해?”

 

“응. 이 세상에는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있어. 공주 삶은 이제 끝났으니까 바로잡을 수 없어. 그럴 때는 깨끗하게 내려놓고 뭐가 나빴는지 그것만 기억해두면 괜찮지 않을까?”

 

“그런 걸까…….”

 

“왕이나 공주는 불편하군. 어쨌든 왕은 한번 자리를 잃으면 다시 시작할 수 없으니까. 그런 점에서 백성은 편해. 죽지 않는 한 다시 시작할 수 없는 일은 없으니까.”  (349~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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