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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탐정 설록수
윤해환 지음 / 씨엘북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셜록 홈즈의 모험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온세계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추리소설을 쓰고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르지 않겠죠. 그렇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책도 다 봤다고 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지금까지 겨우 한권 봤습니다. 영국에서 만들었다는 드라마 《셜록》도 못 봤습니다. 그것뿐 아니라 영화도 본 적 없습니다. 어쩌면 어렸을 때 뭔가 봤을지도 모르죠. 이름은 알고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셜록 홈즈뿐 아니라 아르센 루팡도 그렇습니다. 이것은 잠깐 꺼낸 말입니다. 제가 왜 이런 말을 꺼냈느냐구요. ‘트위터 탐정 설록수’ 때문입니다. 설록수는 셜록 홈즈를 21세기 우리나라에 맞게 만든 인물이라고 합니다. 셜록 홈즈를 잘 아는 게 아니라서 설록수를 보고 홈즈를 떠올려봤다고나 할까, 그랬습니다. 21세기 하면 인터넷을 뺄 수 없죠. 거기에서 SNS(이렇게 썼는데, 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확실히 모르는군요, 찾아봐야겠군요)의 한 종류 트위터를 끌어다 썼습니다. 저는 컴퓨터로 인터넷은 쓰지만 트위터는 잘 모릅니다. 그것을 잘 몰라도 이 책을 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트위터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는 합니다. 셜록 홈즈의 모험을 모두 읽고 잘 아시는 분이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몰라도 괜찮습니다. 이 책을 보고 나면 셜록 홈즈는 어떨까 하고 보고 싶어질지도 모르죠. 제가 그랬군요.

 

탐정을 할 수 없다는 법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은 이 책을 보고 알았습니다. 옛날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랬다고 합니다. 그런데 외국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탐정을 한다고 하더군요. 이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우리나라에서도 탐정 일을 받아들여주면 좋겠군요. 법은 인정해주지 않아도 탐정 일 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설록수처럼 취미라고 하면서 말이죠. 설록수는 족집계 수학 과외 선생을 하면서 취미로 탐정을 한답니다. 셜록 홈즈한테 있는 BSI가 설록수한테도 있습니다. 과외를 받는 아이들입니다. 가장 중요한 왓슨은 라섹 수술을 잘못 받고 눈이 보이지 않을 수 있게 되어 의가사전역한 김영진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공짜라고 다 좋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영진은 양산이 고향인데 이상한 소문(이것은 책을 보세요) 때문에 서울에 있는 대학에 편입합니다. 김영진이 살게 된 삼청동 221번지(B221)에 있는 하숙집에 설록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우연한 만남이 김영진의 삶을 많이 바꾸기도 했습니다. 김영진이 설록수한테 조금 휘둘리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 그것을 아주 싫어하는 것 같지 않고 시간이 가면서 그런 일에 익숙해지고 잘 받아넘깁니다. 셜록 홈즈와 왓슨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설록수가 만든 트위터 DRWATSON을 김영진도 함께 쓰면서 설록수가 탐정으로 하는 일을 쓰고 의뢰도 받습니다.

 

설록수는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는 앉은뱅이의자에 쭈그리고 앉아서 두 손을 펴서 삼각형 모양으로 맞댑니다. 하와이 전통악기 우쿨렐레를 잘 연주합니다. 우쿨렐레로 클래식 음악도 연주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군요. 설록수가 우쿨렐레를 아주 잘 다룬다는 거겠죠. 아주 놀라운 일은 김영진을 보고 1초 만에 여러가지를 알아낸 일입니다. 겨우 1초 만에……. 다른 일들도 꽤 빨리 알아냅니다.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요. 훈련하면 조금이라도 설록수를 따라갈 수 있을까요. 셜록 홈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홈즈가 실제 있었다고 생각하고 찾으려고 하기도 하잖아요. 설록수와 김영진도 그렇게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설록수와 김영진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그만큼 인물이 살아있다는 것이겠죠. 여자 둘은 친하게 그려도 이상하지 않은데, 남자 둘은 왜 엉뚱한 생각을 하게 만들까요. 그렇다 해도 두 사람 사이가 부럽기도 하더군요. 《홈즈가 보낸 편지》에 나온 김내성과 카트라이트가 떠오르기도 했답니다. 같은 작가의 이야기이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다섯 번째 이야기 <@열여덟 번째 암자>에는 눈에 익은 이름이 많이 보여서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쓰는 이름만 알고 다른 것은 잘 모릅니다. 진짜 자기 이름은 아닐지라도 그렇게 책에 실리는 느낌은 어떨지. 멋진 경험이 아닌가 싶네요. 오래오래 남잖아요. 한국의 셜록 홈즈와 왓슨이 나온다면서 백년 뒤 사람들이 볼 수도 있겠죠. 이것보다는 설록수와 김영진으로 알려진다면 더 좋겠군요. 설록수 이야기는 앞으로도 나온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살인사건이 나옵니다. 사람을 죽인 사람이 있지만, 실제 그런 일을 하도록 입김을 불어넣은 사람이 있습니다. 트위터에서 백수당을 운영하는 당주 백백수가 뒤에서 사람들을 조종하는 것이죠. 이런 일은 다른 데서도 가끔 봤습니다. 평범한 사람은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해도 실제로 그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한테 누군가가 방법을 가르쳐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한번 해 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만화 <지옥소녀>에서는 누군가를 지옥에 보내달라고 하면 그 말을 들어줍니다. 여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의뢰인도 죽으면 지옥에 가는 것입니다. 그것을 알고서도 사람들은 누군가를 지옥에 보냅니다. 어쩌면 이것은 다른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사람을 죽였다 해도 사람을 죽인 일은 없어지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그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 합니다. 사람을 죽이도록 꼬드기는 사람은 더 큰 죄를 짓는 게 아닌가 싶네요. 백수당 당주 백백수는 설록수가 앞으로도 싸워야 하는 적입니다. 다른 것도 생각났는데 <지옥소녀>를 쓰다니. 백백수와는 조금 다르군요. <탐정학원 Q>에 나온 나쁜 조직과 비슷합니다. 명왕성이던가.

 

사건은 SNS 그러니까 트위터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일어난 일도 있고, 다른 일도 나옵니다.(그러고 보니 백백수가 트위터에서 정보를 얻기도 하는군요) 다른 것보다 그것을 먼저 말한 것은 처음과 마지막이 트위터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입니다. 책 속에 나온 것처럼 트위터나 인터넷 안에서와 현실에서 아주 다른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렇기 때문이겠죠. 어쩌면 저도 조금은 다를 수도 있겠군요. 실제는 말을 잘 못하지만 쓰는 말은 조금이라도 하니까요. 저는 인터넷 안이라 할지라도 꽤 진지하게 사람들을 대합니다.(지금 생각하니 그러지 않을 때도 조금 있었네요, 부끄럽군요) 그래서 어떤 말을 쓸 때는 꽤 오래 생각해서 씁니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하는 말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그때는 정말 그런 마음이었겠죠. 실제 만나지 않는다 해도 진짜 살아있는 사람을 대하는 것이니, 인터넷 안이라 할지라도 책임을 가지고 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가끔 잘못 말한 것은 아닐까 합니다. 그 말 때문에 마음 아파했던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 있었습니다. 그때 왜 그랬을까 싶네요. 조금만 더 생각했다면 좋았을 텐데. 변명하자면 나쁜 말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말이라 해도 받아들이는 쪽이 기분 나쁘다면 그것은 좋은 게 아니겠지요. 긴 변명이었습니다. 듣는 말이 아닌 글말이라도 사람들은 상처받습니다. 어쩌면 더할지도 모르겠습니다.(저도 잘 못하면서 잘난 듯이 말했습니다^^;)

 

앞으로 설록수와 김영진이 어떻게 사건을 풀어갈지 기대되는군요.

 

 

 

설명할 수 없어요

록수의 매력, 셀

수 없이 많아서

 

 

설명하지 않아도 알죠

록수가 어떤지, 게다가

수학도 잘한대요

 

 

설피 우는 저 꾀꼬리

록수 그리워

수많은 밤 저리 우는가

 

(왜 꾀꼬리가 떠올랐을까, 꾀꼬리가 밤에 우나

그런 것도 모르고 이렇게 쓰다니...)

 

 

 

희선

 

 

 

 

☆―

 

“지금 곁에 소중한 사람이 있는데도 마음이 시려서, 너무 외로워서 참을 수가 없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싶어지는 걸까요. 그리고 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 또 외로워서 누군가와 저렇게 핸드폰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요. 그렇다면 너무 슬픈 거 같아요. 저렇게 핸드폰을 들고 이야기를 하느라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을,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외롭게 하는 거, 전 그게 싫어요. 너무 슬퍼요.”  (333쪽)

 

-누군가와 만나고 있을 때는 휴대전화보다 바로 앞에 있는 사람한테 마음을 쓰면 좋겠네요

 

 

“나는 자네의 그 표정을 참을 수가 없어. 그러니 나에게 원하는 게 있으면 그때그때 말하게. 내가 자네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바로 해줄 테니. 알겠나?”  (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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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4-24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탐정 대신에 흥신소가.. 한때 저도 탐정이 정말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었지만 푸핫.

설록수 삼행시..ㅎㅎ 되게 귀여운 분위기의 시네요. 설록수하니까 셜록스가 떠오르고, 셜록스 하니깐 천사 소녀 네티가.. ㅎㅎㅎ 시를 보니까 저렇게 연상이 되네요. 사실 쓰신 글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데.

어쩐지 이 책 제목이 낯설지 않더라구요. 네티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희선 2013-04-25 00:52   좋아요 0 | URL
탐정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군요 가끔 이런저런 추리를 하시나요 그럴 것 같은 느낌이...^^

천사 소녀 네티, 예전에 봤는데 잘 떠오르지는 않는군요
그럴 때 있죠 뭔가를 봤는데 상관없는 것들이 이어서 떠오르는 일

셜록스가 나오는군요, 지금 찾아봤습니다^^


희선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 안도현의 시작법詩作法
안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새 책 읽고 쓰는 것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어. ‘나는 왜 이렇게 못 쓰지,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하면서. 내가 다니는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글쓰기’라는 말로 책을 찾아봤어. 글쓰기라는 말만으로도 아주 많은 책이 나왔어. 둘러보다가 이 책 제목을 보게 되었지. 책 읽고 쓰는 글과는 상관없는 것이지만, 내가 시에 조금 관심이 있거든. 예전에는 시를 읽기도 했어. 기형도는 어쩐지 겉멋으로 봤던 것 같기도 해. 그리고 백석은 친구가 책을 나한테 주어서 알게 됐어. 이 책을 쓴 안도현 시인은 백석 시를 자유롭게 읽을 수 없기도 했대. 예전에 그랬던 때가 있었지. 어떤 사람 책은 마음대로 볼 수 없던 때. 지금은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시대고 책도 아주 많은 시대지. 하지만 책을 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도 하더군. 왜 더 많을 때 그것과 멀어지게 되는 걸까. 생각해보니 지금은 책이 아니더라도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많이 있구나. 나는 보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책을 보는 게 더 재미있어. 그래서 조금 활자중독이기도 해. 이런 중독은 괜찮잖아. 시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하게 되었군. 그런데 내가 아는 시인이 기형도와 백석밖에 없는 것 같네. 이름이 바로 생각나는 시인이 그리 많지 않아서 그래. 시집을 사서 보게 된 지도 오래 되었군.

 

이 말 좀더 해야겠어. 내가 예전에 시집을 사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책을 책방에서 샀기 때문이야. 책방에서는 어떤 시집이 나와 있는지 바로 볼 수 있잖아. 그때는 책방에 가서 시집이 꽂혀있는 책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올랐어.(책방에 가지 않게 되고도 시집을 조금 샀더군) 시를 잘 알았던 것도 아닌데. <한 줄을 쓰기 전에 백 줄을 읽어라>에서 안도현 시인이 말해준 세가지가 뭔 줄 알아. 술을 많이 마시래, 혼자가 아니고 다른 사람과 함께 말이야. 그리고 연애를 하래. 그냥 사람 사귀는 것도 못하는 내가 어떻게 이성을 사귀겠어. 세번째에서야 내가 할 수 있을만한 게 나왔어. 시 많이 읽기야. 예전에 책방에서 샀던 시집은 100권이 조금 안 돼.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읽은 시집은 100권이 조금 넘어. 우리나라에 시인이 아주 많다고 하던데. 나는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것을 알았어. 모르는 게 이것만은 아니구나.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큼 내가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는데. 어떻게 하면 이것저것 많이 알 수 있을지 모르겠어. 알고 싶은 것을 조금씩 공부해가다보면 쌓이기는 할 텐데. 아쉽게도 나는 내가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어. 또 다른 말로 흘러가버렸네. 시를 쓰려면 시를 많이 읽어라, 글을 쓰려면 글을 많이 읽어라. 이 말 아주 틀리지는 않지만, 아주 맞다고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 시를 많이 읽어본 적 없고 책도 많이 읽지 않은 분이 더 솔직한 시와 글을 쓰는 경우도 있거든. 나는 그 안에 들어가지 않아. 그래서 다른 사람이 쓴 시와 글을 많이 만나야 해.

 

 

     내가 알고 싶은 건

     읽어내기 어려운

     네 마음

 

 

시를 읽다가 좋으면 공책에 적어두기도 했어. 신기하게도 여기에서 안도현 시인이 이 말 했어. 내가 아주 많이 옮겨 써두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해본 거 괜찮았던 거였어. 그렇게 해서 자기만의 시집을 만드는 거래. 예전에 써둔 게 없어져서 아쉽지만 다시 해봐야겠어. 그리고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베껴쓰래.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주 좋아하는 시인도 소설가도 없어. 작가보다는 글만 좋아해.(어떤 작가의 글을 자꾸 보면 그 작가를 좋아하는 것인가) 글을 좋아하다보면 작가도 좋아하잖아. 이상하게 나는 그게 안 되더라고. 그냥 조금 좋아하는 작가는 많지만, 아주 많이 좋아하는 작가는 없어. 이 마음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군. 이것에 대해 잘 생각해보니, 나는 작가와 내가 아주 먼 사이라고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내 손에는 닿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있는 사람. 지금까지 나는 글을 보면서 그 뒤에 있는 사람은 거의 안 봤어. 아니, 안 봤다기보다 못 봤던 것이겠지. 그래도 이것은 작가만 그래. 작가는 자기 이야기 잘 안 하기도 하잖아.(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내가 깨닫지 못하는 것인지도) 나와 같은 보통 사람이 쓰는 글에서는 그 사람도 봐.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작가가 쓰는 글도 더 마음을 써서 볼까봐.(얼마전에도 썼던 말이군) 본래부터 그렇게 해야 했는데, 아직 늦은 것은 아니겠지. 먼저 내가 좋아하는 시인을 만들어야겠어. 혹시 나한테 가르쳐주고 싶은 시인이 있으면 말해줘.

 

시뿐 아니라 글을 쓰려면 엉뚱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것은 못해. 그리고 읽는 데 익숙해지지 않는 것도 있고, 쓰는 것조차 할 수 없기도 해. 앞으로도 그럴거야. 무엇이든 쓸 수 있어야 한다고도 하잖아. 그런데 꼭 그래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우습기도 해. 결국에는 내 멋대로 할 거면서, 어떤 말에 잠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낯설게 하기와 엉뚱하게 생각하기는 괜찮다고 봐. 세상과 사이가 나빠야 한대. 내가 지금까지 가장 많이 쓴 것은 일기와 편지야. 다음으로 많이 쓴 것은 내가 읽은 책 이야기야.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줄거리 정리이기도 해. 시와 다른 글은 그렇게 많이 안 써 봤어. 지난해부터 책을 읽고 가끔 짧은 글도 함께 썼는데, 그것을 시라고 할 수는 없을 듯해.(마음속으로는 시처럼 여기지만) 그리고 그런 글을 늘 쓰는 것도 아니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시를 많이 써 보지 않았다는 거야. 그냥 아주 가끔 쓰고 싶은 게 떠오르기도 해. 그렇게 시와 이야기가 나를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찾아나서야 하는 것인데. 내가 게을러서 말이지. 안도현 시인이 말한 것 가운데 마음 놓이게 한 말이 있어. 그것은 타고난 시인은 없다는 거야. 시인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시를 써 보고 싶은 마음은 있거든.

 

많이 읽기, 많이 쓰기, 많이 생각하기는 시를 쓰는 데도 해당하는 말이래. 시는 글의 한 갈래이기도 하니 당연한 거군. 무엇이든 그냥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거야. 마음을 쏟고 애써야 해. 앞으로 시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를 읽어보도록 해야겠어.

 

 

 

희선

 

 

 

 

☆―

 

시인으로서 타고난 재능에 기대어 시를 기다리지 마라. 그리고 재능이 없다고 펜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지 마라. 그렇게 하면 시는 절대로 운명의 조타수가 되어주지 않는다. 시인 역시 시의 길을 여는 조타수가 되려면 타고난 재능보다 자신의 열정을 믿어야 한다.  (24쪽)

 

 

좋은 시를 쓰려면 당신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장 젊은 우리나라 시인의 시부터 읽어라. 젊은 시인의 시는 교과서요, 늙은 시인의 시는 참고서다. 우리나라 시인의 시는 한 끼 밥이지만, 외국 시인들의 시는 건강보조식품이다. 제발 릴케와 보들레르와 엘리엇을 읽었다고 거들먹거리지 마라. 두보와 이백을 앞세우지 마라. 볼썽사납다. 그들 대가의 시집은 두고두고 천천히, 읽어라.          (55~56쪽)

 

 

 

 

 

 

 

소나기 삼행시모둠

 

 

1

 

녀는 비가 오는 날엔,

비 같은 노란 우산을 쓰고는

다렸다, 일하러 갔다 돌아오는 엄마를

 

 

 

2

 

리가 닿지 않는다 해도

는 슬프지 않아요

억은 할 테니까요

 

 

 

3

 

리는 먼 하늘로 퍼져

무 위에 비로 내리고, 멀리서

적소리 슬프게 들려온다

 

 

 

4

 

년은 바다를 그리워했습니다

비라도 되어 날아가고 싶었습니다

적처럼 소년은 단 한번 나비가 되었습니다

 

 

 

5

 

나무는 늘 푸릅니다

무가 다 그런 건 아니지요

다림은 소나무를 닮았나봅니다

 

 

 

 

 

현은 비 오는 날을 좋아했다

비가 오면 빗소리를 음악삼아 들었다

 

는 그런 소현이 좋았다

하지만 소현은 나를 볼 수 없다

 

다릴 것이다

소현이 나를 느낄 수 있을 때까지

 

 

 

 

 

 

 

바람

 

 

높은 건물이 서 있는 곳으로

바람은 지나갈 수 없어요

 

그곳에서는 바람도 길을 잃어버려요

 

키 큰 나무들 사이에서

바람은 자유로워요

 

그곳에서 바람은 어디로든 갈 수 있어요

 

저기 보세요,

나무들도 바람한테 손 흔들어주며 웃고 있네요

 

 

 

 

 

 

 

너는, 내가

 

 

너는 언제나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

너는 언제나 내가 읽고 싶은 책

 

 

 

희선

 

 

 

 

(이 책을 보고는 시를 좀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조금밖에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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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3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14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 IN 레드 문 클럽 Red Moon Club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살림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읽고서 어떻게 쓰면 좋을까 생각했지만, 떠오르는 것은 아주 조금이고 그것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했다. 한번 더 읽어보면 뭔가 잡히지 않을까 싶었다. 책을 다시 보기 전에 잠시 라디오를 들었더니, 누군가가 ‘착한 사람이다’는 말이 나왔다. 그 말 듣고 ‘착한 소설은 아닌’이라고 제목을 정했다. 솔직히 말하면 제목하고 내가 쓴 게 따로따로일 때도 많다. 그럴 때는 바꾸기도 해야 할 텐데 그러지 않는다. 아니, 그런 일이 한번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런 말이 나오다니, 그리고 아직 한번 더 읽지 않았다. 다시 읽기 전에 이 말 쓰고 싶어서 먼저 썼다. 이렇게 하기는 나도 처음이다. 책 앞쪽 날개에 기리노 나쓰오 홈페이지 주소 있어서 찾아보려고 했는데 책 읽기 전에 못 찾아봤다. 그게 조금 아쉽다. 두번 읽어도 잘 못 쓰면 어쩌지.

 

 

국가나 공동체에 대해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보잘 것 없는 하루하루 생활속에서 뚜렷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게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계몽 이야기도 싫고, 주인공이 자라가는 이야기도 싫다. 나는 사회파도 아니고 정치적이지도 않다. 그냥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 모습을 그릴 뿐이다.  -기리노 나쓰오, 381쪽

 

 

두번 읽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쓰지는 않았지만 전에도 몇 번 있었습니다. 그때는 얇은 책이기는 했군요. 이 책도 그렇게 두껍지는 않지만, 빨리 읽기는 어렵기도 합니다.(제가 본래 책을 빨리 읽는 편은 아닙니다) 두번 읽었다고 잘 아느냐 하면 거의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에 볼 때 못 봤던 것을 보기도 하지만, 처음에 봤던 것을 놓치기도 합니다. 앞부분을 볼 때는 조금 집중했는데 뒤로 가면서 흐트러졌습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군요. 소설가 스즈키 다마키는 미도리카와 미키오가 쓴 《무쿠비토》에 나온 ○코를 주인공으로 해서 연애의 말살이라는 주제로 ‘인(淫)’을 쓰려고 합니다. 《무쿠비토》는 미도리카와 미키오가 아내한테 애인이 있다는 것을 들켜서 가정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그린 소설입니다. 소설인데 미도리카와 미키오와 아내 그리고 아이는 모두 진짜 이름을 썼습니다. 가정을 부순 여자만이 ‘○코’로 나옵니다. 지금도 있지만 예전에 일본에서는 ‘~코(子)’라고 하는 이름을 많이 썼습니다. 하지만 어설프게 숨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반대로 ‘○코’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다마키는 이 ‘○코’가 누구인지를 알아내려고 합니다. 그런데 연애의 말살은 대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일까요.

 

다마키도 예전에 자신의 담당 편집자 아베 세이지와 사귄 적이 있었습니다. 가정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사귀는 것도 연애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책속에는 불륜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더군요. 그것도 연애라고 합니다. 두 사람이 사귀다 헤어질 때 좋게 헤어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주 안 좋게 헤어지는 사람도 있겠죠. 다마키와 세이지는 아주 안 좋았습니다. 미도리카와 미키오가 쓴 《무쿠비토》에 나온 사람 또한 그랬습니다. ○코만이 나쁘다는 쪽이 되었거든요. 책을 읽어가면서 남자와 여자가 헤어졌을 때 마음이 아주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 이것은 사귈 때도 그렇겠군요. 남자는 헤어지면 예전에 그런 일 있었나 하고(가정으로 돌아가서 그런 것인지도), 여자는 그래도 좋은 추억으로 생각하려 한다는 겁니다. 아니, 이것은 상대를 용서했을 때 그럴까요. 남자는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사귀어도 그때뿐이고 자기 가정을 버릴 마음은 없더군요. 이런 모습은 다른 데서도 봤는데,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을 보니 아내가 있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그것을 알아도 좋아해버리는 사람이 있겠지만요.

 

이 책은 이렇게 가정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서 진흙탕 싸움을 하는 모습만 보여줄까요. 옮긴이 말에도 있듯이 《IN》은 소설에 대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것에 대해 잘 말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말입니다. 다마키는 《무쿠비토》가 여러 사람한테 영향을 주었다고 하고, 자신이 쓰는 ‘인’이 여러 사람을 끌어들였다는 말을 했습니다. 소설이 허구의 탈을 쓴 사실일 수도 있고 아주 가짜일 수도 있겠죠. 그래도 소설가는 모두 꾸며낸 이야기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소설과 관계있는 사람과 그 소설에 빠진 사람은 아무렇지 않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했는데 다음 말을 이을 수가 없군요. 조금은 소설가의 변명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소설은 소설로만 봐달라는. 이것은 어느 순간 잠깐 느낀 것입니다. 이 말을 끝까지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에서는 세이지가 죽어서 말의 세계에 혼자 남게 되었다고 다마키가 말합니다. 소설가는 언제나 말의 세계에 혼자 남는다일 수도 있겠죠. 억지스러운 말인지도.

 

미도리카와 미키오가 쓴 《무쿠비토》에서 무쿠비토(無垢人)는 때가 묻지 않고 깨끗한, 꾸밈없이 순박한 사람을 말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 ‘무쿠비토’가 대체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미우라 유미가 했더군요. 미우라 유미는 ‘무쿠비토’를 죽어가는 사람으로 미도리카와 미키오한테는 죽은 아들 요헤이와 죽어가는 자신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거기에 더 보태서, ○코가 지운 아이도 ‘무쿠비토’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리노 나쓰오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아무 말하지 않습니다. 본래 작가는 그렇게 하는 사람이기는 하군요. 판단은 책을 읽는 사람 몫이죠. 하지만 가끔 불륜도 꽤 괜찮게 그리는 사람도 있더군요. 결국에는 깨어져버리기도 하지만. 어쩌면 여기에 나온 것처럼 아주 안 좋게 끝나버리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것에도 꽤 힘이 필요할 텐데. 앞에 말을 썼는데 쓸데없는 말을 썼습니다. 기리노 나쓰오 소설은 꽤 오랜만에 읽었습니다. 예전에 다른 책을 보면서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쩌면 제가 모르는 척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기리노 나쓰오는 사람 마음속에 있는 어두운 면을 잘 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점은 여전했습니다.

 

 

 

희선

 

 

 

 

☆―

 

“진실은 진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소설에 쓰는 바로 그때 그건 픽션이 됩니다. 그걸 알고 있는 작가는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매력적으로, 그리고 재미있게 만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실로 착각할 픽션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작품은 모두 픽션입니다.”  (313쪽)

 

 

(줄임) 소설이 끌어들이는 이상한 사람들.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에게 자기 이야기가 소설에 나오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안절부절못하는 형편으로 몰아넣어 남몰래 삶의 시계바늘을 고장 나게 만드는 소설이라는 것. (줄임)  (326쪽)

 

 

 

 

(나중에 생각하니 앞뒤가 안 맞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고쳐야 하나 했는데,

그냥 두렵니다 쓰다보니 그렇게 흘러가버린 걸 어떡합니까

생각했던대로 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자주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마는군요

소설을 소설로 보라는 것은 작가와 연관해서 보지 마라는 말이 아닐지,

그리고 기리노 나쓰오는 현실은 그리 쉽지 않다고 말해주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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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한무릎읽기
김애란 지음, 방현일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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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기도 하고, 평소에 볼 수 없는 사람을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책을 읽는 것은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다고 하던데) 그래도 가끔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 비슷한 사람보다는 많이 다른 사람을 볼 때가 더 많다. 얼마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다. 책을 보고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좋지 않을까 싶다. 우리 세상은 뭐랄까 언제나 좋은 것, 예쁜 것, 잘난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한쪽만 보고 잘못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다른 것을 틀리다고 말이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을 잘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앞에서 말한 이런 사람은 장애인이다. 이 세상에는 비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도 살아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다. 일반 학교에도 장애인이 다닐 수 있어야 우리가 어릴 때부터 장애인에 익숙해질 텐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까. 여전히 우리나라는 장애인이 살아가기 어려운 곳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여자아이 유쾌한은 일요일이면 엄마가 교회에 갔다올 동안 슈퍼를 봐야 했다. 이름이 유쾌한이어서 처음에는 남자아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이런 이른 가진 사람 있을까. 쾌한이는 일요일이면 풍선껌을 사러오는 갈래머리 여자아이 오빠한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아이가 다녀가고 나면 과자 한봉지가 없어졌다. 쾌한이 엄마는 그런 것을 잘 알았다. 그런 것을 다 확인하고 있다니 대단하다. 한번은 쾌한이가 갈래머리 여자아이와 그 아이 오빠 뒤를 쫓아갔다. 교회 안에 있던 남자아이는 점자책을 보고 있었다. 쾌한이는 그 모습에 조금 놀랐다. 다음에 쾌한이는 갈래머리 여자아이가 과자를 훔치려는 모습을 보고 막았다. 갈래머리 여자아이가 울 듯한 얼굴로 뛰어가서 쾌한이는 과자를 가지고 전에 따라갔던 교회에 갔다. 갈래머리 여자아이 이름은 강소리였고, 남자아이는 강미르였다. 미르는 갑자기 날아온 축구공에 눈을 맞은 뒤부터 점점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교회 안에서 나온 미르한테 쾌한이는 하모니카를 가르쳐주겠다고 말했다. 쾌한이는 하모니카를 잘 불고 그것을 미르가 들은 적이 있다.

 

쓰다보니 앞부분은 조금 길게 썼는데, 남은 것은 짧게 써야겠다. 마음은 늘 그런데 정리를 짧게 못한다. 쾌한이는 미르한테 하모니카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책도 읽어주었다. 미르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친구를 위해서 쾌한이가 착한 일을 하는구나,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도움을 받는 쪽은 꼭 미르뿐일까. 그렇지 않다. 미르는 할머니와 여동생하고만 살았다. 쾌한이한테는 부모님이 모두 있지만 일하느라고 쾌한이와 함께 밥을 먹지 못했다. 그런 것 때문에 쾌한이는 쓸쓸해했다. 쾌한이는 혼자 밥 먹을 때 엄마 아빠와 함께 먹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그런데 미르를 알게 되고, 미르한테 하모니카를 가르쳐주고 책을 읽어주다보니 쾌한이 마음에서 외로움이 사라졌다. 미르가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지만, 그 마음을 그대로 갖고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비장애인도 늘 걱정하는데, 미르는 더할 것이다. 미르가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게 힘을 준 것은 바로 쾌한이다. 서로가 서로한테 도움을 주었다. 세상은 서로서로 도와가며 사는 것이기는 하다.

 

쾌한이는 미르를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돕기 위해서 하루 동안 눈을 감고 지내기도 했다. 그때 쾌한이는 미르가 얼마나 세상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눈을 감고 있는 쾌한이를 놀리는 아이도 있었고, 도와주는 아이도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놀리기보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세상에는 장애인한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지만 나는 잘 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지 않아야 할 텐데. 여기에 나온 어른 그러니까 쾌한이 엄마 아빠도 좋은 사람이었다. 엄마는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기도 했지만, 진짜 속마음은 따듯했다. 쾌한이가 미르와 친하게 지내도 막지 않았다. 상처 입을까봐 걱정은 했지만. 아빠도 공부보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쾌한이 엄마 아빠는 미르를 다르게 보고 있지 않지만, 현실에는 그런 부모가 많지 않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언젠가 이런 말 썼을지도 모르는데, 비장애인은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이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미르는 시각장애인이 다니는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고 했다. 가까운 곳에 그런 학교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미르가 앞으로는 쾌한이와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쾌한이가 지원해주는 힘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쾌한이도 눈이 보이지 않는 미르를 알려고 하고 도와주려고 하는 지금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희선

 

 

 

 

☆―

 

“준비하는 시간. 준비를 해야 되잖아. 눈멀어도 꿈꾸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잖아. 눈이 먼다고 사람이 아니야? 강미르가 아니냐고?”  (111쪽)

 

 

나는 이제 외롭지 않다. 내가 설령 기대했던 아이가 아니라 해도 태어나길 잘했다. 아니, 이제와서 확신하건데 엄마 아빠는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유쾌한을 원했고, 마침내 운 좋게 뜻을 이루었다.  (135쪽)

 

 

‘그래, 미르야. 네가 어디에 있든, 네가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지원사격해 줄게.’

 

미르가 내 맘을 읽었는지 다부지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난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날 거야. 일어나 달려 나갈 거야.’  (174쪽)

 

 

 

 

*작가 이름은 같지만 소설 쓰는 김애란하고는 다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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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4-12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소설가 김애란이랑 다른 사람이군요. 저는 그 김애란이 이런 소설도 썼구나, 하고 신기하게 생각하였는데, 풋. 이건 그냥 여담이지만 동화책 처럼 어린이 관련 서적을 종종 읽으시나봐요. 저는 이제 너무..까지는 아니겠지만 나이를 먹어서 어린이 열람실을 들어갈 수가 없어요, 풋.

희선 2013-04-13 01:04   좋아요 0 | URL
사실 어렸을 때는 동화뿐 아니라 다른 책도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책을 잘 몰랐다고 할 수도 있겠죠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본래 동화도 좋아합니다
동화를 보면서 어렸을 때 나는 어땠더라 하는 것을 떠올려 보기도 하죠
하지만 생각나는 것은 별로 없어요^^
책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어린이 책도 어린이만 보라는 법은 없죠 어른이 더 많이 쓰기도 하고...
쑥스러워서 못 가는 거군요 가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어요^^


희선
 
헬프 2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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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권을 다 보고 한번에 썼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1권을 보고 먼저 썼으니 말이다. 그것을 쓸 때도 별로 안 좋았는데 지금은 더 안 좋다. 책하고는 상관없다. 여기에 이런 말을 쓰다니. 그냥 책이야기를 써야겠다. 스키터는 백인 가정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유색인 이야기를 쓰기로 하고, 아이빌린과 미니의 말을 들었다. 이야기를 해줄 가정부가 더 있어야 했는데 선뜻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힐리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율 메이가 교도소에 가게 되었다. 율 메이는 쌍둥이를 모두 대학에 보내기 위해 일해서 번 돈을 모았는데, 돈이 아주 조금 모자랐다. 율 메이는 힐리한테 돈을 빌려주면 일해서 갚겠다고 했다. 하지만 힐리는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좋지 않은 말도 했다. 율 메이는 힐리의 반지를 훔쳤다. 그것은 비싼 보석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율 메이는 교도소에 가고 벌금까지 내야 했다. 아이들은 대학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이 일 때문에 가정부들은 화를 내고, 스키터한테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된다. 씁쓸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따듯한 이야기도 있었다. 백인이라고 해서 모두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가정부 이야기는 책으로 나왔을까. 책으로 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었지만 책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안에 스키터를 키워준 콘스탄틴 이야기도 들어갔다. 혹시라도 다른 가정부한테 해가 갈까 싶어 미니가 힐리한테 한 일도 넣었다. 힐리가 그 책을 보고 책속에 나오는 곳이 잭슨이 아니다고 말하기를 바란 것이다. 힐리가 책을 보기 시작했을 때는 그 안에 있는 가정부를 모두 밝혀내야겠다고 했다. 그러나 마지막을 보고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그게 자신이라고 밝히는 꼴이 될 테니까. 그래도 힐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안에서 아이빌린과 미니한테 나쁜 일을 했다. 다른 사람한테는 가정부를 해고하라고 하기도 했다. 어디에든 안 좋은 일을 이끄는 사람이 있다. 그게 오래 갈까. 어쩐지 힐리는 누군가를 괴롭히고 따돌리는 일을 이끄는 사람 같다. 힐리 때문에 따돌림 당한 사람은 스키터와 셀리아다.

 

‘가정부’라는 책이 나왔을 때, 아이빌린과 미니와 스키터 마음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세사람뿐 아니라 다른 가정부도 그랬다. 다행하게도 아주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빌린이 엘리자베스 리폴터 집에서 일을 그만둬야 했지만. 엘리자베스 리폴터는 힐리 말을 그대로 따랐다. 미니는 술을 마시면 자신을 때리는 남편을 떠날 결심을 했다. 책이 모두에게 자존감을 갖게 해준 것은 아닐까. 아이빌린은 힐리와 엘리자베스 리폴터보다 자신이 더 자유롭다고 느꼈다. 파이를 먹은 게 자신이 아니다고 말해야 하는 힐리, 자기 이야기를 읽고도 깨닫지 못하는 리폴터. 힐리처럼 유색인과 자신은 다르다고 선을 긋는 사람도 있겠지만, 유색인이나 백인이나 같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미니도 선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셀리아가 선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을 때 아주 이상하게 여긴 거였다. 1권 보면서 셀리아가 스키터와 친하게 지내면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했는데, 2권에서 미니는 셀리아한테 힐리보다는 스키터와 잘 지내보라고 했다.

 

정리를 잘 해서 썼다면 좋았을 텐데. 책을 보고, 그것에 대해 쓰고 나면 늘 ‘이렇게밖에 못 쓰다니’ 한다. 미국에만 인종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이나 백인이 많은 곳에 가면 인종차별을 당하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동남아시아 사람을 차별한다. 그래도 괜찮은 것인가. 피부색하고 상관없이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 전쟁도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희선

 

 

 

 

☆―

 

“스키터, 루브니아는 누구보다 용감해. 자기 문제도 힘들 텐데 앉아서 내게 말을 걸어주거든. 하루하루 버티게 도와줘. 루브니아가 나에 대해 쓴 것을 읽으면서. 자기 손자를 도와준 부분 말이야, 내 평생에 그렇게 고마운 적이 없었어. 몇 달 동안 그렇게 기분 좋은 적이 없었어.”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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