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는 자주 아파서 병원에 간 것 같기도 한데, 어릴 때는 누구나 다 그러지 않을까 싶다. 아이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아이는 갑자기 아픈 날도 있겠지. 자라면서 조금씩 나아질 거다. 누구나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구나. 난 아주 어릴 때보다는 자라고 덜 아팠던 것 같다. 병원에 가기 싫은 것도 있구나.


 자주 아프지 않지만, 아주 가끔 어디가 아프기도 하다. 자고 일어났더니 머리가 아픈 적 몇 번 있었다. 머리가 왜 아픈 거야 하고 누워 있었다. 머리가 아플 때 움직이면 더 아프기도 하지만, 앉아서 가만히 있으면 괜찮은 적도 있었다. 그런 날은 앉아서 책을 읽었다. 다행하게도 머리 아픈 건 오래 가지 않고 하루 지나고 나았다.


 예전에는 한해에 한번 정도 감기에 걸렸는데, 이제는 아주 아주 가끔 감기에 걸린다. 감기는 약 안 먹어도 한두주 지나면 낫는다. 갑자기 어딘가 아픈 건 하루나 이틀 지나면 낫는다. 그런 건 왜 아팠는지 정확히 모른다. 면역력 문제였을까. 입안 염증은 그렇던가, 비타민이 모자라선가. 한동안 입안에 염증이 자주 생겨서 안 좋았는데, 이제 그런 일 별로 없다. 이것도 다행이다.


 감기와 입안 염증은 오래 갔지만, 다른 건 빨리 나아서 병원에 안 가도 됐다. 더 아팠다면 갔을까. 나도 모르겠다. 얼마전에 병원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하는 일이 있었다. 자고 일어나니 오른쪽 귀가 이상했다. 그날은 그때만 그랬다. 이틀째에는 아침에 나갔다 와서 자려고 했더니 맥박소리가 들리는 거다. 그때 밖에서는 어땠더라 생각해 봤는데, 괜찮았던 것 같았다. 맥박소리가 자꾸 들려서 잠이 잘 들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자고 나면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자고 일어나도 그대로였다. 맥박소리 때문에 편하지 않았다. 그날 컴퓨터 쓰면서 찾아보니 ‘박동성 이명’이라는 게 나왔다. 그 말만 보고 말았다. 오른쪽 귀에서 맥박소리가 사흘 동안 들려서 조금 걱정됐다. 이비인후과에 가 봐야 하려나 했다. 박동성 이명은 뇌나 귀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나타난다는 걸 그날 보았다.


 하루가 가고 다음날 새벽에는 걱정됐다. 어딘가 이상한 거면 어떡하나 하고. 맥박소리가 들리고 나흘째에는 잠이 깼을 때는 괜찮았다. 누웠을 때는 그랬는데 일어났더니 맥박소리가 또 들렸다. 다행하게도 그건 오래 가지 않았다. 그날은 맥박소리가 띄엄띄엄 들리다 밤이 되고는 들리지 않았다. 귀에서 맥박소리 안 들려서 참 좋았다. 갑자기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불안이나 걱정 때문이었을까. 여러 날 맥박소리를 듣다가 불안에 빠졌구나.


 지금은 어딘가 아프면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도 하는데, 그게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다 맞는 건 아닌 듯하다. 그런 거 보고 걱정을 키우는 거 안 좋겠다. 어딘가 안 좋은 것일 수도 있지만, 잠시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루나 이틀이면 그렇게 생각해도 그 이상 이어지면 걱정되겠다. 앞으로는 괜한 걱정 안 해야겠다. 어딘가 조금 안 좋아도 어디 문제 있을까 하기도 하지만, 그런 건 잠깐이다. 건강 지킨다고 지킬 수 있는 걸지. 그래도 조금 마음 쓰면 괜찮기도 하겠다. 그러기를 바란다. 건강 때문에 하는 건 별로 없지만. 좋은 생각하고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게 좋을 텐데. 늘 안 좋은 생각에 빠지고 운동도 별로 안 한다. 걷기라도 꾸준히 해야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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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11-14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하고 거의 똑같네요. 저도 어렸을 때 여기저기가 아팠고, 입병에 눈다래끼에 감기는 연례행사였죠. 그게 다이드니까 없어지긴 했는데 늙으면 다시 나타날수도 있다고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어느 때고 방심하지 말고 조심하며 살아야겠죠?^^

희선 2024-11-19 02:37   좋아요 1 | URL
어릴 때 자주 아프면 나이 들고 다시 나타나기도 하는군요 걱정이네요 어릴 때 앓은 병 때문에 나이 들고 나타나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면역력이 좋으면 덜할 텐데, 나이 들면 면역력이 떨어지겠습니다 면역에 좋은 음식을... 이렇게 말해도 저도 대충 먹는군요 어느 때든 방심하지 않아야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4-11-14 1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디 아플 때, 인터넷을 찾아 보면 틀린 정보가 많아요. 몸이 안 좋거나 이상하면 일단 병원에 가서 윈인을 알아야해요. 이명은 피곤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그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데, 그래도 병원에 가 보시는게 좋을듯요^^

희선 2024-11-19 02:39   좋아요 1 | URL
인터넷은 작은 것보다 큰병을 말할 때가 많은 듯해요 그런 일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그런 거 보면 걱정이 더 되기도 합니다 병원에 가서 제대로 아는 게 좋을 듯한데, 며칠 지나고 나서 괜찮으니 잠깐 그랬던가 보다 할 때가 많습니다 몸도 그렇고 마음도 잘 돌봐야 합니다


희선

march 2024-11-17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병원에 가는 것이 싫어서 그냥 참고 견디고 했는데, 이제는 조금 아프면 병원에 갑니다. 귀찮음보다는 불안함이 더 싫어서. 희선님도 바로 바로 병원에 가보세요. 그게 더 마음도 편하고 좋은 것같아요. 한파가 온다는데 감기 조심하시구요.^^

희선 2024-11-19 02:42   좋아요 0 | URL
어떤 건 병원에 가도 별로 좋아지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낫는 것도 있기는 하죠 자연스럽게 낫는 데 걸리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감기... 병원에 한번이라도 흔적을 남겨야 할 텐데, 예전에 갔다면 좋았을 텐데... 휴대전화기 없는 사람은 병원도 가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런 걸 생각하네요 어제부터 추워졌어요 march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당신이 자유로워지는 때는 언제인가요


무언가에 몰입하면

자유로워진다죠

자신도 잊고

세상도 잊고

모든 걸 잊고

오로지 하나만 하는 순간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거여도

잘 안 되기도 해요

알죠

그걸 하는 순간을 즐겨요

자신이 자유로워지는 그때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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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24-11-17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몰입하는 순간 자유로워진다는 것 맞는 것같아요. 그냥 잊을 수 있으니까~~

희선 2024-11-19 02:26   좋아요 0 | URL
뭔가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건 생각하지 않는군요 그런 순간이 많았는지 적었는지, 아주 많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문학동네 시인선 187
안미옥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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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을 살 땐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 봄(2023, 3)에 산 시집 빛깔이 봄을 닮아서. 언젠가는 봐야지 하고 두었는데 왜 그렇게 손이 가지 않는지. 이 시집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를 안 보는 동안 다른 책을 많이 만난 것도 아니군. 사둔 책이 많은 건 아니지만, 끝내 만나지 못하는 책도 있을 것 같아. 책이 많은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다니. 안미옥 시집은 보게 됐군. 다행이지. 그렇게 잘 본 건 아니지만, 아주 안 본 건 아니야. 안미옥 시인 잘 몰라. 이 시집이 세번째인가 봐. 예전에 나온 첫번째 시집 《온》이 괜찮다는 말 들었는데, 그게 아니고 나중에 나온 걸 먼저 만났어.


 첫번째 시집 괜찮으면 두번째나 세번째도 괜찮겠지. 누군가는 어떤 시든 잘 볼지 모르겠지만, 난 그러지 못해. 이번에 만난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에 담긴 시 쉽지 않더군. 말, 글을 알아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쉽기도 어렵기도 하지. 봄은 본다는 뜻이기도 하지. 시집 제목이 많이 본다고 해서 무엇을 많이 보는 걸까 하는 생각 잠깐 했던 것 같아. 집을 보러 다닌 걸까. 갑자기 집을 말하다니. 시집 제목으로 쓰인 말은 마지막에 담긴 시 <사운드북> 마지막이야.


 앞에서 집을 보러 다닌 건가 하는 말을 했지. 집을 보러 간 시 있어. 오래된 집뿐 아니라 새로 지은 집도. 그런 경험을 시로 쓴 걸까. 내가 제대로 읽지 못해서, 나도 잘 모르겠어. 지금 생각하니 개 이야기 여러 번 나왔어. 어떤 말을 많이 썼는지 잘 볼걸 그랬어. 어쩌면 되풀이해서 쓴 말이 많지 않았을지도. 그런 게 있었다면 기억했을 테니 말이야. 봄보다 여름 이야기가 있기도 해. <유월> <여름 끝물>. 두 편 말고 더 있던가. <여름잠>도 있군. 말이 나왔으니 다음에 <여름 끝물> 옮겨 적을게.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무중력 공간에 두 눈을 두고 온 사람처럼

무엇을 보려고 해도

마음만큼 볼 수 없어서


그렇게 두 손도 두 발도

전부 두고 온 사람으로 있다고 한다면


쓰지 않는 시간을 겪고 있다고 한다면

이해가 될까


이제 다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한껏 울창해져서

어김없이 돌아오는 여름


불행과 고통에 대해선 웃는 얼굴로밖에 말할 수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다짐한 사람


절반쯤 남은 물통엔 새의 날개가 녹아 있었다


걸을 때마다 여름 열매들이 발에 밟혔다

언제부터 열매라는 말에

이토록 촘촘함 가시가 들어 있었을까


다정한 얼굴

녹아버리는 것

밟히는 것


그 해의 맨 나중에 나는 것


우는 사람에겐 더 큰 눈물을 선물하고 싶다

어느 것이 자신의 것인지 모르게


-<여름 끝물>, 42쪽~43쪽




 이것저것 많이 보고 제대로 보면 좋을 텐데. 어려운 시도 자꾸 보면 뭔가 알게 될지도 모르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여러 번 안 보는군. 첫번째와 두번째가 좀 다르기는 했어. 한두번 더 보면 조금 다를까. 그럴지도 모르지. 전체를 몰라도 괜찮았던 말 있어. 맨 처음에 실린 시 <홈> 마지막 연인 ‘빛은 찌르는 손을 가졌는데 / 참 따듯하다 (11쪽)’야. 이 말은 어떤 느낌인지 알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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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모인 집

시집


시인이 한동안 쓴 시를 엮어 만든 집

시집


시들시들하지 않고 

싱싱하고

심오해

그 깊이가 어려워


아니

꼭 어렵게 생각할 건 없어

시는 느끼는 거래

시인도 잘 모르고 쓰기도 한대


시를 모아둔 집

시집,

가볍게

즐겁게 만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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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동안 핀 꽃은 잘 보여요

해를 보고 예쁘게 핍니다


밤에 피는 꽃은 어떨까요


밤에 피는 꽃은

모습보다 진한 향으로

말해요


어떤 꽃이든

언제 피든

꽃은 다 예뻐요


당신도 꽃입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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