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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괜찮은 결심 - 예민하고 불안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정켈 지음 / 아몬드 / 2021년 9월
평점 :

세상에 불안이 없는 사람은 없을 거다. 사람마다 불안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누군가는 무척 마음 쓰는 걸 자신은 그런가 보다 하고, 자신이 무척 마음 쓰는 걸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자신이 다르게 느낀다고 해서 ‘겨우 그 정도 일로’ 하는 말은 안 하는 게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나도 마음속으로는 생각한 적 있을지도. 내가 꽤 마음 쓰는 걸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면 상처 받는다. 정말이지. 공감하기 어려우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나도 그러려고 한다.
책 제목이 《이만하면 괜찮은 결, 심》이어서 처음엔 뭔가 결심하는 건가 했다. 잘 보니 결과 심 사이에 쉼표가 있어서 왜 이렇게 썼을까 했다. 책을 보고 알았다. 결과 심은 이름이다. 고결과 조심. 나도 꽤 불안을 느끼지만, 이 책을 보니 나보다 더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 책속에 나온 거지만. 난 시간표 짜고 그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거 못할 게 뻔해서 아예 시간표 짜지 않는다. 결은 시간표대로 안 되면 조금 스트레스 받기도 했다. 난 시간표를 짜지는 않지만, 하루를 내가 보내고 싶은대로 보내지 못하면 기분이 안 좋다. 이건 누구나 그럴까. 그런 거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밖에 나갔다 오면 옷은 바로 정리한다. 그런 거 안 하고 아무데나 벗어두는 사람도 있을까. 고결은 그런 걸 못 참았다. 조심은 이런저런 걱정을 했다. 그렇게 걱정하고 화분을 집 안쪽에 놓으니 엄마가 싫어했다. 화분이 햇볕을 받아야 한다고. 식구들한테 이해받지 못하는 결과 심이 함께 살기로 한다. 제목 그대로인 뜻도 있구나. 결과 심이 함께 살기로 결심하는 건. 서로 다르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한집에 살기. 왜 식구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그런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부모 자식은 좀 어려울지도. 부모는 자식을 생각하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 건지 모르는 일이다. 그저 자기 마음에 안 들어서 이런저런 말을 할지도. 쓰다 보니 좀 다른 말로 샜다.
결과 심이 함께 살기로 하고 집을 보러 다녔다. 세상엔 이런저런 집이 있고 마음에 딱 드는 집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둘은 마음에 드는 집을 찾는다. 집 찾기는 혼자보다 누군가와 함께 찾으면 더 좋겠다. 둘이 살면 괜찮을까 했는데, 괜찮아 보인다. 서로 당번을 정하고 하는 것도 있다. 그런 거 정하지 않으면 늘 하는 사람이 할지도. 이렇게 생각하지만 난 그런 거 못할 것 같다. 그냥 하면 해도 언제 해야 한다 하면 어쩐지 답답하다. 학교 다닐 때는 주번이 있어서 번호대로 두 사람이 했다. 주번은 뭐 했더라. 공부 시작하기 전에 선생님한테 인사하기, ‘차렷, 경례’ 해야 했던가. 그거 정말 싫었다. 그거 말고 다른 것도 했을 것 같다. 주번이 다가오는 거 무서웠다. 이런 나 이상한가. 이러니 난 남과 살기는 어렵겠다. 나 혼자 하는 게 낫지. 하고 싶을 때. 끝없이 안 하는 게 조금 문제구나.
난 결처럼 바깥에서 여러 사람이 만진 걸 못 만지지는 않는다. 이거 봐서 앞으로 나도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먹는 건 좀 마음 쓴다. 좋은 걸 먹지는 않지만. 내가 늘 걱정하는 건 비다. 이 불안은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 여기가 아닌 좀 높은 곳에 살면 걱정 안 할 텐데. 집에 아무도 없어도 걱정된다. 도둑 드는 거 아닐까 하고. 결과 심은 자신이 못하고 생각하지 못한 걸 상대가 생각하고 해서 그걸 좋게 여겼다. 서로의 좋은 점을 찾았구나. 이렇게 두 사람처럼 사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하는 게 좋겠다. 마음이 맞아도 함께 살면 안 맞는 게 더 많을지도 모른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