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잘 지내고 있나요. 사는 일이 많이 아파서 아무도 모르게 울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아프다는 말보다는 힘들다가 더 어울리겠습니다. 오래전에 제 친구는 그런 말을 했습니다. ‘아프다’고. 사실 저는 그때 ‘왜 아픈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친구한테 ‘무엇이 너를 그렇게 아프게 하는 거야?’ 하고 물어봤다면, 친구는 저한테 그 까닭을 말해줬을까요. 친구가 말을 해주었을지 그냥 그대로 있었을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에 저한테 그런 것을 묻는다면 저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할 것 같아요. 어쩌면 ‘그냥’이라고 할지도. 당신은 어떻게 대답해줄 건가요. 사는 일이 아픈 건 본래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아픔을 줄여갈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면 말이지요.

 

 

 

나의 치유는

너다.

달이 구름을 빠져나가듯

나는 네게 아무것도 아니지만

너는 내게 그 모든 것이다.

모든 치유는 온전히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아무것도 아니기에 나는

그 모두였고

내가 꿈꾸지 못한 너는 나의

하나뿐인 치유다.

 

<치유>  (28쪽)

 

 

 

어때요. 저는 누군가한테 ‘내 아픔을 낫게 해주는 것은 너다’고 말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런 말을 듣는 쪽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것은 욕심일까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가 있기에 다른 것은 없어도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사람이 이런저런 것을 생각하지 않는 때는 언제일까요. 우리가 아픈 것은 순수한 마음을 잊어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통째로 그 사람의 생애를 만나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아픔과, 그가 가진 그리움과

남아 있는 상처를 한꺼번에 만나기 때문이다.

 

<만남>  (59쪽)

 

 

 

“가진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는 저라도 괜찮을까요?”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이기 때문이에요. 당신을 만나면 즐겁고 편해요. 당신이 웃는 모습을 보면 기분 나빴던 일도 바로 잊어버려요. 어쩌면 이것은 잠시일지도 몰라요. 그래도 지금 절 웃게 해주는 사람은 당신입니다.”

 

“저도 그래요.”

 

이렇게 지금 마음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마음이 맞지 않아 헤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닫아버리는 사람도 있겠지요. 당신은 지금 어떤가요. 누군가를 만났습니까, 헤어졌습니까. 헤어졌다면 다시 누군가를 좋아할 용기가 있습니까. 용기보다 중요한 것이 있군요. 그것은 언제나 마음을 열어두는 거예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아픔을 사랑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햇볕과 그 사람의 그늘을

분별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

.

.

 

다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픔 속에 가려 있는 기쁨을 찾아내는 것이다.

창문을 활짝 열고 새 바람을 들여놓듯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 전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시 누군가를>  (29쪽)

 

 

 

당신이 가진 빛과 그늘을 모두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당신도 그래야 하겠지요.

 

 

 

진실한 사랑은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아니하니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의 우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 사람을>에서, (60쪽)

 

 

 

정말 참사랑은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을까요. 제가 그 부분이 좋아서 써두고는 이런 말을 하는군요.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아도 함께 있는 것 같은 마음을 느낀다면 쓸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참사랑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사는 일이 많이 아프지 않을 거예요. 가끔 아프다 할지라도 누군가와 나눈다면 덜 아프지 않을까요. 그리고 기쁨은 더 커질 거예요. 이런, 당신이 벌써 참사랑을 만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그것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 만약 참사랑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면 상대한테 이렇게 말해보세요. “당신이 있어서 참 좋아요” 하고. 그러면 상대는 활짝 웃으며 “나도 그래요” 할 거예요.

 

당신이 이제 사는 일이 아프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썼지만 조금 쑥스럽기도 합니다 이런 것은 정말 저한테 맞지 않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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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 첫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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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라디오 두번째, 세번째에 힘입어 첫번째가 다시 나왔군요. 첫번째를 제가 언제 읽어보았는지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다 잊어버렸으니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그런데 읽다보니 언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글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여기에 실렸던 글을 몇 해 전에 나온 《잡문집》에 넣은 것 같습니다. ‘잡문집’도 본 지 몇 해 지났지만, 이것보다는 덜 됐으니 다 잊어버리지는 않았겠지요. 이 책을 보고 나중에 ‘잡문집’을 보시는 분은 이 글 어디에선가 본 것인데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글이 다른 책에 실릴 때도 있지만, 언젠가 한번 한 이야기를 또 할 때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여기에서도 그런 것을 본 것 같기도 한데. 순서는 바뀌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여기에서 먼저 하고 다른 데서 또 한 거죠. 이런 일은 작가만 하는 것은 아니기도 하지요. 저도 이런 것을 쓰다가 예전에 쓴 것 같은데 할 때 많습니다. 많으면 안 되는데……. 언젠가 한 적 있는 말일지라도 그때 떠오른다면 또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지난번에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를 읽고는 잠깐 자고 일어났는데, 이번에도 잠깐 자고 일어났습니다. 책을 다 읽고 어떻게 쓸까 생각하다보니 잠이 들었습니다. 그때처럼 또 책을 읽는 꿈을 꾸지는 않았습니다. 이럴 때도 있는 거죠. 사실 저는 잠으로 달아날 때 많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우울할 때는 잡니다. 가끔은 너무 많이 자서 진짜 자야 할 때 못 자기도 합니다. 한동안은 잠들 때까지 시간 많이 걸리기도 했는데, 요새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이런 말하고 나면 다시 못 자기도 하는데 괜히 했나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이름을 다 말하니까 지루하군요. 친구는 아니지만 그냥 하루키라고만 해야겠어요. 하루키는 자신이 소설가이기 때문에 이상한, 조금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것을 보니까 저도 자주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는 게 떠올랐는데 아쉽게도 그게 어떤 거였는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하나라도 생각났다면 지금 말했을 텐데. 그래도 쓸데없는 생각에 대해 말할 때 있어요. 그것은 바로 편지입니다. 편지에 쓴 말은 처음에는 조금 기억하는데 많이 쓰다보면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전에 했던 말을 또 하기도 합니다. 앞에서도 이런 말을 했는데, 편지에도 한 말을 또 하기도 한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제가 편지에 말하는 쓸데없는 생각 다른 데 적어둘까 하는 생각을 지금 했습니다. 아니요, 그러지 않을까 합니다. 편지 받는 사람만 알고 있는 게 낫겠습니다. 그리고 그게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아요.

 

이 책에 실린 글과 같은 쓰려면 어떻게 할까요. 무엇인가 하나가 떠오르면 술술 쓸 수 있을까요. 하루키는 아주 조금은 적어두기도 하겠지요. 전에도 쓸거리를 적어둔다고 했으니까요. 하루키뿐 아니라 가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지요. 어딘가에서 본 낱말이나 짧은 글 때문에 소설을 썼다는. 그런 말을 보면 참 부럽습니다. 아주 조금에서 많은 것을 보는 것이니까요. 그만큼 그것에 대한 자료를 찾고 공부를 한 다음에 글을 쓰기 때문이겠지요. 저도 아주 가끔 그럴 때 있어요. 제가 쓰는 것은 편지지만요.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지 않아도 쓰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편지지 두장은 채운다는 겁니다(한장만 쓸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내가 편지만 너무 많이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편지를 많이 썼던 것은 그것이라도 써서 ‘글을 썼다’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였습니다. 편지도 잘 쓰면 좋은 글이 되겠지요. 지금은 이렇게 책을 읽고 쓰는 글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편지를 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편지만은 언제나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편지를 쓸 사람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저는 편지를 쓰지만 하루키는 편지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아니, 하루키가 쓰는 글이 바로 사람들한테 보내는 편지군요. 저도 그런 편지도 쓰고 싶군요. 언제가.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제가 전문가가 될 자신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것도 있고 마음 편하게 쓰고 싶어서요.

 

전에 잡문집을 보고 썼던 말일지도 모르겠는데 저도 예전에 한번 하루키와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데 제가 정말 했는지 안 했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실제로는 없는 책에 대해 쓴 것입니다. 하루키는 서평을 써달라는 말을 듣고, 이 세상에 없는 책에 대해 썼다고 하더군요. 재미있게도 그것에 대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이 이야기는 여기에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잡문집에서 본 것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분명 본 적 있는데). 저는 고등학생 때 그랬던 것 같아요. 여름방학과제에 독후감 쓰기가 있었지요. 제가 그때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편지는 가끔 썼습니다(또 편지). 책을 많이 읽어서 글을 잘 쓰기도 하겠지만, 평소에 일기와 편지를 써도 어느 정도는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글을 잘 썼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 일기와 편지쓰기는 좋아했지만 다른 글 쓰는 것은 싫어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는 것도요. 여기에는 선생님도 들어갑니다. 저는 인터넷 때문에 제가 쓴 글을 다른 사람한테 보여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창피하지만. 쓰다보니 다른 말을 늘어놓았네요. 저도 고등학교 때 읽지 않고 실제는 없는 책 독후감을 썼습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잊어버렸습니다. 그렇게 했던 까닭은 책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때는 세상에 대해 몰라서 도서관이 있는지도 몰랐고 학교에도 도서실은 없었습니다. 지금도 세상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이런 말을 하니 조금 부끄럽군요. 하루키는 저와는 다르게 어릴 때부터 책 많이 읽었답니다. 혼자서 하는 일을 좋아했거든요.

 

하루키가 쓴 무라카미 라디오가 재미있다고 느낀 것은 두번째를 봤을 때입니다. 이 말 또 하는 것 같군요(미안합니다). 첫번째와 두번째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첫번째에도 하루키만의 유머가 있더군요. 옛날에는 그것을 몰랐습니다. 사카모토 큐 노래에 대해 말하고 난 뒤 한 그다음이야기 웃깁니다. 미국에서 빌보드 1위를 한 노래 <위를 보고 걷자>가 본래 제목과는 다르게 <스키야키(일본전골)>라는 제목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노래 때문에 다른 사람, 스즈키 쇼지의 노래 <플라타너스 길>은 <스시(초밥)>라는 제목으로 미국에 내놓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잘 안 됐답니다. 그 뒤에 하루키는 아쉽다면서 <덴푸라(튀김)> <사시미(회)> 라는 제목으로 노래가 나오고 잘됐다면 좋았겠다고 했습니다. 책으로 보면 재미있는데 이렇게 쓰니 제가 느낀 재미가 반으로 줄어들었군요. 반도 안 된다구요. 컴퓨터 부팅이 되기를 기다리며 동화책을 읽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저는 그냥 기다립니다. 가끔 쓰던 것을 끝까지 쓰기도 하는군요. 여러분은 무엇을 하십니까. 컴퓨터가 켜지기를 기다리며 이 책을 읽는 것도 괜찮겠네요. 여기 실린 글 한 편은 그리 길지 않으니까요.

 

 

 

희선

 

 

 

 

☆―

 

삶에는 감동도 수없이 많지만 부끄러운 일도 딱 그만큼 많다. 그래도 뭐, 삶에 감동만 있다면 아마 피곤할 테죠.  (103쪽)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깊은 상처가 되는가 하면, 잘못된 칭찬을 받는 것일 터다. 벌써 많은 부분 확신하는 바이다. 그런 칭찬을 받다가 망한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사람이란 칭찬에 대답하고자 힘쓰게 마련이고, 그러면서 본래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니까 누군가한테 까닭 없는(혹은 까닭 있는) 험담을 듣고 상처를 입더라도, “아, 잘됐어. 칭찬받지 않아서 다행인걸. 하하하” 하고 넘겨보시길. 물론 그렇게 생각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지만.  (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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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2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4 0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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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변호사
오야마 준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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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변호사 하면 마음이 차가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것은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일 것이다.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르듯이 하는 일만 보고 그 사람이 어떤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변호사는 돈이 안 되는 일은 잘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실제로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변호사를 가까운 데서 본 적 없다. 거의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봤다(변호사만 못 본 것은 아니기도). 그렇기 때문에 확실히 알 수 없다. 이럴 때는 뭐라고 하면 좋을까. 소설과 드라마에 나온 게 다 거짓은 아니지 않을까. 그렇게 믿고 싶다. 변호사 가운데는 돈이 되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이 가진 힘을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쓰는 사람도 있다. 고양이 변호사 모모세 타로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다. 모모세는 도쿄대 법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일본에서 손에 꼽히는 큰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모모세가 한번 고양이와 관계있는 일을 잘 해낸 뒤로 로펌에는 애완동물에 관련한 소송이 잇달았다. 일이 많은 것은 그렇다 치고 그 일은 돈이 별로 되지 않았다. 회사(로펌)에서는 모모세가 그곳을 그만두기를 바랐다. 모모세는 그곳을 나와서 법률 사무소를 열었다. 그리고 다섯 해가 흘렀다. 모모세는 서른아홉, 사무실에는 고양이가 열한 마리, 맞선은 서른번이나 잘 안 되었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은 하나 같이 남다르다. 모모세는 일곱 살 때까지 미국에서 어머니와 살았다. 모모세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는 모모세를 일본으로 데리고 와서 시설에 맡겼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모모세한테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위를 올려다보렴. 그러면 뇌가 뒤로 기울어 두개골과 전두엽 사이에 틈이 생겨. 그 틈에서 신선하고 놀라운 생각이 생겨날거야.” (11쪽) 모모세는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았고 변호사가 되면 어머니한테 도움이 될거라는 말에 변호사가 되었다. 모모세 법률 사무소에는 비서와 사무원이 있다. 비서는 노로 노리오로 예순이다. 법률 사무소 여기저기서 일한 사람으로 자칭 업계에서 수완이 가장 좋다고 한다. 여러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지만(자칭) 가지 않고 있다고. 사무원은 니시나 나나에로 추정 연령은 쉰 살이다. 고양이를 보살피는 일을 하면서 사무원다운 일을 시켜달라고 한다. 그런데 비서 노로가 컴퓨터로 일하는 것을 가르쳐주려고 하면 배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모모세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도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고양이가 열한 마리나 있다니 많기는 하다. 그래도 동물 병원 원장 마코토가 고양이를 맡아줄 사람을 찾아주기도 한다. 또 한 사람 결혼상담소에서 모모세를 맡은 다이후쿠 아코도 있다.

 

일을 의뢰하는 사람들도 재미있다. 법학부 학생이 와서 오랫동안 모모세와 이야기를 했는데 모모세는 법률 상담이 아니라면서 돈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고양이한테 국어와 수학 그리고 음악까지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법학부에 다닌다는 학생이 하는 아르바이트는 고양이 과외였다. 처음에 그 말을 봤을 때는 어리둥절했다. 나중에 그 학생은 고양이를 고양이로 대해달라고 주인한테 말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사는 맨션이 본래는 애완동무를 기를 수 없는 곳이었는데, 시간이 흘러서 애완동물을 기를 수 있는 곳으로 바뀐다면서 그것을 모모세한테 막아달라고 했다. 자기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와 함께 있는 게 싫다면서. 그런데 그 사람은 자기 고양이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모모세가 가르쳐줘서 알게 되었다. 언젠가 하얀 고양이는 귀가 안 들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얀 고양이가 다 귀가 안 들리는지 자세히는 모른다. 친칠라 골든이 그런 종류인가 보다. 애완동물도 사람 처지에서만 보면 안 될 것이다. 사람과 말을 나눌 수는 없을지라도 마음은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고양이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은 고양이 눈을 보고 말을 했다. 그것도 모모세가 가르쳐주었다. 그러고 나니 사람이 조금 달라졌다. 전보다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남편하고 일도 좋아졌다.

 

사실 중심 이야기는 따로 있다. 장례식장에서 어머니 시신을 도둑맞은 사람이 모모세한테 범인과 교섭해달라고 한 일이다. 이 일에는 여러가지 사정이 있는데 읽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래도 재미있다. 범인이 조금 모자란 사람들이다. 어쩌면 그래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동정이 가기도 하니 말이다. 범인은 자신들 때문에 해를 입은 사람한테 미안해하기도 했다. 나중에 돈을 벌면 갖다주고 싶다고. 본래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저 무엇인가 잘못 흘러가서 나쁜 일을 해야 하는 형편에 놓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쉽게 벗어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한번 빠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늪과 같은 것일지도. 그런 늪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래도 이 소설은 밝다. 다행이다. 또 하나 놀라운 일이 있다. 그 사람 마음은 앞에서 짐작할 수 있지만 왜인지는 나중에 알 수 있다.

 

책을 다 봐갈 때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옮긴이 말에 《고양이 변호사와 투명인간》 《고양이 변호사와 반지 이야기》가 더 있다는 말이 있어서 괜찮아졌다. 언젠가 이 두권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고양이와 같은 동물을 위해 애쓰는 변호사가 있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희선

 

 

 

 

☆―

 

“지위와 돈에 야심이 없는 사람은 강적이에요. 약점이 없는걸요.”  (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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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0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1 0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
웬디 웰치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사진, 책소개에서

 

 

 

책은 참 기분 좋은 무리들이다. 어떤 방에 들어갔는데 그 방이 책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상상해보라. 책장에서 책을 빼들지 않더라도 그들이 내게 말을 걸고 나를 반겨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윌리엄 글래드스턴

 

 

 

바깥에서 보면 그냥 집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곳은 애팔래치아 산맥의 작은 마을 빅스톤갭에 있는 헌책방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입니다. 이런 곳에 헌책방이라니 하며 놀라워하시겠지요. 처음에 웬디와 잭이 집을 사서 헌책방을 할거라고 했을 때, 그 말을 들은 사람이 “헌책방이라고요? 당신들 미쳤군요!” 했다는군요. 그렇게 말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군요. 웬디와 잭은 본래 언젠가 책방을 해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웬디가 일하는 곳에서 안 좋은 일을 겪고는 그곳을 떠나려 했을 때 빅스톤갭에 오게 되었다는군요. 그리고 두 사람은 헌책방을 하면 딱 좋을 집을 보고 지금이 바로 바라던 일을 할 때다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돈이 별로 없었습니다. 책꽂이는 잭이 만들고 책은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 가운데서 고르고, 광고를 해서 책을 가져오면 나중에 다른 책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지요. 작은 마을 사람들 마음이 좋다고 하잖아요. 그냥 책을 주신 분도 많이 있었답니다. 그게 좋은 일이기도 했지만 안 좋은 일이기도 했답니다. 뭐든 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잖아요. 잘못을 하고서 웬디는 책을 잘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헌책방으로 모습을 갖추고 문을 연 날에는 손님이 아주 많이 왔습니다. 그때 웬디와 잭은 몰랐지만 그곳에 왔던 사람들은 책방이 오래 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답니다. 모두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닐 겁니다. 얼마 뒤 웬디는 마을 터줏대감 가운데 한 사람과 관계가 틀어졌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책방에는 손님들 발길이 끊겼습니다. 작은 마을이니 소문이 금세 퍼진 거죠. 웬디는 마을 사람들 마음이 좁은 거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웬디와 잭이 정말 이곳에 눌러 살 생각이 있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웬디와 잭은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헌책방이 사람들한테 알려지는 일이 일어납니다. 신문에 헌책방에 대한 기사가 나간 거예요. 고양이 뷸라 사진도 실리고. 그 신문을 보고 책방에 찾아오는 손님이 늘어났답니다. 웬디와 잭은 개 두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아 함께 살았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에 사진이 실린 뷸라가 손님들 마음을 끌었답니다. 도서관에 있었다던 고양이가 생각나기도 하는군요. 그리고 요양원에 있는 고양이도. 책방에서는 동물을 만나는 일이 좋은 일인가 봅니다. 그런 책방에는 가 본 적이 없지만요.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은 사람에서 사람한테 소문이 퍼져갔습니다. 엄청난 돈을 들인 광고보다 사람이 퍼뜨리는 말이 더 믿음이 갈 것 같습니다. 어쩐지 지금 쓰고 있는 것이 처음 시작했을 때와 조금 달라진 느낌이 드는군요.

 

책방을 열었을 때 한 사람이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이 마을 문화회관 같은 곳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처럼 책방은 사람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웬디와 잭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으로 가끔 행사를 열었습니다. 돈이 드는 것도 있었지요.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에서는 차와 잭이 구운 쇼트브레드를 맛볼 수 있습니다. 책방에서는 책만 살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때로는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웬디와 잭한테 털어놓았습니다. 집이 불에 모두 타서 잃어버린 책을 찾으러 온 손님도 있었습니다. 책을 가지고 온 사람 가운데는 아이를 잃은 부모, 아내를 잃은 남편, 아버지는 떠나보낸 딸도 있었습니다. 웬디는 책방을 하려는 사람한테는 책을 좋아하는 마음보다는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웬디와 잭한테는 상담자격증은 없지만, 손님이 와서 말을 하면 잘 들어주었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고 편해진 사람이 많았을 겁니다. 인터넷 서점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말도 했지요. 웬디는 ‘책방은 지역 공동체의 만남의 공간이고, 주민들한테 제3의 공간이다’ (264쪽)고 했습니다. 이런 책방이 마을마다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여자들만의 모임도 만들었습니다. 뜨개질을 하는 모임이지요. 헌책방을 해 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책방, 겉에서 보면 정말 좋을 것 같지만 힘들 겁니다. 이것은 어떤 일이든 같겠군요. 하지만 그 힘듦을 참아낼 수 있다면 자신만의 책방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에 있으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고 여긴 사람들이 하나둘 일일 책방 주인 체험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하루쯤 다른 일을 해 보는 일은 설레는 일이겠지요. 그리고 웬디와 잭이 마음놓고 쉴 수도 있으니 하나로 두 가지를 얻는 셈이죠. 아주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책방을 맡길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글쓰기 모임도 했습니다. 책방에서 책읽기가 아닌 글쓰기라니, 이것도 좋지 않을까 싶군요.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일상의 일을 쓰거나 어느 때는 소설도 썼겠죠. 하지만 언제나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좋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났을 테니 안 좋은 일은 쉽게 잊었을 거예요. 웬디와 잭은 긍정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힘들어도 책방일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책뿐 아니라 그곳을 찾아오는 사람도 좋아했습니다.

 

이런 책방 어떠세요. ‘테일스 오브 론섬 파인’에서는 오래된 책이나 얼마 없는 책(비싼 책)은 다루지 않습니다. 웬디와 잭은 자신들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책방은 빅스톤갭의 중심이 되어 사람들을 이어주는 일을 하게 되었지요. 한번은 글을 배우려고 하는 분한테,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웬디가 세 사람을 떠올리고 연락을 했더니, 바로 전화가 왔습니다. 책으로 이어진 인연인 것도 같네요. 이제 책방에 쉽게 들어오실 수 있겠지요. 천천히 둘러보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어쩌면 오랫동안 잊고 있던 책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책을 찾기 어려우면 차를 마시면서 웬디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웬디가 좋은 책을 찾아줄 테니까요.

 

 

+더하는 말

 

이 말은 처음에 쓸까 했는데 그렇게 못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떠오르는 책이 있더군요. 처음은 책방에 찾아온 손님이 찾고 있는 책을 찾아주거나, 수수께끼 같은 일을 풀기도 하는 이야기입니다. 혹시 지금 어떤 책 떠올리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뒤에서 말할 겁니다. 제가 말하려고 하는 책은 몇 해 전에 나온 책으로 그때 많은 분이 읽었을 거예요. 지금 처음 알게 되는 분도 있겠지요. 본래는 다른 제목으로 나왔는데 세번째가 나온 뒤로 모두 《명탐정 홈즈걸》(오사키 고즈에)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모두 세 권입니다. 책방에도 책이 많지만 책이 아주 많은 곳이 한 곳 더 있지요. 바로 도서관입니다. 두번째는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일이 나오는 책인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 그다음 편 《도서관의 기적》(미도리카와 세이지)입니다. 이것은 예전에도 말한 적 있군요. 그리고 마지막은 많은 분이 아시는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처럼 헌책방 비블리아 고서당을 찾아온 사람과 책 이야기가 나오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미카미 엔)입니다. 어쩌면 이밖에 더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쓰고 보니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과는 다르게 소설이군요. ‘명탐정 홈즈걸’에 나오는 책방은 헌책방이 아닙니다. 홈즈걸이라는 말처럼 책방에서 일하는 두 사람이 책에 대한 일을 풀어갑니다. 두 사람이라고는 했지만 거의 한 사람이 다 풀어냅니다. 한 사람은 왓슨 같은 역이군요. 한 사람은 오랫동안 일한 직원이고 한 사람은 아르바이트생입니다. ‘비블리아 고성당 사건수첩’하고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책방과 도서관에는 맑은 날뿐 아니라

비 오는 날

바람 부는 날

흐린 날

눈 오는 날

어느 때 가든 좋다

 

 

 

희선

 

 

 

 

☆―

 

헌책이 상품인 것은 맞다. 그래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 책을 아주 소중하게 다룬다. 그 책들에는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속 글자만 두고 하는 말이 아님을 여러분도 알 것이다.  (189쪽)

 

 

“헌책방 주인은 여러가지 노릇을 할 줄 알아야 해요. 상담사에 문학비평가, 자료 찾기 전문가, 매니저, 재고정리 담당자, 청소부, 바리스타, 아동보호국 요원, 건물 관리인에, 아, 그렇지, 영업사원 노릇도 해야 하죠. 그러니 웬만하면 손님이 뭐가 필요한지 말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어쩌면 바라는 게 책 둘러보기일 뿐일 수도 있으니까.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알아서 얘기할 거예요.”  (205쪽)

 

 

손님들은 자신의 암 투병기라든가 성질 더러운 옛 애인, 예쁜 손자들, 재수없는 직장 상사, 살면서 힘겨웠던 순간들, 무식한 친척들, 무식한 친척들, 또 무식한 친척들, 그리고 이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둥 저 사람을 죽여버리겠다는 둥 하는 얘기를 곧잘 쏟아놓는다. 사람은 속에 든 것을 쏟아 내야 사나 보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와서 마음껏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책 파는 선술집 바텐더인 셈이다. 우리는 그들이 마음껏 말할 수 있도록 해준다. 누가 알겠는가, 그럼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지.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상대방이 마음의 짐을 덜기라도 하겠지.  (207쪽)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책방이나 도서관, 아니면 책으로 꽉 찬 책꽂이가 사방 벽을 장식하고 있는 집처럼 책이 잔뜩 있는 곳을 좋아한다. 그런 곳들에는 마법이 깃들어 있다.  (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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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평전 - 실존과 구원의 글쓰기 서강인문정신 16
이주동 지음 / 소나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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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는 독일계 유대인으로 1883년 7월 3일에 체코 공화국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작가이고 보험공사관리였다.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는 거칠고 엄격한 군생활을 해서 그것은 카프카의 어린시절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 어머니 율리에 카프카는 착했지만 카프카한테 마음쓰기보다 아버지 말에 따라서 살았다. 카프카는 어린시절에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일을 하고 카프카를 다른 사람한테 맡겨두었다. 카프카를 돌봐준 가정부가 좋았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별로 좋지 않았다. 카프카가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을 때, 가정부가 카프카를 학교까지 데리고 가면서 선생님한테 카프카가 잘못한 일을 말하겠다고 겁을 주었다. 그것을 카프카는 아주 두려워했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10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어린 카프카는 그 길을 아주 멀게 느꼈다. 아버지의 엄격함 때문에 카프카는 학교 선생님도 무서워하고 학교 자체도 무서워했다. 그래서 카프카는 자신이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는 것을 잘 몰랐다. 친구도 별로 없었다. 그리고 네 해 뒤에 프라하에서 가장 엄격한 오스트리아 왕립 김나지움에 다니게 되었다. 카프카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중학교 때다. 카프카는 아무도 모르게 글을 썼다. 하지만 그 글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카프카는 글을 쓰고는 없애기도 했다. 카프카는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는데 수학은 싫어했다. 카프카는 낯선 나라들의 지형·기후·생물·사람을 보여주는 지리를 좋아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따듯하고 햇빛이 찬란하게 비치는 남쪽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평생 꿈꾸었다.

 

대학에 들어갈 때 카프카는 전공 때문에 아버지와 말다툼을 했다. 카프카는 철학이나 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아버지는 카프카가 법학과에 가기를 바랐다. 대학을 나온 뒤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를 바란 것이다. 이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다니. 카프카는 처음에 화학과에 다니다가 바로 법학과로 바꾸었다. 법학을 공부하면서도 카프카는 글에 대한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 카프카가 즐겨 읽은 책은 작가의 자전 요소가 담긴 일기, 전기, 편지 모둠이었다. 그러한 책을 찾아서 열심히 읽었다. 카프카는 대학 졸업 시험에 합격하지 못할까봐 무척 걱정했다. 이런 마음에 대해 앞에서는 못 썼는데, 카프카는 늘 불안했다. 낯선 일은 더욱. 누구나 그런 마음을 느끼지만 카프카는 누구보다 더 심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카프카는 대학 생활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일하게 된 곳은 카프카를 힘들게 했다. 일을 아주 많이 해야 해서. 카프카한테는 글 쓸 시간이 필요했다. 얼마 뒤 일자리를 옮겼다. 그곳은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일하는 노동자재해보험공사였다. 시간은 그렇다 해도 여전히 일은 많았다. 카프카가 일을 잘했기 때문에. 노동자재해보험공사는 카프카한테 잘해주었다. 카프카가 아프면 쉴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카프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주는 곳이 있었는데, 카프카는 그 점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나라면 기뻐했을 것이다. 지금은 사람은 언제든 바꿀 수 있는 부품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나 싶다. 그렇다고 카프카가 살았을 때 아주 좋았던 것은 아니다. 몸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아주 힘들었다. 카프카는 그런 사람들 편에 서서 많이 도와주려고 했다. 그런 따듯한 마음 때문에 카프카도 다른 사람이 도와준 게 아닌가 싶다.

 

아무리 좋은 일자리라 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없으면 괴롭다. 카프카는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것을 괴로워했다. 아니, 그것보다는 글 쓰는 것 때문에 잠을 못 자서 힘들었을지도. 카프카는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조금 자고 산책을 하고 밤에 글을 썼다. 그런데 집이 시끄러웠다. 카프카는 식구들 모두가 잠들 때를 기다렸다가 글을 썼다. 어느 날은 글이 아주 잘 써져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 카프카는 자신을 잊고 글을 써내려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게 어떨지 한번 경험해보고 싶기도. 카프카가 글을 그렇게 썼는데도 끝까지 쓰지 못한 게 많은 것은 여러 작품을 함께 썼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하나 먼저 끝내고 다른 거 쓰지 하기도. 사람마다 글 쓰는 방식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카프카는 하나를 쓰다가 다른 게 떠오르면 그것을 그냥 둘 수 없었던 거다. 쓰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일할 때 쓰는 글도 늘 문학을 생각하며 썼다.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 카프카는 일기와 편지도 많이 썼다. 일기로 글쓰기를 단련했다. 어떻게 쓰면 그럴 수 있을까. 나도 일기를 꽤 열심히 썼던 때가 있다. 그냥 별 생각없이 썼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가 보다. 지금부터라도 일기를 잘 쓰면 나아질까. 하지만 카프카와 같은 글은 쓰지 못할 것이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평범하게 생각해서 말이다. 카프카는 꿈도 잘 적어두었다. 카프카의 글은 꿈과 비슷하다고(카프카 소설은 아직 하나도 못 읽어봤다). 꿈은 일이 쉽게 바뀌고 여기저기 갈 수 있다. 꿈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밖에 못하다니. 카프카는 글쓰기와 책읽기뿐 아니라 연극을 보는 것도 좋아했다. 늘 프라하가 아닌 곳에 가서 작가로 살고 싶어했는데 그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글쓰기는 카프카가 살아가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결혼을 하면 글을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처음 만난 펠리스 바우어와는 아주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다. 처음에는 거의 날마다 썼다고 한다. 그 부분을 볼 때는 재미있기는 했는데. 카프카한테 펠리스와 편지를 나누는 일이 처음에는 좋았지만 나중에는 괴로운 일이 되었다. 카프카는 자신은 그대로 있고, 펠리스만이 바뀌기를 바랐다. 그런 마음이면 잘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펠리스와는 약혼을 두번이나 했지만 결혼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런 일은 카프카가 글을 쓰게 했다. 글을 써서 사랑이 깨져버린 일을 이겨냈다. 하지만 몸은 별로 좋지 않게 되었다. 펠리스와 두번째 약혼했을 때 카프카는 폐결핵이 되었다. 카프카가 펠리스한테 폐결핵 때문에 결혼할 수 없다고 했다. 카프카가 펠리스한테 그 말을 할 때 마음속으로는 좋아한 것 같기도 하다. 그 글에서 그런 마음을 느끼다니. 내가 이상한 것인지도. 카프카는 펠리스와 자주 만나지 않고 편지만 엄청 썼다. 두번째 율리 보리체크와는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결혼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와 집을 얻지 못해서 잘 안 되었다. 그때 카프카는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를 썼다. 율리 보리체크와 아주 헤어지지 않고 카프카는 밀레나 폴락과 편지를 나누었다. 밀레나는 결혼한 사람이었다. 결혼한 남자는 아내와 헤어질 마음이 없으면서 다른 여자를 사귀기도 하는데, 밀레나도 그랬다. 밀레나를 사귀고 헤어진 일 때문에 카프카의 건강은 아주 나빠졌다. 카프카가 끝내 결혼은 못했지만, 카프카를 진정으로 이해해준 사람을 만났다. 도라 디아만트다. 카프카가 죽음을 맞이할 때도 도라가 함께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고흐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든 것은 왜였을까. 고흐를 누구보다 잘 알아준 동생 테오가 있었지만. 그런 사람이 아주 없는 사람도 있다.

 

옛날에는 결핵에 걸리면 모두 죽는다고 생각했는데, 카프카가 살았던 시대에는 낫기도 했나보다. 하지만 카프카는 결핵치료를 제대로 못했다. 이런저런 일 때문에. 결국 후두 결핵까지 걸려서 죽게 되었다. 몸이 안 좋을 때도 카프카는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예전에 나도 어떤 것을 쓰지 못해서 조금 괴로웠던 적이 있다. 그것은 편지다. 다른 글을 쓰지 못해서 괴로워했으면 더 좋았을까. 책을 보다보면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만나기도 하는데 나도 만난 듯하다. 하지만 다른 점도 많다. 카프카는 친구들과 잘 어울렸고 여기저기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편지쓰기를 좋아하는 것은 같지만, 나는 사람 자체를 두려워하기도. 이것은 아마 나한테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카프카는 글을 써서 자기 자신의 문제를 알아내려고도 했다. 나는 그런 일은 해 본 적 없다. 그런 것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은 못했겠지만 나 자신도 모르게 문제를 알게 되지 않았을까. 카프카는 자신이 느끼는 괴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글을 썼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도 별로고 지금까지 제대로 된 글 하나 쓰지 못한 것인지도. 나는 그저 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어떤 책을 읽고 쓴 것을 타이핑하고 나니 아주 기분이 안 좋았다. ‘이따위로 쓰다니’ 했다. 요새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하는 것 같다. 어쩌면 지금 쓰고 있는 것도 나중에 보면 아쉽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카프카 이야기를 하다가 내 넋두리를 늘어놓고 말았다.

 

어떠한 책이든 끝이 다가올 때면 아쉬운데, 이 책을 볼 때도 카프카의 죽음이 다가와서 마음이 안 좋았다. 카프카가 된 것 같은 마음은 아니었지만 카프카와 가까운 사람 같은 느낌은 들었다. 결핵치료를 좀 잘 하지 왜 그런 거야 하면서 책을 봤다. 카프카를 나흘 동안 만나서 그랬을까. 그런데 카프카가 결핵치료를 잘 하고 조금 건강해졌다면 그 뒤에도 잘 살아남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쩐지 카프카가 그 뒤에 일어난 일을 모르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다. 그것 때문에 아주 괴로워했을 테니까. 아니, 그것은 그것대로 문학이 되었을까. 카프카처럼 나한테도 글쓰기가 살아가는 게 된다면 좋을 텐데.

 

 

*덧붙임

 

이 책은 평전인데 나는 평전보다 소설에 가깝게 읽은 것 같다. 한 사람이 나고 자라고 죽기까지 이야기이니 소설과 같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카프카는 실제 있었던 사람이다. 카프카가 행복하게 글을 쓰던 시절도 있었다. 다른 식구들은 카프카가 글을 쓰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여동생은 카프카 마음을 알아주었다. 카프카는 여동생이 빌린 집에 다니면서 마음껏 글을 썼다. 그냥 거기에서 자면 안 될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글을 쓸 때만 그곳에 갔다. 한때는 시골에 가기도 했는데, 그곳도 조용하지 않았다. 그래도 밤에는 조용했을 것 같지만 쥐가 많았다. 다른 소리 때문에 집중하지 못하는 마음 잘 안다. 그래도 다른 것을 하다보면 그 소리를 잊기도 하는데 카프카는 그것도 힘들었던가 보다. 폐결핵은 마음 때문에 생겼다는 말을 했는데, 이것은 맞는 말이다. 내가 잘 아는 것은 아닌데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폐가 나빠지는 게 아닌가 싶다. 심장인가. 공기가 나빠도 폐가 안 좋아질 수 있다. 지금은 폐결핵에 걸려도 약만 잘 먹으면 낫는다. 조금 오랫동안이지만.

 

이것은 대체 왜 썼을까. 본래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르게 쓴 것 같기도 하다. 맞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 생각났다. 그것은 책을 읽는 동안 카프카가 걸었던 곳을 함께 다닌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인데. 그게 참 좋았다. 여동생이 빌린 그집에 갈 때가 가장 좋았다.

 

 

 

희선

 

 

 

 

☆―

 

모든 사람은 저마다 고유하고, 그 고유성을 발휘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저마다 가진 고유성에서 좋은 점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바로는 학교도 가정도 이 고유성을 지우려고만 애쓴다. 그렇게 해야 가르치기 쉽고 아이 삶도 편해진다. 그러나 그에 앞서 아이들은 강요가 가져다주는 괴로움을 맛보아야 한다. ……그렇듯 내 고유성은 인정되지 않았다(KKANI 7).  (46쪽)

 

 

카프카는 작품을 쓰지 않을 때에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나 일기, 그밖에 무엇이든 글 쓰는 일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카프카가 글을 쓰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것은, 글쓰기가 바로 카프카의 타고난 운명이고 카프카의 실존이고 삶 자체였기 때문이다.  (4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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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10-10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그 생각 했어요. 카프카가 걸었던 곳을 같이 걷는 그런 기분을.

희선 2013-10-11 01:21   좋아요 0 | URL
가연 님도 그랬군요 책을 읽다보면 다 그런 기분을 느낄 것 같습니다
프라하에 카프카 박물관이 있다고 하더군요 조금 전에 알았습니다
세계에 이름이 알려진 작가이니 당연한 것이군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