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고,

흘러가지요

시간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시간이 가는 곳으로 가면,

거기엔 많은 시간이 있을까요


보이지 않는 시간이어도

흘러갑니다


공기

나무

하늘

바람……,

자연은

시간을 느끼게 해줍니다


낮과 밤

해와 달도……


시간은 마음, 몸에도 쌓입니다

시간의 다른 이름은 기억입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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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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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명랑한 은둔자》는 어떤 걸까. 캐럴라인 냅이 명랑한 은둔자라면 난 우울한 은둔자다. 명랑한 구석은 하나도 없다. 처음부터 어두운 말을 하다니. 내 우울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 나도 잘 모른다. 여러 가지겠지.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지만, 잘 안 된다. 그냥 살아야지 어쩌겠나. 나도 꽤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다. 어릴 때 학교에는 어떻게 다녔는지 모르겠다. 지금 같은 때 학교를 다녀야 했다면 무척 괴로웠을 것 같다. 사람은 뭔가에 적응하기는 하지만, 그때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난 그게 참 싫었다.


 캐럴라인 냅은 아버지가 정신 분석가고 어머니는 화가였다. 캐럴라인 냅은 쌍둥이고 동생이었다. 캐럴라인이 알코올의존증이 되거나 거식증에 걸린 건 쌍둥이 동생이어서였을까. 어린시절이 그렇게 안 좋았던 건 아닌 것 같은데. 어린시절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다. 자신이 이십대에 거식증에 걸린 것과 수줍음이나 여러 가지를 술을 마시고 없애려 한 이야기가 실렸다. 어릴 때 겪은 일보다 그저 살다 보니 술을 가까이 하게 된 걸지도. 대학생 때 캐럴라인이 잘 안 먹었더니 살이 빠졌는데 그걸 친구가 예뻐졌다고 말해서 거기에 집착하게 된 건 아닐까 싶다. 자신이 살이 찌면 자신을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겼으려나. 그것보다 잘 먹지 않고 캐럴라인은 자신이 안 좋다는 걸 드러내고 싶어한 것 같기도 하다. 마른 자신을 보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별 말을 하지 않자, 캐럴라인은 부모한테 자신이 잘 먹지 않는다는 걸 말한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무 말도 못했다. 나중에 어머니가 캐럴라인한테 ‘먹어’ 했을 뿐이다.


 수줍음에서 벗어나려고 술을 마시는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린 왕자》. 그 사람은 부끄러워서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는 자신이 부끄러워서 술을 마셨던가. 술을 마시면 생각이 마비되는 걸까. 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지만, 수줍음을 잊으려고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 그렇게 맛없는 걸 왜 마시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나 자신이 아주 싫거나 바보 같을 때는 그 생각을 덜 하려고 하던가. 아니 오래 그 생각에 빠지고 난 왜 그럴까 하면서 우울함에 빠진다. 그뿐이구나. 캐럴라인은 어머니가 보내는 신호 같은 걸 잘 알아차렸다. 자신이 그런 걸 알아서 다른 사람도 잘 알겠지 생각한 것 같다. 사람은 다 같지 않은데. 다른 사람을 잘 살펴보고 마음을 알아채는 사람도 있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캐럴라인은 남이 자신과 달라서 실망 많이 했을 것 같다.


 난 아주 친한 친구도 없고 전화로 오래 이야기한 친구도 없었다. 캐럴라인은 그러지 않았다. 캐럴라인은 전화로 오래 이야기한 친구가 있었다. 그건 캐럴라인이 명랑해선가 보다. 난 우울하니. 캐럴라인은 친구도 애인과 비슷하게 사귀어야 한다고 느꼈단다. 그런 친구 사귀기 어려울 것 같은데, 아주 없지 않았나 보다. 캐럴라인은 친구뿐 아니라 남자친구한테도 바라는 게 많았다. 그건 바라는 것보다 깊은 애정인가. 아주 가까운 사람이 있는 것도 좋을 것 같지만, 그런 거 좀 답답할 것 같기도 한데. 난 이 책을 보면서 캐럴라인과 비슷한 것보다 다른 걸 생각했구나. 비슷한 건 수줍음 많은 거 하나뿐인 듯하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다 고아가 된다(부모보다 먼저 떠나는 사람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 지금보다 어릴 때는 못한 것 같다. 캐럴라인은 좀 일찍 그런 생각을 하고 한 해 사이에 부모를 여의었다. 아버지는 뇌종양으로 어머니는 암으로. 캐럴라인은 아버지가 아플 때 술을 늘 마셨다. 그때 일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그랬으려나. 술이 그걸 좀 낫게 해줄까. 술은 기분을 낫게 해주기보다 생각을 마비시키지 않나 싶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짧은 시간 차이로 차례로 여의면 마음이 참 아플 것 같다. 난 캐럴라인이 쌍둥이여서 좋았을 것 같은데. 바로 가까기에 가장 친한 친구가 있다고 해서 마음이 괜찮은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도 내 마음이 왜 그런가 하면서 우울함에 빠질 때 많으니 말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과 산다. 캐럴라인은 개 루실을 아주 좋아했다. 캐럴라인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애정을 많이 쏟고 상대도 그러기를 바란 게 아닐까 싶다. 사람은 그런 걸 부담스러워해도 개는 다르겠다. 캐럴라인이 아낌 없이 마음을 준 개가 있어서 다행이구나. 개를 산책시키면서 알게 된 친구도 있었다. 캐럴라인은 나보다 사람 잘 사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걸 생각하다니. 요새 난 아주 가까운 사이보다 거리를 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까워지면 기대하니까. 기대하지 않으려면 좀 먼 사이가 낫다. 거리가 가까운 사람은 없다. 난 더 가까워지고 싶기도 한데 잘 안 된다. 캐럴라인은 사람하고 문제가 일어나면 자신 탓을 했는데, 이건 또 나랑 비슷하다. 나도 다르지 않다. 나한테 문제가 있어서 친구 잘 사귀지 못하는 거겠지 한다.


 자신을 은둔자다 한 건 왤까. 나야말로 정말 은둔자인데. 재미없는 내 이야기를 하다니.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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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1-14 0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다 희선님의 이야기가 왠지 더 슬프네요..누구나 우울감은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적당한 거리두기가 좋은거 같긴 한데 그게 쉽지만은 않더라구요~!

희선 2025-01-15 00:08   좋아요 1 | URL
캐럴라인 냅은 명랑하니까요 저는 그 반대군요 본래 그런 걸 어떻게 하겠어요 아닌 척하면 그게 더 안 좋을 듯합니다 어두워서 멀어지나...


희선
 




긴장하고 몸이 굳는 떨림,

설레고 기대되는 떨림


떨지 마, 해도

잘 안 되지


마음은 떨려도

몸은 떨리지 않기를


중요한 때를

잘 넘기기를


누군가를 만나기 전

설레고 기대되는 떨림은

좋은 거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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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다

아주 어두워지면

보석처럼 빛나던 별을

이젠 볼 수 없네


어딘가 공기 좋고

빛이 없는 곳에선

지금도 별이 빛나겠지


별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던 때도 있었는데,

이젠 무엇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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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4 소설 보다
김채원.이선진.이연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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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3년에 나온 ‘소설 보다 : 봄’은 책날개가 없어졌는데, 책값이 오르고 책날개가 다시 생겼다. 맨 앞에 속 종이도. 책값에는 종잇값 많이 들어가겠지. 그동안 책값이 싸서 이 책을 봤는데. 앞으로는 어떨지. 그래도 이 책은 비싸지 않은 걸지도. 뭐든 오르기만 하는구나. 값이 올랐다가 내려오는 것도 있을까. 그런 게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별로 없을 듯하다. 다른 나라 책은 환율에 따라 올랐다 내렸다 하기는 한다. 이건 내가 일본말 책을 사 봐서 아는구나. 그런 거 안 사 봤다면 몰랐겠다. 영어는 모르니 영어로 쓰인 책은 안 사 봤다. 갑자기 영어 이야기가 나오다니. 엽서는 예전에 봐둔 게 올랐다. 그때 살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책값이 올랐지만, 소설은 여전히 세 편 담겼다. 첫번째 김채원 소설 <럭키 클로버>는 잘 모르겠다. 예전에 본 <빛 가운데 걷기>는 쓸쓸한 이야기네 했는데. <럭키 클로버>도 쓸쓸한 이야길지도. 엄마가 물려준 자두 농장을 하는 자영은 혼자다. 엄마는 어디론가 떠났다. 왜 엄마는 떠났을까. 함께 살면서 자두 농장을 하면 괜찮았을 텐데. 아니다, 부모와 자식이라고 언제까지나 함께 살지 않아도 되겠지. 따로따로 자신이 살고 싶은대로 살아도 괜찮겠다. 난 클로버 병정이 나타나는 게 환상 같기도 했는데, 김채원은 그걸 환상으로 여기지 않기를 바랐다. 이 말을 보니 더 무슨 이야긴지 모르게 됐다.


 다음 이선진 소설 <밤의 반만이라도>도 그렇게 밝지는 않다. 밤이 나와서 그런가. 밤은 어둡지. 누구나 밤을 가지고 있고, 언제나 밤을 사는 사람 있을지도, 아니 밤이라고 어두운 것만은 아닐 거다. 여기엔 시각 장애인이 나온다. 이수 씨는 눈이 보이지 않고 딸인 다운이도 한쪽 눈이 보이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아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미숙이는 활동 보조사로 일하는 새엄마와 다운이 집에 가고 다운이하고는 같은 반이었다. 미숙이와 다운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미숙이는 다운이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다운이는 잘 모르겠다.


 미숙이는 새엄마와 아빠와 살았는데, 아빠가 바람이 난 게 소문이 나서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런 일이 미숙이와 다운이를 가깝게 해주었을지도.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오는 단편소설 보기도 했는데, 다 다른 이야기지만 아주 다른 건 아닐지도. 사춘기를 맞이한 아이 이야기는 앞으로도 나올 것 같다. 작가가 그 시간을 지나오고 그때 이야기 쓰고 싶은 게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성장통인가. 미숙이와 다운이가 서로 다른 중학교를 다니게 되어도 오래 친하게 지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다고 연락이 아주 끊어진 건 아니었나 보다. 스물아홉살에 다시 만났으니 말이다. 다운이 엄마 장례식장에서. 어릴 때 다운이 엄마와 다운이 그리고 미숙이는 보물찾기를 하러 간 적이 있는데, 그건 보물찾기보다 뭔가를 두고 오는 거였다. 거기엔 무엇을 두고 온 걸지. 뭔지 모를 말을 썼다.


 마지막 소설 <하와이 사과>(이연지)는 영화를 하는 사람 이야기다. 영화 같은 느낌이 드는 소설이기도 하다. 빨간 여자는 뭘까 했는데, 지수 모습이고 연재와 선배인 영완의 앞날 모습이었을까. 오래전부터 사람은 기계가 나타나고 일자리를 잃었다. 사람이 할 일이 아직 있어서 괜찮았는데, 이제는 인공지능이 사람이 할 걸 다 해 낼 것 같다. 예술은 사람이 해야지 했는데, 인공지능은 그림뿐 아니라 글을 쓰고 음악도 만든다. 여기에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포포와 영화를 만드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에비 에이프릴까지 나온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사람은 할 게 없겠다. 인공지능한테 뭔가 만들 게 하는 건 사람이다. 사람은 한사람이면 되려나. 인공지능이 많은 걸 하면 사람은 어떻게 될지.


 이 소설 제목인 ‘하와이 사과’는 알약이다. 이걸 먹으면 손끝이 빨개지고 시간이 지나면 온몸이 빨개지나 보다. 그걸 먹은 모습이 사과처럼 빨개서 하와이 사과인가. 그 약을 먹으면 뭔가 만들고 싶어진단다. 자신보다 인공지능이 영화를 잘 만들어도 약에 의지하는 건 안 좋을 것 같은데. 마지막 소설도 지금과 비슷하구나.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를 일. 인공지능이 나왔다고 해도 난 별로 관심 안 갖고 유치한 글을 쓴다. 인공지능이 나보다 글을 더 잘 쓸지도. 내가 인공지능보다 글을 못 쓴다 해도 전문가가 아니어서 내 일자리를 잃을 걱정이 없다고 여기는 건가 보다. 기계나 인공지능은 완벽할지도 모르겠다. 그걸 만들고 쓰고 고치는 건 사람이다. 완벽한 것보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해서 더 나은 것도 있을 거다. 난 그렇게 믿고 싶다.




희선





☆―


 “너보다 저게 잘 써.”


 지수가 미간을 좁혔다. “포포?”


 나는 끄덕였다.  (<하와이 사과>에서, 145쪽)




 “하연재. 나 갈 데 없어, 지금. 나 없어지게 생겼다니까?”


 “그렇지 않아.” 나는 이 말이 진심으로 지수에게 위로가 될 거다 생각했다.


 “직업의 소실은 존재의 소실과는 다르니까. 작가라는 직업이 없어져도 너라는 인간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하와이 사과>에서,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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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9 14: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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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4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09 17: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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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4 0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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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1-09 1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값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고 ㅋ 한번 오르면 내리지 않더라구요~!! 날씨는 추운데 책은 벌써 봄이군요~!!

희선 2025-01-14 00:06   좋아요 0 | URL
2025년에도 책값 오를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책... 이건 늦었다고 해야겠네요 2024년 봄이니... 2024년 여름 가을 겨울도 늦겠습니다


희선

2025-01-10 18: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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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4 0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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