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불면

따듯한 게 떠오르지요


하얀 김이 오르는 호빵

뜨거운 불에 구운 고구마

먹으면 몸이 따듯해지는 어묵탕


분위기 내고

따듯한 커피도 마셔요

그때 흰 눈이 펑펑 쏟아지면

멋지겠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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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9-08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9월이 되었지만, 아직 조금 더운 날이 남은 것 같아요.
여름에 너무 더워서 여유가 없었는데, 어쩌면 지금이 남은 여름 같은 기분입니다.
호빵과 따뜻한 고구마를 좋아하지만,
그래도 맛있을 시기는 조금 늦게 왔으면 좋겠어요.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4-09-09 03:47   좋아요 1 | URL
다른 날도 하는 거 별로 없지만, 다른 날과 비슷한 주말은 시간이 더 빨리 가는군요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요새 잠 자는 게 이상해져서 뭔가를 더 못하기도 합니다 책읽기... 구월 왔을 때는 시원한 바람이 불기도 했는데, 아직 낮엔 덥네요 폭염경보도 가끔 나고... 팔월 한여름보다 덜 더워서 다행이기도 합니다

아직 쌀쌀한 때는 아니군요 구월이 가면 그런 때가 찾아오겠지요 잠깐 쌀쌀하다 따듯해질지도... 거의 겨울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이번 겨울은 어떨지... 이제 가을인데 벌써 겨울 이야기를 했네요 가을을 즐겨야죠

서니데이 님 새로운 주 즐겁게 시작하세요


희선
 
니모나 에프 그래픽 컬렉션
노엘 스티븐슨 지음, 원지인 옮김 / F(에프)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책 맨 앞에 그림을 보고 《니모나》가 중세시대 기사 이야긴가 했다. 그림만 보고 그런 생각을 하다니. 중세시대 같기는 한데 과학이 발달했다. 니모나는 악당이 되고 싶었다. 발리스터 블랙하트는 ‘협회’에서 악당으로 보는 사람이기도 하다. 니모나는 발리스터를 찾아와서는 자신이 조수로 왔다고 한다. 악당한테는 조수가 있어야 하나. 그런 건 나도 잘 모르겠다. 악당이라고 하지만 발리스터는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닌 듯하다. 검은 세력인 ‘협회’ 눈 밖에 나서 악당이 된 것 같다.


 발리스터는 영웅인 암브로시아 골드로인과 친구였는데, 마상 창 경기에서 암브로시아가 반칙해서 발리스터가 졌다. 그때 발리스터는 팔을 잃었다. 지금 발리스터 팔은 기계다. 두 사람이 친했던 때도 있었는데 마상 창 경기 뒤로는 갈라섰다. 한쪽은 영웅이고 한쪽은 악당이었다. 니모나는 그런 발리스터 같은 악당이 되고 싶었다. 발리스터는 악당이어도 사람을 죽이지 않았는데, 조수인 니모나는 사람을 죽였다. 발리스터는 그런 니모나한테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말한다. 니모나는 여러 가지 동물로 빠르게 변신하고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니모나와 발리스터는 악당으로 협회 연구실에 쳐들어가고, 니모나는 비밀문서를 훔쳤다. 협회는 독성을 가진 식물 제이드루트를 아주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왕국 식물이 오염될지도 몰랐다. 발리스터는 말썽을 일으키려고 한다. 협회가 가진 제이드루트 때문에 사람들이 아픈 것처럼 꾸미려 했다. 협회가 제이드루트를 가지고 있다는 걸 증명하려는 거였다. 이런 일 하는 거 보니 발리스터는 악당이 아닌 것 같기도 하구나. 발리스터와 니모나는 은행을 털려고 갔다가 금을 훔치면서 나머지 금은 다른 사람이 가져가게 했다. 그런 발리스터를 보고 니모나는 로빈후드냐고 말한다.


 협회가 무슨 음모를 꾸미고 발리스터와 니모나가 그런 걸 막으려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협회를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왕이 있지만 실제 왕국 사람을 지배하는 건 협회일지도. 암브로시아를 영웅으로 발리스터를 악당으로 만든 것도 협회인 것 같다. 협회 국장은 발리스터 조수인 니모나를 알고 암브로시아한테 니모나와 발리스터를 죽이라 한다. 암브로시아는 발리스터는 죽이고 싶지 않다고 하고 니모나는 죽이겠다고 했다. 암브로시아는 여전히 발리스터를 친구로 여기는 것 같다. 발리스터도 암브로시아를 아주 미워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암브로시아가 발리스터와 니모나한테 지자 협회 국장은 암브로시아를 버린다. 국장은 발리스터를 이용해서 니모나를 잡고 니모나를 괴물이라면서 실험하려고 하고, 누가 니모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알려 했다. 니모나는 누가 만든 게 아니었다. 니모나는 어릴 때 나쁜 사람이 쳐들어 왔을 때 그 사람들을 해치웠다. 니모나 자신도 자신이 어떻게 그랬는지 몰랐다. 그때 둘레 사람은 니모나를 괴물이다 했다. 어쩌면 부모도 그렇게 여겼을지도. 발리스터는 니모나를 구하려 애썼다. 니모나의 한 부분이 무서운 동물이 되었다 해도. 발리스터는 니모나는 니모나다 여겼다.


 여러 가지로 변신하고 가끔 무서운 동물이 되기도 하는 니모나. 니모나가 변신한다고 해서 괴물일까(이건 뭔가를 상징하는 걸지도. 뭔가가 뭔지). 그건 아닐 텐데. 니모나가 다른 곳에서는 편안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발리스터는 니모나가 어떤 모습일지라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친구인데, 다시 니모나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친구 만나기를, 만날 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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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따라

마음도 흐리네요


비라도 내리면

마음은 축축해질 거예요


아, 비예요 비


봄엔 비가 올수록

따듯해지는데,

가을엔 비가 올수록

쌀쌀해지겠네요


흐린 하늘도

흐린 마음도

조금만 지나면 갤 거예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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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창비시선 468
심재휘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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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에는 가 본 적 없어요. 제가 못 가 본 곳이 강릉뿐이겠어요. 어딘가에 잘 다니지 않아서 거의 지역 이름만 압니다.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곳에 강릉 들어가겠지요. 바다와 맞닿은 곳일 테니. 하지만 거기 사는 사람은 어떨까요. 강릉에 사는 사람은 강릉을 시골이다 생각할지도 모르지요. 이건 그저 제 생각일 뿐일지도. 강릉이 좋아 강릉에 사는 사람 있겠습니다. 제주에 한달 살기가 있는 것처럼 강릉에도 한달 살기 있을 것 같네요. 한달 살아보고 아예 눌러 앉은 사람 있을지. 많지는 않아도 조금은 있겠지요.


 이 시집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를 쓴 시인 심재휘는 강릉에 살다가 서울로 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책 날개에 심재휘가 강릉에서 태어났다고 쓰여 있군요. 지금까지 시집 여러 권 나온 듯한데, 저는 이번에 처음 알고 시집을 만났습니다. 이 시집 3부에는 심재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할머니, 아버지, 고모 이야기도. 그런 시는 더 일찍 쓸 것 같은데 이번에 썼군요. 아니 가끔 썼는데 먼저 나온 시집에 담지 않고 이번 시집에 담은 건지도 모르겠네요.




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보람찬 하루라고 말했다


창밖은 봄볕이 묽도록 맑고

그 속으로 피어오르는 삼월처럼 흔들리며

가물거리며 멀어지는 젊음에 대고

아니다 아니다 후회했다


매일이 보람차다면

힘겨워 살 수 있나


행복도 무거워질 때 있으니


맹물 마시듯

의미 없는 날도 있어야지

잘 살려고 애쓰지 않는 날도 있어야지


-<행복>, 9쪽




 얼마전에 라디오 방송(윤고은의 EBS 북카페)에 나온 시인이 시인은 ‘행복’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잘 쓰지 않는다고 했는데, 여기에 ‘행복’이라는 시가 있더군요. 아들한테 ‘보람찬 하루’다 말했다가 날마다 그러면 힘들겠다 했네요. 그 말 맞지요. 전 날마다 열심히 살지 않고 대충 그냥 삽니다. 좋은 일도 한두번이지 자주 그러면 걱정될 것 같아요. 그런 일은 없군요. 좋은 일이 일어나도 기뻐하지만은 않습니다. 어떤 일이든 지나간다 생각하는 게 좋겠네요. 저는 별 일 없는 심심한 일상이 좋아요. 그런 게 좋다고 깨닫는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난 뒤군요. 애쓰지 않고 사는 날 많아도 괜찮을까요. 제가 이러네요.




디딜방아 옆에 개복숭아 한그루가 있었다

기댈 데가 없었는데 자꾸 기울었다

외할머니는 그 나무 곁에

속이 궁근 대파를 심고는

매일 파 속에 바람을 채워주었다


그녀는 손에 허무(‘호미’ 사투리)를 쥐고

허무의 비스듬한 날은 흙을 고르고

그녀와 허무는 따듯한 땅에 숨을 넣었다

그러면 저녁은 아궁이 속에서 타올랐다

아궁이는 밥을 짓고 밤새 구들을 데우며 제 속을 비웠다


외할머니 가시고 광에는 진짜 허무가 걸렸다

허무는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날을 가졌다

개복숭아는 기침 앓는 아이들에게 약이 되었다

상강에 뽑은 대파가 제 속에서 매운 침묵을 꺼내듯

단단한 바람이 속 빈 바람을 오래 다스렸다


-<외할머니의 허무>, 60쪽




 시 <외할머니의 허무>에 나온 외할머니는 시인 외할머니겠지요. 호미를 사투리로 허무라고 한다니, 어쩐지 쓸쓸한 말이네요. 이 시에서 2연까지는 허무가 호미지만, 3연에 나온 허무는 이 말이 갖는 그 뜻이군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외할머니가 개복숭아 곁에 파를 심고 아궁이에 저녁을 한 건 누군가를 위해서였겠습니다. 할머니는 손주를 귀엽게 여기지요.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는 쓸쓸하네요. 외할머니가 쓰던 호미를 보는 것도 슬프겠습니다.


 심재휘는 런던에 간 적이 있는가 봐요. 무슨 일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런던에서 지내면서 쓴 듯한 시가 2부에 담겼어요. 영국엔 외로움부 장관도 있다지요. 그런 기사 언젠가 본 것 같기도 합니다. 두부 사러 멀리 갔다 오는 건 두번이나 나와요. 두부 파는 곳이 사는 곳에서 멀었나 봅니다. 영국 사람은 두부 잘 안 먹겠지요. 한국에서 가기에 좋은 곳은 런던보다 강릉이겠습니다. 강릉이 가까우니. 강릉은 서울이 쓸쓸해서 가려 했어요. 강릉에 가면 덜 쓸쓸할까요. 바다를 보면 더 쓸쓸할 것 같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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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커서 인정받는 게 많겠지만,

작아서 좋은 것도 있어요


작아서 좋은 것에는 뭐가 있을까요

슬픔

걱정

아픔

괴로움……

안 좋은 건 작은 게 좋겠네요


미안해요

작아도 좋은 거

별로 떠올리지 못해서


그래도 있을 거예요

작아서 좋은 것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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