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지하기
은이가 200단어쯤 했을때... 이제 할 단어가 바닥나기 시작했습니다. <총명한 아이로 만드는 아기대화법>을 보니, 25개월 정도 된 아이들이 알고 있는 단어(비록 말로는 표현못해도 알고있는 단어 포함)가 대략 600에서 800개의 단어라고 하는데... 분명히 은이는 내가 알지못하는 훨씬더 많은 단어를 알고 있을텐데... 도저히, 알수가 없더라구요. 은이 얼굴을 빤히 보고~ 자~ 말해봐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옌이는 도통 말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해낸것이... 옌이가 하루중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 어린이집이기에... 어린이집과 관련해서 많은 단어를 알고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어린이집부터... 서서히 사물인지를 확인하고, 바로 즉시... 확인된 것은, 단어놀이로 들어갔습니다. 다음은 제가 은이 사물인지할 때 사용한 방법입니다.
1) 어린이집에서 배운것과 친구들 이름
옌이 어린이집에서는 매일 매일 선생님께서 관찰기록장을 써주시고, 또 어린이집 홈페이지에 옌이의 사진과 활동들에 대해서 자주 글을 올려주셔서... 옌이가 어린이집에서 그날그날 배웠거나 신나게 했던 활동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관찰기록장에 옌이가 누에고치 관찰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는 내용을 읽고, 옌이에게, 인터넷에 올려진 사진을 보고 무엇인지 물어보니... 역시나 옌이는 <누에>, <돋보기>라고 분명히 이야기하며, 이미 충분히 인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색깔, 비오는날... 에 대해서, 옌이는 많은 단어를 인지하게 되었어요.
또한... 옌이 친구들 이름이 홈페이지에 올려져있어서, 혹시나 싶어서, 옌이에게 친구들 사진을 보며 한명한명 이름을 불러주며 어디에 있니... 라고 물어보니, 옌이는 정확하게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명의 아이들사진에서, “옌아, 도윤이 어디있니?”하면, 옌이는 정확하게 손으로 짚어갔고, 10명의 아이들을 정확하게 손으로 짚었습니다. 게다가 선생님들의 이름까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김민지선생님 어디계시니?” 하면, 정확히 짚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 이름과, 선생님의 이름, 어린이집 이름을 또 확장시켜 나갔지요.
한가지 인상적인 일은... 어느날 예은이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저에게 옌이가 글자를 아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왜그러냐고 물어보니... 옌이가 책상이나, 신발장, 게시물에 붙은 친구들의 이름을 다 알고 있더라는 겁니다. 선생님들이 너무 놀라서 혹시나 싶어... 옌이가 글자를 아는 것이 아니라, 위치나 순서를 외우고 그러는 줄 알고, 직접 손으로 써서 보여주니까, 그때도 옌이가 다 읽어냈다고 하시더라구요.
2) 동요부르기
옌이가 22개월쯤 되었을때부터... 삼성에서 나오는 동요씨디를 계속 들려주었더니, 옌이는 24개월쯤에 거기에 나오는 동요들(35곡정도 될겁니다)을 거의 다 외우고 있었습니다. LISTENING이 아니라, HEARING으로 다 듣고 있었지요. (우리 옌이가 뛰어나서 그런것이 아니라, 이 개월수에는 정말 놀라운 흡수력을 보입니다. 한번 시도해보세요) 게다가, 어린이집에서도 자주 동요를 듣고, 배우니까... 나중에는, 어린이집에서 배운 동요가 씨디에서 나오면, 계속해서 “또또또”하며, 10번도 반복해서 그 노래를 따라불렀습니다. 그리고, 25개월부터는, 옌이가 제가 알지못하는, 우리집에는 없는 동요를, 어린이집에서 배워와서 율동과 함께 부르기 시작했어요. <멋쟁이 토마토>, <가게놀이>는 제가 그때 옌이에게 배운 동요지요. 그래서, 그 가사에 나오는 단어들을 중심으로 단어놀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삐악삐악 병아리, 아빠곰 엄마곰, 우유좋아, 아빠 힘내세요,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병원놀이등등을 했습니다.
3) 가족이름
아빠, 엄마, 동생, 조카들, 할머니, 할아버지...이름을 해보았는데, 옌이는 이것도 좋아했습니다. 엄마, 동생, 조카들이름은 바로 외웠구요, 아빠이름은 발음이 어려워서 말은 못했지만, 정확하게 아빠이름을 알고 항상 그 카드를 아빠에게 주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이름은 조금 시간이 걸리다가, 결국에는 알고 있더라구요. 제가 계속 어린이집에서 하는대로, “예은이 할머니 이름이 뭐예요?”하고 자주 물어보았거든요. 그러면, 옌이가 대답못해도 저 혼자서 “김정자입니다”하고 계속 반복적으로 해주었지요. 쩝... 그래서, 나중에는 외할머니와 친할머니... 이름으로 부르는 하극상의 풍조~까지 갔었습니다. 할머니가 전화하셨는데... “김정자~”하고 부르는 겁니다 ㅋㅋㅋ
언젠가 싱크대에서 일하고 있는데, 식탁에 앉아있던 옌이가 가족이름을 차례대로 말하고 있더라구요. 그때는 가족이름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을때였고, 특히나 옌이가 아빠이름을 아주 어려워할때라... 옌이가 글자를 알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암튼... 처음에는 외워서 그런줄 알았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돌아보니... 옌이가, 제 가방에서 주민등록등본과 의료보험증을 꺼내어서 읽고 있었던 겁니다. 옌이는 아빠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발음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옌이는 우편물이 오면 그 속에서 아빠, 엄마이름 찾아서 읽는 것을 넘 좋아하게 되었지요.
4) 책많이 읽어주기
제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것이 책읽기 였습니다. 내가 옌이에게 글자를 일찍 가르쳐주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함이니... 또 무엇보다도 책을 통해서 많은 간접경험을 할수 있으니 사물인지로 책이 좋았지요. 게다가, 옌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책은 굉장한 반복을 하는 스타일이라... 사물인지하기가 정말 좋았지요. 그래서, 더 열심히 계속적으로 책을 읽어주었지요. 창작뿐만 아니라... 이때는 자연도감을 많이 보았는데, 옌이는 자연도감이나, 식물도감을 보면서, 자기가 아는 사물을 지적하고 단어를 읽는 것을 좋아했어요. 자연히... 자연관찰책을 가까이할수 있는 큰 계기가 되었고... 게다가 어린이집에서 배웠는데, 내가 알고 있지도 못하던 동물들이나 채소들(코알라, 캥거루, 펭귄, 고래등등)까지 옌이가 인지되어 있는 것을 알수 있어서 넘 좋았지요~
예를 들어... 토들피카소의 “고릴라야 잘자”에서는 “잘자”가 반복이 되니... 자연히 단어인지 할수 있었구여, 까꿍그림책의 “생글생글 싱글벙글”도 다 할수 있었어요.
5) 집곳곳에 이름표붙이며 놀기
이렇게 하면서... 단어를 확장시키다 보니... 나중에는 옌이가 하루에 15개에서 20개까지 단어를 외우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서, 빨리 사물인지를 하기 위해서, 집 곳곳에 사물이름을 써놓고 붙여두었는데요... 이것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의외로... 옌이가 알고 있는 단어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퍼즐, 블록, 커텐, 에어컨, 베란다, 화분, 액자, 또, 액자안에 있는 아빠, 엄마가 입고 있는 옷이나 장신구들까지... 정말 많더라구요. 신발장에서도, 단순히 신발뿐만 아니라, 장화, 샌달, 구두, 운동화, 고무신, 슬리퍼등등이 있었구요. 집이 좀 지저분해지지요~
6) <총명한 아이로 만드는 아기대화법>대로 대화하기
마지막으로 이 책이 참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36개월이전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엄마가 말을 효율적으로 하는가에 대해서, 정말, 너무 잘 설명해주고 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대로, 옌이에게 말을 해보니... 자연스럽게, 단어가 확장되고, 또 대분류에서 소분류까지... 범위가 넓어지더라구요. 예를 들어, 동물이라는 말을 모르고, 고양이, 개, 사자등을 아는 옌이에게, 제가 일부러 자주, “여기에 사자가 있네~”라고 말하지 않고, “여기에 옌이가 제일 좋아하는 동물이 있네. 그 동물 이름은 사자~네” 하고, 자주자주 “옌이가 제일 좋아하는 동물은” 혹은 “아빠(엄마, 동생, 할머니등등을 넣고)가 제일 좋아하는 동물은”하면서, 단어인지뿐만 아니라, 대분류, 소분류개념까지 심어줄수 있었어요. 옌이가 특히나 그림책중에 “야옹이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은”이 있었기에, 옌이는 곧잘 이 놀이를 좋아했습니다. “옌이가 제일 좋아하는 동물은?”하면서, 옌이가 “고양이”하면, 흉내를 내도록 하니까... 넘 좋아하더라구요. 이렇게해서, 음식- 국수 떡, 신발-부츠, 구두, 운동화, 옷-티셔츠, 바지 치마등등으로 분류하는 것도 많이 했지요~
또, 의성어를 많이 하면 좋으니까, 특별히 의성어, 의태어를 많이 쓸려고 정말 노력많이 햇습니다. 반듯반듯 네모난 비누~ 미끈미끈 비누를 쓱싹쓱싹 비비면 거품이 보글보글~ 저기에 부릉부릉 자동차, 애앵애앵 소방차, 칙칙폭폭 기차가 가네, 동생이 방귀를 뽕~트림을 끄윽~ 옌이가 똥을 끄응끙 끄응끙~눕니다~ 눈사람처럼, 구름처럼, 동생 기저귀처럼 새하얀 우유~...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자꾸 쓰다보면... 익숙해집니다~
7) 월드컵~을 이용하기
월드컵때는 월드컵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마침 어린이집에서도 꼭지점댄스를 배워왔더라구요. 그래서,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축구공” “프랑스” “토고” "영국“등을 또 배웠지여~ 식탁옆 벽에 세계전도를 붙여놓고, 계속해서 밥먹을때마다 한번씩 “대한민국이 어디있니” 라고 묻고 제가 가르쳐주고... 그러면서, 국기와 위치, 나라이름과 글자들을 하나씩 외워갔어여~ 지금도 한국,프랑스, 일본은 알지여.
또... 옌이가 뿡뿡이를 미끄럼태워주고 있거나, 유모차를 태워주면... “옌아, 뿡뿡이 토고에 가니, 프랑스에 가니?”하면 옌이는 토고, 혹은 프랑스...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8월달로 옌이 한글깨치기를 끝낼려고 했는데, 직장이 바쁜 관계로... 아직 낱글자를 하고 있네여. 빨리 끝내주고 싶은데여...
암튼... 계속 글은 올릴께여.
이렇게 해서... 통문자 350개쯤 했을때... 이제 옌이에게 통문자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제... 통문자를 마감할때가 된것이지요. 그때부터... 저도 슬슬... 막막해지기 시작했습니다...